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환경연합 환경센터 마당에 설치된 '비하우징(bee housing)'. ©서울농부포털7월 18일(토) 종로구 서울환경연합 환경센터에서 서울환경연합이 주최한 "담벼락 비하우징 '왱왱홈즈'" 발대식이 열렸습니다. '왱왱홈즈'는 시민이 직접 야생벌의 집인 '비하우징(bee housing)'을 만들어 동네 담벼락이나 화단 틈새에 설치하고, 찾아오는 벌과 곤충을 관찰·기록하는 캠페인입니다. '왱왱홈즈'에서 구성한 '비하우징'은 속이 빈 대나무 대롱을 묶어 만든 작은 구조물로, 단독 생활을 즐기는 야생벌이 알을 낳고 쉬어갈 수 있는 공간입니다.
조해민 서울환경연합 활동가가 '왱왱홈즈' 발대식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서울환경연합은 이번 캠페인의 배경으로 도시 생태계의 위기를 꼽았습니다. 매끄러운 유리벽과 콘크리트로 가득한 서울에서 꽃과 나무는 있어도, 벌이 쉬어갈 작은 틈은 갈수록 사라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조해민 서울환경연합 활동가는 "꽃이 피어 있는 곳은 있어도 벌이 머물 수 있는 자리는 생각보다 훨씬 부족하다"며 "비하우징 하나가 도시 생물다양성을 잇는 작은 다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조수정 '벌볼일있는사람들' 공동대표가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발대식에서는 시민과학 모임 '벌볼일있는사람들' 조수정 공동대표의 특강이 진행됐습니다. 조수정 대표는 도시에서 꽃벌에 관심을 가진 평범한 시민이었습니다. 호기심으로 관찰과 기록을 이어가던 조수정 대표는 야생벌에 관한 자료와 연구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활동가들 사이에서도 야생벌을 제대로 아는 이는 드물었고, 벌의 종류가 워낙 다양하다 보니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연구자도 없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외래종 벌 연구자 이흥식 박사와 인연이 닿았습니다. 시민 관찰자와 연구자의 교류는 서로에게 힘이 되었고, 그 인연이 넓어지면서 10년 이상의 관찰 경험을 가진 시민과 연구자들이 모인 '벌볼일있는사람들'이 탄생했습니다.
조수정 대표는 "우리가 몰랐을 뿐, 골목 담벼락, 전신주, 옥상, 오래된 벽 틈새 어디에나 야생벌이 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국내에서 기록된 야생벌은 2022년 기준 4,380종에서 2025년에는 4,838종으로 늘어났습니다. 시민의 관찰과 기록이 쌓일수록 우리가 미처 몰랐던 생물다양성이 드러나고 있는 것입니다.
야생벌의 서식지 70%는 흙입니다. 나머지는 나무 틈, 담벼락 구멍, 벽 틈새처럼 은폐된 작은 공간들입니다. 구리꼬마꽃벌, 어리호박벌, 왕가위벌, 장수가위벌 등 도심 곳곳에 둥지를 트는 야생벌의 종류도 다양합니다. 하지만 재개발 바람이 오래된 동네를 쓸어내면서 이 작은 서식지들도 함께 사라지고 있습니다. 조수정 대표는 "제가 살았던 한남동, 보광동에서 만난 야생벌들은 지금 어디로 갔을지 알 수 없다"고 말하며 "지금이라도 우리가 그들을 인지하고 관찰하고 기록해야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조수정 '벌볼일있는사람들' 공동대표가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이날 소개된 '비하우징'은 이런 현실에서 시민이 직접 할 수 있는 실천입니다. 단순히 인공 구조물을 설치하는 비호텔·비하우스와 달리, 비하우징은 '주택 공급'을 넘어 꾸준한 관찰과 기록까지를 포함하는 능동적인 활동입니다. 대나무 대롱을 묶어 만든 구조물을 담벼락 틈새에 끼워 두면, 야생벌이 세대를 이어 그 공간에서 살아갑니다.
조수정 대표는 비하우징으로 벌들을 모으면 사람들에게 위험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대해 "야생벌은 꿀벌과 달리 단독 생활을 하기 때문에 사람을 만나면 도망가기에 바쁘다"며 "움켜 잡으려 하지 않는 한 위험하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야생벌을 지키는 것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관찰'과 '인지'라고도 했습니다. 조수정 대표는 "벌이 은폐된 곳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사는 게 좋을 수도 있지만, 우리가 인지해야 지킬 수 있다"며 "없는 것도, 있는 것도 함께 관찰해야 서로에 대한 이해가 넓어질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나은선 서울환경연합 활동가가 '왱왱홈즈' 활동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
발대식에는 이흥식 박사도 참여해 도시 안에서도 조용히 삶을 매개하는 존재인 야생벌에 대해 설명했다. ©서울농부포털

참여자들이 각자의 활동 반경에 비하우징을 설치하기 위해 대나무 대롱을 챙기고 있다. ©서울농부포털

참여자들이 서울환경연합 환경센터 마당에 설치된 비하우징을 살펴보고 있다. ©서울농부포털

참여자들이 조수정 대표의 설명을 듣고 비하우징을 설치해 보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왱왱홈즈' 참여자들은 이날부터 9월 30일까지 약 두 달 반 동안 각자의 동네에 비하우징을 설치하고, 찾아오는 벌과 곤충을 기록하는 시민과학자로 활동하게 됩니다.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는 도시 야생벌 생태 연구에 활용되고, 관찰을 진행한 참여자에게는 도시 생물다양성에 기여했음을 증명하는 디지털 수료증도 발급될 예정입니다. 또한, 서울환경연합은 '왱왱홈즈' 캠페인과 함께 서울시 전역의 공공녹지 농약 사용 실태를 모니터링하고,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야생벌에게 안전한 환경이 실제로 조성되고 있는지 감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왱왱홈즈'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벌집을 만드는 데 있지 않습니다. 도시 생태계의 위기 극복을 전문가나 정책의 영역으로만 남기지 않고,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골목과 담벼락에서 직접 눈을 맞추고 기록하는 활동으로 끌어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관찰은 인지를 낳고, 인지는 보호로 이어집니다. 대나무 대롱 100개를 손에 쥔 시민들이 올여름 도심 곳곳에 남길 기록은, 콘크리트 도시에서 야생벌과 인간이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일입니다. 도시 한복판에서 대나무 대롱 하나로 시작하는 작은 실험, '왱왱홈즈' 1기의 활동 결과가 올가을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됩니다.
©서울농부포털김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