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고맙습니다.' 따스한 봄 햇살에 맞춰, 멈춰 있던 많은 것들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습니다. 아직은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숨 한 번 쉴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동안 많은 것들을 축소하고 취소해야만 했던 도시농업도 때마침 농사의 시작을 맞아 서로 만나는 기회를 다시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들려온 참 반가운 소식, 마을 장터가 돌아왔습니다.
어린이날을 맞아 노원구 중계근린공원에서 '마들장'이 열렸다. ©서울농부포털지난 5월 5일(목) 어린이날을 맞아 노원구의 중계근린공원에서 '마들장'이 열렸습니다. 노원구의 대표적인 마을 장터인 '마들장'은 그동안 온라인 장터 등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노력을 해왔지만, 오프라인에서 직접 지역 주민들과 만나는 장터는 작년 6월 이후로 거의 1년 만에 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날 '마들장'에는 여건상 많은 판매자가 참가하지는 못했지만, 직접 수확한 작물들을 가지고 경남 창녕과 경기도 이천에서 노원 주민들을 만나기 위해 찾아오기도 했다. ©서울농부포털이 날 '마들장'은 동선을 따라 판매 부스를 섞어 배치해 시민들이 농산물과 수공예품을 골고루 접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농부포털이 날 마들장은 장소의 한계로 많은 판매자를 받을 수 없어 농산물 절반, 수공예품 절반 정도로 20팀의 판매자만 참가했습니다. 원래 5월의 마들장은 다른 날짜로 계획되었지만, 어린이날을 맞아 노원구의 여러 단체들이 다 함께 행사를 개최해보자는 의견이 나와 일정이 조정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주된 행사가 어린이날에 맞춰질 수밖에 없어 장터의 위치나 규모에 조금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이 날 '마들장'에서는 어린이날을 맞아 아이들을 대상으로 집에서 키울 수 있는 해바라기 모종 나눔도 진행되었다. ©서울농부포털다행히 마을 장터가 기지개를 켤 수 있게 되었지만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올해는 직거래장터에 대한 서울시 차원의 지원이 어려울 것으로 보여 독자적인 활로를 마련해야 할 상황입니다. '마들장'은 2014년부터 이어온 마을 장터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올 한 해를 어떻게든 꾸려갈 예정입니다. 마들장추진위원회 김의동 위원장은 "장터를 열려면 자원봉사자들 이외에도 최소한의 시설비가 필요하다"며 "쉽지는 않겠지만 몇 년간 모아 온 기금을 통해 인건비를 들이지 않고 시설비를 최소화한다는 조건으로 올 한 해를 버텨볼 생각"이라고 전했습니다.
올해 '마들장'은 노원 등나무근린공원에서 예전과 같은 큰 규모로 6월 11일(토), 9월 3일(토), 10월 8일(토) 총 세 차례의 장터를 더 계획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천도교와의 협조를 통해 안국동의 '수운회관'에서 4차례의 장터를 추가로 열 계획입니다. 김의동 위원장은 "현재 천도교 교인들을 대상으로 생태자원순환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데, 교육생분들과 장터 추진단을 꾸려 마들장 추진단과 함께 장터를 운영하는 방안을 계획 중"이라며 "단순히 장소를 대여받는 것이 아니라 천도교 쪽의 뜻있는 분들과 함께 하나로 결합하는 방식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마을 장터는 '믿음'을 사고파는 곳 ©서울농부포털마을 장터가 돌아왔습니다. 돌아온 것은 단순히 '장터'가 아니라 '마을'일 것입니다. 마을 장터가 중히 여기는 것은 '물건'을 사고파는 것이 아니라,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 이야기하면서 만들어지는 '믿음'을 사고파는 것입니다. 믿음의 공동체인 마을을 만들기 위한 많은 노력들이 있고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는 힘, 사람들의 믿음과 연대가 아닐까 합니다. 이제는 정말 사람들의 힘이 필요한 때입니다. 마을 장터가 더 이상은 멈추는 일 없이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장이 되길 바라봅니다.
©서울농부포털김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