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회관에서 "IPYC 2025 공유회"가 열렸다. ©한국퍼머컬처네트워크1월 31일(토) 철도회관(용산구 한강대로21나길 7)에서 "IPYC 2025 공유회"가 열렸습니다. '한국퍼머컬처네트워크'가 주최한 이번 행사는, 퍼머컬처의 원리를 청소년과 청년층에 알리고 확대시켜 저변을 넓히기 위한 교육 활동을 준비하는 첫걸음으로 마련되었습니다.






공유회에서는 "IPYC 2025" 활동 사진과 함께 동티모르에서 가져온 물품들이 전시되었고,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마련되었다. ©서울농부포털 "IPYC((International PermaYouth Convergence. 세계 퍼머컬처 청년 대회) 2025"는 'PermaYouth 운동'의 성공을 기념하고, 이를 전 세계적으로 확장하기 위한 구심점 역할을 하기 위해 마련된 최초의 국제 행사로, 지난해 10월 20일부터 25일까지 동티모르 에르메라(Ermera) 지역의 파투케로(Fatuquero) 마을에서 처음으로 열렸습니다. 'PermaYouth 운동'은 청년들이 퍼머컬처 지식과 기술로 무장하여 환경 위기에 대응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간다는 국제적인 행동으로, 핵심을 '이론'이 아닌 '실천'에 두고 지역 공동체에 뿌리를 둔 해결책을 강조하는 운동입니다.
'PermaYouth 운동'은 2000년대 초 동티모르의 독립과 재건 과정에서 시작된 'Permatil'의 활동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동티모르 현지에서 20년 이상 퍼머컬처 운동을 이끌어온 NGO인 'Permatil은, 지역 자원과 저비용 기술을 활용하여 국가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했고, 이 과정에서 청년들의 참여와 역할이 중요해지면서 'PermaYouth 운동'을 태동시켰습니다.
공유회가 진행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이번 공유회에서는 "IPYC 2025"에 직접 참여한 한국퍼머컬처네트워크 4명의 대표 활동가가 "IPYC 2025"의 핵심 주제였던 "물을 심고, 공동체를 키우다(Planting water, growing communities)"의 내용을 전하고, 현지에서 보고 듣고 배운 동티모르의 생태문화, 퍼머컬처를 국가적으로 초등교육과정에 통합시킨 동티모르의 상황, "IPYC 2025"에서 만난 청년들의 이야기 등을 생생하게 전달했습니다.
토마저씨 한국퍼머컬처네트워크 대표 활동가가 "동티모르에서 'Planting Water'를 보고 배우다"라는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먼저 한국퍼머컬처네트워크 유스캠프 기획단 토마저씨 대표 활동가가 "동티모르에서 'Planting Water'를 보고 배우다"라는 주제로 동티모르 현장에서 목격한 퍼머컬처 사례를 바탕으로, 위기 이후 재건의 핵심을 '물'과 '청년'에서 찾는 발표를 진행했습니다.
토마저씨는 동티모르를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기억과 겹치는 역사가 있는 친구 같은 나라"로 규정하며, 개발 중심 시각을 넘어 삶의 회복 관점에서 'Planting Water(물을 심기)'의 의미를 강조했습니다. 이야기는 동티모르의 현대사가 한국의 경험과 겹친다는 것에서 출발했습니다. "식민지는 땅이 아니라, 삶의 선택권을 빼앗았고, 해방은 끝이 아니라, 더 큰 혼란의 시작이었다"고 말한 토마저씨는 동티모르 독립 전후의 상처를 짚었고, 그 결과로 "무너진 것은 국가가 아니라 우리의 일상이었다"고 전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토마저씨는 재건의 방향이 "거대한 개발이 아니라, 물을 심는 선택"이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IPYC 2025"의 주제이자 핵심 사례로 제시된 'Planting Water'는 물 부족이 아니라 물이 머물지 못하는 땅이 문제라는 진단에서 시작했습니다. 토마저씨는 "모든 변화의 시작은 물이었다"면서도 "문제는 물의 양이 아니라, 물이 머물 수 없는 땅이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물을 저장하는 대신, 땅에 심기 시작했고, 그 결과 "빗물을 붙잡아 땅이 살아나고 마을의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물이 머무르자 땅이 먼저 반응했고, 이어 삶의 리듬과 마을이 회복됐다는 것입니다.
'Planting Water'의 일환으로 동티모르 현지에 만들어진 물모이 ©한국퍼머컬처네트워크발표의 또 하나의 핵심은 청년이었습니다. 토마저씨는 "IPYC 2025"에서 "650명의 동티모르 청년은 참가자가 아니라, 이 행사의 중심이었다"고 전했습니다. 토마저씨는 "청년이 없는 퍼머컬처는,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기 어렵다"며,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변화의 동력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며, 특히 청년이 참여자가 아니라 그 안에서 자라난 세대라는 메시지였습니다.
"IPYC 2025"에서 동티모르 청년들이 참가자들에게 퍼머컬처 농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한국퍼머컬처네트워크발표의 결론은 동티모르 청년들을 한국으로 초대하자는 제안이었습니다. 한국퍼머컬처네트워크가 9월 중 계획하고 있는 동티모르 청년들의 한국 방문에 대해 토마저씨는 "우리는 가르침이 아니라, 서로의 삶을 나누기 위해 이 청년들을 초대한다"며 "이것은 도움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목적은 기술 전수가 아니라 '삶의 교류'에 있습니다. 토마저씨는 이 초대를 '씨앗'에 비유하며 "씨앗은 결과를 약속하지 않지만 심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우리가 심으려는 것은 돈이 아니라, 만남"이라고 전했습니다.
달 한국퍼머컬처네트워크 대표 활동가가 "동티모르의 문화 - 노래와 이야기, 공동체 의례 속에 살아있는 동티모르 생태적 문화"라는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두 번째로는 달 대표 활동가가 "동티모르의 문화 - 노래와 이야기, 공동체 의례 속에 살아있는 동티모르 생태적 문화"라는 주제로 청년들이 퍼머컬처를 통해 전통을 오늘의 삶과 교육으로 잇는 방식 등 문화가 기술이 아니라 관계와 세계관으로 작동하는 현장을 나눴습니다.
달에 따르면, 동티모르를 이해하는 가장 오래된 문장은 '소년과 악어' 설화에 담겨 있습니다. 한 소년이 도운 악어가 결국 자신의 몸을 내주어 동티모르 섬이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동티모르에서 악어는 단지 동물이 아니라, 삶의 터전을 가능하게 한 '신성한 존재'로 기억됩니다.
동티모르에서 신성함은 박제된 전설이 아니라 지금도 작동하는 생활의 감각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사람들은 움마룰릭(uma lulik)이라 불리는 사당 같은 공간을 지키고, 룰릭(lulik)이라는 이름으로 지역마다 다른 신성함의 결을 이어갑니다. 이런 문화는 '빙산 아래가 살아있는 나라'라는 표현과도 닿아 있습니다. 표면 위로 보이는 것은 현대화된 풍경일지 모르지만, 그 아래에는 손기술과 공동체의 규범, 자연과 공존해 온 세월이 층층이 살아있습니다.
동티모르의 움마룰릭(uma lulik) ©한국퍼머컬처네트워크"IPYC 2025"에서 진행된 요리 경연대회에서 참가자들이 2시간 만에 음식과 함께 대나무와 바나나잎을 꺼내 들어 그릇과 숟가락, 찜기까지 즉석에서 만들어내는 장면은 상징적입니다. 여기서 손기술은 취미가 아니라 인프라이며, 자연물은 장식이 아니라 재료입니다. 식재료를 과하게 가공하기보다 원래의 맛을 살리는 방식 또한, 자연을 정복하기보다 살리는 생활 철학과 이어집니다.
"IPYC 2025"에서 진행된 요리 경연대회에서 동티모르 참가자들이 식사 도구까지 즉석에서 만들어 내는 모습 ©한국퍼머컬처네트워크현지 농가 방문에서 만난 경제적으로 성공한 농부의 선택도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다양한 농법을 고민한 끝에, 그는 혼자 잘되는 길이 아니라 마을 협동조합을 통해 모두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경험을 공유했습니다. 동티모르 퍼머컬처의 3축을 '돈 버는 사람, 정책을 하는 사람, 주민 속에서 활동하는 사람'으로 정리할 수 있다는 말은, 결국 삶의 재건이 '기술–제도–현장'이 함께 돌아갈 때 가능하다는 진실을 말해줍니다.
결국 동티모르의 퍼머컬처는 자연을 예쁘게 꾸미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나라를 다시 세우는 문법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그 문법은 룰릭이라는 신성함의 언어와도 모순되지 않습니다. 섬이 되기 위해 몸을 내준 악어의 이야기처럼, 동티모르에서 지속가능성은 누군가가 무언가를 내주는 관계의 윤리로 시작합니다. 달은 "전 세계가 동티모르의 퍼머컬처를 통한 재건에 힘을 보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며 "물을 심고, 공동체를 키운다는 말이 이곳에서는 실제로 삶을 이어 주기 때문"이라고 전하며 발표를 마무리했습니다.
이슬 한국퍼머컬처네트워크 대표 활동가가 "전통과 자립의 생태전환교육 - 동티모르가 선택한 퍼머컬처 국가교육 이야기"라는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세 번째 발표는 이슬 대표 활동가가 "전통과 자립의 생태전환교육 - 동티모르가 선택한 퍼머컬처 국가교육 이야기"라는 주제로 동티모르의 국가교육과정에 퍼머컬처가 통합된 이야기를 소개하고 우리가 돌아봐야 할 점들을 전했습니다.
동티모르는 2015년 초등교육과정에 퍼머컬처를 통합시켜 242개 학교, 41000명 이상의 학생에게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배경은 농업기술 보급이 아니라 국가 정체성의 회복이었습니다. 이슬은 "동티모르에서는 오랜 식민지배 이후 전통을 업신여기는 풍조가 들었고, 전통적 가치를 더 견고히 하기 위해 국가는 퍼머컬처를 선택했다"고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즉 동티모르에서 퍼머컬처는 새로운 농업 기술이 아니라, 잃어버린 가치를 다시 세우는 교육 언어라는 뜻입니다.
동티모르는 2015년 초등교육과정에 퍼머컬처를 통합시켰다. ©한국퍼머컬처네트워크확산 방식 또한 교육의 경계를 넘었습니다. 이슬은 "동티모르 퍼머컬처의 확산은 '에고'라는 가수가 기타를 메고 전국 공연을 하며 알린 덕분에 이루어졌다"며 "퍼머컬처를 학교 안에서만 가르치는 교과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익히는 감각으로 만들어냈다"고 전했습니다. 그래서 퍼머컬처는 단순한 농업이 아니라 교육 전반, 예술로 결합되는 방식으로 확장됐고, 결국 "교육과정에서 국영수와 같은 선상에서 퍼머컬처를 다루는 수준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고 전했습니다.
동티모르의 퍼머컬처 교과서. 동티모르는 포르투갈어, 인도네시아어, 토착어 등등이 섞인 다양한 언어 환경으로 언어를 모르는 주민들과도 나누기 위해 그림을 위주로 교과서가 제작되었다. ©서울농부포털퍼머컬처 교육은 생활로 이어지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이슬은 "학교 과정 교육은 실제 먹거리로 활용되어 영양을 공급하는 방법이 되었고, 학교에서 텃밭을 배워 가정에서 가족들과 함께 실천하는 연결이 되었다"고 전했습니다. 기후위기 대응 역시 추상적 교양을 넘어 생존의 기술로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그 철학을 '자연이 가장 큰 선생님'이라는 문장으로 요약한 이슬은 "자연을 보호하는 교육이 아니라 상호작용하며 삶의 일부로 살아가야 한다는 교육을 지향하고 있고, 단순한 농사 기술을 넘어 생존 기술을 습득하는 과정이며,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는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제도화가 곧 안정적 운영을 뜻하진 않습니다. 이슬은 "국가에서 법으로 정했으나, 동티모르의 불안정한 행정 체계로 인해 지원되는 예산은 없다"고 현실을 덧붙였습니다. 그럼에도 이 정책이 "밑에서부터 올라온 정책이며, 활동가들 중심으로 만들어지고 있다"고 전한 이슬은 핵심 동력이 현장과 공동체에 있기 때문에 외부 지원에 힘입어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발표의 끝으로 이슬은 한국 교육을 돌아봤습니다. "교육의 목적이 자기 정체성의 발견과 확립이라면, 아이들이 '내가 먹는 것은 어디에서 온 것인가'를 묻는 것, 근원의 지혜를 지키고 가르치는 일이 교육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전한 이슬은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동시에 가장 생존에 유리하다"며 "더 사라지기 전에 우리의 전통과 지혜를 녹인 퍼머컬처 교육안을 만들어 갈 필요가 있다"고 전하고 발표를 마무리했습니다.
너머 한국퍼머컬처네트워크 대표 활동가가 "땅을 밟는 사람들 - IPYC에서 만난 청년, 땅, 그리고 삶"이라는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네 번째 발표는 너머 대표 활동가가 "땅을 밟는 사람들 - IPYC에서 만난 청년, 땅, 그리고 삶"이라는 주제로 "IPYC 2025"에서 만난 전 세계 청년들의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너머는 "동티모르에서 만난 세계 친구들의 공통적인 고민 역시 생활 공간의 문제, 불안정한 생계, 미래에 대한 불안"이었다며 "청년들이 처한 불안은 국적을 가리지 않았고, 먹고 사는 기반의 취약함이 미래 감각까지 흔들고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동티모르 청년들은 '물 부족', '삼림 채취 문제'와 같은 더 구체적이고 지역의 생태 조건과 맞닿은 고민을 내놓았다고 전한 너머는 "이 지점에서 "IPYC 2025"에서 드러난 동티모르 청년들의 퍼머컬처 태도는 분명했다"고 밝혔습니다. 동티모르 청년들에게 퍼머컬처는 '멋진 농법' 이전에 물과 숲과 생계를 함께 다루는 설계였고, 이론보다 현장에서 몸으로 익히는 언어였으며, 개인의 성취보다 공동체의 회복탄력성을 먼저 세우는 방식이었습니다. 너머는 "기술 실습과 리더십, 문화교류가 한 묶음으로 놓이는 것도 같은 이유"라며 "삶은 분절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IPYC 2025"에서 만난 청년들 ©한국퍼머컬처네트워크퍼머컬처가 청년들에게 연결의 언어가 되는 이유에 대해 너머는 "퍼머컬처는 전통을 지킨다는 개념이 있어 전 세계인들과 공감점이 있다"고 정리하며 "전통은 과거로의 후퇴가 아니라, 지금을 살아내는 기술과 가치의 저장고가 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 연결이 실제로 작동하려면 '사람이 안전한 장’이 먼저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한 너머는 "이를 위해 청년이 안전하다고 느끼면서 자신을 온전히 드러낼 수 있는 공간과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래서 퍼머컬처는 기술 전수만이 아니라 관계의 방식이기도 합니다. 너머는 이를 '돌봄을 위한 자기조직화'라고 말하고, 현장에서 청년들이 "스스로를 주체성이 있는 존재로 바라보더라"는 감각을 확인했다고 전했습니다.
끝으로 "동티모르 친구들은 심심한 생활이지만 권태롭거나 지쳐 보이지 않더라"며 "그들은 기꺼이 서로를 돕고 지키는 사람들"이었다고 전한 너머는 "청년이 뭔지 아직도 모르겠지만 그곳에서는 모두가 청년이었다"고 말하며 발표를 마무리했습니다.
"IPYC 2025"에서 만난 청년들 ©한국퍼머컬처네트워크모든 발표가 마무리된 후 각 발표에 따른 컨버전스가 진행되었습니다. 참가자들은 각자가 관심이 가는 분야로 삼삼오오 모여 좀 더 깊은 이야기와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공유회 참가자들이 컨버전스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
공유회를 마무리하며 모든 참가자들이 동티모르 전통 '테베춤'을 배워 함께 추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이번 공유회는 동티모르에서 만난 역사와 현실, 문화와 청년들의 이야기를 통해 퍼머컬처가 농법이 아니라 삶과 역사, 생계와 돌봄, 교육과 문화가 서로 얽힌 현실의 언어임을 다시 확인하게 했습니다. 이러한 퍼머컬처의 언어가 우리의 생활 속으로도 빠르게 확산되어서 좀 더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만드는 바탕이 되길 바라봅니다.
"땅에 발을 단단히 딛고 서면, 그 누구도 우리를 이끌 수 없고 오직 우리 자신만이 우리를 이끌 수 있다."- 영화 『カンタ! ティモール』 (Canta! Timor) 중
©서울농부포털김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