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년간 가을마다 배추를 후원해 주시는 철원의 이광휘 농부와 그의 아내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전달하고자 알코올 의존자 재활시설인 내동화세상 회원들이 농활에 나섰습니다. 지난해 배추 수확 때는 봉사활동도 하고 배추를 수확하여 가져오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그 때 당시는 회원들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봉사는 포기하고 수확한 배추만 싣고 오는 오류를 범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올 해는 한사코 거절하는 걸 설득하여 양파 수확 자원봉사를 나갔습니다.
가는 길 내내 기존 회원들은 ‘아무리 힘들어도 이번에는 끝을 보겠다’는 다짐을 하고, 이광휘 농부를 모르는 신규 회원들에게 농부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갖도록 하기 위해 길을 나섰습니다. 의욕이 넘치는 회원들을 보며 우리 작은 텃밭에서 일하기 싫다며 투덜대던 회원들이 맞나 하는 의심을 했습니다.
새벽 5시 30분이 되어 도착하자 뜨끈한 떡국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회원들은 맛있게 떡국을 먹고, 할 일을 받았습니다. 양파의 파종시기, 수확시기, 수확방법 등에 대해 설명 듣고 우리의 임무인 양파 대를 자르는 간단한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우리 회원들에게는 녹녹치 않은 일입니다. 조금만 움직여도 지치는 회원들의 건강상태를 고려하여 잠깐 일하고 쉬도록 하였지만 회원들은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양파 대를 자르고 양파를 나르는 내기도 하고, 힘들어 보이는 회원을 거들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활기차고 협동하는 모습에 이광휘 농부는 “땅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정직하고 성실하게 일하면 그만큼 보상이 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회원들은 오늘 정직하게 땀 흘리며 일하는 모습에서 희망을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해가 뜨지 않고 날씨도 선선해서 11시 30분까지 작업을 하고, 우리 앞에 놓인 것은 따뜻한 마음이 담긴 백숙입니다. 이 닭은 농부 부부가 정성스럽게 키우는 토종닭입니다. 이 맛은 어렸을 적 시골 외할머니가 바로 잡아 상에 올려주셨던 그 맛입니다. 농가의 어려운 일을 도우려고 갔다가 시골 인심이 아직도 이렇게 살아있다는 걸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지칠 법도 한 회원들의 체력에 또한 놀랐습니다. 일을 마치고 우리들이 작업한 양파 중 가장 큰 것을 골라 양파가 담긴 자루 10개를 차에 실어주셨습니다. 거절했으나 일한 품삯이라며 굳이 실어주시니 감사하게 받아 돌아오는 길, 나이 지긋한 회원이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며 미소를 지었습니다. 철원의 여유로운 경치는 ‘지치고 피곤하다’는 말을 늘 입에 달고 사는 우리 회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로 돌아왔습니다.
지치고 피곤할 만도 한데 회원들은 양파를 내리고 옥상에 널어 말리는 작업까지 마무리하고 나서야 각자 방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며 그동안 회원들의 무기력함에 속상했던 마음이 모두 풀렸습니다. 이번 농활에서 땅이란 것이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을 보며 땅이 작물로 사람을 배불리고, 마음을 여유롭게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한 날, 모든 농부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원옥분 서울농부기자(도봉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