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20세기 녹색혁명을 전후하여 전례 없는 풍요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 결과를 저는 아래와 같은 인구 증가 도표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곤 합니다. 만약 녹색혁명이 아니었다면 우리 대부분은 여전히 논밭에서 농사를 짓고 있어야 할 겁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 대다수는 농사를 좋아하시니 그런 상황을 더 이상적으로 생각하실 지도 모르겠네요.
그런데 녹색혁명의 기반이 되는 새로운 농법은 먹거리의 풍요(豊饒)만 가져온 게 아닙니다. 녹색혁명의 농법에서 과도하게 사용하는 농화학물질인 농약과 비료가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새로운 오염을 일으키는 주범이 되기도 했습니다. 1962년 출간된 레이첼 카슨 선생의 <침묵의 봄>은 그러한 사회적 배경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지요. 농약 이외에 화학비료, 특히 질소를 쉽게 공급하는 비료는 작물을 짙푸르게 성장시키는 역할만 한 것이 아닙니다. 과다하게 투입된 질소질은 빗물이나 관개용수와 함께 침출되어 지하수와 하천 등의 물에서 부영양화 현상을 일으켜 이른바 죽음의 구역(Dead Zone)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녹조니, 적조니 하는 현상이 바로 그것입니다. 부영양화 현상을 일으키는 요인으로 생활하수는 물론 축산 폐수와 농경지의 질소 비료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러면 한국의 농경지에는 얼마나 많은 질소가 사용되고 있을까요? 임송택 씨의 <사회적 환경비용을 고려한 최적 농업생산규모>라는 논문에 의하면, “2013년 기준, (한국의) 경종 부문 실제 질소 투입량은 약 43.1만 톤으로 화학 질소와 축분 질소가 각각 25만 톤(60.1%), 17.2만 톤(39.9%)을 차지하고 있다. 작물별 표준 시비량에 근거한 경종 부문 양분 필요량이 21.5만 톤이므로 화학 질소만으로도 이미 양분이 과잉 투입되고 있는 상태인 것이다”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작물이 필요로 하는 양보다 약 20만 톤 정도의 질소를 농경지에 더 투입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렇게 과다하게 투입된 질소는 당연히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물에 흘러들어가 수질오염 등을 일으키는 요인이 되고 있지요.
질소 비료는 수질오염만 일으키는 것이 아닙니다. 현재 인류의 가장 큰 화두인 기후변화와도 직접적으로 연결됩니다. 질소 비료를 생산, 유통하는 과정에서만이 아니라, 토양에 과다하게 투입된 질소 성분이 미생물의 활동과 함께 온실가스의 하나인 아산화질소로 변환되며 대기 중으로 배출된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같은 논문에서는 “농업 부문의 사회적 환경비용은 4조 9,726억 원으로, 이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4조8,968억 원이 경종 부문의 초과 질소 수계 배출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종 부문의 질소 분해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비용은 289억 원, 축산 부문의 축분 처리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비용은 469억 원 수준으로 산정되었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농사에서 농화학물질, 특히 질소의 투입을 줄이는 일은 여러 혜택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우리가 질소 과잉을 피함으로써 토양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수질오염을 줄일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를 완화시키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질소의 사용을 줄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가장 가깝게는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것에서 시작해, 직접 퇴비 등을 제조해 사용하는 일부터 콩과식물을 이용해 사이짓기나 섞어짓기 등을 실천하는 일까지 참으로 다양합니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지요. 농사 지으며 어떻게 머리를 굴리느냐에 따라 농사를 잘 짓는 것만이 아니라,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에도 일조할 수 있습니다.
토종씨드림 운영위원 김석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