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제2차 기후위기 시대의 정원도시 세미나"가 열렸다. ©서울농부포털4월 30일(목)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제2차 기후위기 시대의 정원도시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기후적응과 그린인프라 도시 사례'를 주제로 (재)기후변화센터와 정원도시포럼이 주최한 이번 세미나는, 정원과 도시녹지를 도시가 직면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공간 기반 해법과 정책적 전환 방향으로 삼아 '기후적응 인프라'를 구축하는 가능성을 타진해 보기 위해 마련되었습니다.
고정희 써드스페이스 베를린 환경아카데미 대표가 '다시 그려보는 베를린 : 기후적응 전략과 인프라'를 주제로 기조 강연을 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 기조 강연은 고정희 써드스페이스 베를린 환경아카데미 대표가 영상을 통해 '다시 그려보는 베를린 : 기후적응 전략과 인프라'를 주제로 진행했습니다.
고정희 대표는 먼저 베를린이 마주한 새로운 기후 현실을 짚었습니다. 고정희 대표에 따르면, 집중호우와 홍수, 극심한 가뭄이 더 이상 낯선 장면이 아닌 베를린에서, 특히 2021년 독일 아르 계곡 홍수 참사는 기후적응 논의의 결정적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이 사건 이후 도시는 빗물을 빨리 흘려보내야 할 폐수가 아니라, 가뭄과 폭염에 대비해 저장하고 활용해야 할 희소한 자원으로 다시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베를린의 대응은 법과 계획, 재정이 함께 움직인다는 점에서 주목됩니다. 베를린은 탄소중립 목표와 함께 기후적응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왔고, 2025년에는 베를린 기후적응법을 제정했습니다. 이 법은 도시 기후적응의 핵심 인프라로 가로수를 강조해 일명 '가로수법'으로도 불립니다. 현재 약 50만 그루인 가로수를 2040년까지 100만 그루로 늘리고, 도로변과 중앙분리대에는 약 15m 간격으로 가로수를 심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열섬 현상이 심한 약 170개 동네의 기온을 최소 2℃ 낮추는 목표도 제시됐습니다.
녹지 접근성 역시 중요한 기준으로 다뤄졌습니다. 베를린은 모든 주민이 거주지에서 500m 이내에 최소 1ha 규모의 공원 녹지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모자이크 녹지' 개념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는 공원을 단순한 휴식 공간이 아니라 도시를 식히고, 시민 건강을 지키며, 일상 속 피난처가 되는 필수 인프라로 보는 관점입니다.
고정희 대표는 베를린이 이미 도시 면적의 40% 이상을 숲, 공원, 수면, 농경지 등 녹지로 갖춘 푸른 도시이지만, 이제는 더 많은 녹지를 넘어 '똑똑한 녹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도시숲과 공원은 기후에 강한 구조로 바뀌어야 하고, 거리와 동네에는 가로수와 쿨스폿이 촘촘히 배치되어야 합니다. 또 물과 녹지를 결합한 스펀지 도시 전략은 홍수와 가뭄에 동시에 대응하는 해법으로 제시됐습니다. 살아있는 토양과 생물다양성 역시 도시의 기후탄력성을 완성하는 중요한 기반입니다.
베를린의 도시계획 도구인 'StEP Klima KONKRET 2.0'도 소개됐습니다. 이는 기후를 도시계획의 부차적 요소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15분 도시, 블루-그린 인프라, 야간 냉각 시스템, 물관리, 집중호우 대비 등을 하나의 공간 전략으로 겹쳐 도시를 다시 그리는 방식입니다. 교통, 건축, 녹지, 물순환을 따로 보지 않고 통합적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고정희 대표는 끝으로 '베를린은 잘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고정희 대표는 일견 순조롭게 진행되는 베를린의 계획에는 여전히 건물·난방, 교통, 에너지공급, 경제·소비 구조가 큰 장애 요소로 남아 있다고 짚었습니다. 즉, 베를린은 기후적응 분야에서는 제도와 계획, 녹지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구축하고 있지만, 기후적응을 내세우다 보니 탄소감축이 밀려나는 구조적 난제를 안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던졌습니다. 이는 베를린 뿐 아니라 모든 자본주의 산업 사회의 구조적 모순이라고 전한 고정희 대표는 "모든 것을 먹어치우기 전에는 멈추지 않는다"는 자본의 속성을 되새기며 "탄소감축이라는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다 함께 브레이크가 되도록 노력하자"는 말로 강연을 마무리했습니다.
신지영 한국환경연구원 기후적응정책실장이 '기후위기시대, 도시의 '기후적응"전략'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이어 첫 번째 발제는 신지영 한국환경연구원 기후적응정책실장이 '기후위기시대, 도시의 '기후적응"전략'을 주제로 진행했습니다.
신지영 실장은 기후위기 시대에 도시가 왜 '적응'을 핵심 전략으로 삼아야 하는지, 그리고 도시 정원과 녹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다루었습니다. 기후변화 대응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완화'와 이미 나타나고 있거나 앞으로 예상되는 피해를 줄이는 '적응'으로 나뉜다고 말한 신지영 실장은, 폭염, 홍수, 가뭄, 한파가 현실화된 지금, 기후적응이 미래 과제가 아니라 도시의 현재 과제임을 강조했습니다.
신지영 실장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을 통해 기후위기 적응시책을 제도화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 감시·예측, 적응정보 관리, 국가와 지방의 적응대책 수립, 공공기관 적응대책, 지역 기후위기 대응사업 등이 주요 내용입니다. 이는 기후적응이 환경정책을 넘어 건강, 국토, 물관리, 농림수산, 지역 안전망과 연결된 통합 과제임을 보여줍니다.
신지영 실장은 기후위험이 앞으로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폭염일수는 계속 늘어나고, 2020년에 태어난 아이들은 이전 세대보다 산불, 흉작, 가뭄, 강 범람, 폭염을 훨씬 더 많이 경험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후위기는 세대 간 형평성과 권리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또한 기후위기는 모두에게 같은 피해를 주지 않습니다. 생계, 빈곤, 건강, 주거, 대응 능력의 차이에 따라 취약계층과 취약지역은 더 큰 위험에 노출됩니다. 신지영 실장은 이를 '기후격차'로 설명하며, 적응 정책이 정의로운 전환과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신지영 실장은 정원과 녹지를 기후적응의 중요한 기반으로 제시했습니다. 특히 정부와 지자체, 국책연구원이 협력해 추진하는 '기후위기 취약계층 및 지역 지원사업'을 소개한 신지영 실장은, 차열 페인트 도장, 결빙 취약지 개선, 이동식 폭염쉼터, 폭염대응 쉼터, 정원과 녹지 등 녹색공간 조성, 물순환 회복, 소규모 공장 주변지역 적응 인프라 조성 등을 통해 폭염을 낮추고, 그늘과 쉼터를 제공하며, 빗물을 흡수하고, 지역 주민의 일상 속 회복력을 높이는 생활 기반시설로 사업을 확장시키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끝으로 신지영 실장은 시민 인식의 중요성도 짚었습니다. 신지영 실장은 "시민들이 기후변화를 우리나라가 직면한 주요 환경문제 중 1위로 인식하고 있지만, 개인보다는 사회적 문제라는 생각을 강하게 갖고 있다"며, 시민들이 사회적인 문제를 넘어 바로 내 문제라는 인식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임영석 국립수목원장이 '국가 정책 기반 기후변화 대응 정원 조성 사례'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두 번째 발제는 임영석 국립수목원장이 '국가 정책 기반 기후변화 대응 정원 조성 사례'를 주제로 진행했습니다.
임영석 원장은 먼저 대표적 정원도시인 싱가포르의 정책 변화를 소개했습니다. 싱가포르는 1967년 'Garden City(정원도시)'에서 출발해 1997년 'City in Garden(정원 속 도시)'을 거쳐 2020년 'City in Nature(자연 속 도시)'로 전환했습니다. 이는 도시 안에 녹지를 더하는 방식에서 도시 전체를 자연 기반의 녹지 네트워크로 설계하는 방향으로 나아간 사례로, 현재 싱가포르는 정원도시를 넘어 자연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 사례를 바탕으로 임영석 원장은 정원을 '만들어진 생태계'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원은 인간이 설계하고 관리하지만, 동시에 생물 서식지, 물순환, 토양, 미기후를 형성하는 생태적 공간이 됩니다.
국내 지자체들이 추진하고 있는 정원도시 현황을 소개한 임영석 원장은 정책이 '정원=면적'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특별한 고민 없이 유행처럼 조성되는 정원에 우려를 표한 임영석 원장은 앞으로는 기후대응성, 생태·물순환 연결성, 생활권 접근성, 유휴공간의 정원자원화 등이 정원도시 정책의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원이 기후위기에 답할 수 있는 사례도 제시되었습니다. 빗물을 침투시켜 홍수 위험을 줄이는 '레인가드', 국지성 호우와 침수에 견딜 수 있는 구조를 제공하는 '바이오스웨일', 식물과 균류의 탄소 흡수·저장 역할을 보여주는 교육형 정원인 영국의 '큐가든', 자생식물과 수분매개자를 보호하고 시민참여를 이끄는 미국 '스미소니언의 생물다양성 정원' 등의 해외 사례와 함께, 기존 수목과 빛 환경을 활용해 지역 생물이 정착하도록 설계된 진주 초전공원의 '서식처 정원', 벌과 나비 등 수분매개자의 먹이·서식·번식 기반을 마련한 평택 농업생태원의 '수분매개자 정원', 도시 생활권에서 적용 가능한 기후적응 모델인 서울 노원구 화랑대역 인근 '저관리형 빗물정원' 등의 국내 사례가 소개되었습니다.
끝으로 임영석 원장은 기후위기 시대의 정원은 자생식물과 장소의 관계를 고려하고, 사람뿐 아니라 곤충, 새, 미생물 등 비인간 생명과 함께 살아가는 '살아있는 정원'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임영석 원장은 "우리는 기후위기에 적응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 시점에서 실은 새로운 문명을 만들어 가는 중이 아닌가 하는 통찰을 가질 때"라고 전하며 발표를 마무리했습니다.
황준호 전남 해남 '솔라시도' AI 인프라 실장이 '에너지미래도시와 그린인프라 조성'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세 번째 발제는 황준호 전남 해남 '솔라시도' AI 인프라 실장이 '에너지미래도시와 그린인프라 조성'을 주제로 진행했습니다.
전남 해남에 조성되고 있는 '솔라시도'는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기반의 도시 운영과 그린인프라 구축을 지향하는 대규모 도시개발 모델입니다. 기존 도시가 외부에서 생산된 에너지를 공급받아 소비하는 구조였다면, 솔라시도는 도시 안팎에서 재생에너지를 생산하고 이를 도시 운영, 산업 기반, 정주 환경과 연결하려는 구상을 담고 있습니다. 특히 AI 인프라, 데이터센터, 에너지 저장·관리 시스템 등과 연계해 미래 산업과 친환경 도시 기반을 함께 조성하려는 점이 특징입니다.
황준호 실장은 앞으로 도시의 경쟁력은 안정적이고 친환경적인 에너지 인프라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AI 산업과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전력을 어떻게 생산하고 공급하며 관리할 것인지는 도시계획의 핵심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솔라시도'는 태양광 발전, 에너지 저장장치, 전력 관리 시스템 등을 통해 에너지 자립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탄소배출을 줄이는 도시 모델을 제시합니다.
황준호 실장은 에너지 인프라와 함께 그린 인프라도 강조했습니다. 미래도시는 에너지 설비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폭염, 폭우, 가뭄 같은 기후위험을 완화하고 시민의 생활환경을 지키기 위해 녹지, 물순환, 생태축, 공원과 정원 같은 자연 기반 인프라가 함께 조성되어야 합니다. 그린 인프라는 도시 열섬을 줄이고, 빗물을 머금어 침수 위험을 낮추며, 생물다양성을 회복하는 역할을 합니다.
황준호 실장에 따르면, 솔라시도의 그린 인프라 구상은 정원도시 논의와도 연결됩니다. 정원과 공원, 수변공간, 녹지축은 단순한 조경 요소가 아니라 기후적응 기능을 담당하는 기반시설입니다. 재생에너지 기반 도시와 그린 인프라가 결합될 때 도시는 탄소중립과 기후적응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습니다.
황준호 실장은 "도시개발사업은 많은 영역을 포괄해야 한다는 무게감을 느낀다"며 "사업과 인간에 대한 종합적인 고려가 있어야 도시는 완성되는 것이기 때문에 늘 열려 있는 시각으로 모든 분들과 활발한 소통을 하고 싶다"고 전하며 발표를 마무리했습니다.
패널토론에서 서영애 기술사사무소 이수 소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하고 있다. 서영애 소장은 "정원도시를 만드는데 정원 분야인들끼리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며 "모든 분야가 만날 수 있는 자리를 위해 기후위기를 주제로 하는 세미나가 마련되었다"고 전했다. ©서울농부포털"기후위기 시대의 정원도시" 세미나는 기후위기 시대의 정원도시가 단순히 더 많은 녹지를 만드는 일을 넘어, 도시의 생존 방식 자체를 다시 설계하는 과제임을 보여주었습니다. 가로수와 공원, 빗물정원과 생물다양성 정원, 재생에너지와 그린인프라는 각각의 사업이 아니라 폭염과 폭우, 탄소중립과 지역 회복력을 함께 풀어가는 하나의 도시 전략입니다. 이제 정원도시는 '보기 좋은 도시'를 넘어 시민의 일상을 지키고, 생명을 품으며, 미래 세대가 살아갈 수 있는 회복력 있는 도시를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서울의 정원도시 역시 어디에, 누구를 위해, 어떤 기후적응 효과를 낼 것인지 묻는 데서부터 다음 걸음을 내딛길 바라봅니다.
김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