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구의회에서 <강북구 도시텃밭 생태전환 포럼>이 열렸다. ©서울농부포털8월 29일(금) 강북구의회(강북구 삼각산로 89)에서 <강북구 도시텃밭 생태전환 포럼>이 열렸습니다. 최미경 강북구의회 의원이 주최하고, 강북구의회와 (사)강북마을텃밭이 주관한 이번 포럼은, 기후위기 시대에 강북구 도시텃밭의 생태적 가치를 공유하고 도시텃밭을 통한 지역 공동체와 미래세대 교육의 생태적 전환을 함께 모색하는 공론장으로 마련되었습니다.
포럼에 앞서 북한산 자락 이웃들로 구성된 '함그동(함께 그리는 동그라미) 밴드'가 이웃, 자연, 숲과의 연결을 생각하는 "우린 모두 연결되어 있어"를 부르며 축하 공연을 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
포럼에는 강북마을텃밭 어린이농부인 삼각산 재미난학교 3학년 학생들이 참여해 자리를 빛냈다. ©서울농부포털포럼에 앞서 주최자 최미경 의원과 김진숙 (사)강북마을텃밭 이사장의 환영사와 김명희 강북구의회 의장, 이상훈 서울시 시의원, 이순희 강북구청장, 천준호 국회의원의 축사가 있었습니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강북구가 민관협력으로 도시텃밭을 생태적으로 일구고 공동체의 꽃을 피워낸 것에 축하와 찬사를 보내며, 도시농업의 지속적인 발전과 가치 확산에 힘을 모으겠다는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김선희 (사)강북마을텃밭 사무국장이 발제를 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김진숙 이사장이 좌장을 맡은 포럼은 김선희 (사)강북마을텃밭 사무국장의 발제로 시작되었습니다. 김선희 사무국장은 "강북마을텃밭 10년의 이야기"라는 주제로 현재 강북구의 '강북도시농업체험장'으로 운영되고 있는 강북마을텃밭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았습니다.
김선희 사무국장에 따르면, 강북마을텃밭은 2014년 강북마을대학의 '행복상상 도시농부학교' 과정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도시농부학교를 졸업한 수료생들은 단순한 학습을 넘어 실제 노지에서 농사를 짓고 싶다는 열망을 갖게 되었고, 이 생각은 곧 텃밭 대여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강북마을텃밭은 그렇게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민간 주말농장에서 공동체 텃밭을 운영하며 '강북마을텃밭공동체'라는 이름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마을에서 처음 시도된 공동체 텃밭이었기에 농사 기술을 쌓기보다는 함께 모여 교류하고 노는 즐거움이 더 컸던 시기였습니다. 그러면서도 스스로 공부하고 규칙을 만들어가며 농사 공동체의 기틀을 다져나갔습니다.
그러나 2018년 겨울, 텃밭이 있던 민간 주말농장이 폐쇄되면서 강북마을텃밭은 위기를 맞게 되었습니다. 돌파구를 찾기 위해 국토부에 무작정 문의한 결과 뜻밖에도 공간을 빌려주겠다는 답을 얻었지만 아무런 계획도 없이 시작하다 보니 운영 방식조차 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이에 지역의 여러 공동체를 불러 모아 머리를 맞대고 논의했고, 함께 '강북마을텃밭공동체'를 새롭게 만들어 나가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2019년, 텃밭은 쓰레기를 걷어내는 일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주민들은 힘을 모아 불과 3-4개월 만에 버려진 공간을 도시농업의 장으로 탈바꿈시켰습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1년도 채 되지 않아 LH로부터 임차 연장이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게 되었습니다. 공동체는 포기하지 않고 서울시와 강북구에 운영을 요청했고, 그 결과 2020년부터는 서울시, 2021년부터는 강북구의 도시농업체험장 운영 사업으로 이어지며 오늘까지 지속될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마을공동체들은 더 큰 힘을 모아 '강북도시농업네트워크'라는 이름으로 결합하게 되었고, 이는 곧 (사)강북마을텃밭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현재 텃밭은 '강북도시농업체험장'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공동체 텃밭인 '모두의 마을텃밭'과 개인 분양, 씨앗밭, 교육밭으로 활용되고 있는 '누구나 마을텃밭'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절기별로 공동체 활동을 하고, 도시농업 교육을 진행하며 주민 누구에게나 열린 텃밭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사)강북마을텃밭은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생태 전환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도시텃밭에서 먹거리 자급을 실천하고, 자원순환과 탄소발자국 줄이기를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습니다. 퍼머컬처와 생태정원학교를 도입해 보다 자연에 가까운 텃밭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끝으로 강북구 도시텃밭의 생태적 전환을 위해 도시농업 제도의 전환, 지역 생태, 돌봄, 공동체경제의 전환, 도시농업 공간의 비인간 존재들과 공생을 제안한 김선희 사무국장은 "현재 강북도시농업체험장을 파크 골프장이나 시민공원 등으로 바꾸려 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어 불안한 상황"이라며 "이 자리에 모인 여러분들은 누구보다 마을텃밭의 생태적 가치를 잘 아는 분들이시니 강북의 마을텃밭을 지키는 데 모두 힘을 모아주시기 바란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최협 야생동물 참사전문 작가가 강북마을텃밭에서 수집한 독수리 깃을 들어 보이고 있다. ©서울농부포털두 번째 발제에서는 최협 야생동물 탐사전문 작가가 "텃밭에서 만난 멸종위기 천연기념물 새와 그 지속가능성을 위해"라는 주제로 강북마을텃밭에 존재하고 있는 다양한 동식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강북구의 주민으로 10년이 넘는 동안 강북마을텃밭의 생태를 관찰해 온 최협 작가는 "그동안 강북마을텃밭은 최대한 자연과 가까운 모습으로 만들어져 이전에 보이지 않던 멸종위기종 생물들이 나타나고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최협 작가에 따르면, 현재 겨울이 되면 독수리가 많게는 100마리 이상 찾아오고 있어 '겨울에 독수리를 위한 식당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보게 될 정도가 되었습니다. 텃밭 주변에는 솔부엉이가 둥지를 틀고, 까막딱따구리와 붉은배새매의 울음소리도 들을 수 있습니다. 붉은배오색딱따구리도 이곳에 자리 잡고 번식을 이어가고 있으며, 텃밭 곳곳의 나무 구멍에는 다양한 새들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황조롱이는 텃밭에서 두더지와 쥐를 사냥해 먹으며 인근 아파트 옥상에 보금자리를 틀었습니다.
최협 작가가 강북마을텃밭 상공의 독수리 떼를 영상으로 보여주고 있다. ©서울농부포털
최협 작가가 강북마을텃밭에서 직접 촬영한 솔부엉이의 사진을 공개했다. 솔부엉이는 천연기념물 제324-3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서울농부포털
꿀벌 개체수도 늘어났고, 겨울철 눈이 내리면 삵이나 족제비의 발자국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최협 작가는 "이러한 모습은 텃밭이 지난 10년 동안 친환경적으로 운영된 결과 생태계가 크게 풍성해졌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늘어난 야생 동물들 때문에 밀렵꾼들이 설치한 불법 도구가 꽤 많이 발견되는 문제도 생겼습니다.
최협 작가는 "강북마을텃밭은 단순히 작물을 기르는 공간을 넘어, 모두가 힘을 모아 10년 동안 가꿔온 생태적 보고로 자리 잡았다"라며 "지금까지는 사람들이 몰려 멸종위기종의 생태를 위협할까 봐 조심스레 숨겨왔지만, 최근 이곳을 골프장이나 시설로 바꾸려 한다는 이야기가 들려 강북마을텃밭이 가진 생태적 가치를 알리기 위해 공개하기로 결정했다"라고 전했습니다.
박찬열 국립산림과학원 생활권도시숲연구센터 센터장이 토론을 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이어진 토론에서는 박찬열 국립산림과학원 생활권도시숲연구센터 센터장이 "도시생활권에서 생물다양성 가치와 활용"이라는 주제로 도시텃밭의 생태적 가치를 전했습니다.
먼저 '도시텃밭이 생물들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인가?'라는 질문을 던진 박찬열 센터장은 '당연히 그렇다'라는 답을 내놓으며 "도시텃밭은 공공 차원에서 생태보전의 장소로 지정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앞선 최협 작가의 멸종위기종 소개에 대해 "생물 다양성이 풍부하고 광범위하게 살아있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놀라운 일"이라고 밝힌 박찬열 센터장은, "강북마을텃밭 같은 곳을 잘 지키고 살려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강북구는 서울에서 도시숲 비율이 가장 높고 온도가 낮은 지역이라고 전한 박찬열 센터장은 "전 세계적으로 숲의 비율이 높은 곳이 가장 비싼 동네인데, 어찌 된 일인지 우리나라는 정반대"라며 "강북구는 이런 장점을 잘 살리고, 서울시도 도시정원 사업으로 텃밭의 가치를 희석 시킬 것이 아니라 각각의 특색을 인정하고 살리는 방향으로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향후 실질적인 강북마을텃밭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커다란 나무 같은 상징적인 자연물을 찾던지 없다면 지금이라도 심으면 그 나무를 중심으로 공동체가 결속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고, 생태보호경관지역으로 선정되던가 생태교육센터와 같은 그린 인프라를 갖추는 것도 현실적으로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박찬열 센터장은 "다만 앞서 최협 작가가 전한 '독수리 식당' 같은 부분은 민원의 대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하지만, 슬기롭게 대처할 방법은 언제나 있기 마련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좋은 활동을 지속하길 바란다"라고 전했습니다.
현희승 인수초등학교 교사가 토론을 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두 번째 토론에서는 현희승 인수초등학교 교사가 "학교에서 생태전환 교육의 중요성과 마을텃밭이 가진 교육적 가치"라는 주제로 학교 교육과정에서 텃밭이 다루어지고 있는 실제를 전했습니다.
먼저 초등학교 교육과정은 '교과(군), '창의적 체험활동', '범교과학습'의 3분류로 구성되어 있다고 전한 현희승 교사는 "이중 텃밭교육은 '범교과학습'의 '환경∙지속가능발전교육' 학습 주제 안의 '기후∙ 생태 전환' 카테고리로 넣을 수 있고, 앞으로는 '교과(군)'의 '학교자율시간'을 설계할 때 생태전환교육을 선택해서 넣을 수 있게 된다"며 "생태전환교육 강화는 서울시 교육청의 공약 사항이기도 하기 때문에 내년부터는 5, 6학년들의 교육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현재 근무하고 있는 인수초등학교의 예를 들며 "도시농업 시간을 가지고 있지만 수업 시수가 너무 적다는 한계가 있다"라고 전한 현희승 교사는 "올해는 한 학년이 3-4번은 수업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여전히 너무 적은 시간이라 연계성이 너무 떨어진다"라고 밝혔습니다.
"강북구의 50%가 녹지이지만 아이들과 체험하러 갈만한 인프라가 없다"라고 전한 현희승 교사는 "강북마을텃밭을 강북 생태전환교육의 중심으로 만들어서 아이들에게 생태전환이 특별한 체험이 아니라 일상의 경험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해야 하고, 흙을 만져도 지저분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곤충을 만나도 소리 지르지 않는 아이들로 키워가야 할 것"이라며 강북구 차원에서의 논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최미경 강북구의회 의원이 토론을 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끝으로 포럼을 주최한 최미경 의원은 "강북구 도시농업과 교육의 생태적 전환을 위한 정책 제안"이라는 주제로 강북구 도시농업에 대한 정책 입안자로서의 고민을 전했습니다.
먼저 서울 전체에서 강북구 도시텃밭의 현재는 "양적으로 거의 바닥 수준"이라고 밝힌 최미경 의원은 "강북구 차원에서 더 많은 관심을 가지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고, 텃밭과 분리되어 있는 교육 정책을 생태교육의 틀 안으로 끌어오기 위한 더 많은 논의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했습니다. 다만 다른 지자체와의 비교에서 "숫자적으로는 부족할지 몰라도 강북마을텃밭의 존재로 인해 내용적으로는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힌 최미경 의원은 "하지만 이마저도 여러 가지 목적으로의 활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극복할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또, 도시농업 육성에 관한 정부의 정책이 탄소중립이나 스마트농업으로 이동하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전한 최미경 의원은 "그러나 일상 속에서 땅에서 농사짓는 것의 가치를 놓칠 수는 없기 때문에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지켜낼 것인가가 고민"이라며 "큰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겠지만, 영역을 지키고 넓히는 데는 시민들의 힘과 목소리가 보다 많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하고 "지속적으로 이번 포럼과 같은 기회를 확대해서 주민들의 의견을 많이 듣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습니다.
포럼 청중들과의 질답 시간에 유승훈 강북구청 지역경제과 시장지원팀 팀장이 답변을 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포럼 청중들과의 질답 시간에는 주로 강북마을텃밭을 다른 용도로 사용해야 한다는 일부 목소리에 대한 문제 제기가 많이 나왔습니다. 포럼에 참석한 유승훈 강북구청 지역경제과 시장지원팀 팀장은 "오늘 자리가 뜨끔하면서도 도움이 많이 되는 자리가 되었다"며 "현재 강북도시농업체험장의 위치는 국가의 의지에 따라 좌우되는 부지이지만, 시민들의 요구가 있다면 구 차원에서는 당연히 지키는 쪽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유승훈 팀장은 "현재까지는 강북도시농업체험장을 어떻게 하겠다고 정해진 것이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많은 논의가 있을 예정인데, 오늘 정리된 사항은 확실히 구청장에게 전달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최미경 의원은 "파크 골프장 폭탄이 떨어졌고, 그 와중에 시민정원 이야기도 나왔다"며 "내년에 세부적인 실사 용역에 들어가게 될 텐데, 그 시기는 많은 변화가 있을 시기이기도 하기 때문에 주민들의 강한 목소리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서울농부포털김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