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여성플라자에서 "2026년 전국도시농업시민협의회 정기총회"가 개최되었다. ©서울농부포털2월 27일(금) 서울여성플라자(동작구 여의대방로54길 18)에서 "2026년 전국도시농업시민협의회 정기총회"가 개최되었습니다. (사)전국도시농업시민협의회(이하 전국협)는 '농업의 가치를 국민과 함께, 도시농업으로 지속가능한 도시를 일군다'는 기치로 2012년 창립된 이래, 전국 44개 도시농업 단체들을 아우르며 생태복지 도시와 국민농업을 목표로 시민주도·생태적 삶·공동체 가치를 확산해 가고 있습니다.
'기후전환을 실천하는 도시농업, 새로운 도약'을 주제로 내건 이번 정기총회에는 전국 각지의 회원 단체 대표와 활동가들이 참석해 2025년 사업을 평가하고 올해 방향을 함께 논의했습니다. 개회 선언과 성원 보고를 시작으로 사업 평가 및 결산, 감사 보고, 임원 선출, 2026년 사업계획 및 예산 심의, 신입 단체 승인까지 총 다섯 가지 안건이 차례로 다루어졌습니다.
정기총회에서 전국에서 참가한 전국협 회원 단체 대표들이 인사를 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본격적인 총회에 앞서 소란(유희정) 한국퍼머컬처네트워크 대표 활동가의 "퍼머컬쳐네트워크 활동 및 조직운영 사례"에 대한 특강이 진행되었습니다. 소란 대표 활동가는 특강을 통해 농사 기술을 넘어서는 퍼머컬처의 기본 철학과 원리를 설명하고, 한국퍼머컬처네트워크의 활동과 조직 운영, 지속가능성을 위한 제도를 소개하며 도시농업 단체들에게 큰 영감을 주었습니다.
소란 한국퍼머컬처네트워크 대표 활동가가 "퍼머컬쳐네트워크 활동 및 조직운영 사례"에 대한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소란 대표 활동가는 먼저 "원래 퍼머컬처는 혁명가들의 사상이었고, 문화를 바꾸자는 운동"이었다며, 그래서 작물을 어떻게 심을까 하는 농사 기법이 아니라 "왜 심어야 하느냐, 이걸 누구와 나누며 함께 할 것인가"가 퍼머컬처의 핵심 질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밭을 설계하되 거기서 멈추지 않고 마을과 연결되고 지역과 연결되고 공동체와 연결되는 상상력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것이 퍼머컬처 디자인"이라고 전한 소란 대표 활동가는 "그 힘은 농사 기술이 아니라 사람들 사이의 '돌봄'과 '연결'에서 나온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퍼머컬처네트워크의 조직 운영 철학도 같은 결을 가집니다. 한국퍼머컬처네트워크는 전국 13개 지구로 움직이지만 사무실은 두지 않습니다. 소란 대표 활동가는 "남들이 보기에 그럴듯한 형상은 필요가 없다"며 "중요한 건 서로를 느끼는 철학과 감각"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활동은 위계적 승인보다, 각자가 하고 싶은 일을 제안하고 네트워크가 돕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소란 대표 활동가의 "정말 다양하고 많은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 일들을 누가 다 하냐 생각하실 테지만, 사실 저도 잘 몰라요. 그냥 일어나고 있는 거예요"라는 말은, 통제보다 실행과 관계를 우선하는 운영 원리를 상징적으로 드러냈습니다.
소란 한국퍼머컬처네트워크 대표 활동가가 "퍼머컬쳐네트워크 활동 및 조직운영 사례"에 대한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사)전국도시농업시민협의회한국퍼머컬처네트워크가 '지속'을 위해 '탄소 기본소득', '퍼머컬처 인증제도', '공제회'를 축으로 진행하고 있는 '기후농부 육성 프로젝트'도 소개되었습니다. '탄소 기본소득'은 "땅을 갈지 않는 농사가 탄소 저감으로 이어진다"는 관점에서 한국퍼머컬처네트워크의 '생태 거점'이 탄소 1톤을 저장하면 1만 원을 지급하는 방식의 프로젝트입니다. 작년에는 최소 40톤 정도의 탄소가 저장되었다고 산정한 소란 대표 활동가는 올해는 1톤에 2만 원 수준으로 지급을 높이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퍼머컬처 인증 제도'는 퍼머컬처의 가치 기준을 시장과 연결하는 장치입니다. 유기농 인증처럼 비용과 행정 부담이 큰 제도의 바깥에서 "우리가 우리를 인정해 주는" 방식을 만들자는 제안입니다. 공제회 역시 '서로를 돌볼 수 있는 구조'를 위한 선택입니다. 노동공제연합 (사)풀빵의 회원조직으로 등록해 회원들에게 공제 혜택을 제공할 예정으로, 소란 대표 활동가는 이를 두고 "복지라고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냥 '철학적으로 굉장히 옳아요, 해야 됩니다'만으로는 지속성을 갖기 어렵기 때문에 '우리가 서로 지지하고 돕기 위한 실천'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끝으로 소란 대표 활동가는 도시농업에 대해 분명한 메시지도 전했습니다. "해외에서는 퍼머컬처의 성지가 도시예요. 제한된 공간일수록 설계가 중요하고, 도시에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죠. 다만 도시에 제일 많은 게 사람인데 계속 사람을 놓치고 땅에만 집중하게 되면 그 공간은 지속될 수 없습니다." 밭을 운영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생산 이후의 나눔과 관계, 공동체로 이어지는 '연결'을 설계해야 한다는 주문이었습니다.
특강에 이어 "2026년 전국도시농업시민협의회 정기총회"가 진행되었습니다.
정기총회에서 안철환 전국협 고문이 격려사를 하고 있다. ©(사)전국도시농업시민협의회2025년 전국협은 대구에서 동지대회와 학교텃밭 활동가 대회를 개최하며 지역 간 신뢰를 회복하고 내부 결속을 다졌습니다. 코로나19 이후 느슨해졌던 전국 네트워크를 다시 촘촘히 엮는 한 해였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2040 청년모임 '농담'을 정례화하고 '5천원의 행복' 온라인 특강을 운영하며 청년층과의 접점도 넓혔습니다. '농담'은 도시농업에 관심 있는 20-40대 청년들이 모여 농사 경험을 나누고 도시농업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모임으로, 올해도 꾸준히 이어질 예정입니다.
특히 '식용도시(Edible City)' 담론을 본격적으로 확산시킨 점이 주목을 받았습니다. 식용도시란 도시 곳곳에서 먹을 수 있는 식물을 재배하고 공유하는 도시 모델로, 단순한 텃밭을 넘어 도시 전체를 먹거리 생산 공간으로 전환하자는 개념입니다. 전국협은 지역별 정책 토론회와 스터디를 통해 이 담론을 전국으로 확산시켰으며, 기후위기 대응 실천의 일환으로 양삼 심기 활동도 전개했습니다.
김충기 전국협 상임대표의 사회로 정기총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전국도시농업시민협의회감사 보고에서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냉정한 제언이 나왔습니다. 사업 감사를 맡은 김선정 감사는 "식용도시 스터디와 지역 정책 토론회 등 시의적절한 의제를 설정한 점이 돋보였다"고 평가하면서도, "공모사업 의존도를 줄이고 자체적으로 지속 가능한 자립형 사업 모델을 발굴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제언했습니다. 회계 감사를 맡은 김지형 감사는 예산에 근거한 적정한 집행을 확인하면서도 "회비 및 정기후원 납부율이 저조한 만큼 신규 회원과 후원 조직 확대가 절실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총회에서는 새로운 임원 선출도 이루어졌습니다. 공동대표로 김충기(인천), 조은하(경기), 권기태(울산) 대표가 선출되었으며, 이사진으로는 곽선미, 김성수, 이종준, 이은수, 김진덕 이사가 함께 이름을 올렸습니다. 감사는 김지형, 김의동 감사가 맡게 되었습니다. 임기는 2026년부터 2027년까지 2년으로, 새 지도부는 총회 직후부터 공식 활동에 들어갔습니다. 수도권과 영남권을 아우르는 공동대표 체제를 통해 전국 단위 네트워크의 균형 있는 운영이 기대됩니다.
정기총회에서 선출된 신임 임원진이 인사를 하고 있다. ©(사)전국도시농업시민협의회올해 전국협은 '연대와 교류', '정책과 교육', '조직 안정화'를 3대 목표로 설정했습니다. 연대와 교류 측면에서는 6월 서울에서 하지대회를 열어 정책 토론과 워크숍을 진행하고, 12월에는 강원 춘천에서 동지대회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2040 청년모임과 주제별 소모임도 더욱 활성화할 계획입니다.
정책과 교육 분야에서는 3월부터 5월까지 온라인 농생태학 스터디와 작물재배법 특강을 운영하고, 9월부터 11월까지는 명사특강과 정책위원회 활동을 이어갑니다. 특히 정책위원회를 본격 가동해 식용도시 실천을 전국으로 확산시키는 데 집중할 방침입니다.
조직 안정화를 위해서는 전국 단위 지원사업 발굴에 나서는 한편, 뉴스레터와 유튜브 채널을 강화해 홍보 역량을 높일 계획입니다.
정기총회에서 도시농업과 전국협의 활동에 헌신해 온 안병덕 고양도시농업네트워크 대표와 김성수 대구도시농업시민협의회 대표가 감사패를 받고 있다. ©(사)전국도시농업시민협의회총회 마지막 순서로 신입 단체 두 곳의 가입이 승인되었습니다. 충남 아산의 '힐링플랜트 사회적협동조합'은 치유농업과 다함께가치주말농장 운영을 통해 농업의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있는 단체입니다. 경북 포항의 '경북 사회적농업 전문가협회'는 경북 지역 52개 학교텃밭을 운영하며 도시농업 전문가 양성에 힘쓰고 있습니다. 두 단체의 합류로 전국협의 전국 네트워크는 한층 더 두터워지게 되었습니다.
정기총회에서 전국협의 새 식구가 된 김병일 경북 사회적농업 전문가협회 대표가 인사를 하고 있다. ©(사)전국도시농업시민협의회도시의 작은 텃밭이 지역을 바꾸고, 지역의 실천이 사회를 바꾸는 흐름은 혼자 만들기 어렵습니다. 전국협은 흩어진 도시농부들의 실천을 '연대'로 묶어, 더 큰 변화의 씨앗으로 키우는 공동체입니다. 도시농업이 단순한 텃밭 가꾸기를 넘어 기후위기 대응과 식용도시 실현의 실천 수단으로 자리매김하는 가운데, 새 지도부를 중심으로 한 해를 출발하는 전국협의 행보가 더 크고 넓게 펼쳐지길 바라봅니다.
©(사)전국도시농업시민협의회김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