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1일(수) 온라인에서 "우프코리아 입문 설명회"가 열렸다. ©우프코리아3월 11일(수) 온라인에서 "우프코리아 입문 설명회"가 열렸습니다. 이번 설명회는 우프가 무엇인지, 그리고 한국에서 그 활동이 어떻게 확장되고 있는지를 알리기 위해 마련된 자리로, 단순한 프로그램 소개를 넘어, 도시와 농촌, 한국과 세계, 노동과 배움, 여행과 치유를 잇는 우프의 철학을 풀어내는 시간으로 꾸려졌습니다. 설명회는 도시에서 농업을 멀게 느끼는 사람에게 농업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를 주었고, 이미 텃밭과 생태적 삶에 관심을 가진 사람에게는 한 걸음 더 깊은 현장으로 들어갈 수 있는 통로를 제시했습니다.
우프(WWOOF)는 'World Wide Opportunities on Organic Farms'의 약자로, 1971년 영국에서 시작된 국제 유기농 자원교류 운동입니다. 유기농가나 친환경적인 삶을 지향하는 공동체에서 하루 약 5시간 정도 일손을 돕고, 그 대신 숙식을 제공받으며 농업과 지역문화를 배우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전 세계적으로는 현재 130여 개국 이상으로 확산되어 있으며, 2025년 기준 1만 2,200곳의 호스트와 12만 5,000명의 우퍼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름 그대로 세계 각지의 농장과 사람들을 연결하는 국제 네트워크인 셈입니다. (
[WWOOF 국제 사이트])
©우프코리아설명회에서 강조된 우프의 핵심은 '노동 교환'의 활동 자체보다는 그 안에 담긴 가치였습니다. 우프는 유기농가의 일손을 돕는 실질적 역할을 하면서도, 도시민에게는 치유와 여행의 기회를 제공하고,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진 사람들 사이에 교류와 연대를 만들어 냅니다. 또한 기후위기 시대에 친환경 농업과 대안적 삶을 실제로 체험하고 실천해 보는 장이 되기도 합니다. 농부와 우퍼가 함께 밥을 먹고, 일하고, 일상을 나누는 과정은 단순한 자원봉사를 넘어 서로의 삶을 배우는 교육의 과정에 가깝습니다.
©우프코리아우프코리아(WWOOF Korea)는 국제적인 우프 네트워크의 한국 조직입니다. 우프코리아는 1997년 10월 창립되었으며, 2011년 5월 사단법인 한국농촌체험교류협회로 지정되면서 본격적인 국내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같은 해 9월에는 세계우프대표부 회의를 한국에서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우프코리아는 한국의 친환경 농가와 국내외 참가자를 연결하는 비영리 단체로, 지속가능한 농업과 국제 교류를 함께 실천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한국 농촌을 세계에 소개하는 창구이자, 한국 사회 안에서 농업의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는 플랫폼을 지향하며 확산되고 있습니다.
©우프코리아현재 우프코리아는 2026년 3월 기준 전국 83곳의 호스트 농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강원 16곳, 경기 13곳, 전남 12곳, 경남 11곳, 충남 9곳, 제주 9곳 등 전국적으로 분포해 있어 참가자는 다양한 지역의 농촌과 생태 환경을 만날 수 있습니다. 호스트의 형태도 매우 폭넓습니다. 소규모 자립농, 상업적 유기농장, 전통문화 단체, 종교단체, 체험마을, 대안학교 등 저마다 다른 철학과 방식으로 농업을 실천하는 곳들이 포함돼 있습니다. 농사 방식 역시 무농약 생태농, 자연농, 유기농, 퍼머컬처, 생명역동농업, 전통농법 등으로 다양합니다. 이는 우프코리아가 획일적인 체험 프로그램이 아니라, 여러 생태적 삶의 모델을 직접 만날 수 있는 장이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우프코리아의 호스트는 매년 4차례의 심사를 통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참가자들도 다양합니다. 2025년 기준 우프코리아에는 외국인 우퍼 545명, 내국인 우퍼 126명이 참여했습니다. 외국인 참가자는 유럽 43%, 아시아 28%, 북미 19% 등 다양한 국적 구성을 보였고, 연령대는 20대가 52%, 30대가 31%로 청년층이 중심이었습니다. 하지만 설명회에서는 우프가 청년만의 활동으로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이 강조되었습니다. 최근에는 60대 이상 참가자도 늘고 있으며, 실제로 뉴질랜드에서 온 시니어 부부가 한국 농촌에서 우핑을 경험한 사례도 소개되었습니다.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자연과 사람, 농업을 배우며 새로운 삶의 감각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우프의 중요한 특징으로 다루어졌습니다.
©우프코리아설명회를 통해 소개된 여러 사례는 우프의 의미를 더욱 생생하게 전했습니다. 명문대를 수석 졸업한 뒤 획일화된 삶에 의문을 느껴 1년 동안 한국 우프를 경험한 청년, 한국에 입양되었다가 친부모를 찾으러 왔지만 결국 호스트를 '제2의 부모님'처럼 만나게 된 참가자, 우프를 통해 만난 인연이 국제결혼으로 이어진 사례까지 소개되었습니다. 프랑스 출신 찰리와 로라 부부가 한국 농촌에서 8개월을 지낸 뒤 프랑스 낭트에서 한국 농촌문화 전시회를 열었다는 사례는, 우프가 한 사람의 여행을 넘어 삶의 방향과 관계의 지도를 바꿔 놓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었습니다.
해외 우프 사례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신혼여행으로 유럽 5개국에서 7개월 동안 우프를 경험한 사례, 세 명의 청년이 2년 동안 세계 여러 나라에서 우프 활동을 한 뒤 이를 바탕으로 영화 '파밍보이즈'를 제작한 사례 등은 우프가 한국 안에만 머무는 활동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었습니다. 다시 말해 우프코리아는 한국 농촌을 세계와 연결하는 창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한국 청년과 시민들이 세계의 농업, 공동체, 생태적 삶을 경험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조직이기도 합니다.
©우프코리아이번 설명회에서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우프코리아가 단순히 호스트와 우퍼를 연결하는 중개 역할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주말을 활용해 당일 또는 1박 2일로 참여할 수 있는 '그룹우프 활동', 누구나 무료로 참여 가능한 온라인 독서모임 '우프랑농담(農談)', 친환경 농부장터 '햇빛장', 토종농사학교, 팜가드닝, 퍼머컬처 교육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은, 우프코리아가 농촌 현장 체험뿐 아니라 도시 속 생태적 감수성과 공동체 문화를 키우는 활동도 병행하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는 도시 속에 살아가는 시민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도시에서 텃밭을 가꾸거나 환경과 먹거리에 관심을 가져도, 그것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 체감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프코리아의 활동은 도시의 관심이 실제 농촌 현장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또 그 경험이 다시 도시의 생활방식과 가치관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주말 그룹우프는 시간이 부족한 도시민에게 적합한 진입로가 될 수 있고, 온라인 독서모임과 장터는 농업을 생산만이 아니라 '문화와 관계'의 영역으로 바라보게 합니다. 도시농업이 단지 작은 텃밭을 가꾸는 데 그치지 않고, 더 넓은 생태 전환의 감각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예입니다.
우프코리아의 활동은 농업을 둘러싼 사회적 의제와도 만납니다. '시골개 환경 개선 프로젝트'는 한국 농촌을 찾은 외국인 우퍼들이 짧은 목줄에 묶인 시골개의 처지를 보고 문제를 제기한 것이 계기가 되어, 실제 와이어줄 교체와 환경 개선 활동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는 우프가 단순히 농사 기술을 배우는 활동이 아니라, 농촌 공동체와 생명, 환경에 대한 감수성을 나누는 운동이라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지속가능성은 밭의 작물만이 아니라, 그 공간에서 함께 살아가는 존재들의 삶까지 돌아보는 일이라는 사실을 환기해 주었습니다.
©우프코리아올해 우프코리아는 '2026년 청년 장기 귀농학교'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친환경 농업과 농산어촌관광, 지역 자원 탐색, 현장 실습 등을 4개월 동안 600시간에 걸쳐 집중적으로 배우는 교육 과정으로, 우프코리아 1년 멤버십 제공과 우수 수료자 해외 우프 경비 지원 등의 혜택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는 우프코리아가 단기 체험을 넘어 청년들이 농업에 본격적으로 진입할 수 있는 교육의 사다리 역할까지 넓혀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단순한 체험형 프로그램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농업을 미래의 삶과 일로 상상하는 사람들을 위한 실제적인 기반을 만들어 간다는 데 큰 의의를 찾을 수 있습니다.
설명회에서는 또 자연과의 교류가 청년의 우울과 고립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도 환기되었습니다. 흙을 만지고, 계절의 흐름을 따라 몸을 움직이며, 다른 사람과 함께 먹고 일하는 경험은 오늘의 도시 사회에서 쉽게 얻기 어려운 관계 맺기와 회복의 시간을 만들어 줍니다. 빠른 효율과 경쟁 중심의 생활에서 벗어나, 자연의 속도에 맞춰 살아보는 경험은 그 자체로 대안적 삶의 실험이 됩니다. 우프가 오랜 시간 전 세계에서 지속돼 온 이유도 바로 이런 치유와 전환의 힘 때문일 것입니다.
©우프코리아이번 "우프코리아 입문 설명회"는 기후위기와 지역 소멸, 청년 우울과 먹거리 위기가 겹쳐지는 시대에 농업은 더 이상 농촌만의 일이 아니라는 점을 전했습니다. 작은 텃밭을 가꾸는 도시 시민도, 잠시 새로운 삶을 모색하는 청년도, 오랜 시간 일한 뒤 다른 인생을 고민하는 중장년도 우프를 통해 농업과 연결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연결은 한국 농촌 안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세계 여러 나라의 유기농가와 공동체로 뻗어 나갑니다. '땅을 소유하지 않은 농부, 세계를 가꾸는 여행'이라는 문구는 그래서 단순한 홍보 문장이 아니라, 지금 시대가 필요로 하는 또 하나의 삶의 제안처럼 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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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