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문화공간 이음에서 "토종쌀로(The Road to Korean Heirloom Rice)" 전시가 열리고 있다. ©서울농부포털한식의 문화적 가치를 전시하고 홍보하는 한식문화공간 이음(서울 종로구 북촌로 18)에서 특별한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오늘, 식사하셨나요? 따뜻한 쌀밥 한 그릇 드셨나요?" 전시장에 들어서는 관람객들을 맞는 한 문장으로 매일 먹는 밥 한 그릇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수고와 시간이 담겨 있는지 묻는 전시, 토종쌀로 찾아 떠난 우보 이근이 농부의 여정을 담은 "토종쌀로(The Road to Korean Heirloom Rice)"입니다.
한식문화공간 이음에서 "토종쌀로(The Road to Korean Heirloom Rice)" 전시가 열리고 있다. ©서울농부포털
전시는 우보 이근이 농부의 여정을 중심으로 토종쌀을 복원해 온 과정을 담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우보 이근이 농부는 부인을 따라 우연히 도시농업을 접한 뒤 그 매력에 깊이 빠져, 모든 것을 던지고 농사에 뛰어들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그가 특히 매료된 것은 당시 누구도 크게 관심을 갖지 않던 토종벼였습니다. 그는 전국을 돌며 토종벼 종자를 수집했고,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함께 우보농장에서 무농약·무화학비료·무제초제·무비닐의 친환경농법으로 일일이 손으로 농사를 지었습니다.
전시는 우보 이근이 농부의 여정을 중심으로 토종쌀을 복원해 온 과정을 담고 있다. ©서울농부포털현재 토종벼의 산실이 되고 있는 우보농장의 시작은 작았습니다. 2005년 벽제 동광원 할머니로부터 토종씨앗을 얻어 농사를 시작했고, 2011년에는 5평 남짓한 작은 논에 토종벼 30품종을 심었습니다. 하지만 한 톨의 볍씨가 수많은 낟알로 되돌아오는 경험은 이근이 농부와 동료들에게 큰 확신이 되었습니다. 2014년에는 1,200여 평에서 30품종을 재배하며 유기순환 전통농법을 익혔고, 2017년에는 2,000여 평에서 100품종을 재배하며 도시민들과 논공동체를 이루었습니다.
이후 우보농장의 토종벼 농사는 더욱 넓어졌습니다. 2020년에는 4,000여 평에서 260품종을 재배하며, 박제된 토종벼의 역사성과 다양성의 세계를 깨웠습니다. 도시민 토종쌀 자급자족 '내논갖기' 프로그램도 운영하며, 시민들이 토종쌀 생산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었습니다. 2023년에는 2만여 평에서 450품종을 복원하고, 고양·양평의 전업 농부와 전국의 소농에게 토종 볍씨를 나누었습니다. 108개의 주력 품종 선정과 ‘'백팔미' 출시, '108 주모 양성 프로젝트'도 이 무렵 이어졌습니다.




전시는 씨앗과 도정된 쌀을 통해 각기 고유한 색과 모양을 가지고 있는 토종쌀의 다채로움을 선보이고 있다. ©서울농부포털2024년 이후에는 또 다른 토종벼의 여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시기 우보농장의 재배지는 고양과 여주, 남양주 등으로 이어졌고, 18,000평 규모에서 314품종의 토종벼를 재배했습니다. 벽제에서는 자광도와 검은깨쌀벼 2품종을 1,600평 규모로 계약재배했고, 여주에서는 5,200평 논을 운영했습니다. 여주시 금사면 전북리 살띄논 채종포에서는 메벼 58품종과 찰벼 27품종을, 당골 채종포에서는 메벼 68품종을 길렀습니다. 이장논에서는 조동지 1,700평을, 외평리 밧뜰논에서는 주력 7품종을 2,700평 규모로 재배했습니다. 남양주시 고대논에서도 채종포 200평에 찰벼 34품종과 메벼 106품종을 심고, 주력 12품종을 6,000평 규모로 재배했습니다. 토종벼 보전이 한 곳의 실험을 넘어 지역별 재배와 채종, 계약재배로 확장되고 있는 셈입니다.





전시는 현재까지 복원된 토종벼의 품종과 함께 각 품종의 유래, 모양, 크기, 재배 특성, 지역까지 정리해 보여주며 그 근원을 전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우보 이근이 농부가 토종벼에 매달리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우리나라에 1910년 이전에 존재했던 토종벼 품종이 1,451종에 달하는데 현재는 상당수 사라졌습니다. 450여 종이 국립유전자원센터에 남아 있는데 이 품종 모두를 복원해서 쌀로 맛보는 게 꿈입니다"
씨앗을 보관하는 데 그치지 않고, 논에서 키우고 수확해 실제 밥상에서 맛보는 것. 우보가 말하는 복원은 살아 있는 복원입니다.
전시는 토종벼의 다양한 활용 사례를 통해 토종벼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서울농부포털토종벼를 지키는 일은 단순히 옛 품종을 보존하는 일이 아닙니다. 기후위기 시대에 농업의 다양성을 지키고, 지역의 기억과 식문화를 되살리며, 미래의 식량 선택지를 넓히는 일입니다. 우보가 걸어온 길은 한 농부의 성장사가 아니라, 밥 한 그릇 안에 담긴 생물다양성과 공동체의 가치를 되묻는 여정입니다.
전시 문구 중에는 "다행히도, 사라진 토종벼를 찾아 나선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노력으로 우리는 다시 토종쌀을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라는 문장이 적혀 있습니다. 토종쌀의 길은 혼자 걸을 수 있는 길이 아닙니다. 전시가 전하는 "그 길 위에 함께 주시기 바랍니다"는 말처럼, 농부가 씨앗을 잇고, 시민이 밥상에서 기억할 때, 사라져 가던 토종벼는 다시 다음 계절의 논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입니다.

전시에서는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토종벼 책갈피 만들기 체험 행사도 진행되었다. ©서울농부포털"토종쌀로" 전시는 한식문화공간 이음에서 6월 7일(일)까지 이어집니다. 이번 전시가 더 많은 시민들에게 밥 한 그릇 속에 담긴 씨앗의 시간과 농부의 손길을 전하고, 사라져 가던 토종쌀의 가치를 함께 기억하며 이어 가는 작은 출발점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서울농부포털김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