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농업기술센터에서 '소상공인과 함께 하는 치유농업 프로그램'이 열렸다. ©서울농부포털최근 AI 시대를 맞은 반도체 호황과 수출 증가에 힘입어 거시경제 지표가 '역대급 호황'을 나타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일반 국민들의 살림살이는 '불황'에 가까운 체감 경기 괴리 현상을 겪고 있다고도 합니다.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자영업 폐업 건수는 62만 4,000건으로, 지난해 동기 및 코로나19 확산기보다도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습니다. "코로나보다 더 힘들다"는 것이 2026년 소상공업 현장의 목소리입니다.
내 가게 문을 닫는 일은 소득 절벽과 부채 문제로 끝나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일궈 온 일터를 잃는 과정에서 소상공인들의 자존감은 떨어지고 그에 따른 우울감과 불안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동안의 폐업 소상공인 지원은 채무조정과 자금 지원, 재창업 컨설팅 같은 경제적·제도적 영역에 집중돼 왔습니다. 여기서 한발 나아가 '마음 건강 회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서울특별시농업기술센터가 서울신용보증재단과 함께 폐업 소상공인의 마음 회복을 돕는 '소상공인과 함께 하는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서울특별시농업기술센터가 프로그램 기획과 운영을, 서울신용보증재단이 참여자 모집과 홍보를 담당해 서울시에서 사업장을 운영하다 폐업한 소상공인이면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상반기 3회 차, 하반기 2회 차의 프로그램에 총 70여 명의 소상공인이 참가해 자신을 돌아보고, 다시 시작할 용기를 얻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소상공인과 함께 하는 치유농업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경험 나누기' 시간을 가지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소상공인과 함께 하는 치유농업 프로그램'은 자연 속에서 몸과 마음을 돌보는 활동으로 짜였습니다. 참가자들은 사업을 운영하며 느꼈던 성공과 성취의 순간을 함께 돌아보고, 폐업 후에 느낀 긍정적 기억을 다시 떠올려보는 '경험 나누기'를 통해, 같은 경험을 한 사람들끼리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나누며, 실패의 기억 속에 가려졌던 자신의 강점을 다시 발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소상공인과 함께 하는 치유농업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느리게 걷기'로 서울특별시농업기술센터 치유농장을 돌아보며 꽃과 허브를 채취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경험 나누기' 이후에는 치유농장 길을 오감으로 느끼며 걷는 '느리게 걷기'로 생명들과의 교감을 통해 몸의 긴장을 풀어주고, 마음의 날씨를 바꾸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직접 채취한 꽃과 허브들로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위한 꽃바구니를 만드는 시간도 진행되었습니다.













'소상공인과 함께 하는 치유농업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자기 자신과 함께 마음의 힘이 되는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할 꽃병을 만들고 있다. ©서울농부포털'폐업'은 한 사람의 일터가 사라지는 일이자, 그가 쌓아 온 시간과 자부심이 흔들리는 일이기도 합니다. 채무조정과 재창업 지원이 '다시 일어설 길'을 열어 준다면, 치유농업은 그 길을 걸어갈 '마음의 힘'을 채워 주는 역할을 합니다. 숲길을 천천히 걷고 꽃을 만지며 자신을 돌보는 이 시간은 작아 보여도, 경제적 지원만으로는 닿기 어려운 곳을 살핍니다. '소상공인과 함께 하는 치유농업 프로그램'은 도시농업과 치유농업이 시민의 삶에 더 가까이 다가가는 한 방식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지친 이웃이 다시 시작할 용기를 얻는 자리가 앞으로도 이어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김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