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도시농업체험장과 노원 천수텃밭에서 "2026 전국도시농업시민협의회 하지대회"가 열렸다. ©서울농부포털6월 19일(금)과 20일(토) 이틀간 강북도시농업체험장과 노원 천수텃밭에서 전국도시농업시민협의회, 서울도시농업시민협의회, 강북마을텃밭, 녹색어울림이 공동주관한 "2026 전국도시농업시민협의회 하지대회"가 열렸습니다. 매년 겨울 '동지대회'를 진행하고 있는 전국도시농업시민협의회는, 올해는 '생물다양성의 숨을 틔우는 도시텃밭, 도시농부'를 주제로 여름에도 전국의 도시농업 단체와 개인 활동가들이 모이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최초로 1박 2일의 야영 형식으로 진행된 이번 대회에서 참가자들은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임에도 하룻밤을 함께 하며 텃밭을 도시농업의 온기로 가득 채웠습니다.


하지대회를 공동주관한 백우란 강북마을텃밭 이사 직무대행이 참가자들을 환영하고 있다. 백우란 대행은 "하지대회를 열만큼 강북마을텃밭이 성장했다고 생각하니 감개가 무량하다"며 "모두 반갑고 고마운 분들인데, 앞으로도 강북마을텃밭을 지켜나가는 데 연대를 통해 힘을 합쳐 달라"고 부탁했다. ©서울농부포털
하지대회 참가자들이 서로 인사하고 있다. 올해 하지대회에는 울산, 강원, 충청, 대구, 서울, 인천, 경기, 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70여 명의 도시농부들이 참여했다. ©서울농부포털
함그동(함께 그리는 동그라미) 밴드가 '숲과 밭에서 만든 노래'로 축하 공연을 하고 있다. "사람은 섬으로 살 수 없지. 우린 모두 연결되어 있어." ©서울농부포털
최협 야생동물 탐사전문작가가 '텃밭에서 만나는 새와 야생동물'이라는 주제로 사례 발표를 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하지대회는 첫 번째 세션으로 '생태포럼'을 진행했습니다. 먼저 최협 야생동물 탐사전문작가가 '텃밭에서 만나는 새와 야생동물'이라는 주제로 강북도시농업체험장에서 만난 야생동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강북도시농업체험장 근처에서 25년째 살아온 최협 작가에 따르면, 국립공원 자락에 자리한 이 텃밭은 예전부터 농약을 쓰는 관행 텃밭이었습니다. 그러다 10여 년 전 생태 텃밭이 자리를 잡으며 야생동물들이 하나둘 돌아오기 시작했습니다. "텃밭 농부들이 약속을 지켰더니 10년 새 자연환경이 확 바뀌었습니다."
변화의 상징적인 존재는 독수리였습니다. 네임택을 추적하면 하루 만에 철원-강북-파주를 왕복하며 넘나 든다는 사실이 확인된 '서울독수리'들은 많을 때 150-200마리가 한꺼번에 텃밭 상공을 선회합니다. "인적이 없는 겨울에는 텃밭에 내려앉기도 해요. 언젠가는 겨울 텃밭을 아예 독수리 쉼터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최협 작가가 강북도시농업체험장에서 직접 촬영한 멸종위기종인 천연기념물 제242호 까막딱따구리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생태 회복의 열쇠 중 하나는 딱따구리였습니다. 딱따구리가 뚫어놓은 구멍은 다른 동물들의 보금자리가 된다고 전한 최협 작가는 "딱따구리가 많다는 건 생태계가 건강해진다는 의미"라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같은 딱따구리가 파놓은 구멍을 낮에는 소쩍새가, 밤에는 청설모가 공유하는 모습도 관찰되었습니다. 특히 전 세계 멸종위기종인 붉은배오색딱따구리가 이 텃밭에서 번식 중인 것으로 확인되었지만, 보호를 위해 정확한 위치는 비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텃밭 바로 앞 큰 계곡과 하루 종일 햇볕이 드는 환경 덕분에 물총새도 터를 잡았고, 꿀벌 집들도 자연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반면 밀렵꾼들의 올무와 덫, 동물 사체도 여전히 발견되고 있어 그늘도 남아 있습니다.
최협 작가가 텃밭에서 관찰한 야생동물 목록은 그 자체로 경이로움이었습니다. 참매, 말똥가리, 솔부엉이, 수리부엉이, 흰꼬리수리, 황조롱이, 새호리기, 잿빛개구리매, 붉은배새매, 비둘기조롱이, 새매, 물총새, 후투티, 파랑새 등등. 최협 작가는 "많은 천연기념물들이 10년 사이에 돌아왔는데, 이 사실이 알려지면 너무 관심을 받아 오히려 해가 될까 두려워 숨기고 싶었다"며 "하지만 텃밭의 생태적 역할에 대해 알리고, 소중한 자연의 보고인 강북도시농업체험장을 지키기 위해 이제는 조금씩 알려야 할 때가 된 것 같아 조심스럽게 꺼내 본다"고 전했습니다.
민성환 생태보전시민모임 공동대표가 '(도시)농업과 생물다양성 그리고 생태교육'이라는 주제로 사례 발표를 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이어 민성환 생태보전시민모임 공동대표가 '(도시)농업과 생물다양성 그리고 생태교육'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했습니다. 민성환 공동대표는 먼저 기후위기의 현주소를 숫자로 제시했습니다. UNEP(유엔환경계획)에 따르면 G20 국가 중 현재 탄소중립 목표를 준수하는 나라는 단 한 곳도 없으며,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40% 이상이 식량의 생산·운반·폐기 과정에서 발생합니다. 이는 전체 교통 부문보다 많은 수치입니다.
생물다양성 위기도 심각한 상태입니다. 현재 지구는 매년 36,500종이 사라지는 '6차 대멸종'의 한가운데 놓여 있습니다. 먹거리 다양성의 붕괴도 충격적입니다. 식용 가능한 식물 7,500종 중 실제로 이용되는 것은 3,000종뿐이고, 단 15-20종이 전 세계 식량의 90%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1900년대 초와 비교해 과일·채소 품종의 90% 이상이 이미 사라졌습니다. 민성환 공동대표는 "소품종 대량생산 시스템이 수천 년에 걸쳐 형성된 작물 다양성을 불과 100년 만에 무너뜨렸다"고 전했습니다.
대응 방향으로는 다품종 소량생산 전환, 토종종자 보전, 자연농업·유기농업으로의 전환이 제안됐습니다. 사례로는 광주 한새봉 논농업생태공원(화학 농약 없는 공동체 규약 운영), 서울 향림도시농업체험원(민관 거버넌스), 서울 무수골 논(논생태해설사 양성 및 시민과학 활동)이 소개되었습니다. 해외에서는 영국의 'Wild About Gardens' 캠페인과 미국의 '홈그로운 내셔널 파크' 운동이 시민의 정원과 잔디밭을 생태 네트워크로 전환하는 성공 모델로 제시되었습니다.
발표는 '농심(農心)'으로 귀결되었습니다. 민성환 공동대표는 "농지가 삶에 필수적이라는 것, 대자연과 땅을 경외해야 한다는 철학이 몸에 배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도시텃밭이 절기 감각을 회복하고 생태감수성을 키우는 교육의 장이 되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자연과 농업이 공존하는 도시의 미래를 함께 상상하자는 것으로 발표를 마무리했습니다.
오충현 동국대학교 융합환경과학과 교수가 '도시농업과 생물다양성 정책'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발표에 이어 오충현 동국대학교 융합환경과학과 교수의 강의가 진행됐습니다. 오충현 교수는 '도시농업과 생물다양성 정책'이라는 주제로, 도시농업을 단순한 취미 활동이 아닌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위기를 동시에 해결하는 정책적 수단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강의는 한국 사회의 변화에 대한 진단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오충현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의 93% 이상이 도시에 거주하고, 1인 가구 비율은 35%를 넘어섰습니다. 고령가구 비율과 사회적 고립감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으며, 스트레스 인지율과 우울감 경험률도 심각한 수준입니다. 합계출산율은 역대 최저를 갱신 중입니다.
기후위기의 현실도 데이터로 제시되었습니다. 1912년 이후 한국의 연평균 기온은 꾸준히 상승했고, 계절 길이와 절기별 평균기온도 눈에 띄게 달라졌습니다. 과수 재배지는 점점 북상하고 있으며, 설악산 구상나무는 빠르게 고사 중입니다. 산불 발생 건수와 피해 면적, 소나무재선충병 피해 현황도 기후변화와 맞닿아 있습니다.
생물다양성 위기는 더욱 충격적입니다. WWF의 지구생명지수(LPI)에 따르면 1970년 대비 2020년까지 전 세계 야생동물 개체군이 73% 감소했습니다. 오 교수는 생물다양성의 세 가지 요소(유전자·종·생태계)와 생태계 서비스(공급·조절·문화·지원)가 인간의 행복과 직결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생태발자국 측면에서 현재 인류는 지구 1.7개 분량의 자원을 소비하고 있으며, 한국은 실제 보유한 생태 자원보다 5-8배를 해외에서 끌어다 쓰는 '생태 적자 국가'임을 지적했습니다.
오충현 교수는 이에 대한 해법으로 '자연기반해법(NbS, Nature-based Solutions)'을 제시했습니다. NbS는 자연 생태계 활용, 관리·복원된 생태계, 새로운 생태계 생성으로 구분되며, 도시농업은 그중에서도 비용 대비 효과가 뛰어난 방법으로 꼽힙니다. 국제사회의 글로벌 보전 목표인 '30×30(2030년까지 지구 30%를 생물다양성 보호구역으로 지정)'과 도시농업의 연계 가능성도 제시되었습니다.
해외 사례도 풍성하게 소개되었습니다. 프랑스 파리는 공공건물 옥상에 농장을 조성하고 곤충·새 서식지를 만드는 정책을 추진 중입니다. 독일 베를린의 공동체 텃밭에서는 도시양봉, 살충제 전면 금지, 야생화 식재를 결합한 생물다양성 실천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서울 그린트러스트의 수분매개곤충 보전을 위한 '비밀정원', 도봉구 무수골의 토종벼 식재를 통한 서식지 보전 사례가 소개되었습니다. 씨앗도서관 운영과 환경·생물다양성 교육도 도시농업의 중요한 역할로 제시되었습니다.
오충현 교수는 도시농업의 사회적 가치에 특히 주목했습니다. 고령층·저소득층·장애인·청소년 등 사회적 취약계층의 돌봄·치유·교육과 도시농업을 연계하면 복지와 생태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제 도시농업은 개인의 소일거리를 넘어 돌봄·교육·치유·생물다양성 회복을 아우르는 '사회적 도시농업'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한 오충현 교수는 "생물다양성 보전과 사회적 도시농업을 연계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하다"고 전하며 강의를 마무리했습니다.
김선희 강북마을텃밭 사무국장이 강북마을텃밭을 소개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발표와 강의에 이어 하지대회를 공동주관한 강북마을텃밭의 소개 시간이 마련되었습니다. 김선희 강북마을텃밭 사무국장이 전한 강북마을텃밭의 출발점은 2014년, 강북마을대학 '행복상상 도시농부학교' 수료생들의 열망이었습니다. 2015년부터 공동체 텃밭을 운영하며 함께 모이고 규칙을 만들어가던 이 공동체는 2018년 민간 주말농장 폐쇄, 2019년 LH의 임차 연장 불가 통보 등 거듭된 위기를 겪었습니다. 그때마다 포기하지 않고 서울시·강북구를 설득한 끝에 2021년부터 강북도시농업체험장으로 공식 운영되며 오늘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현재 이 공간은 공동체 텃밭, 개인 분양밭, 씨앗밭, 교육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퍼머컬처·생태정원 교육과 절기별 공동체 활동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앞서 최협 작가의 발표에서 확인했듯, 수십 종의 맹금류와 멸종위기종이 찾아드는 도심 속 생태 거점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공간은 지금 또 다른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현재 강북도시농업체험장을 파크 골프장이나 시민공원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한 김선희 사무국장은 "일단은 막아내고 있지만, 누구보다 마을텃밭의 생태적 가치를 잘 아는 여러분들이 강북의 마을텃밭을 지키는 데 함께 힘을 모아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했습니다.
종합토론에서 모든 참가자들이 각자의 생각을 나누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이어진 종합토론에서 참가자들은 생태텃밭의 역할과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고, 생태적 보고인 강북도시농업체험장의 보존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특히 강북도시농업체험장을 운영하고 있는 (사)강북마을텃밭이 단순한 단체가 아니라 지역 기반의 공동체라는 것에 주목하고, 이를 바탕으로 영구적인 텃밭으로 지켜지는 모범 사례로 만들어 보자고 한 목소리로 뜻을 모았습니다.









토론을 마친 후 참가자들이 김선희 사무국장의 안내로 강북도시농업체험장 투어를 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
텃밭 투어 후 정창수 강북구청장 당선인이 방문해 인사를 하고 있다. 정창수 당선인은 강북도시농업체험장이 가진 공동체와 생태적 가치의 중요성을 강조해 참가자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서울농부포털
참가자들이 텃밭채소가 곁들여진 만찬을 즐기고 있다. ©서울농부포털
노원 천수텃밭으로 이동한 참가자들이 '작은 텃밭영화제'를 준비하고 있다. 야외상영으로 기획되었던 영화제는 우천으로 실내에서 진행되었다. ©전국도시농업시민협의회텃밭 만찬 후에는 노원 천수텃밭으로 이동해 두 번째 세션으로 '작은 텃밭영화제'를 가졌습니다. 참가자들은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한 부부가 생태농업으로 척박한 땅을 되살려내는 8년간의 기록을 담은 다큐멘터리 <위대한 작은 농장>을 함께 관람하며, 농사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보고 자연의 위로를 나누었습니다.


영화제 후에 참가자들은 활동가 교류회를 가지고 텃밭 야영을 하며, 빗 속이지만 사람과 자연의 따뜻함을 나눴다. ©전국도시농업시민협의회이튿날, 간단한 아침 식사 후 세 번째 세션으로 천수텃밭 투어와 적정기술 워크숍을 가졌습니다. 참가자들은 이은수 녹색어울림 대표의 안내로 천수텃밭 곳곳에 조성된 이끼정원을 활용한 탄소흡수원, 빗물을 활용한 '하늘물의 문화화', 트리데크, 버섯 재배 공간, 적정기술을 통한 새로운 가치 창출 활동 내용 등을 둘러보고 도시농업의 가능성을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참가자들이 이은수 녹색어울림 대표의 안내로 천수텃밭 투어를 하고 있다. ©전국도시농업시민협의회적정기술 워크숍에서는 녹색어울림 활동가들의 진행으로 텃밭의 자동 관수 시설, 녹색 커튼 설치와 관리, 이끼 테라리움 만들기 등 세 가지 주제를 함께 했습니다.




참가자들이 적정기술 워크숍을 통해 도시농업에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들을 체험하고 있다. ©전국도시농업시민협의회올해 하지대회는 여름의 뜨거운 햇살보다는 촉촉한 빗줄기로 적셔졌습니다. 전국에서 모인 도시농부들은 1박 2일 동안 생태계의 변화를 눈으로 확인하고, 생물다양성의 위기를 숫자로 돌아보고, 10년의 공동체 역사를 가슴에 녹여냈습니다. 서로 다른 지역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텃밭을 일궈온 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경험을 나누고 연대를 다진 것 자체가 이번 하지대회의 가장 큰 성과이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도시의 텃밭이 단순한 농사 공간을 넘어 맹금류가 깃들고, 멸종위기종이 돌아오고, 이웃이 연결되는 생태 거점임을 다시 한번 증명했습니다.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위기가 동시에 심화되는 지금, 도시농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자연기반해법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강북마을텃밭의 위기가 보여주듯, 그 가치를 지키는 것은 결국 시민과 공동체의 몫입니다. 올해 하지대회가 남긴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바로 이것입니다. "텃밭을 지키는 것이 곧 도시의 생태와 우리의 미래를 지키는 일입니다."
©전국도시농업시민협의회김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