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서울농부는 정은의 서울농부입니다.환한 웃음으로 본지 기자를 맞이해 주신 정은의 서울농부님은 예상되는 질문에 맞춰 문서로 답변을 준비하고 활동 자료와 사진들도 정리해 오셨습니다. 이렇게 많이 준비하신 것을 보면서 이 시간을 얼마나 기쁘고 설레게 맞이하셨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습니다. 감사했습니다. 이달의 서울농부로 선정된 기쁨과 설렘이 가득했던 시간! 정은의 서울농부님의 텃밭 사랑을 독자 여러분께 들려드립니다.텃밭경작과 연계해 어린이집 텃밭교육 보물섬을 만들다정은의 서울농부는 작년 7월 어린이집에서 퇴직한 후 문래동 공공공지 도시텃밭과 옥상에서 텃밭경작을 하고 있다. 현재 하고 있는 텃밭경작의 즐거움은 보육교사 시절 싹트고 키워진 것이다. 물론, 보육교사로 근무하면서 농사를 처음 접했던 것은 아니다. 본가가 시골이라 어렸을 때부터 농사일을 돕고 보며 자랐지만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게 되면서 자연스레 농사에서 멀어졌다. 그러다가 어린이집 보육교사로 근무하면서 다시 시작하게 된 것이다. 정은의 도시농부는 퇴직하기 전까지 보육교사로 일하며 아이들과 텃밭활동을 활발히 했다.
아이들과 텃밭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게 된 것은 2016년 텃밭 멘토링 지원을 받으면서다. 텃밭 멘토링 선생님이 2주에 한 번씩 오셔서 텃밭 관련 멘토링을 해 주셨고, 정은의 도시농부는 전반적인 텃밭활동을 책임졌다. 다른 어린이집 선생님들도 텃밭 멘토링 선생님에게 배우면서 아이들을 지도했다. 텃밭경작을 아이들 교육 프로그램과 연계했고 다양한 활동을 시도했다.
먼저 가정연계활동으로 텃밭 작물 전시회를 했다. 어린이집 텃밭에서 자라고 있는 작물을 사진으로 찍고 크게 확대해서 작물의 이름과 언제 심었는지, 언제 열매가 열리는지 등 작물에 대한 설명을 적고, 가정에서도 키우고 있는 식물이나 작물, 또 동물과 곤충 등도 사진을 찍어서 보내달라 해서 그것들을 한데 모아 텃밭 작물 전시회로 진행한 것이다. 이렇게 모아보니 40여 종이었다. 일주일 정도 진행했는데 호응이 엄청 좋았다. 텃밭 작물 전시회 할 때 텃밭 작물 가져가시라고 하니 좋아하시면서 많이 가져가셨다.
2017년부터는 가정연계활동으로 <텃밭 가족 물 주기 활동>을 진행했다. <텃밭 가족 물 주기 활동>은 어린이집이 쉬는 주말이나 공휴일에 진행했던 활동으로, 주말에도 텃밭에 물을 줘야 하는데 그것을 선생님들의 역할로 하거나 강제로 각 가정이 돌아가면서 하면 재미도 없고 실행도 안 될 것이었다. 그래서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누어 물 주기 참가신청서 안내문을 배부하고, 참여 아동을 취합했다. 물 주기 활동을 실행하고, 12월 시상식을 진행했다. 어린이집에 어린이들이 180여 명이었는데 참여하는 어린이들이 80여 명 정도였다.
"이렇게 진행하니깐 강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하게 돼서 무척 재밌게 즐겁게 했어요. 또 텃밭에 정자가 있었는데요. 거기에 물뿌리개와 수건, 물, 음료를 같이 놔두니 텃밭 작물에 물 주고 난 후 가족들이 함께 정자에서 얘기를 많이 나눴어요. 아이들은 자기들이 키우는 작물을 가족들에게 열심히 소개했고요. 그리고 이렇게 물 주러 오는 가정에는 예를 들면 고추 2개, 오이 1개, 방울토마토 3개를 먹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어요. 엄청 활성화됐어요. (웃음)"
그래서 물 주기 활동도 상반기와 하반기 나눠서 진행했다. 작물들도 잘 자랐고, 연말에는 크리스마스 행사하면서 텃밭 가족 물 주기 활동 시상식도 진행했다. 상장과 작은 선물을 줬는데 가족들이 참 좋아했다. 그다음 해에도 이어서 진행했는데 신청자가 너무 많았다.
같은 해에 각 연령(만 1~5세) 별 수준에 맞추어 텃밭활동을 진행한 내용을 공유한 <자연에서 놀며 자라는 배움 텃밭정원> 책이 나오게 되었는데 정은의 서울농부도 어린이집 텃밭도서 발간에 공동편집교사로 참여했다. 더불어 배움텃밭공동체협회에서 주최하는 <가을 텃밭 힐링 토크 콘서트>에도 참여하면서 힐링의 시간을 가졌다.
2018년에는 <텃밭 동화 전시회>를 진행했다. 텃밭과 관련한 동화책을 공동으로 읽고 공동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만 1세 어린이들 중 편식이 심한 어린이들이 있었는데 동화 이야기를 "나는 뭐든지 잘 먹고 편식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로 구성하니 아이들 모두 텃밭에서 나온 작물을 가리지 않고 잘 먹었다.
또한 가정연계활동으로 어린이집 텃밭에서 수확한 작물을 집으로 보내 주고 가족과 함께 요리해 먹고 그에 대한 아이들의 반응이나 양육자의 생각을 공유하면서 가정과의 소통도 원활히 이루어졌다.
"이렇게 텃밭활동을 하면서 느낀 게 참 많은데요. 가장 많이 느낀 것은 아이들이 호기심이 정말 많다는 거예요. 어른보다 더 많아요."
<맛있고 신나는 텃밭 오감 활동>을 통해 자기들이 수확한 것을 직접 손으로 만져보는 등 오감으로 텃밭작물을 느껴보는 오감활동을 했다. 감자를 캐고 씻어서 자기가 굴려 보기, 배춧잎 치마 입고 춤추기 등 다양한 활동도 진행했다.
"아이들 참 귀엽죠? (웃음) 이런 텃밭활동이 혼자만이 아니라 친구들과 함께 하는 바깥활동이잖아요? 그러다 보니 아이들 관계도 좋아졌어요. 기분이 좋으니깐 다툼도 줄어들었죠."
더불어 텃밭활동은 양육자나 교사에게서 받기만 하는 존재였던 아이들이 직접 작물을 재배하고 관리하면서 스스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효과도 가져다주었다.
정은의 도시농부는 "이런 텃밭활동은 영·유아들에게 식물의 성장과정, 수확의 기쁨, 작물과의 대화를 통해 정서적 안정감을 갖게 하고요. 잡초 제거, 물 주기 활동은 노동의 보람,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것 등을 느끼게 하는 소중한 활동이에요"라고 말한다.
이렇게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로 일하며 텃밭활동을 담당한 것이 정은의 서울농부에게도 힐링이 됐다. 어린이집에서 직접 수확한 것을 바구니에 담아 아이들 하원할 때 아이들과 양육자들이 자유롭게 먹게 했는데 싱싱하고 맛있다며 정말 좋아했고, 그런 모습들이 정은의 서울농부를 힐링 되게 했다. 아침저녁으로 작물을 관리하고 벌레도 잡고 주말이나 공휴일에도 나가 보는 등 정말 재밌게 했다.
텃밭경작과 연계해 이웃과 대화를 시작하고 정을 만들다그래서 정은의 서울농부에게 텃밭경작은 퇴직 후에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문래동 공공공지 도시텃밭과 옥상에서 텃밭경작을 했는데, 옥상텃밭은 원래 해 왔었고 문래동 공공공지 도시텃밭은 직장 다닐 때 분양 신청 시기를 놓쳐 못 했다가 올해 딸이 신청한 텃밭이 돼서 가족들이 함께 텃밭을 경작하고 있다. 그렇게 하다 보니 가족 간 우애도 더욱 좋아지는 것 같다.
요즘 가장 안타까운 점이 14년 동안이나 같은 아파트에 살았는데 모두 자기 살기 바쁘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웃에 관심이 없다. 서로 말 섞는 것도 싫어한다. 정은의 서울농부도 그렇게 살았는데 텃밭에서 수확한 작물 나눔을 하면서 달라졌다.
텃밭에서 수확한 작물의 양은 항상 많다. 그래서 교구 식구들에게 갖다 드렸다. 딸 시어머님에게도 드렸다. 다들 정말 좋아하셨다.
이웃분들에게도 나눠 드리고 싶었다. 먼저 아래층 이웃주민에게 갖다 드려야겠다 생각했다. 정은의 서울농부 집에는 아이들이 없어 층간소음이 거의 발생하지 않지만 그래도 위 아래층 살면서 불편한 점이 있을 수도 있으니 아래층 이웃주민에게 먼저 전해주고 싶었다. 상추를 깨끗이 씻고 정성스럽게 담아 가지고 가서 벨을 눌렀다.
"누구세요?""2105호인데요.""무슨 일이세요?""아, 제가 상추 좀 드리려고요.""아, 네. 잠시만요."문이 열렸고, <안녕하세요! 2105호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저희 가족이 텃밭을 가꾸고 있어요. 작지만 수확한 상추를 나누며 먹으려고 합니다. 사랑과 정성으로 무농약으로 키운 상추 맛있게 드시고 더운 여름 건강하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적은 안내문을 붙인 작물을 드렸다.
어느 날 나오는 길에 엘리베이터에서 그 이웃과 마주쳤다.
"상추 정말 맛있게 먹었어요.""텃밭에서 직접 재배한 건데 정말 맛있죠?"이웃과의 대화가 자연스레 오고 갔다.
정은의 서울농부는 이후에도 아파트 이웃들과 관리소장, 경비노동자와 청소노동자, 그리고 가족들의 지인들한테도 텃밭작물을 나눔 했다.
특히, 경비노동자분들과 청소노동자분들은 대부분 점심식사를 싸 오시거나 직접 해 드시는 것을 알고 직접 만든 쌈장을 가지고 점심시간에 맞추어 상추를 갖다 드렸다. 그랬더니 다들 엄청 고마워하셨다.
구두 수선하러 가서 구두 수선하고 텃밭작물 한 봉지 드렸더니 "정말 고마워요"라고 하셨고, 자주 가는 미용실에도 텃밭작물 드리며 이달의 서울농부 됐다고 인터뷰하러 간다고 하니 "정말 도시농부가 다 되셨네요. 오늘 드라이는 서비스해 드릴게요"라며 인터뷰 잘 하고 오라고 하셨다. 또 남편 지인이 몇 호인지는 모르지만 옆 동에 사는데 남편에게 그분에게도 나눠주자고 하니깐 남편이 좋다고 그분에게 전화했다. 그러면서 이웃과 전화하게 됐다.
"정말 이렇게 텃밭을 매개로 이웃 간에 정도 생기고 유대감도 싹트니깐 정말 즐겁고 뿌듯해요. 텃밭과 함께 하는 삶이 참 행복해요."
텃밭경작과 연계해 이제 어르신들의 행복을 만들겠다정은의 서울농부는 시골에서 자라며 집에서 농사를 지었기 때문에 텃밭경작하는 게 어렵지 않았는데 남편은 달랐다. 바닷가에 위치한 고흥이 집이어서 텃밭을 경작해 보지 않았다. 그래서 정은의 도시농부가 텃밭을 경작해도 크게 관심이 없었고 가끔씩 텃밭에 데려다주고 오면서 텃밭을 보는 것이 전부였는데 이제 남편이 더 전문가가 됐다. 현재 정은의 서울농부는 문래동 공공공지 도시텃밭을, 남편은 옥상텃밭을 관리하고 있는데 그러면서 서로 잘 했다고 자랑하기도 한다. 또한 같이 애벌레도 잡고 진딧물도 잡고, 주민센터에서 EM 발효액을 받아와서 뿌려주기도 한다. 남편과 같은 취미를 갖게 된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같이 30분 예배드리고 옥상텃밭에 물 주기 한 시간 하고 나면 힐링 되고, 저녁식사하고도 한 시간 옥상텃밭에 들린다. 이렇게 남편과 같은 취미를 가지니 대화도 더 많이 하게 된다. 요즘같이 바람 좋은 날, 남편과의 텃밭경작이 더욱 즐겁다.
정은의 도시농부는 퇴직 후에 부지런히 배웠다.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로 근무하면서 사회복지사 교육은 다 받았는데 실습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퇴직하자마자 사회복지사 실습을 했다. 요양보호사 자격증도 땄다. 정리수납도 배우고 캘리그래피도 배우고 요리도 배웠다.
특히, 올해 4월 29일부터 5월 20일까지 관악구에서 텃밭경작 관련 4회기 교육을 받았는데, 텃밭활동에 많은 도움이 됐다. 그 교육은 텃밭의 종류, 텃밭작물 심는 방법, 텃밭작물 식재 후 관리 방법, 꼭 알아야 할 식물병, 해충과 친환경 방제법 등을 다뤘는데 매우 유익했다.
이렇게 활발히 배웠던 정은의 서울농부는 다음 달부터 어르신 활동지원사로 활동을 시작한다.
정은의 서울농부는 "어린이집에서 텃밭 담당교사로 활동하면서 축적된 다양한 활동을 어르신들에게 접목시키고 싶어요. 그래서 치매도 예방하고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가질 수 있도록 텃밭작물과 반려식물을 같이 키우고 관찰하면서 대화도 많이 하려 해요. 그리고 어르신들에게도 텃밭 관련 동화책을 읽어드리면 좋아하실 것 같아요. 어르신들 대부분이 시골에서 사셨던 분들이라 그런 동화책을 읽어드리면 옛날을 회상하며 좋아하시지 않을까 싶네요"라고 정은의 서울농부는 새로운 일에 대한 기대와 포부를 밝혔다.
이어 "우리 텃밭은 작지만 두 군데에서 하고 있고 집에서 100개가 넘는 화분이 있어 이 모든 것이 가족의 정서 함양에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삭막한 도시에서 이웃들이나 교회 공동체와도 나눌 수 있고 남편도 함께 하면서 퇴근 전후 힐링을 해서인지 건강을 유지하고 있어요.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내년에는 문래동 공공공지 도시텃밭에는 세종문화회관 건립 관계로 더 이상 할 수 없고 아파트 옥상에도 문자동 잠금장치를 설치한다고 해요. 그럼 옥상텃밭을 할 수 없어요. 바람이 있다면 서울시에서 아파트 옥상에 부분적이라도 텃밭활동을 할 수 있도록 조례라도 개정해 준다면 주민 우애와 정서 함양에 도움이 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인터뷰하는 내내 정은의 서울농부님의 텃밭사랑이 정말 많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행복해 보이셨습니다. 신나는 어린이집 보육교사로 근무하며 아이들과 함께 했던 텃밭활동의 아이디어는 제가 그동안 들어보지 못했던 기발한 것들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퇴임 후에도 텃밭과 함께 하는 삶은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문래동 공공공지 도시텃밭도 옥상텃밭도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정은의 서울농부님은 진심으로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셨습니다. 개인의 행복과 힐링만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정은의 서울농부님이 텃밭을 통해 관계를 맺었던 모든 이들의 행복과 힐링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도시농업으로 싹텄던 이웃 간 정, 공동체의 유대감이 지켜졌으면 좋겠습니다.박미경 책임편집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