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다리마을박물관에서 "2026 뮤지엄-논 첫 번째 콜로키움 : 문화재단은 왜 쌀을 키우는가"가 열렸다. ©서울농부포털7월 24일(금) 김포 밀다리마을박물관에서 "2026 뮤지엄-논 첫 번째 콜로키움 : 문화재단은 왜 쌀을 키우는가"가 열렸습니다. 김포문화재단이 주최한 이번 콜로키움(Colloquium, 전문가나 연구자들이 모여 특정 주제에 대해 발표하고 자유롭게 토론하는 학술적 대화 모임)에서는 '논과 쌀로 읽는 문화·생태·공동체 이야기'를 부제로, 서로 다른 지역의 농업인과 문화예술인, 문화기획자, 연구자, 행정가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각자의 경험과 실천을 나눴습니다.
밀다리마을박물관 앞 논에서 김포 토종벼 '자광미'가 시민들의 참여로 재배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밀다리마을박물관은 2022년 '경기 에코뮤지엄(지붕없는 박물관)' 사업을 통해 조성된 지역문화 거점입니다. 원래 개곡리복지회관으로 사용되던 공간으로, 마을 주민의 사랑방 기능을 그대로 살리면서 2024년부터는 시민들과 함께 김포 토종벼 '자광미'를 심고 수확하는 참여형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습니다. '체험'으로 시작한 벼농사가 반복될수록, 논은 단순한 생산 공간이 아니라 계절과 생태, 이웃과 기억을 잇는 문화적 공간임을 확인한 활동가들은, 그 현장 경험을 개인의 감흥에 머물게 하지 않고 지역문화정책의 공론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이번 콜로키움을 마련했습니다.
김포문화재단과 협력해 콜로키움을 진행하고 있는 조영선 문화기획 아로리 대표가 콜로키움의 취지와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
콜로키움을 주최한 김포문화재단의 신영민 예술본부장이 참석자들을 환영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
김동규 동네정미소 대표가 "'K-RICE의 미래' - 좋은 쌀, 좋은 밥, 좋은 삶 이야기"라는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콜로키움의 첫 번째 발표는 김동규 동네정미소 대표가 "'K-RICE의 미래' - 좋은 쌀, 좋은 밥, 좋은 삶 이야기"라는 주제로 진행했습니다. "국내 쌀 소비량은 꾸준히 줄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즉석밥(햇반) 소비량은 증가하고 있다"고 말한 김동규 대표는 "'밥 많이 먹자'는 캠페인으로는 소비를 되살릴 수 없다"며 "쌀에 문화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일본에서 판매되는 1kg에 15만 원짜리 프리미엄 쌀, '롤스로이스'라 불리는 이탈리아의 7년 숙성 쌀, 농사 공간을 넘어 축제의 장이 되고 있는 베트남 다랑논, 밀 재배부터 증류까지의 전 과정을 문화 콘텐츠로 보여주는 스코틀랜드 위스키 박물관 등의 해외 사례를 소개한 김동규 대표는, 취향과 미식, 가치와 디자인으로 쌀을 재구성하는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대만의 쌀 투어 마을, 일본 도쿄의 쌀 전문 편집숍 '아코메야', 태국의 유기농 쿠킹 클래스처럼 쌀을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김동규 대표는 현재 12간지 토종쌀 패키지, 캔쌀 선물세트, 경조사 답례품 쌀 등 토종쌀을 활용한 새로운 상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김동규 대표가 꿈꾸는 최종 그림은 'K-RICE'입니다. 생산자 소득 증대와 도농상생을 이루고, K-RICE 뮤지엄·미슐랭·세계 쌀 축제로 이어지는 글로벌 문화 콘텐츠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오는 8월 18일에는 관련 플랫폼 'K-RICE365.com'도 오픈할 예정이라고 밝힌 김동규 대표는, "무엇보다 이런 문화적 재미를 통해 다시 밥 짓는 재미를 발견하게 하자"고 강조했습니다.
강한결 농업먹거리청년모임 기획자가 "밥상 위에서 세상을 배우는 청년들"이라는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 두 번째 발표는 강한결 농업먹거리청년모임(농먹청) 기획자가 "밥상 위에서 세상을 배우는 청년들"이라는 주제로 진행했습니다. 2021년 시작된 농먹청은 농부가 아닌 청년 실무활동가들이 농업과 먹거리를 주제로 느슨하게 모이는 공동체입니다.
이들이 작년과 올해 진행한 친환경 논 디제잉 댄스파티 '논 웨이브' 행사는 청년들이 논에서 벌이는 춤판으로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농사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백패커, 오토바이 라이더, 문신을 한 젊은이들이 논 한가운데로 들어와 춤판을 벌이며 모내기를 하는 광경은 이질적이면서도 흥겹고 저어하면서도 손뼉을 치게 만드는 즐거운 장면이었습니다. 강한결 기획자는 "행사에 흥미를 보이는 사람들이 농사에 관심 있는 이들이 아니라는 점이 오히려 반가웠다"며 "뭔가 자유롭고 감각적인 것을 찾는 청년들이 논이라는 공간에서 새로운 경험을 찾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현장에서 얻은 발견도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논에서 벌어지는 춤판만 있어도 충분히 새로운 시도가 되지 않을까라고 행사를 기획했지만, 참가자들이 오히려 '몸을 쓰는 모내기 체험이 꼭 있어야 한다'고 요청했다"는 강한결 기획자는 "몸으로 흙을 만지고, 벼를 심는 행위 자체가 도시 청년들에게 특별한 경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전했습니다.
이종준 곳간지기 이사가 "지역의 씨앗을 문화로 기록하는 실험"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세 번째 발표는 이종준 곳간지기 이사가 "지역의 씨앗을 문화로 기록하는 실험"을 주제로 진행했습니다. 이종준 이사는 2011년부터 김포에서 도시농부학교를 운영해 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도시농부들이 토종을 지키는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주목한 것이 바로 김포의 토종벼 '자광도'였습니다. 조선시대 궁궐에 진상되었던 품종으로, 김포에서는 '밀다리도'라는 이름으로도 불린 자광도는, 키가 크고 잘 넘어지며 소출도 적어 재배가 까다롭지만,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품고 있는 품종으로 보존의 가치가 컸습니다.
2015년 풍년농장 밭벼로 시작한 자광도 재배는 2017-2018년 논학교, 2020-2022년 김포행복텃밭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2023년에는 "개구리 소리가 시끄럽다"는 인근 아파트 주민들의 민원으로 재배를 중단해야 했습니다.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는 공간에서 생태가 얼마나 취약한 자리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2024년 밀다리마을박물관에서 다시 자광도 재배가 시작되었습니다. 이종준 이사는 "토종을 재배할 수밖에 없었던 지역의 이야기가 문화로 안착하고 발전하기를 기대한다"며 "지금이라도 밀다리벼의 이야기를 찾아 역사로 기록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습니다. "이번 콜로키움을 준비하며 그동안의 활동을 꼼꼼히 기록하지 못한 게 후회된다"며 씨앗을 지키는 일만큼이나 기록을 지키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한 이종준 이사는 "씨앗 한 알에 담긴, 시간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이 오래 이어지길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최외실 벼꽃농부 부대표가 "먹는 쌀에서 경험하는 쌀로 - 쌀의 확장과 변신"이라는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네 번째 발표는 최외실 벼꽃농부 부대표가 "먹는 쌀에서 경험하는 쌀로 - 쌀의 확장과 변신"이라는 주제로 진행했습니다. '벼꽃농부'는 쌀알만 챙기는 농부가 아니라, 벼의 전 과정을 보듬고 책임지는 마스터가 되겠다는 의지로, 김포 민통선 일대에서 쌀을 재배하고, 가공하고,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창의적이고 지속 가능한 농업을 이어가고 있는 농업회사법인입니다.
식생활이 다양해지면서 1차 산업으로서의 농업은 과잉생산과 수요 정체라는 이중 한계에 부딪혀 있습니다. 최외실 부대표는 이 문제를 단순한 농업 문제로 보지 않았습니다. 최외실 부대표는 "쌀 소비를 어떻게 문화플랫폼으로 이동시킬 것인가가 핵심 질문"이라며 벼꽃농부가 운영하고 있는 5대 영역의 쌀 활용 모델을 소개했습니다. 조청·고추장 등 음식 가공, 논두렁부·농경문화 전시 등 힐링 체험 공간, 스토리를 담은 감성 선물, 국내외 체험학습 교육 프로그램, 그리고 지역 브랜드 콘텐츠가 그것입니다. 벼꽃농부는 맷돌 드립 커피, 막걸리, 고추장 쌈장까지 쌀을 매개로 한 다양한 시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벼꽃농부가 다음으로 바라보는 곳은 DMZ입니다. 'DMZ 금쌀로드'라는 이름 아래 평화체험·생태체험·안보체험을 결합한 새로운 쌀 문화 여행 모델을 구상 중이라고 밝힌 최외실 부대표는 "쌀 한 톨이 음식을 넘어 장소와 이야기, 평화의 감각과 만나는 순간을 꿈꾸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최락철 엄마나무숲 대표가 "흥양연화, 풍경과 기억을 만들어가는 지역살이"라는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마지막 발표는 최락철 엄마나무숲 대표가 "흥양연화, 풍경과 기억을 만들어가는 지역살이"라는 주제로 진행했습니다. '엄마나무숲'은 강원도 원주시에 위치한 약 500㎡ 부지의 민간 생태 학습장 및 숲 체험 공간입니다. 엄마나무숲의 시작은 최락철 대표의 아버지로부터였습니다.
최락철 대표의 아버지는 육종 전문가였습니다. 직접 육종한 꽃창포를 논에 심었고, 그 논은 흥양리 꽃창포 습지 축제로 자라났습니다. 40마지기 할아버지의 논이 아버지의 손을 거쳐 지역 문화로 꽃핀 것입니다. 최락철 대표는 이 경험에서 "지역 문화는 장소에 얽힌 이야기이고, 지역을 살리는 일은 잊혀 가는 것들을 다시 연결하는 일"이라는 철학을 얻었습니다.
최락철 대표는 치악산 화전민 집터에서의 생태 프로그램, 2017년 셰프들과 함께한 '밭티(밭파티)', 2018년 끊어진 명맥을 되살린 흥양리 장승제, 2024년 관계를 만드는 축제 '별이 빛나는 밭에'까지 다양한 실험을 이어왔습니다. 올해는 꽃창포와 생강, 목련을 접목한 막걸리도 빚기 시작했습니다. 최근에는 청년들의 공동경작 프로그램 '밭아쓰기'를 운영하며 재배부터 요리까지 전 과정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지역 문화 관광은 자연이 아니라 관계"라고 전한 최락철 대표는 "기억을 만드는 것은 사람이고, 그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통해 서로를 기억하는 경험이 문화"라며 "앞으로도 야생화, 식물, 농업과 관련한 모든 것을 관계 지으며, 세대를 연결하는 교두보 역할을 하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모든 발표가 마무리된 후 참가자들이 간단한 문답시간을 갖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이번 콜로키움은 쌀을 단순한 농산물이 아닌 취향과 미식, 체험과 교육, 생태와 관광, 지역의 역사와 공동체를 잇는 문화적 매개로 다시 바라보는 자리였습니다. 토종벼를 지키고 기록하는 일부터 청년들이 논에서 몸을 움직이며 관계를 맺는 경험, 쌀을 새로운 상품과 여행 콘텐츠로 확장하는 실험까지, 다섯 발표자의 이야기는 농업이 지역문화를 만들고 사람과 자연을 연결하는 살아 있는 기반임을 보여주었습니다. 쌀 한 톨에서 시작된 질문이 지역의 오래된 기억을 되살리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상상하는 씨앗이 될 때, 논은 더 이상 생산의 공간에 머물지 않고 모두가 함께 가꾸는 문화의 들판으로 자라날 것입니다.
김포문화재단은 이번 콜로키움을 시작으로 올해 11월 2차 콜로키움 "쌀은 어떻게 공동체가 되는가"를 열 예정입니다. 2차 콜로키움은 시민 참여 프로그램 '싹트는 밀다리랩' 가족들이 직접 재배한 자광미를 나누는 공유식탁과 토크로 꾸려집니다. 김포문화재단은 콜로키움을 통해 모인 지혜를 통해 장기적으로 밀다리마을박물관을 생태예술과 로컬문화가 살아 숨 쉬는 '지붕없는 박물관'의 거점으로 키워나갈 계획입니다.
논 한편에서 피어오른 질문이 지역문화정책의 씨앗이 되는 실험. 밀다리마을박물관의 자광도는 올해도 자라고 있습니다.
©서울농부포털김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