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주도 도시농업 자원순환운동으로 큰 성과 거둬
서울남서여성민우회는 양천구, 서울시와 협력해 구내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음식물 생쓰레기 퇴비화 사업’을 7년째 벌이고 있다. 2013년부터 ‘쓰레기 꽃이 되다’라는 슬로건으로 아파트에서 배출한 생쓰레기를 공원에서 수거한 낙엽과 섞어 발효시키고 주말농장 퇴비로 사용하는 자원순환사업을 펼쳐왔다.
서울남서여성민우회는 퇴비화 사업을 시작할 당시 양천구 관내 200세대 이상이 거주하는 아파트를 섭외하기 위해 아파트에 공문도 보내고 아파트를 찾아다니기도 하며 사업을 설명하고 홍보했다. 그 결과 2013년에 쓰레기 소각장이 옆에 있는 1500세대 아파트 단지와 생쓰레기를 퇴비로 만들어 순환할 신정주말농장 인근 1500세대 신축 아파트 단지를 최종 시범단지로 선정했다. 이후에도 매년 2~3곳의 아파트단지로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홍보와 교육 사업을 실시했다. 그래서 2014년에는 5개 아파트 단지로 확산되었고, 2015년에는 12개 아파트 단지, 11,102세대가 퇴비화 사업에 참여했다.
시범사업 단지를 선정했지만 아파트 주민들의 참여도는 매우 저조했다. 음식물쓰레기 배출 비용을 가구당 일괄 책정해 매달 1500원만 내면 마구 버려도 됐었기 때문에 주민들은 생쓰레기 퇴비화 사업에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러나 음식물쓰레기 종량제가 실시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종량제 봉투에 들어갈 수 있는 쓰레기양이 적다는 것을 체감한 시범단지 주민들은 생쓰레기 퇴비화사업에 눈을 뜨게 됐고, 점차 참여하는 아파트 수도 크게 늘어났다.
아울러 생쓰레기 퇴비화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해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느끼며 자발적으로 자원순환에 동참하는 주민들도 늘어났다. 주민들은 아파트 게시판과 방송을 통해 자원순환 사업에 대해 알게 되고, 아침 출근길에 음식물쓰레기 수거 현장을 목격하며 관심을 갖게 되면서 참여도가 높아졌다. 사업에 참여하는 주민들이 많아지면서 조리 전 생쓰레기 분리 배출에 대한 주민교육이 더욱 필요해 지속적인 주민교육을 실시했다. 아울러 주민들이 새로 이사를 오거나, 동대표와 부녀회의 임기가 끝날 때 혹은 아파트 관리소 직원이 교체됐을 때도 교육을 실시해 사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했다.
초기엔 신정주말농장 노지에서 생쓰레기가 그대로 외부에 노출된 채 퇴비를 만들었다. 그로 인해 미관상 좋지 않거나 불쾌한 냄새가 발생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퇴비장 인근을 지나던 등산객들이 퇴비장을 쓰레기장으로 오해해 쓰레기도 투기하는 일도 많았다.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2016년에는 주민참여예산 지원사업으로 하우스로 된 퇴비장 시설을 조성했다. 이후 미생물 제제를 넣어주고, 하우스 내 온도가 높다보니 퇴비를 만드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 아울러 파리가 꼬이던 문제도 상당히 개선할 수 있었다.
해마다 참여는 아파트 단지가 늘어나고 주민 참여도가 높아지면서 생쓰레기 수거량이 크게 증가했다. 사업 초기에 130톤 정도를 수거했는데 2018년에는 6개월 동안 415톤을 수거했다. 부숙 과정에 들어간 400톤의 낙엽을 합치면 총 800톤 이상의 쓰레기를 퇴비로 처리한 것이다. 올해는 여름 장마 기간에 수거하지 못하게 되면서 총 280톤을 수거해 처리했다.
아쉽게도 지난 11월 29일을 마지막으로 생쓰레기 퇴비화사업은 끝이 났다. 그동안 자원순환사업의 한축을 담당해 온 신정주말농장이 더 이상 사업을 맡아서 할 수 없다는 의사를 전해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양천구의 생쓰레기 퇴비화사업은 신정주말농장 농장주의 헌신적인 노고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농장주 혼자 넘쳐나는 음식물쓰레기를 1년 동안 굴삭기로 뒤집고 보관하고 농장에 뿌려주는 등 온갖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숙성 과정에서 발생하는 악취로 인해 주말농장 이용자들이 많은 불편을 겪게 되면서 주말농장을 운영하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 상황을 맞았다. 아울러 퇴비장 인근에 아파트가 밀집돼 있는 점도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조건이었다. 양천구가 전국에서 인구밀집도 가장 높은 지역이다 보니 대체 부지를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서울남서여성민우회와 신정주말농장 농장주의 노고 덕분에 7년 동안 사업을 지속할 수 있었지만 더 이상 민간만의 노력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한계를 맞은 것이다.
이와 같은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종료되지만, 양천구 생쓰레기 퇴비화사업이 남긴 성과와 의미는 앞으로도 계속 조명돼야 한다. 이 사업을 통해 많은 주민들이 스스로 자원순환을 학습하고 실천함으로써 적은 비용으로 생쓰레기를 자원화해 땅을 살리고 농작물을 길러 건강한 먹거리로 되돌아올 수 있었다. 도시농업의 자원순환이 도시문제 해결에 체계적으로 규모를 갖춰 적용된 사례로서 실질적인 효과를 거뒀다는 점도 큰 의미가 있다.
앞으로 이 활동의 내용과 의미가 계속 알려져야 하며, 한 걸음 더 나아가 지자체와 국가가 이 사업에 관심을 갖고 정책으로 발전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양천구 생쓰레기 퇴비화사업의 성과는 정책 입안자들의 과제로 남겨져 있다.
이경란 서울농부기자(양천구 생쓰레기순환공동체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