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찌꺼기가 넘치는 세상이다. 연간 배출량이 15만 톤이니 허풍만은 아니다. 이런 커피 찌꺼기도 자원이 된다. 대표적인 게 퇴비로의 변신이다. 환경 부하를 줄이면서도 토양에는 보약으로 쓸 수 있는 방책이다. 이게 바로 마당 쓸고 돈 줍는 격이다. 만들기도 쉽다. 위생적인 데다가 커피 향까지 은은해 집안에서도 혼자 할 수 있다. 준비물도 간단하고 돈도 들지 않는다.
커피찌꺼기를 퇴비로 만들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준비물이 필요하다. 우선 뚜껑 달린 스티로폼을 하나 주워온다. 10ℓ크기가 무난하다. 이때 스티로폼 바닥에 여러 군데 구멍 뚫는 수고로움은 따른다. 혹시 발생할 수도 있는 과잉수를 배출할 목적이다. 뚜껑에도 듬성듬성 뚫어준다. 발열하면서 생기는 수증기를 빼내기 위함이다. 뚜껑 안쪽에 맺히는 결로 현상(물방울)을 막을 수 있다. 볼펜 두께 정도의 구멍이면 된다.
커피찌꺼기도 얻어 오자. 집 주변 커피숍으로 발걸음하면 된다. 이삼일 전에 부탁하면 헛걸음 하는 일은 없다.
마지막으로 챙길 게 발효 촉진제다. 커피찌꺼기 퇴비 전용 발효제를 구입할 수도 있지만 텃밭에서 쓰는 일반 퇴비 한 줌으로 가능하다. 이마저도 구하기 어려우면 밭 흙 한 사발로 대체할 수 있다. 숲 속의 부엽토를 채취할 수 있다면 그 또한 유용하게 쓰 수 있다.
퇴비화과정의 필수 요소는 수분과 탄질률을 맞추는 거다. 퇴비화에 요구하는 수분 함량은 60%, 탄질율은 20~30:1 범위다. 다행스럽게도 커피전문점에서 배출되는 커피찌꺼기는 위 두 조건을 충족한다. 이런 커피찌꺼기 대부분은 손으로 쥐었을 때 촉촉한데 그런 감촉을 수분 60%로 본다. 물론 업소마다 배출되는 과정이 다를 수는 있지만 큰 차이는 없다.
탄질율 또한 교정할 게 없다. 커피찌꺼기 그 자체 탄질율이 25 내외이기 때문이다. 요구하는 탄질률에 안성맞춤이다. 뭘 넣고 빼고 할 것도 없이 그대로 쓰면 된다는 의미다. 참고로 탄질률이란 탄소 대 질소의 함량비를 말한다.
재료 준비가 끝났다면 이렇게 해보자(커피찌꺼기 10ℓ기준). 크기가 넉넉한 용기에 커피찌꺼기를 넣고 준비한 발효제 두 줌 분량을 첨가한 후 골고루 섞는다. 사용하는 발효제는 조금 덜 투입하거나 많이 들어가도 문제될 게 없으니 정밀하게 계량하지 않아도 된다.
혼합이 끝나면 뚜껑을 닫고 한갓진 곳에 둔다. 보통 이틀이 지나면 따뜻하게 발열이 시작된다. 발효가 진행된다는 의미다. 열흘에서 보름이 지나면 발열온도는 대기 온도 수준으로 떨어진다. 퇴비더미 속에 산소가 고갈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미생물들이 호흡을 못해 활동을 멈췄다는 신호다.
이때 뒤집기 작업을 한다. 처음 혼합할 때 썼던 용기에 내용물 전부를 쏟고 아래 위가 골고루 섞이도록 재혼합한다. 이 작업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산소 공급이 이뤄진다. 이때 내용물이 건조해졌다면 물을 조금씩 첨가하면서 최초의 질기로 맞춰준다.
이런 뒤집기 작업을 보름 간격으로 3~4회 반복한다. 이 후는 발열은 나타나지 않는다. 발효가 끝나간다고 생각해도 좋다. 이후 숙성(한 달) 기간을 거쳐 사용한다. 이렇게 퇴비로 변신한 커피찌꺼기는 풋풋한 흙냄새와 함께 희미한 커피향을 토해낸다. 안심하고 쓸 수 있다는 반증이다. 거실 화분에도 넣을 수 있고 텃밭 거름으로도 쓸 수 있다.
이 공정이 익숙해지면 다음 단계로 업그레이드 해보길 권한다. 커피찌꺼기에 다른 부산물을 더해 퇴비의 기능을 강화하는 방법이다. 부산물로는 깻묵과 버섯폐배지를 추천한다. 커피찌꺼기에 깻묵이나 버섯폐배지를 7:3비율로 혼합해서 사용하는 방식이다. 깻묵은 커피찌꺼기 퇴비의 질소 함량을 높여주고, 버섯폐배지는 내구부식 량을 올려주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하더라도 퇴비 만드는 전체 과정은 위와 같다.
이렇게 퇴비로 한 몸이 된 커피찌꺼기, 깻묵, 버섯폐배지는 작물의 양분이 되었다가 최종 땅심에 안긴다. 내 가족 식탁에 오르는 건강한 먹거리는 덤이다.
퇴비 만드는 시기는 늦가을이 좋다. 텃밭의 갈무리도 끝나는 만큼 시간적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커피찌꺼기 퇴비 만들기는 소리 없는 환경운동이자 자원순환에 동참하는 길이다. 도시농부들의 몫이기도 하다. 오늘이라도 시도해보자.
※ 이 글은 작년 11월 서울도시농업e소식에 실린 글입니다.
홍순덕 (한국사이버원예대학 도시농업전문가과정 주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