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서울농부는 임장수 서울농부입니다.임장수 서울농부는 서울농부포털 <현장 뽐내기> 게시판에 글과 사진을 자주 올려 부지런한 서울농부의 면모를 보여주었는데, 직접 만나 인터뷰해 보니 정말 부지런한 농부였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익힌 새벽 4시에 일어나는 습관은 예순 한 살인 지금도 유지하고 있을 정도인데요. 다만, 초등학교 4학년 때는 부모님 손에 이끌려 농사지으러 갔다면 지금은 스스로 텃밭을 경작하러 갑니다.임장수 서울농부의 텃밭사랑, 한 번 들어보실래요?농사가 삶의 그 자체임장수 서울농부는 영등포구에 살고 있지만 텃밭은 경기도 수원과 양주에 있다. 현재 예순 한 살인 임장수 서울농부가 서울농부로 텃밭을 경작하기 시작한 것은 3~4년 전부터지만, 그 뿌리는 초등학교 4학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임장수 서울농부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집이 충남 공주인데 농사를 짓고 있었고 부모님이 11살 때부터 새벽 4시에 깨워 밭에 데리고 갔다. 그땐 담배농사를 많이 지었다. 그 후 새벽 4시에 일어나 농사일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상이었고, 중학생 때와 고등학생 때는 주말에 농사를 지었다.
임장수 서울농부는 2001년에 서울로 올라왔는데 서울로 올라왔어도 주말마다 부모님댁으로 가서 농사를 지었다. 아버님이 대학교 4학년 때 돌아가셔서 어머님 혼자 농사를 지시는 것을 돕기 위해서였다. 임장수 서울농부는 부모님으로부터 농사를 배운 바 있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농업기술센터의 농업연구사나 마을 이장 등에게 물어가며 농사를 지었다. 농사를 짓기 시작한 초등학교 4학년 때가 1971년이었으니, 농사지은 지 벌써 40년 정도 된 셈이다.
다른 형제도 있었는데 부모님이 유독 임장수 서울농부에게만 농사를 시키셨다고 한다. 두 살 때 뇌성마비 장애를 갖게 된 임장수 서울농부의 자립성을 높이기 위한 부모님의 마음이었다고 임장수 서울농부는 이해한다. 힘들 법도 한데 원망 한 번 한 적이 없다. 왜냐하면 어머님이 임장수 서울농부를 8살까지 24km가 되는 거리를 업고 다니셨고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2년 간은 8km를 업고 다니셨다고 한다. 침을 맞아야 그나마 움직일 수 있다고 해서 침도 맞혔기 때문이다. 부모님의 그런 고생에 대해 임장수 서울농부는 부모님이 하지 말라는 것은 절대로 하지 않았고 농사도 묵묵히 지었다. 어린 나이에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농사짓는 것이 싫었을 것 같기도 한데 그렇지 않았다. 부모님을 따라 농사지으러 가는 것이 그저 좋았다.
그런 농사 경험 때문인지 임장수 서울농부는 그가 다녔던 수원에 있는 회사의 공터를 그냥 스쳐 지나칠 수 없었다. 그냥 두면 풀만 무성하게 자랄 그 땅에 텃밭을 만들면 덧없이 좋을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회사 측에 얘기한 끝에, 텃밭 경작을 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다. 그 후 친척을 통해서도 양주에 텃밭 경작할 땅을 빌렸다. 이렇게 임장수 서울농부는 수원과 양주에 텃밭을 경작할 땅을 가지게 됐다.
▲ 양주텃밭 전경
텃밭은 최고의 힐링공간임장수 서울농부가 일구는 텃밭은 수원 약 100여 평, 양주 약 200여 평 정도이다. 매일 평일 오전 6시 30분까지 출근해 업무 시작 전까지 수원의 텃밭을 일궜고, 주말에는 양주에서 텃밭을 경작했다. 올해 연말에 정년퇴직 예정이라 현재는 양주텃밭을 주로 경작한다.
임장수 서울농부는 상추, 양배추, 부추, 고추, 대파, 완두콩, 감자, 고구마, 토란, 토마토, 가지 등 정말 다양한 작물을 경작한다. 솔직히 자신의 아픈 몸으로 혼자 텃밭을 경작하는 것이 쉽진 않다. 그럼에도 스스로 생각해도 정말 열심히 한다. 이를 악물고 한다. 그렇게 하는 이유가 있다. 텃밭은 임장수 서울농부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농작물을 가꿀 때 농작물이 자식 같다고 하는데 임장수 서울농부에게는 연로하신 부모님 같다.
"자식은 아프면 아프다고 얘기하잖아요. 아기 땐 배고프거나 불편하면 울고요. 그러면 분유도 주고 기저귀도 갈아주잖아요. 그런데 부모님들은 아프다는 말씀을 안 하세요. 저희 어머님이 작년에 돌아가셨는데요. 마음이 아픈 게 저희한테 아프신 걸 말씀하지 않으셨어요. 농작물도 마찬가지예요. 농작물도 말을 못 하잖아요. 그래서 연로하신 부모님을 살펴 드린다는 마음으로 농작물을 살피고 있어요."
임장수 서울농부가 경작하는 다양한 작물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작물이 있다. 바로 부추다. 태어나기 전부터 집에서 키워 먹던 부추라 임장수 서울농부는 자기와 함께 자란 것이나 다름없다 여긴다. 지금까지 수십 년 간 길러 먹고 있고 볼 때마다 어머님 생각이 많이 나서 아예 고향인 충남 공주에서 그 뿌리를 가져와 수원과 양주 텃밭에 심었다. 그 부추를 심고 키우면서 우리 어머님도 이렇게 평생 부추농사를 지었을 텐데라는 생각을 하며 어머님에 대한 그리움을 나눈다. 어머님은 작년에 돌아가셨다.
임장수 도시농부는 어머님에게 전해 받은 농사지식도 전해줬다.
"5년 전에 굉장히 바빴을 때였는데 어머님이 오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내려갔는데 어머님이 고추 줄들 묶자고 하셨어요. 평소에는 빨래집게로 묶는데 여름에 태풍이 엄청나게 세잖아요. 그러면 고추가 심하게 흔들리고 빨래집게가 감당을 못하는데 묶는 방법을 알려주셨어요. 그렇게 하니깐 태풍이 와도 쓰러지지 않는 거예요."
이어서 농약병뚜껑에 대한 지식도 알려줬다.
"농약병 있잖아요. 시골에는 연로하신 분들이 많아 농약별의 라벨이 잘 보이지 않아요. 그래서 농약병뚜껑으로 표시를 하는데 어떻게 하는지 아세요? 뚜껑 색깔을 다르게 하는 거에요. 제가 녹색성장을 좋아해서 녹색을 좋아하는데요. 살충제는 뭐죠? 벌레를 죽이는 거잖아요. 벌레를 죽이고 나면 농작물이 살겠죠. 그래서 모든 살충제가 녹색 뚜껑이에요. 제초제는 풀을 제거하는 건데 풀이 죽이면 무슨 색이 되죠? 노란색이 되죠. 그래서 노란색 뚜껑이에요. 전착제는 비가 와도 침투 잘 하라고 흰색 뚜껑이에요. 참, 현명하죠? 저도 몰랐는데 어머님이 알려주신 거예요."
임장수 서울농부는 그런 어머님에 대한 애틋한 마음의 자리를 홀로 감당하고 있지는 않았다. 손주가 그 곁을 함께 하고 있었다. 손주와 같이 양주텃밭에 감자 10kg을 심었다. 거짓말 같지만 여덟 살 손주가 직경 10cm 구멍을 뚫고 감자알을 다 심었다. 세 고랑을 다 했다. 다섯 살 때는 대파 경작을 함께 했는데, 대파가 매운데도 자기가 직접 경작한 거라 다 깠다. 편식도 자연스럽게 줄었다.
임장수 서울농부는 녹색성장에 관심이 많고 지구온난화에 심각성을 느껴 자동차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래서 집에서 수원이나 양주에 있는 텃밭에 가려면 시간이 꽤나 걸리는 편이다. 예를 들어 수원에 있는 텃밭에 가려면, 지하철을 타고 수원까지 가야하고, 수원에서 텃밭까지 꼬박 50분을 가야 한다. 집에서 오전 5시 30분에 나가면 7시 30분에 도착한다. 그렇게 아침도 안 먹서는 텃밭의 풀을 뽑고, 벌레도 잡아 주고 영양제도 준다. 그러다 보면 오후 1시다. 집에 오면 오후 3시인데 배고픈 줄도 모른다.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은 텃밭이 주는 기쁨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텃밭에 들어서면 굉장히 힐링이 된다. 텃밭에 가는 순간 그곳은 내 세상이 된다. 정말 기분이 좋다.
▲ 임장수 서울농부가 수십년 째 길러 먹고 있는 부추
▲ 임장수 서울농부 어머님이 알려주신 고추 줄 묶는 방법
▲ 임장수 서울농부 손자와 함께 심은 감자
과학적으로 짓는 농사40년 동안 농사를 지었으면 최고의 전문가라는 생각이 드는데 임장수 서울농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사에 대한 지식을 계속해서 채우고 싶어 한다. 대표적인 것이 도시농업관리사 공부를 해 자격증을 따고 싶은 것이다. 올해 정년퇴직을 하면 시간도 많이 있기에 꼭 도전해 볼 예정이다.
더불어 현재는 코로나19로 쉽지 않지만 지역의 도시농부학교 등도 들으면서 텃밭을 경작하는 도시농부들과 더 활발히 교류하고 농사에 대한 지식도 많이 넓히고 싶다.
물리를 전공하고 화학을 부전공 한, 그리고 기상 관련 일을 오랫동안 해 온 임장수 서울농부는 과학적으로 농사를 짓고 싶어 한다. 그만큼 관련 제안도 많았다.
임장수 서울농부는 "도시농부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이 날씨의 변화다. 일기예보에 나오는 온도, 습도, 강수량 등은 모두 위치 기준이 정해져 있어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위치와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양주텃밭도 양주시청과 8km 정도 거리가 있는데, 그 거리에서도 기온과 강수량의 분포가 확연히 차이가 난다. 전국에 AWS(자동기상관측장비)가 600개 정도 있는데 이것을 활용하면 누구라도 자기 텃밭 환경의 상황을 정확히 알 수 있다. 멀리 떨어져 있는 텃밭이지만 잘 일굴 수 있는 비결이다. 데이터를 가지고 있으면 내 텃밭에 작물을 언제 심어야 하는지, 물은 언제 얼마큼 줘야 하는지 정확히 알 수 있다. 특히 봄철에 가장 중요한 것은 최저 기온이기 때문에 그것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서울특별시 농업기술센터에 가면 종합분석실이 있는데 토양 식물체 분석 처방, 유용미생물(EM) 배양 보급 등 친환경 농산물 생산을 위한 과학영농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는 곳으로 주요 작물 토양 및 식물체 분석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이곳은 토양과 식물에게는 종합병원 같은 곳이다. 토양의 경우는 기기로 검출된 유기양분들 수치를 근거로 토양시비처방전을 내려주고, 식물의 경우는 현미경을 통해 병균 형태를 보고 진단해 해결방안을 알려준다. 임장수 서울농부는 "이런 기계들이 많이 보급돼 텃밭 상태를 제대로 알고 과학적으로 농사지을 수 있도록 하면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임장수 서울농부는 문래도시텃밭의 텃밭분양방식에 대해서도 "문래도시텃밭을 1등으로 신청했는데 떨어졌어요. (웃음) 그건 괜찮은데 한 가지 제안이 있다면 매년 그렇게 텃밭을 신청하고 무작위 추첨해서 배당해도 좋지만 그렇게 하다 보면 일년생 밖에 심지 못해요. 다른 텃밭 보면 연속성을 갖고 텃밭을 경작할 수 있는 곳도 있는 것 같은데 제 생각에는 다년생도 경작할 수 있도록 매년 새롭게 바꾸기보다는 몇 년 간 경작하게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라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임장수 서울농부는 "서울은 열섬효과가 굉장히 심해요. 제 생각에 이걸 완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저탄소 탄소중립을 위해 노력하는 것인데요. 서울시 자치구들의 기온 분포를 보면 녹지분포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나요. 그렇다고 아스팔트를 다 걷어낼 수는 없으니 길가의 빈 공간에 작물을 심게 하면 좋을 것 같아요. 뭔가 거대하게 텃밭을 조성한다거나 학교에 텃밭을 만들려고 하면 돈이 많이 들잖아요. 노인들이 자신의 시간을 텃밭을 경작하는 데 사용한다면 운동도 되고 근력도 생기고 성취감도 생기고 힐링도 되니깐 좋을 것 같아요.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도 있고요. 이것이야말로 우리의 희망이자 미래라고 생각해요."라며 녹색성장을 위한 도시농업의 역할을 제안했다.
▲ 양주텃밭 한 켠의 퇴비간
40년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 동안 농사를 지어온 농부답게 농사에 담긴 많은 추억과 그리움이 묻어나는 인터뷰였습니다. 더불어 임장수 서울농부님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발휘하고 또 능력을 키워서 양질의 도시농업 활동을 펼치려는 열정을 정말 배워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서울도시농업 발전을 위한 임장수 서울농부님 함께 해 주시길, 더욱 활발한 활동 기대하겠습니다.박미경 책임편집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