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열 번째를 맞이하는 서울도시농업 국제컨퍼런스는 '도시와 지구를 살리는 기후농부'를 주제로 11월 8일(월)부터 11일(목)까지 4일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진행되며 유튜브로 생중계 된다. 이번 서울도시농업 국제컨퍼런스에서는 도시농업이 사회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기후위기에 대응한 기후농부로서의 역할과 실천을 강조하기 위해 작년에 이어 '도시와 지구를 살리는 기후농부'를 주제로 프랑스, 쿠바, 일본 등 7개국 16명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해외 도시 사례와 우수 프로그램을 공유한다.
4일간 진행되는 서울도시농업 국제컨퍼런스 주요 프로그램은 ▲기후위기시대 탄소중립을 위한 도시농업의 역할을 주제로 한 국제컨퍼런스 ▲세계도시농부들의 교류와 연대를 위한 세계도시농부대회 ▲도시농업 현장에서 필요한 지식정보를 공유하는 도시농부 워크숍으로 진행된다.
2일차 워크숍 - (地) : 흙 속에 탄소를 가두자서울도시농업 국제컨퍼런스 2일차인 11월 9일(화)에는 오후 2시부터 유튜브 생중계로 '(地) : 흙 속에 탄소를 가두자'란 주제로 도시농부 워크숍이 진행됐다.
안철환 전통농업연구소 대표가 좌장을 맡은 2일차 워크숍에서는 일본의 아카메 자연농업학교 창설자이자 잡초와 함께 하는 농사를 다룬 "신비한 밭에 서서"의 저자인 카와구치 요시카주 농부가 평생에 걸쳐 쌓아 온 자연농법의 세계를 전하고, 한국의 지렁이 농업연구소 최훈근 소장과 흙살림 이태근 회장이 지렁이와 미생물을 활용한 흙 살리기의 실제 적용법을 들려주었다.
카와구치 요시카주, <자연농에 대해>화학비료, 농약, 석유를 사용하는 농업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자연농으로 전환한 지 43년이 된 카와구치 요시카주 농부는 이 날 발표에서 자연농에 대해 "근본적으로 밭이나 논을 갈지 않고 비료나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정의했다. 이와 함께 "풀이나 곤충을 적으로 삼지 않고, 각각의 작물이 기후・풍토・토질에 맞춰 자라도록 있는 그대로 자연에 맡기는 것"을 자연농법으로 규정했다. 다만 방치하는 것으로 작물은 성장할 수 없기 때문에 "자연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밭과 작물의 형태를 관찰하면서 적절한 대응을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속 가능한 농업이 인류 전체에 있어 매우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지금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은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는 농업이며, 그 해답이 자연농법"이라고 밝힌 카와구치 요시카주 농부는 "유한적인 자원을 소모하지 않는 수농업인 자연농법이 기아를 비롯해 공기와 대지 오염을 막고 작물의 안정성을 가져와 인간을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만든다"고 말했다.
발표에서 카와구치 요시카주 농부는 자신이 만든 아카메 자연농업학교에 대해 소개했다. "30년 전 일본의 도시 주민 다수는 자신들의 생활이나 먹거리에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고, 농촌의 젊은이들은 도시로 가거나 농촌에 남더라도 반자연적인 기계화 농업으로 가는 흐름이 있었다"고 밝힌 카와구치 요시카주 농부는 "그런 흐름 속에서 자연농이 알려지게 되면서 가서 직접 공부하고 경작하고 싶다는 현상이 나타나 아카메 지역에 자연농업학교를 설립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19 상황을 맞아 자신의 생활 방식을 재검토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는 아카메 자연농업학교는 엄격한 규칙은 두지 않고, 입회비나 월회비를 받지 않고 필요한 비용은 기부를 통해 해결하며, 관리자들도 모두 무료로 봉사를 하는 운영 방식을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해 카와구치 요시카주 농부는 "자연농이나 자연생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대개 금전적인 여유가 없는 경우가 많아 가능한 모두에게 도움을 주고자 교육을 무료로 진행하고 있다"며 "특별한 규칙 없이 자유롭게 각자의 판단 안에서 자연농업으로 작물을 키우는 것을 학교의 기본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와구치 요시카주 농부는 흙을 살리기 위한 방법 역시 자연에 맡기는 것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농사는 과거의 생명들이 살았던 역사를 무대로 지금의 생명이 작물을 키우는 것이기 때문에 그 이어짐이 자연의 산림(山林)과 흡사하다"고 전한 카와구치 요시카주 농부는 "논밭의 흙도 자연 산림과 같은 모습이 되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사람이 관여하지 않는 것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시농업 텃밭 같은 인공적인 작은 규모에서도 자연농법이 가능하다고 밝힌 카와구치 요시카주 농부는 "한정된 구역의 논밭이라도 갈지 않고 비료나 농약을 쓰지 않으면 그곳에 생명권(生命圈)이 형성된다"며 "그렇게 확립된 생명권 속의 동식물들은 활발한 생명 활동을 통해 외부의 영향으로부터 강해지고, 순환을 통해 자연 산림과 유사한 환경을 만들게 된다"고 말했다. 다만 "상자텃밭에 인공토양보다는 자연 흙을 사용하는 것이 자연농의 논밭과 가까워질 것"이라며 "상자텃밭은 대지와 떨어져 있어 흙이 건조해지기 때문에 물 주기에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훈근, <유기순환 지렁이 활용 방법>'지렁이는 탄소 저장고를 지키는 파수꾼'이라는 좌장 안철환 대표의 소개로 발표를 시작한 최훈근 지렁이 농업연구소 소장은 먼저 지렁이 농업연구소에 대해 "지렁이를 위한, 지렁이에 의한, 지렁이의 농법을 연구하는 곳"이라며 "작물의 생산량을 늘리는 것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지렁이를 활용해 흙을 살리고 친환경적인 삶을 통해 우리가 안고 있는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최훈근 소장은 지렁이가 밭에서 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로 '분변토 배출'과 '자연 경운'을 꼽았다. 최훈근 소장에 따르면 지렁이가 배출하는 분변토는 그 자체로 양분이 풍부한 흙일뿐만 아니라 떼알 구조의 흙이기 때문에 지하수를 확보하기 쉬워지고, 공기를 잘 통하게 해 흙이 부드러워진다. 또 지렁이가 땅 속을 다니며 만드는 굴은 공기와 빗물을 유입시키는 통로가 된다. 이러한 효과로 부드러워진 땅이 습기를 머금고 공기가 통하게 되면 미생물이 늘어나고, 늘어난 미생물에 의해 분해된 풍부한 유기물이 작물을 더 잘 성장시키게 된다. "지금 땅이 숨 쉬고 있는 것은 지렁이가 5억 년 전부터 파놓은 굴 덕분"이라고 말한 최훈근 소장은 "하지만 현재 화학비료나 농약 등을 사용하는 관행농법으로 인해 우리나라 농경지에서 지렁이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발표에서 최훈근 소장은 지렁이 퇴비장 만드는 방법을 소개했다.
1. 지온(地溫)을 이용해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환경 조건을 만들기 위해 지면보다 낮게 땅을 판다.2. 퇴비가 만들어지면서 생기는 액비를 모으기 위해 전체적으로 경사를 주고 바닥을 'V'자 형태로 만들어 비닐을 깐다.3. 한쪽 끝으로 액비가 흐르도록 하고 액비 통을 놓아 자연적으로 저장되도록 한다.4. 흙을 깔고 지렁이와 먹이를 조금씩 넣으면서 적응을 시킨 후 양을 늘려준다.5. 만들어진 퇴비와 액비를 모아 밭에 뿌려준다.6. 동절기에 퇴비장 위에 비닐을 덮어주면 온도가 유지되어 일 년 내내 지렁이가 활동할 수 있게 된다.겨울철 도시텃밭에서 지렁이 퇴비를 만드는 방법도 소개되었다.
1. 가을걷이가 끝난 텃밭에 땅을 파서 퇴비장을 만든다.2. 작물 부산물과 집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를 모아 넣는다.3. 발효를 위해 부숙 퇴비를 넣고 섞어 준다.4. 지렁이를 넣어 준다.5. 건조를 막고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비닐로 덮어 준다. 6. 겨울을 지내고 나면 퇴비가 만들어진다.지렁이 퇴비를 만드는 것에 대해 최훈근 소장은 "작물 부산물이나 음식물 쓰레기를 그냥 버리지 말고 퇴비로 만들어 사용하면 자원 순환이 되고, 자연스럽게 탄소 저감 효과도 가질 수 있다"며 "지렁이 농법이 너도 살고, 나도 살고, 자연도 살리는 농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태근, <도시농업에서의 흙 살리기>30년 간 유기농을 통한 흙 살리기에 매진해 온 이태근 흙살림 회장은 발표를 통해 먼저 흙의 소중함을 역설했다. "일반적으로 경작하는 텃밭에서 사람들이 관리하게 되는 흙은 표토 상층부의 10cm 정도로 9.9㎡를 기준으로 약 1톤 정도의 양"이라고 설명한 이태근 회장은 "바위로부터 표토 10cm가 자연 생성되는데 2000년이 걸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홍수 등이 닥치면 흙이 유실되는 것은 순식간"이라고 말한 이태근 회장은 "우리가 흙과 만난다는 것이 간단치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태근 회장은 "순환의 기본은 건강한 흙"이라며 "흙 속에는 1g당 수억 마리의 미생물과 소동물, 살아있는 생명체가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 미생물을 통해 흙은 작물의 성장 근원이 되고, 탄소 저장소가 된다"고 밝힌 이태근 회장은 "흙을 살리는 순환과 지속의 도시농업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표에서 이태근 회장은 지금까지 흙살림의 활동을 소개했다. 가정에서 스티로폼 상자 등을 활용해서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로 만드는 방법을 알리는 활동부터 지렁이나 닭, 토끼 같은 동물들의 사료로 음식물 쓰레기를 활용해 배설물을 퇴비로 만드는 활동들이 소개되었다. 퇴비를 만들어 흙을 살리는 활동 이외에도 가정에서 새싹을 키우며 뿌리 발달을 관찰할 수 있도록 하는 키트를 만들어 보급하는 교육 활동이 소개되었고, 상자텃밭을 활용해 광화문에서 토종벼를 재배하고, 노들섬에 도시농원을 만들어 작물을 재배했던 사례들이 소개되었다. 특히 땅이 있는 곳이라면 밭뿐만 아니라 논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으로 진행된 텃논 조성 사업도 소개되었다. 이태근 회장은 "도시에서 논을 만들면 도시의 열섬화 현상을 억제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흙살림의 30년을 기념하며 펴낸 책 '흙 없인 못 살아'를 소개한 이태근 회장은 "내년 흙살림은 더 새로운 마음으로 '벌레가 먼저 먹고, 사람이 먹는다'라는 주제를 가지고 자연과 함께 공존하는 세상으로 가자는 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 날 좌장을 맡은 안철환 대표는 "'꽃보다 흙, 꽃보다 벌레', 그런 흙을 살리는 무경운의 농사와 철학을 배우는 좋은 시간이 된 것 같다"며 인사를 전하고, 11월 10일(수)
'3회차 워크숍 - (人) 적정기술을 활용하자'(
[서울시 YouTube 채널])를 예고하면서 서울도시농업 국제컨퍼런스 2일차 워크숍을 마무리했다.
이날 진행된 서울도시농업 국제컨퍼런스 2일차 도시농부의 워크숍은 서울시 유튜브(
[서울시 YouTube 채널])를 통해 다시 볼 수 있으며, 서울도시농업 국제컨퍼런스에 관한 더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
[2021 서울 도시농업 국제컨퍼런스])를 통해 볼 수 있다.
김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