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제5간담회의실에서 "제1회 귀농귀촌 여성정책포럼"이 열렸다. ©서울농부포털8월 27일(목) 국회 제5간담회의실에서 "제1회 귀농귀촌 여성정책포럼"이 열렸습니다. 윤후덕 의원실이 주최하고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과 (사)전국귀농운동본부가 주관한 이번 포럼은 '세계 여성농민의 해'인 2026년을 맞아, 그동안 남성·정주민 중심의 농촌 구조 속에서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여성 귀농귀촌인의 현실을 짚고 '유입에서 정착으로, 고립에서 연결로' 나아가기 위한 정책 방향을 모색하고자 마련됐습니다. 이날 포럼에는 귀농귀촌인, 지자체·지방의회 담당자, 연구자와 활동가들이 함께 자리했습니다.
차광주 (사)전국귀농운동본부 이사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차광주 이사장은 "그동안 농업 문제에 있어 모두가 청년을 강조했지만, 여성은 미처 이야기하지 못했다"고 밝히며 "오늘 이 포럼을 시작으로 다시 여성의 귀농이 이야기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서울농부포털
'제1회 귀농귀촌 여성정책포럼'의 준비위원들이 인사를 하고, 이어서 김수현 (사)전국귀농운동본부 여성정책위원장이 포럼 경과보고와 논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
이순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이 기조발제를 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첫 순서인 기조발제는 이순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이 '성별로 본 귀농귀촌 20년: 여성의 정착 실태와 정책 과제'를 주제로 발표했습니다. 이순미 연구위원은 그동안의 귀농귀촌 정책이 여성과 남성을 구분하지 않는 성중립적 집단으로 접근해 왔지만, 실제 농촌 현장에는 뚜렷한 성별 분업과 가부장적 생활양식, 구조적 격차가 존재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연구가 출발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발제는 통계청 인구총조사와 귀농·귀촌인 통계, 2018년부터 2025년까지 8개년치 <귀농귀촌 실태조사> 원자료를 통합한 데이터셋을 종합해 분석한 결과입니다.
먼저 이순미 연구위원은 전체 귀농귀촌인 중 여성 비율은 46.0%에 이르고, 여성이 가구주인 가구 비율도 40%까지 늘었지만, 남성은 영농 정착 목적의 '귀농'이 중심인 반면 여성은 '귀촌' 비율이 98.3%에 달할 만큼 남녀의 이주 경로 자체가 다르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순미 연구위원은 이어 여성 귀농귀촌인이 겪는 구조적 격차를 짚었습니다. 여성은 정보를 가족·지인에게 의존하는 비율이 83.2%로 높고 공적 지원체계 활용률은 낮았으며, 교육 미이수 사유로 45%가 '교육이 있는 줄 몰라서'라고 답해 정보 차단이 심각했습니다. 경제활동에서는 초기 자본 접근성이 낮은 대신 농외 경제활동 병행 비율이 57.7%(남성 49.2%)로 높아 가계 위험을 분산하는 '다중 경제활동 주체' 역할을 하고 있었고, 자가 주택 마련까지 걸리는 기간도 평균 6년으로 남성 3년보다 두 배 가까이 길었습니다. 반면 사회적 관계가 생활만족도에 미치는 영향력은 여성이 남성의 1.8-1.9배에 달하는데도, 남성 중심의 마을 의사결정 구조와 가부장적 문화로 인해 실질적 참여에서는 밀려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이순미 연구위원은 '가족 동반' 요건 삭제와 1인 가구의 정책 대상 포함, '귀농인의 집' 여성 쿼터 30% 도입과 청년 여성 전용 셰어하우스 확충, 공공급식 내 여성 소농 농산물 의무 조달 쿼터제, 여성 농가 방범 설비 지원과 수요응답형 교통망 확충을 제안했습니다. 거버넌스 측면에서는 여성 자조 네트워크에 대한 공적 지원, 마을 의사결정 기구 성인지 교육 의무화, 성평등 전담 옴부즈만 설치를, 교육 체계와 관련해서는 현장 여성 조직을 '정착 거점'으로 지정하고 집수리·농기계 조작·농지 판별법 등 실생활 중심으로 교육을 개편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김후주 아산 주원농원 대표가 현장 발제를 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이어진 현장발제 첫 순서는 아산 주원농원을 운영하는 김후주 대표가 맡았습니다. 김후주 대표는 그동안의 귀농귀촌 정책이 '몇 명이 이주했는가'라는 양적 성과 지표에만 매몰돼 왔다고 지적하며, 이제는 이주한 이들이 얼마나 오래 머물고 어떤 삶의 질을 누리고 있는지를 살피는 '정착 유지율' 중심의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를 위해 김후주 대표는 세 가지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안했습니다. 먼저 정책 설계 초기 단계부터 귀농귀촌 여성과 지역 활동가들이 직접 참여하는 상설 협의체를 구성해 정책 의제를 함께 세우고 집행 과정을 모니터링해야 한다는 '당사자 참여형 거버넌스'를 제시했습니다. 또 농지, 창업, 교육 지원 등이 여러 부서와 기관에 흩어져 있어 정작 당사자는 어디서부터 도움을 받아야 할지 헤매는 현실을 지적하며, 지역 단위에서 이를 하나로 연결하는 '통합지원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개인 간의 산발적인 연대에만 의존해서는 정착이 지속되기 어렵다며, 지역 자원을 파악하고 신규 이주민의 정착을 실질적으로 도울 '네트워크 촉진자'를 현장에 배치하고 이들에게 정당한 운영비를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김후주 대표는 결국 여성 귀농귀촌인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서는 영농 기반(농지·시설)뿐 아니라 돌봄·교통·의료 같은 생활 기반, 관계망과 갈등 조정을 아우르는 사회적 기반, 그리고 정책 참여 기반까지 통합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밝히며 발표를 마무리했습니다.
황서연 파주 이음치유농장 대표가 현장 발제를 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두 번째 현장발제는 파주에서 이음치유농장을 운영하는 황서연 대표가 맡았습니다. 귀농 2년 차인 황서연 대표는 농작물 판매뿐 아니라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하며 여성 농부만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고 있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장에서 실제로 부딪히는 제약들을 하나하나 짚었습니다.
황서연 대표는 특히 농기계 문제를 언급하며, 정작 어려운 것은 기계를 소유하거나 대여하는 것이 아니라 수확물이나 자재를 밭에서 옮기는 '운반' 자체라고 말했습니다. 여성 혼자서는 감당하기 힘든 이 운반의 벽을 낮추기 위해 운반 서비스를 확대하고, 필요할 때 언제든 이용할 수 있는 상시 운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또한 수확기처럼 특정 시기에 일손이 집중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만큼만 노동력을 사용할 수 있는 '인력 쿠폰' 형태의 바우처 제도를 도입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아울러 황서연 대표는 이론 중심의 교육보다 실제 현장에서 시행착오를 겪어본 여성 선배 농부들의 경험이 초기 정착에 훨씬 큰 도움이 된다며, 이런 현실 기반의 여성 멘토를 체계적으로 발굴하고 신규 이주 여성과 연결하는 제도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상주시의원이자 은아수 포도농장을 운영하는 이은주 의원이 현장 발제를 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세 번째 현장발제는 상주시의원이자 은아수 포도농장을 운영해 온 이은주 의원이 맡았습니다. 이은주 의원은 13년간 농사를 지어온 자신의 경험을 먼저 꺼냈습니다. 농사만으로는 지속가능한 가족농을 유지하기 어려워 오랫동안 활동가 일을 병행해야 했고, 결국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지방의회에 직접 나서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이은주 의원은 태양광 설치를 둘러싸고 마을에서 벌어진 갈등과, 기후위기로 특정 품종에만 재배가 쏠리면서 커지는 위험성을 몸소 겪은 사례로 제시하며 농촌 현장의 구조적 취약함을 지적했습니다.
정책 제안으로는 먼저 이주 전 거주지를 근거로 귀농 지원 여부를 가르는 행정 편의주의적 관행을 없애고, 현실에 맞게 법적 정의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화려하게 기계화된 일터보다 병원, 학교, 아이들이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인도처럼 기본적인 '삶터'를 회복하는 일이 먼저라고 강조했습니다. 여성 일자리와 관련해서는 단기성 일자리를 넘어, 동네 소농들의 농산물을 로컬 매장이나 학교 급식으로 연결하는 '마을 사무장'처럼 고정 임금이 보장되는 여성 전문 역할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은주 의원은 기후위기로 인한 농작물 피해에 대비할 수 있도록 재해보험 제도를 현실화하여, 농민이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실패할 권리'를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오미란 광주여성재단 대표가 좌장을 맡아 종합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종합토론은 오미란 광주여성재단 대표가 좌장을 맡고, 장다은 농식품부 농촌여성정책 과장, 이영진 진안 귀농귀촌센터 사무국장, 한영미 여성농업인종합지원센터 횡성센터장, 김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을 토론자로 여성 귀농귀촌인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 대안에 대해 활발한 논의를 펼쳤습니다.
토론자들은 먼저 '인구 유입' 중심에서 '도농 관계망 형성'과 '정착 조건 조성' 중심으로 정책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이어 돌봄과 생활서비스, 도농교류를 연결하는 지역 플랫폼인 '공공점빵' 도입, 여성 청년 셰어하우스와 안심 주거 인프라 보급, 여성 이주민을 위한 1:1 멘토링 제도화, 소규모 농기계 교육과 운반 지원, 젠더 폭력 공동대응 시스템 구축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습니다. 경제 활동과 관련해서는 활동가 수당 지원, 프리랜서 등 비정형 노동에 대한 사회보험료 지원, 농외 경제활동 병행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고, 거버넌스 측면에서는 조례 개정을 통한 1인 여성 가구의 공식 인정과 정책 수립·평가 과정에서 당사자 상설 협의체의 참여 보장이 강조됐습니다.
이번 "제1회 귀농귀촌 여성정책포럼"은 여성 귀농귀촌인이 처한 구조적 문제가 구체적으로 논의된 자리였습니다. 남성 중심의 농업 구조와 '정상가족'을 전제로 한 정책 속에서 1인 가구 여성과 비혼 청년 여성은 정책 대상에서 밀려나기 쉽고, 보육·의료·교통 등 성인지적 설계가 부족한 인프라와 마을 내 가부장적 질서는 이들을 더욱 고립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됐습니다. 공적 정보 창구에 대한 접근성이 낮고, 공식적인 농업 생산·의사결정 조직에서 소외되는 현실도 함께 언급됐습니다.
이와 함께 이번 포럼은 여성 귀농귀촌인의 경험을 '성공'이나 '실패'로 평가하기보다, 이들이 지역의 유지와 재생산을 위해 해온 기여를 사회가 인정하고 이를 공적 자원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확인하는 자리였습니다. '유입'에서 '정착'으로, '고립'에서 '연결'로 나아가야 한다는 이날의 화두는 앞으로 여성 농업 정책이 나아갈 방향을 가늠하는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