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씨앗농장에서는 6월부터 한달에 한번 모여 토종씨앗 채종 전문가 과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토종씨앗 채종 전문가 교육은 텃밭보급소에서 주관하고 강의는 경기도도시농업시민협의회 대표이신 이복자 선생님께서 맡고 계십니다.
광명에 위치한 우리씨앗농장은 도시농부들이 모여서 토종씨앗과 함께, 생태적이고 자연 순환적인 농사와 관련 활동을 하면서 기후 위기에 대응하며, 토종씨앗 및 전통 농법의 가치를 재발견하여 유지, 보급하고 있습니다.
이번 과정은 다양한 토종 작물을 소개하면서, 이에 맞는 재배법과 채종법, 그리고 요리법 등을 소개했습니다. 기본 이론 강의를 마치고 밭을 둘러보면서 우리씨앗농장에서 재배하고 있는 다양한 토종작물들의 자람새와 특징들을 살펴보면서 교육생들은 설명에 집중하며 사진을 찍는 등 강한 열정을 보여주었습니다.
1강, 알면 보이는 토종씨앗(토종상추와 토종파), 2강, 토종감자의 특징과 육종방법, 3강, 과채류 특징과 채종법, 4강, 십자화과 품종별 특성, 5강, 아는 만큼 맛있는 토종(토종콩과 토종벼), 6강, 농사의 참맛, 종자 자급(종자 선별 및 씨앗 나누기)으로 계획되어 있고, 현재는 3강까지 진행됐습니다.
첫 교육의 주인공은 개셋바닥상추, 담배상추, 치마상추, 여덟달상추, 너브내상추, 평창적상추, 용설상추, 비나리상추, 바타비아상추, 평택적상추, 파란꽃상추였습니다. 생소하고 재미있는 이 이름들은 지역의 이름을 따기도 하고, 상추 잎의 모양이나 색상, 또는 처음 만든 사람의 이름을 넣어 만들었다고 합니다. 꽃대를 올리기 시작한 상추에는 쓴맛이 느껴졌고, 하늘하늘 치마상추는 단맛이 많이 나서 교육생들에게 인기가 좋았습니다. 특히, 꽃대가 생겨 질겨지고 쓴맛이 나기 시작하면 먹지 않게 되는 상추를 이용해 김치와 물김치를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꿀 정보까지 들을 수 있었습니다. 요즘은 연하고 단맛이 나는 상추만을 찾게 되는데, 다양한 모습만큼이나 여러 가지 맛을 보여주는 토종상추를 권하고 싶어졌습니다.
1강에서 함께 소개된 작물은 토종대파, 삼층거리파, 달래파, 쪽파였습니다. 씨앗을 채종하는 대파와는 달리 삼층거리파는 파 끝에 달리는 작은 파(종구)를 따서 심으면 되는데, 분얼을 많이 하므로 씨앗이 없어서 개체수가 적을까봐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습니다. 달래 맛이 나서 달래장처럼 양념장을 만들어 먹으면 맛이 좋은 달래파는 대파처럼 길게 자라지만 뿌리로 번식하여 쪽파에 해당됩니다. 교육생들은 토종파 종류별로 종구와 씨앗을 가져가셨는데 지금쯤 밭에 심으시고 토종씨앗을 채종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계시겠죠?
두 번째 교육에는 여러 종류의 토종감자를 직접 수확하고 특징들을 비교해 보았습니다. 이 날 공부하고 맛을 본 토종감자는 서홍감자, 강화분홍감자, 자영감자, 평택조선감자, 속노란홍감자, 묵정두지감자, 자주감자였습니다. 껍질과 속이 모두 자주색인 묵정두지감자는 쪄서 먹으면 살짝 아린 맛이 나서 반찬으로 해먹으면 적당할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그 아린 맛도 사람마다 그 정도가 다르게 느껴져 맛을 평가한다는 것의 한계와 재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부드럽고 단맛이 나는 속노란홍감자와 찰기가 많았던 자영감자는 많은 교육생들에게 맛으로 인정을 받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속노란홍감자는 요즘 개량종도 나와서 인기가 좋다고 합니다. 평택조선감자는 포슬포슬 바로 쪄서 먹기는 좋았지만 형형색색이면서 다양한 맛을 선사했던 다른 토종감자들에 비해 밋밋하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교육생들은 이렇게 각 작물들의 맛을 보면서 특징을 알아보는 이 시간에 더욱 활기찬 모습들을 보여주셨습니다.
일반적으로 수확한 토종 감자를 잘 보관해서 봄에 심어도 되지만, 8월 중순에 알감자를 심어 11월 중순에 수확하면, 겨우내 싹이 나지 않아서 씨감자로 쓰기에 더 적당하므로 이제부터는 가을감자에 도전해 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세 번째 강의는 무더운 8월에 토마토, 참외, 오이 등의 과채류를 맛보았습니다. 개구리참외, 사과참외, 금개구리참외, 괴산찰토마토, 진안토마토, 얼룩토마토, 소의심장토마토, 북방오이, 청주오이, 흑수박 등 알록달록 다양한 과채류는 눈과 입을 즐겁게 해주었습니다. 잘 익은 금개구리참외와 주황빛의 진안토마토는 단맛이 많이 나서 모두 감탄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과채류는 채종할 때 잘 익고 모양이 좋은 개체를 선택해 충분히 후숙 시킨 후 과육에서 씨앗만 분리해야 하는데, 이 때 흐르는 물에 체를 받치고 손가락으로 씨앗만 살살 밀어내어 빼면 수월하게 채종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평택조선감자, 묵정두지감자, 속노란홍감자는 자르지 않고 메추리알만한 알감자를 평이랑에 골을 얕게 파서 심었습니다. 나중에 조금씩 북을 주면서 두둑을 키워가며 감자 알이 클 수 있게 해주면 됩니다. 이 과정에서 호미, 낫, 괭이 등 다양한 농기구들을 쉽고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셨는데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정보에 교육생들의 감탄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습니다.
우리가 몰랐던 토종작물, 오래전부터 이 땅에서 변화하는 기후 풍토와 삶의 모습에 조금씩 적응하며, 여러 가지 모습으로 살아오고 있었던 우리 씨앗, 그 생명과 다양성을 지켜주고 싶습니다. 환경오염, 새로운 품종의 육성보급, 귀화 동식물로 인한 생태계 파괴 등으로 인해 토종 작물은 더욱 설 곳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호미 한 자루를 들고, 5평 텃밭에서 우리씨앗을 지키는 도시농부들의 작은 움직임들이 토종 생명의 다양성을 유지하는 원대함의 밑거름이 될 수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도시농부, 그들을 응원합니다.
김미경 도시농부기자단(씨앗스토리협동조합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