지난해 말. 재미있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토종 작물을 주제로 하는 보드게임이 만들어지고 있다." 토종을 알리기 위한 노력이 다방면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고, 특히나 아이들에게 토종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하는 것이 아주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토종'과 '보드게임'. 이런 기묘한 조합이라니. 멋진 아이디어라는 생각과 함께 '과연?'이라는 우려도 들었습니다. 교육적 의미가 아무리 중요하더라도 게임이라는 것은 일단 재미가 있어야 하니까요. 재미있는 게임을 만든다는 것,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은 일입니다. 기대반 우려반 예의 주시하고 있던 와중, 출시 소식이 들렸습니다. 그래서, 직접 해보기로 했습니다.
게임 상자 도착!!ⓒ thy종이 상자에 깔끔하게 담긴 보드게임이 도착했습니다. 군더더기 없는 포장과 구성품에는 비닐이나 플라스틱이 전혀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일단 시작부터 마음이 좋습니다.
ⓒ thy구성품은 놀이판 1장, 씨앗카드 60장, 농사카드 24장, 생활카드 16장, 말 4개, 말 스티커 1장, 주사위 1개, 플레이어 텃밭 4장, 설명서입니다.
ⓒ thy놀이판은 24절기와 봄가뭄, 태풍 같은 기후 칸을 포함해서 총 28칸으로 되어 있습니다. 한 바퀴를 돌면 1년이 지나는 구성입니다. 귀여운 그림들로 깔끔하게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일단 해보고 싶은 마음이 살살 올라오게 합니다.
ⓒ thy나무로 만들어진 말들에 호박, 배추, 콩, 토마토 그림이 그려진 스티커를 붙일 수 있도록 했습니다. 붙이고 나니 귀여움이 폭발합니다. 말에 직접 그림을 그려서 나만의 말로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 thy씨앗카드에는 총 30종의 토종 작물이 담겨 있습니다. 작물의 그림과 설명, 심는 때와 거두는 때, 점수가 적혀 있습니다. 그림과 설명이 잘 되어 있어 그 자체로도 좋은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thy농사카드는 특별한 능력치를 주는 카드입니다. 기후 상황에 대처해 주는 해, 바람, 달, 비 카드와 작물에 얹어 보너스 점수를 주는 똥 카드, 플레이어 텃밭의 곳간을 넓혀주는 호미 등이 있습니다. F1 카드와 GMO 카드는 다른 플레이어를 공격하는 카드입니다. 사용하면 다른 플레이어의 점수를 깎을 수 있습니다. 이에 대응해 육종 카드는 F1 카드와 GMO 카드의 공격을 막습니다. 자연의 힘으로 인간의 공격을 막는다. 세심하게 만들어진 재미, 의미 포인트입니다.
ⓒ thy생활카드는 겨울 동안 수확한 작물을 가공품으로 만들 수 있는 카드입니다. 목화를 수확하면 면을 만들 수 있고, 배추를 수확하면 김치를, 홀애비밤콩을 수확하면 두부를 만들 수 있습니다. 가공품을 만들면 점수가 두 배가 됩니다. 막판 뒤집기를 노린다면 꼭 가져야 할 카드입니다.
ⓒ thy플레이어 텃밭에는 기본적으로 8개의 작물을 심을 수 있습니다. 텃밭이 부족하다면 농사카드를 통해 얻는 호미로 4개까지 텃밭을 더 넓힐 수 있습니다. 수확한 작물은 곳간에 넣어두고 게임이 끝나기 전에 가공품 등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곳간이 그득할수록 승리가 가까워집니다.
게임 시작!!ⓒ thy게임은 익숙한 주사위 말판 놀이입니다. 주사위를 던져 나온 수만큼 전진하고 각 칸마다 적혀 있는 지시를 수행하면 됩니다. 총 두 바퀴를 돌면 게임이 끝납니다. 한 바퀴가 24절기 1년으로 되어 있습니다. 첫째 바퀴에서는 씨앗을 모으고 둘째 바퀴에서는 씨앗을 심고 수확하게 됩니다.
첫째 바퀴(첫 해) - 첫 해에는 주사위를 던질 때마다 씨앗카드를 한 장씩 받게 됩니다. 씨앗을 모으는 시기이기 때문에 바로 심을 수는 없습니다. - 토종 씨앗을 얻는 것은 역시 쉬운 일이 아닙니다 - 조금씩 전진해서 가능한 많은 씨앗을 모으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중간중간 얻을 수 있는 농사카드도 다음 해 작물 재배를 대비해 잘 모아둬야 합니다.
둘째 바퀴(둘째 해) - 한 바퀴를 돌고 대한을 지나 입춘에 들어서면 본격적인 게임이 시작됩니다. 주사위를 던져 도착한 절기에 맞춰 모아둔 씨앗을 심고 수확을 할 수 있습니다. 각 작물마다 정해진 때가 있기 때문에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역시나 가능한 조금씩 전진해서 많은 작물을 심고 수확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하지만 심을 수 있는 텃밭의 개수가 한정되어 있고, 때를 놓치면(주사위를 던져 해당 절기에 도착하지 못하면) 가지고 있는 씨앗을 심을 수 없고, 심었다고 해도 수확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생각을 잘해야 합니다. 플레이어 중 한 명이 두 바퀴를 다 돌고 나면 게임은 끝이 납니다. 최종적으로 곳간에 담긴 수확물과 농사카드의 점수를 더해 승패가 결정됩니다.
1. 농사카드에서 얻을 수 있는 호미로 텃밭을 넓힐 수 있다.2. 농사카드에서 얻을 수 있는 해, 비, 바람, 달 카드로 기후에 대처할 수 있다.3. 수확한 작물을 가공품으로 만들면 점수가 두 배.ⓒ thy오. 재미있다.게임을 끝낸 후 함께 한 동료와 서로를 쳐다보며 외쳤습니다. "오. 재미있는데." 두 바퀴로 게임이 끝나기 때문에 너무 단순하지 않은가 싶었지만, 빠른 진행이 오히려 지루할 틈 없이 게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그 짧은 와중에 게임 상의 적절한 장애물과 보상이 존재했고, 플레이어 간의 대결 구도까지 촘촘히 들어가 있었습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재미를 줄 수 있는 요소가 많은 게임입니다. 특히나 실제적인 절기와 기후, 토종 작물들을 잘 다루어 놓았기 때문에 농사에 대한 관심이나 지식이 많을수록 느껴지는 재미가 클 것으로 보입니다. 전체적인 디자인부터 각종 카드, 말, 주사위 하나까지 만듦새도 좋아 누구에게나 자연스럽게 흥미를 유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점이 돋보입니다.
교육적으로도 탁월한 교재가 될 것 같습니다. 24절기와 그에 맞춘 작물 재배에 대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구성이 되어 있고, 특히 생소할 수 있는 토종 작물에 대한 명칭과 설명도 그림과 함께 자세히 나와 있어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 thy가족이 모여, 가까운 친구들과 모여 즐기며 '토종'을 알아갈 수 있는 보드게임이라니. 코로나19 시대에 집에서 보내야 하는 시간이 점점 더 길어지는 때에 맞춰 적절한 놀이가 나온 것 같아 반갑습니다. 도시농부라면 꼭 한 번 접해보시면 좋겠습니다. 물론, 농사를 잘 모르시더라도 좋겠습니다. 누구라도 충분히 재미있으니까요.
- '표향 토종씨앗농사판 놀이'에 대한 더 많은 정보나 문의는 [
텃밭보급소 - Daum 카페]로.
김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