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등포 '문래텃밭'에서 "2026년 진지한 문래텃밭 농부학교"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8월 15일(토) '문래동꽃밭정원' 내에 위치한 영등포 '문래텃밭'에서 "2026년 진지한 문래텃밭 농부학교" 수업이 진행됐습니다. 문래텃밭 참여자를 대상으로 하는 농부학교는 전통농업연구소의 주관으로 매월 한 차례씩 텃밭 만들기, 퇴비 만들기, 작물 재배법, 나물 활용법, 김장 농사 짓기 등의 이론과 실습 수업을 진행해 초보 도시농부의 한 해 농사를 돕고 있습니다.
안철환 전통농업연구소 대표가 '가을 농사의 이해'라는 주제로 김장 농사에 대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 이날 수업에서는 안철환 전통농업연구소 대표가 강사로 나서 '가을 농사의 이해'라는 주제로 도시농부들이 가장 손꼽아 기다리면서도 가장 까다로워하는 '김장 농사'의 밭 만들기부터 배추, 무 등의 김장 작물 재배법, 병충해 방제법 등을 설명했습니다.
도시농부들에게 김장농사는 한 해 농사의 화룡점정이지만, 특히 배추 농사는 벌레와 병 때문에 매번 골머리를 앓게 만드는 작물입니다. 봄배추는 겨울 추위에 벌레가 죽어 상대적으로 키우기 수월하지만, 여름 이후 심는 김장배추는 사정이 다릅니다. 안철환 대표는 그 어려움의 근본 원인으로 '습기'를 꼽았습니다.
곰팡이와 병해충은 습한 환경을 좋아하기 때문에, 밭에 물을 자주 주는 것이 결코 능사가 아니라고 전한 안철환 대표는 "봄에도 강조했지만, 물을 준다고 작물이 잘 자라는 것이 아니다"라며 "물보다 공기가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가뭄이 와도 무작정 물을 주기보다는 땅속 수분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제시된 것이 바로 '호미질'입니다. 안철환 대표에 따르면, 호미질을 자주 해주면 땅에 통풍이 좋아지는 동시에 흙 속의 미세한 틈이 메워져 수분도 함께 유지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또한 통풍이 원활해지면 식물 스스로의 펌프 작용이 활발해져, 결과적으로 수분 공급도 더 좋아지는 선순환이 만들어집니다.
다만 호미질도 요령이 필요합니다. 안철환 대표는 삽질처럼 세게 땅을 갈아엎으면 오히려 땅이 망가지고 건조해지기 때문에, 작물 뿌리보다 깊지 않게 살살 다루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안철환 전통농업연구소 대표가 '가을 농사의 이해'라는 주제로 김장 농사에 대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 김장 농사의 밭 만들기에서 안철환 대표가 가장 강조한 것은 '도랑', 즉 배수로였습니다. 특히 밭 가장자리를 두르는 테두리의 도랑은 사람 몸의 대동맥에 비유될 만큼 중요한 존재입니다. 안철환 대표는 길보다 내 밭의 고랑이 깊게 파여 있으면 빗물이 밭 안으로 고여 병이 오기 쉽기 때문에, 실제로 농사를 잘 짓는 농부일수록 눈에 잘 띄지 않는 바깥 도랑 관리에 공을 들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안철환 대표는 전통농법의 지혜가 담긴 작물 심는 방식도 소개했습니다. 작물을 처음부터 고랑(낮은 부분)에 심고 자라나는 과정에서 흙을 뿌리 쪽으로 북돋아 주면, 작물의 위치가 자연스럽게 두둑(높은 부분)으로 전환됩니다. 이는 비닐로 두둑을 미리 고정해 버리는 관행 비닐농사에서는 볼 수 없는, 전통농법만의 유연한 방식입니다. 초보 농부라면 처음부터 두둑과 고랑을 정교하게 구분하기보다, 평평한 곳에 심은 뒤 자라는 대로 북주기를 해주며 자연스럽게 고랑이 생기도록 하는 편이 훨씬 쉽다고 안철환 대표는 조언했습니다. 이와 함께 생장 초기에는 수분 공급이 중요하지만, 어느 정도 자란 뒤에는 통풍이 더 중요해진다는 점도 재차 강조했습니다.
안철환 전통농업연구소 대표가 '가을 농사의 이해'라는 주제로 김장 농사에 대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 이날 수업에서는 배추 재배 시 특히 주의해야 할 4대 병해충도 구체적으로 소개됐습니다.
안철환 대표에 따르면, 먼저 청벌레(흰나비배추벌레)는 눈에 잘 띄는 편이라, 발견하는 즉시 손이나 젓가락으로 직접 집어내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반면 잎벌레는 한번 발생하면 잡아내기가 매우 어려워, 예방이 최선의 대응책으로 꼽혔습니다. 잎벌레는 땅이 과도한 거름이나 미숙 퇴비로 오염됐을 때 주로 생기기 때문에, 안철환 대표는 밭에 퇴비를 직접 넣기보다 웃거름으로 지력을 관리하는 자신만의 방식을 소개했습니다. 단, 이 방법은 이미 지력이 좋은 밭에서 활용 가능한 방법이라는 단서도 덧붙였습니다. 구체적인 예방법으로는 배추를 심고 3-5일이 지난 어린 시기에 목초액을 200배 정도로 희석하거나 식초를 100배 정도로 희석해, 3일에 한 번씩 3-5회가량 물 대신 준다면 병해충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전했습니다.
진딧물은 매년 10월이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불청객입니다. 특히 날이 가물 때 작물의 즙을 빨아 먹기 위해 몰려들기 때문에, 10월 가뭄이 이어질 때는 물을 한두 차례 정도 더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다만 물을 많이 주면 오히려 다른 병을 부를 수 있어 적당한 양 조절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무름병(물사마귀병)은 습해서 생기는 대표적인 병으로, 한번 발생하면 전염되고 이듬해 다시 발생할 가능성도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예방을 위해서는 역시 통풍 관리가 핵심입니다.
배추 농사를 할 때 배추가 결구될 무렵 흔히 잎을 새끼줄 등으로 묶어주는 관행에 대해서 안철환 대표는 흥미로운 설명을 내놓았습니다. 배추를 묶는 목적은 흔히 알려진 것처럼 속을 단단히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실은 온도를 조절하기 위해서라는 것입니다. 배추는 따뜻한 온도가 유지되면 줄기가 부드러워지고, 추워지면 줄기가 단단해지는데, 굳이 인위적으로 묶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결구는 이루어지기 때문에 묶는 것은 농부들이 줄기를 어느 정도로 단단하게 만들 것이냐에 따라 선택할 문제라고 전했습니다.

'문래텃밭' 참여자들을 위해 강연장에 김장 농사 방법에 대한 안내가 적혀 있다. ©서울농부포털배추의 파종 시기와 관련해서는 "배추는 늦게 심을수록 좋다"는 점이 강조됐습니다. 안철환 대표는 기온이 30도를 넘는 시기에 심으면 배추가 힘들어하기 때문에, 9월 백로 무렵을 배추 심는 적기로 제시했습니다. "올해는 서늘한 기온이 예년보다 일찍 찾아와 배추농사가 잘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환 안철환 대표는 "다만 태풍을 잘 피해야 좋은 결실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비가 오기 전에는 반드시 배수 상태를 미리 점검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배추와 함께 김장밭을 채우는 무 농사법도 소개됐습니다. 안철환 대표에 따르면, 무는 배추보다 훨씬 재배가 수월한 작물이며, 그중에서도 총각무는 더욱 손이 덜 가는 편입니다. 다만 파종 시점이 중요한데, 너무 일찍 심으면 무에 바람이 드는 현상이 생길 수 있어 8월 20일 이후를 적기로 꼽았고, 올해는 늦더위를 고려해 8월 말에서 9월 초 무렵이 적당할 것으로 안내됐습니다.
파종 순서로는 무를 먼저 심고, 일주일쯤 지난 뒤에 배추를 심는 방식이 권장됐습니다. 무는 배추에 비해 병충해에 강한 편이지만, 겨울철 얼게 되면 먹을 수 없게 되므로 수확 시기 관리에는 유의해야 합니다. 여기에 특유의 씁쓸한 맛으로 김장 양념에 풍미를 더해주는 갓도 함께 심으면 좋다는 팁도 곁들여졌습니다.
수업 참여자들이 안철환 대표에게 텃밭 농사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 놓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이날 수업에 참여한 도시농부들은 안철환 대표의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온 실전 노하우 하나하나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꼼꼼히 메모를 이어갔습니다. 특히 "물을 많이 주는 게 능사가 아니다"라거나 "배추를 묶는 이유가 온도 조절 때문"이라는 대목에서는 그동안 알고 있던 상식이 뒤집히는 듯한 반응도 나왔습니다. 습기 관리부터 도랑 만들기, 병해충 예방, 파종 시기까지 촘촘하게 짜인 수업은 이론에 그치지 않고 텃밭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정보로 가득했습니다.
김장농사는 한 해 텃밭 농사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동시에, 겨우내 식탁을 책임질 소중한 결실이기도 합니다. 문래텃밭의 초보농부들이 안철환 대표가 강조한 것처럼 밭의 배수와 통풍을 세심하게 살피고, 서두르지 않고 때를 기다려 심는 여유를 갖는다면, 올가을 문래텃밭 곳곳에서 실하게 속이 찬 배추와 무를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서울농부포털김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