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서울농부는 구립행복한숲어린이집입니다.구립행복한숲어린이집은 아이들의 텃밭경작 수확물 수익금으로 코로나19로 고생하시는 선별진료소 의료진들께 간식을 나눔 한 곳인데요. 그 선행에 만나러 가는 길이 즐거웠습니다. 오전 9시에 도착한 구립행복한숲어린이집은 등원하는 아이들로 왁자지껄했는데요. 참으로 생명력이 넘쳤습니다. 윤숙희 구립행복한숲어린이집 원장님과 인터뷰하고 아이들하고도 인터뷰하는데 어찌나 발랄하던지 웃음이 절로 났어요. 어린이집 이름 그대로 행복과 숲이 공존하는 구립행복한숲어린이집의 텃밭활동 이야기, 여러분께 공유합니다.숲에서 노는 아이들 '구립행복한숲어린이집'구립행복한숲어린이집은 어린이집 이름에 '숲'이 들어가는 만큼 유아숲교육 공식기관이다. 맨 처음 어린이집을 만들 때 이름을 공모했는데 행복한정원어린이집으로 만장일치로 결정했었다. 그런데 윤숙희 구립행복한숲어린이집 원장이 이 어린이집으로 오면서 구립행복한정원어린이집이 아니라 구립행복한숲어린이집으로 하자고 제안했고 그 제안이 받아들여져 구립행복한숲어린이집이 됐다.
"저는 어린이집 이름에 교육철학이 들어간다고 생각해요. 제가 여기로 오면서 어린이집 이름을 구립행복한숲어린이집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는데요. 그 이유가 정원에는 좋은 나무들, 비싼 나무들, 즉 특별한 나무들만 있잖아요. 그런데 숲은 그렇지 않아요. 숲은 존재하는 것들이 다양하게 있어요. 저는 아이들도 그렇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특별한 아이들만 존중받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아이들 모두가 다양성에 맞게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윤숙희 원장은 어린이집 이름에 위와 같은 교육철학을 담고자 했던 것이다.
"제 인생을 돌아보면 행복했던 순간이 고등학교 1학년 때였던 것 같아요. 서울에 살다가 집안 사정으로 전주로 전학가게 됐는데요. 학교에서 토요일마다 전주 기린봉에 갔어요. 한 시간 넘게 걸리는 그곳을 늘 갔는데 아무래도 저희가 너무 앉아만 있으니깐 갔던 것 같아요. 양이랑 염소 키우는 것도 보고, 이름도 모르는 꽃들도 보고, 저수지도 보고. 저한텐 힐링 그 자체였어요. 저는 숲이 우리 아이들에게도 분명히 그렇게 다가갈 거라 생각해요. 저희가 10년 넘게 꾸준히 숲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아이들도 숲에 가는 것을 좋아하고 부모님들도 엄청 만족해해요."
본지 기사가 취재하러 간 날인 어제(29일)도 숲 활동이 있는 날이었다. 오전부터 비가 추적추적 내렸지만 비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아이들은 익숙하게 우비를 입고 산으로 갔다. 아이들은 두려움 없이 흙도 만지고 벌레도 만졌다. 그리고 선생님들도 아이들을 가급적 터치하지 않았고, 넘어지더라도 스스로 일어나도록 유도했다. 숲에서의 아이들은 매우 건강하고 명랑하고 씩씩했다.
"오늘 가려고 하는 산에 대벌레가 많아요. 우리 아이들한테는 이런 벌레와 곤충이 친구예요. 몸에 붙이고 마스크에 붙이면서 놀아요. 우리는 벌레나 곤충을 접할 기회가 많이 없고 그래서 싫어하고 두려워하면서 잘 만지지도 못하잖아요. 근데 우리 아이들은 그렇지 않아요. 아주 자연스럽죠. 살아 움직이는 모든 것에 친근해요. 그리고 숲 활동은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도 안정감을 줘요. 흙을 밟고 걸으니 신체적인 발달에도 도움이 되고요. 어떤 환경보다 자연이 최고인 것 같아요."
이제 밭에서도 노는 아이들이렇게 구립행복한숲어린이집 아이들은 코로나19가 오기 전까지는 일주일에 두 번 숲에 갔었다. 그런데 작년부터 코로나19가 심각해지면서 숲에 가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아침에 어린이집에 오면 저녁까지 바깥 구경을 못했다. 코로나19가 풀리길 기다렸는데 너무 장기화되고 있어 다른 생태교육을 해야겠다 생각하고 텃밭활동을 시작했다.
윤숙희 원장은 작년 여름에 100시간에 달하는 도시농업전문가 양성과정을 들었다. 교육장소가 삼육대학교 그린교육센터여서 은평에서 노원까지 꽤 멀었지만 텃밭활동을 잘 하고 싶어 들었다. 교육을 듣는 대로 텃밭활동에 접목시켜봤다. 그렇게 하나씩 해 봤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텃밭경작을 시작했다.
맨 처음에는 땅이 없어 어린이집 놀이터에 조그맣게 텃밭을 경작하다가 양이 안 차 향림도시농업체험원에서 텃밭과 상자텃밭을 제공받았다. 아이들이 한 달에 한 번 정도 향림도시농업체험원에 가서 텃밭활동을 하고 있고, 상자텃밭은 추가로 더 구입해 어린이집 앞에 두고 상추, 고추, 토마토, 쪽파 등 다양한 작물을 심었고 미나리도 심었다.
"저희 어린이집은 음식재료를 주문하는 곳이 있기 때문에 텃밭에서 경작한 작물을 먹을 일이 많이 없긴 해요. 근데 저희가 어린이집 앞에 상자텃밭을 놓아두니 지나가시는 주민분들이 관심을 많이 보이시더라고요. 저희 작물을 한동안 물끄러미 바라보시는 주민분들도 계시고, 이건 이렇게 키우면 된다 등의 조언도 해 주시고. 참 좋더라고요. 저희도 필요하신 만큼 가져가시라고 말씀드리고요. 미나리도 심었는데 실은 저희는 미나리를 먹을 일이 없는데 주위에 사시는 어르신들이 매우 좋아하셨어요. 어떤 분은 지난밤에 좋은 꿈도 안 꿨는데 이런 행운이 어딨냐고 하시며 신나하시더라고요. 미나리는 온전히 주민분들과 다 나눴어요. 아이들한테도 텃밭활동이 참 좋아요. 아이들은 우리가 먹는 모든 작물은 마트에서 사 오는 줄 아는데 이렇게 직접 씨 뿌리고 경작해 수확해 보니 참 신기해해요. 저희가 고추를 수확했는데 지금 햇빛과 건조기에 말리고 있어요. 배추가 다 자라면 아이들과 김치도 담글 예정이에요."
이 밖에도 텃밭활동과 연계해 텃밭의 레몬밥과 페퍼민트로 꼬마비누도 만들고, 허브에 레몬과 시럽을 넣어 허브청도 만들었다. 이렇게 만든 허브청으로 카페놀이를 해서 허브에이드도 판매했다.
텃밭활동이 멈춰지는 겨울에는 실내에서 새싹채소를 키웠다. 새싹채소를 키우면서 새싹채소에 좋은 말 했을 때와 좋지 않은 말을 했을 때의 반응을 살펴보는 것을 했는데 정말 달랐다. 좋은 말을 했을 때 새싹채소가 잘 자랐다. 아이들과 이 과정을 함께 하면서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자기들이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됐다. 부모님들께도 이 과정을 보여드리면서 아이들 키울 때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등 부모교육을 진행했다.
은평구 보건소 선별진료소 의료진들께
따뜻한 나눔 실천한 아이들감당이 안 될 정도로 텃밭 수확물이 많았다. 이 많은 수확물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아이들이 경제활동을 경험할 수 있도록 연결해 봤다. 상표도 만들고 마켓간판도 만들고 가격도 정해서 상추 무게를 똑같이 재서 상표와 가격표를 붙이고 판매했다. 그렇게 해서 판매한 수익금이 86,000원이었다. 이 수익금을 좋은 곳에 쓰고 싶었고 아이들과 어디에 쓸지 같이 얘기했다.
"우리 아이들이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는데요. 가장 많이 나온 의견이 코로나19로 고생하는 의료진 여러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담아 선물을 드리자는 거였어요. 그래서 선물을 구입해서 포장도 하고 선물에 들어갈 편지도 직접 썼어요. 선물을 구입하는 것만 선생님들이 하고 나머지는 우리 아이들이 손수 다 했어요. (웃음) 저희가 은평구 보건소 선별검사소에 연락해 이렇게 이렇게 준비한 간식을 전달해 드린다고 하니 매우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렇게 해서 은평구 보건소 선별진료소 의료진들께 93개의 간식이 전달됐다.
'구립행복한숲어린이집' 골목을 마을정원으로윤숙희 원장은 텃밭에 작물뿐만 아니라 꽃도 있길 희망한다. 그래서 앞으로 하고 싶은 것은 골목골목에 텃밭과 정원이 어우러진 텃밭정원을 조성하는 것이다.
"저는 이웃주민들과 같이 우리 골목만큼만이라도 텃밭정원을 만들고 싶어요. 실은 기획했다가 못했어요. 올해 1년 농사를 지어봐서 이제 1년 농사 사이클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겠더라고요. 이때쯤에 어떤 작물을 심어야 하는지, 꽃도 어떤 꽃을 심어야 하는지.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내년에는 텃밭정원을 꼭 잘 만들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저희 예산도 사용해서 만들지만 저희 예산만으로는 부족하기에 이런 부분에 대한 지원도 많이 있으면 좋겠어요. 지금도 많이 도와주시지만 한 번 상자텃밭을 받으면 더 이상 상자텃밭을 받지 않아도 되니 상자텃밭 대신 비료나 거름을 지원해 준다든지, 작물 모종뿐만 아니라 꽃씨를 나눠준다든지 등 좀 더 다양한 지원이 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윤숙희 원장은 유용한 제안도 했다. 매년 도시농업관리사가 많이 양성되는데 동네마다 도시농업관리사를 묶어서, 가령 구립행복한숲어린이집은 역촌동인데 역촌동 도시농업관리사 그룹을 만들어 그분들이 역촌동에서 텃밭활동하는 곳에 방문해서 텃밭경작 관련해 지도해 주는 것이다. 물론 지금도 도시농업전문가분들이 도와주시지만 그렇게 좀 더 동네 단위로 체계화하면 훨씬 가깝고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것.
"저희 어린이집 앞에 있는 상자텃밭을 보시고 가던 길 멈추고 한참을 보고 계시는 주민분들을 보게 되는데요. 참 뭉클했어요. 저분들이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고향생각을 하셨을까, 이전에 살았던 동네를 생각하셨을까. 잠시 잠깐이지만 이 공간이 일상의 쉼터를 제공하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지금은 작물밖에 없지만 봄에는 다양한 꽃도 있었어요. 내년에는 좀 더 기획해서 텃밭정원을 잘 만들고 싶어요."
윤숙희 원장은 끊임없이 배운다. 어린이집에서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 있으면 원장부터 알아야 하고 알아야 보인다고 믿는다. 그래서 텃밭활동을 하기 위해 도시농업관리사 양성과정도 들었던 것이고 내년 쉼과 치유가 있는 텃밭정원을 만들기 위해 치유농업도 배우고 있다.
"치유농업을 배우면서 저에게 인상 깊었던 것이 예방적 차원의 치유농업이 필요하다는 거였어요. 지금 우리 어린이집이 하고 있고 앞으로 하고 싶은 것이 그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아이들에게 숲과 텃밭과 정원은 예방적 치유 그 자체라고 생각해요."
어린이들과 텃밭활동하는 것만으로도 힘들 텐데 골목을 생각하는 윤숙희 원장님의 마음과 에너지가 느껴져 인터뷰 내내 힘을 받는 시간이었습니다. 구립행복한숲어린이집이 주택가에 자리 잡고 있어 정말 윤숙희 원장님의 생각대로 되면 행복한 마을공동체가 움트겠다 생각했어요. 숲에서 밭으로, 어린이집에서 마을로 점차 다양한 연결을 시도하고 잘 해내고 있는 구립행복한숲어린이집의 내년 활동도 응원하고 지지합니다!박미경 책임편집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