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단) 도시농업의 오래된 미래. <식용도시 토드모던 공부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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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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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우 한국도시농업연구소 소장이 <식용도시 토드모던 공부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도시농업연구소 온라인(zoom) 갈무리커다란 보폭으로 성큼 걸음을 내딛던 도시농업이 한동안 숨 고르기를 하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침체기로, 누군가는 전환기로, 누군가는 완급기로, 누군가는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무엇으로 불리던 도시농업의 미래를 다시 한번 그려 보아야 할 시점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바로 이때 우리의 도시농업을 해외의 사례를 통해 돌아보고 새로운 영감을 얻기 위한 독서 모임이 열리고 있습니다. <식용도시 토드모던 공부 모임>입니다. 8월 27일(수) 온라인 상으로 스무 명 남짓의 사람들이 모여 한 권의 책을 놓고 열띤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한국도시농업연구소가 주관한 <식용도시 토드모던 공부 모임>은 전 세계 도시농업 운동의 상징이 된 "놀라운 식용도시 토드모던(Incredible Edible Todmorden. [홈페이지])"의 시작과 성장 과정을 다룬 책 (2014)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읽고 지금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를 찾는 모임입니다.
 "놀라운 식용도시 토드모던(Incredible Edible Todmorden)" ©"놀라운 식용도시 토드모던(Incredible Edible Todmorden)" 홈페이지 갈무리
토드모던은 영국 웨스트요크셔 주의 작은 도시로, 과거 방직산업으로 번성했지만 오랜 시간 산업의 쇠퇴와 인구 유출로 활력을 잃은 도시였습니다. 낙관 대신 불평이 익숙했고, 과거의 영광만을 되새김질하는 분위기가 도시 전체를 뒤덮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2007년, "사람들을 다시 이어주는 힘은 음식에서 나온다"는 믿음을 가진 몇몇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공공 화단에 채소를 심으면서 실험이 시작되었습니다. "허락을 구하지 말고, 나중에 용서를 구하라(Ask forgiveness, not permission)"는 행동 철학 아래, 누구나 자유롭게 다가가고 수확할 수 있는 열린 정원이 도시 곳곳에 조성되었습니다. 2008년 공식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토드모던 운동은 이후 빠르게 확산되었습니다. 작은 화단이 모여 도시 전체로 퍼졌고, 토드모던은 이제 70여 곳의 공공 텃밭을 운영하는 곳이 되었습니다.
 토드모던 공공텃밭 ©"놀라운 식용도시 토드모던(Incredible Edible Todmorden)" 홈페이지 갈무리
토드모던 운동은 분명한 철학을 가지고 있습니다. "친절은 최고의 약이다(Medicine of kindness)"라는 표현에 따라, 음식을 나누고 함께 가꾸는 과정에서 공동체가 회복된다는 것입니다. 토드모던 운동은 지역 식량 자급을 강화하면서도, 기후 위기와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에 대응할 수 있는 작은 실험을 이어오고 있고, 나아가 주민들에게는 땅과 씨앗을 직접 다루는 경험이 삶의 자존감을 회복하는 계기를 주고 있습니다.
토드모던의 작은 시도는 전 세계로 퍼져 나갔습니다. 2012년 결성된 'Incredible Edible Network(놀라운 식용도시 네트워크)'를 통해 영국 내 120여 개 그룹, 전 세계 700여 곳의 공동체가 이 사례를 따라가고 있습니다. 토드모던의 공동 창립자 중 한 명이자 의 공동저자인 팸 워허스트는 토드모던의 성공을 바탕으로 'Right to Grow(경작의 권리. [홈페이지])' 운동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공공 토지에 음식을 심을 수 있는 권리를 시민에게 보장하자는 것으로, 도시농업을 넘어 주거∙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 가능한 '시민 권리 운동'의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토드모던 공공텃밭 ©"놀라운 식용도시 토드모던(Incredible Edible Todmorden)" 홈페이지 갈무리
토드모던 운동은 거창한 계획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작은 씨앗을 심는 행동, 이웃과 나누는 친절, 그리고 도시 공간을 새롭게 바라보는 상상력이 모여 오늘의 성과를 만들었습니다. 도시의 화단에서 시작된 이 실험은 이제 전 세계적으로 먹거리, 공동체, 환경을 다시 묶어내는 사례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합니다. "누구나 씨앗을 심을 수 있고, 그 씨앗은 공동체를 바꿀 수 있다."
 이창우 한국도시농업연구소 소장이 토드모던 운동의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도시농업연구소 온라인(zoom) 갈무리
<식용도시 토드모던 공부 모임>에서 읽고 있는 은 "놀라운 식용도시 토드모던(Incredible Edible Todmorden)"의 공동 창립자인 팸 워허스트(Pam Warhurst)와 작가 조안나 돕슨(Joanna Dobson)이 함께 쓴 책으로, 2007년 몇몇 주민의 작은 아이디어로 시작된 토드모던의 실험이 빠르게 성장해 전 세계 700여 공동체로 퍼진 과정을 기록하며, 음식이 어떻게 사회적 혁명을 이끌 수 있는지를 생생히 증언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번역 출간된 적이 없는 이 책은, 이창우 한국도시농업연구소 소장의 번역을 통해 공부 모임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번 공부 모임에서는 <1부 : 놀라운 식용도시 토드모던 이야기(part1 : the story of incredible Edible Todmorden)>와 <2부 : 이제 당신 차례입니다(part2 : over to you)>로 구성된 책의 내용 중 1부의 16개 장을 함께 읽는 것으로 계획되었습니다.
첫 번째 공부 모임에서는 참여자들이 책의 1장부터 4장까지의 내용을 함께 읽고 소감을 나누었습니다. 초반 네 장은 책의 서론 격의 이야기로, 토드모던 운동의 시작과 중심인물에 대한 소개, 역사적 배경과 운영 원칙 등이 다루어졌습니다. 참여자들은 토드모던 운동의 시발점을 확인하고, 우리의 초창기 도시농업 운동 당시를 회상하며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특히 토드모던 운동이 일어나고 확산될 수 있었던 조건들을 살펴본 참여자들은, 지금 우리의 도시농업 현실을 돌아보는 다양한 의견을 내놓으며 앞으로 나올 내용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습니다.
이창우 소장은 토드모던 운동이 이미 17년 전에 일어났는데, 우리나라에서 잘 소개되지 않고 활성화되지 못한 원인과 이유를 톺아보고, 커먼즈의 중요성과 우리나라에서도 혁명에 가까운 도시농업 운동이 다시 일어날 수 있을지에 대한 가능성을 생각해 보도록 했습니다.
<식용도시 토드모던 공부 모임>은 앞으로 한 달여에 걸쳐 총 5회의 모임을 갖게 됩니다. 이창우 소장은 "이 공부 모임을 마친 후 모두의 의견을 모아서 최종적으로 번역본을 출간할 수 있게 된다면 한국 도시농업에 큰 영감을 줄 수 있게 될 것"이라는 바람을 전했습니다.
 표지 ©Ruth Valerio 블로그
우리의 도시농업은 이미 여러 성과를 거두었지만, 아직 넘어야 할 벽도 많습니다. 은 그 벽을 넘어서는 힌트를 주고 있습니다. 작은 씨앗 하나가 도시를, 나아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도시의 화단, 학교의 창가, 마을의 빈터에서 우리가 심는 씨앗은 단순한 채소가 아닙니다. 그것은 함께 살아가는 힘, 기후위기에 맞서는 지혜, 지역을 살리는 씨앗이 될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오래된 미래' 토드모던의 이야기는, 지금 한국 도시농업이 나아가야 할 길을 묻고 있습니다.
김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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