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 (사)텃밭보급소와 서울도시농업시민협의회가 함께 하는 "2026년 도시농업전문가 양성 교육'의 대면 교육 강좌가 열렸다. ©서울농부포털8월 1일(토)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 텃밭보급소와 서울도시농업시민협의회가 함께 하는 "2026년 도시농업전문가 양성 교육'의 대면 교육 강좌가 열렸습니다. 이날 강좌에는 조홍범 서경대학교 화학생명공학과 명예교수가 강연자로 나서 "자연에서 배우는 공생의 패러다임"이라는 주제로,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경쟁'이라는 자연관을 근본부터 되짚어보는 자리로 만들었습니다.
조홍범 서경대학교 화학생명공학과 명예교수가 "자연에서 배우는 공생의 패러다임"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조홍범 교수는 먼저 우리 사회가 '오염된 자연'을 닮아가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던지며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조홍범 교수는 "자연이 경쟁의 질서로 운영된다는 믿음이 우리 사회에도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며, 이 오래된 전제를 한 번 뒤집어보자고 제안했습니다. 'nature(자연)'라는 단어의 어원이 '스스로 생겨난다'는 뜻으로 본래 주인이 없는 존재였음을 짚은 조홍범 교수는, 인간이 자연을 다스려야 할 대상으로 규정한 서구의 인간 중심적 자연관이 오늘날 생태계 파괴의 근본 원인이 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동양에서는 자연을 나와 분리된 객체로 보지 않았기에 애초에 별도의 이름조차 필요 없었다는 점, 노자의 '무위자연'과 장자의 '물아일체' 사상이 이를 잘 보여준다는 점도 덧붙였습니다.
이날 강연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내용 중 하나는 '도도새' 이야기였습니다. 인도양 모리셔스 섬에서 17세기 경 인간의 남획과 서식지 파괴로 멸종된 도도새는, 이 섬에 서식하던 칼바리아 나무와 오랜 세월 서로 의지하며 살아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도도새가 이 나무의 두꺼운 씨앗을 먹은 뒤 모래주머니를 통해 껍질을 마모시켜 배출했고, 그 과정을 거친 씨앗이 비로소 싹을 틔울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도도새가 사라진 뒤 350년이 넘도록 이 나무가 좀처럼 새 생명을 틔우지 못해 숲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는 사례는, 단 하나의 종이 사라지는 것이 숲 전체의 생명 관계망을 얼마나 크게 흔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이야기로 소개됩니다. 조홍범 교수는 이를 통해 "자연은 서로 눈에 보이지 않는 실로 연결되어 있으며, 한 종의 소멸이 예상치 못한 곳에서 연쇄적인 파장을 일으킨다"는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이어 다윈이 관찰했던 '울타리 친 초원' 실험도 재조명됐습니다. 인위적으로 벌초된 구역에서 더 많은 종이 살아남았다는 결과가 흔히 '약육강식'의 증거로 인용되지만, 애초에 그 울타리 자체가 인간이 만든 인위적 조건이었다는 지적은 우리가 자연을 바라보는 틀 자체를 다시 묻게 했습니다.
조홍범 서경대학교 화학생명공학과 명예교수가 "자연에서 배우는 공생의 패러다임"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조홍범 교수는 생태계의 운영 원리를 에너지의 흐름(열린 구조)과 물질의 순환(닫힌 구조)으로 나누어 설명하며, 생산자·소비자·분해자가 긴밀히 협업해야 이 흐름이 유지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숲이 만들어지는 과정, 즉 지의류가 바위를 흙으로 부수고 그 위에 한해살이풀, 여러해살이풀, 나무가 차례로 자리 잡는 토양 발달사를 소개한 조홍범 교수는 "숲은 결국 토양생태계가 투영된 결과"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뿌리와 균사체가 맺는 균근 관계, 그리고 수잔 시마드 박사의 연구로 알려진 '어머니 나무'와 나무들 간의 지하 네트워크는 식물 세계에도 사회 안전망이 존재함을 보여주는 사례로 소개되었습니다.
조홍범 서경대학교 화학생명공학과 명예교수가 "자연에서 배우는 공생의 패러다임"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강연은 옐로스톤-유콘 생태지역의 늑대 복원 프로젝트(Y2Y 프로젝트)로 이어지며, "포식과 피식조차 약육강식이 아니라 조화로운 공존의 한 형태"라는 메시지가 제시되었습니다.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는 1920년대 회색늑대가 사라지자 천적이 없는 엘크가 폭증해 하천변 식생이 붕괴됐습니다. 그러나 1995년 인위적으로 늑대를 다시 풀어놓자 엘크가 위험을 피해 이동 습성을 바꾸면서 버드나무·사시나무 등 식생이 되살아났고, 뒤이어 비버가 돌아와 댐을 지으면서 하천과 어류 서식지까지 회복되는 연쇄적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이 경험은 옐로스톤에서 캐나다 유콘까지 약 3,200km에 이르는 로키산맥 축을 하나의 서식지 네트워크로 연결하려는 'Y2Y(Yellowstone to Yukon)' 프로젝트로 이어졌습니다. 늑대나 회색곰처럼 넓은 서식 반경이 필요한 종들이 대륙을 가로질러 이동할 수 있도록 보호구역을 잇고 야생동물 전용 통로를 놓는 이 사업은, 개별 종의 경쟁이 아니라 서로 연결된 협업 시스템이 생태계를 지탱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보여줍니다.
이어 조홍범 교수는 생명 탄생의 순간, 즉 정자와 난자의 수정 과정을 예로 들며 강연의 메시지를 마무리했습니다. 조홍범 교수는 "생명 잉태의 순간이 수억 개의 정자 중 단 하나만이 난자와 만나는, 치열한 경쟁을 통한 승리의 서사로 그려지지만, 실제로는 그 수억 개의 정자가 서로 경쟁한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난자는 병원균의 침입에 대비한 강력한 면역 방어막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이를 뚫기 위해서는 애초에 수억 개 규모의 '정자 군단'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조홍범 서경대학교 화학생명공학과 명예교수가 "자연에서 배우는 공생의 패러다임"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조홍범 교수에 따르면, 몸속으로 들어간 수억 개의 정자 중 첫 번째 방어막을 통과하는 정자는 수백 개에 불과한데, 이들 역시 경쟁에서 이겨서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앞서 희생한 수억, 수천 개의 정자들이 뚫어놓은 길을 지나온 것일 뿐입니다. 살아남은 수백 개의 정자에게도 시련은 끝나지 않아, 난자를 둘러싼 최후의 장벽 '투명대' 앞에서 남은 정자들은 다시 힘을 모읍니다. 머리 부분의 첨체에서 뿜어내는 효소로 조금씩 벽을 녹여가는데, 한 개체가 낼 수 있는 효소의 양은 한정돼 있어 이를 다 쓰고 나면 그 정자는 소멸하고 맙니다. 그렇게 하나가 스러지면 곧바로 다음 정자가 이어받아 같은 방식으로 벽을 허물어 나갑니다. 이 릴레이가 거듭된 끝에 마침내 투명대 한편에 틈이 열리고, 그 좁은 문을 통과한 단 하나의 정자만이 난자와 만나게 됩니다.
조 교수는 생명이 잉태되는 이 순간에 벌어지는 또 다른 광경도 들려주었습니다. 수정이 일어난 순간 그때까지 가만히 있던 거대한 난자는 왼쪽으로 회전을 시작하고, 주변에 남아있던 정자들도 하던 일을 멈추고 그 회전에 동참한다는 것입니다. 지구의 자전과 공전, 태양계와 우주 전체의 회전 방향이 모두 왼쪽이라는 점을 함께 언급한 조홍범 교수는, 이 장면을 여성의 몸속에서 또 하나의 작은 우주가 열리는 순간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생명의 탄생조차 경쟁이 아닌 협업의 결과였음을 보여주며 강연을 마무리한 조홍범 교수는 "모든 세상의 원리, 자연의 원리는 결국 협업, 협동, 상호공존"이라고 전하고 "우리 모두는 수많은 희생과 협동에 의한 존재이며,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것을 함부로 포기하거나 멈추지 말아야 하는 이유"라고 전하며 강연을 마무리했습니다.
이날 강연은 조홍범 교수가 그동안 여러 자리에서 펼쳐온 '경쟁이 아닌 공존의 생태학'의 연장선에 있었습니다. 도도새와 칼바리아 나무, 늑대와 엘크와 버드나무, 정자와 난자까지 조홍범 교수가 전한 사례들은 결국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경쟁'이라는 잣대가, 실은 자연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 인간의 착시는 아니었을까"하는 질문으로 모이게 됩니다. 자연은 홀로 이기는 존재를 키우지 않습니다. 서로의 희생과 연결 속에서만 다음 생명이 이어지고, 무너진 관계는 반드시 그 흔적을 남깁니다. 텃밭의 작은 흙 한 줌에서도, 도시의 골목 어귀에서도 이 원리는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 내가 가꾸는 텃밭이 누군가와, 어떤 생명과 연결되어 있는지 한 번쯤 돌아본다면, 그것이야말로 질문에 대한 우리 각자의 답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김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