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토종씨드림토종 씨앗과 전통 농업으로 생명을 지키고 이웃과 나누려는 사람들이 결성한 토종 관련 한국 최초의 민간단체 사단법인 '토종씨드림'에서 보다 적극적인 토종 씨앗 보존 운동을 위해 품종별로 씨앗에서 최종까지 전 과정을 알아보는 <6기 씨드림(품종)학교>를 열었습니다.
온라인을 통해 한 달간 매주 화, 목 열리는 이번 씨드림학교 과정에는 변현단 토종씨드림 대표를 포함한 토종 씨앗 전문가 8명이 강사로 초청되어 수집에서 보급까지의 토종농사짓기 전반에 관한 이야기에서부터 배추, 생강, 고추, 수박, 상추, 파 호박, 참외 등 각 토종 작물들의 파종, 재배, 채종 방법을 한눈에 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6기 씨드림(품종)학교> 첫 번째 수업에서 변현단 토종씨드림 대표가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단법인 토종씨드림 온라인(zoom) 갈무리8월 26일(화) 진행된 씨드림학교의 첫 번째 수업에서는 "토종씨앗 농사짓기(수집에서 보전까지)"라는 주제로 변현단 토종씨드림 대표가 토종 농사의 일반과 씨앗의 일반에 대한 큰 흐름을 잡으며 향후 학교 과정에 대한 예고를 했습니다. 변현단 대표는 "오늘은 품종 하나하나를 설명하는 자리가 아니라, 씨앗을 중심으로 농사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보존되는지를 통합적으로 다루겠다"라고 운을 띄웠습니다.
변현단 대표는 먼저 토종 씨앗을 수집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변현단 대표는 "종자 회사의 씨앗도 많지만, 그것은 점차적으로 다시 받기 어렵고 형질 전환이 일어날 수 있다"며 "지속성이 보장되고 이 땅에서 적응해 온 씨앗을 찾아 수집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씨앗을 수집해서 보급하는 과정은 단순하다고 전합니다. "수집을 해서 심어봅니다. 토종씨드림의 증식채종포인 은은가에서 심어 보기도 하고, 다른 조건에서 심어 보기도 하면서 어떤 특성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죠. 그렇게 찾아낸 정보를 바탕으로 회원에게 보급할 씨앗을 정합니다."
회원들에게 나눠진 씨앗은 각자의 밭에서 재배되고, 일부는 소비되거나 가공됩니다. 또 다른 일부는 씨앗으로 다시 단체에 돌아옵니다. 변현단 대표는 "이 과정에서 씨앗은 단순히 보존되는 것이 아니라 살아 움직입니다. 씨앗을 키우고 먹고, 다시 나누는 과정이 토종씨드림의 역할입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토종씨드림은 지금까지 만 점이 넘는 토종 씨앗을 수집했습니다. 변현단 대표는 "여러분이 먹을 건 다 있습니다. 없는 게 없어요"라고 강조했습니다. 수집된 작물은 180개 품종에 달하며, 일상적으로 식탁에 오르는 것은 그중 50-70종에 불과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토종 작물은 대부분 다 수집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만 점이 넘는 토종 씨앗 중 가장 많이 수집된 것은 콩입니다. 변현단 대표는 "전국적으로 콩, 팥, 들깨, 참깨가 가장 많이 모였습니다. 콩과 팥은 우리나라가 기원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된장, 간장을 만드는 데 쓰는 메주콩이 바로 토종콩입니다. 팥 역시 제사와 명절 음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지요"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변현단 대표는 "여러분들이 먹는 완두콩이나 강낭콩은 우리나라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메주콩과 팥은 우리의 것이기에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왔습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수집된 씨앗은 토종씨드림의 창고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회원이 씨앗을 가져가서 재배하고, 다시 일부를 보내주시면 저희는 그 특성을 조사하고 기록합니다. 씨앗은 그렇게 회원들과 함께 살아남습니다." 변현단 대표는 씨앗의 보존 과정을 '이력 추적'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회원님이 씨앗을 가져가셨다면, 이후 씨앗이 다른 곳에서 사라지더라도 '혹시 그 씨앗이 아직 남아 있나요?'라고 그 회원님께 되물어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회원 여러분은 곧 씨앗과 함께하는 또 다른 씨앗인 셈입니다." 변현단 대표는 "회원 여러분 한 분 한 분이 작은 씨드림이고, 작은 씨앗 은행입니다. 중앙의 토종씨드림이 있다면, 각 회원은 또 하나의 씨앗 보존자이자 활용자입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6기 씨드림(품종)학교> 첫 번째 수업에서 변현단 토종씨드림 대표가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단법인 토종씨드림 온라인(zoom) 갈무리수업은 씨앗 선택의 중요성으로 이어졌습니다. 씨앗을 선택할 때는 반드시 그 씨앗의 '어미'를 알아야 합니다. 변현단 대표는 "무 씨앗은 모두 똑같이 생겼지만, 어떤 모양의 무에서 씨앗을 받아야 할지는 어미를 보고 정해야 합니다. 어미를 모르면 자식이 어떻게 나와도 알 수 없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교잡의 문제도 중요한 주제로 다루어졌습니다. 변현단 대표는 "옥수수는 교잡률이 아주 높습니다. 흰 옥수수와 검은 옥수수를 나란히 심으면, 다음 해에는 알갱이가 섞여 나오게 됩니다. 2대, 3대에도 계속 섞인 채 이어질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초보자들에게는 "그래서 올해는 한 품종만 심고, 내년에 다른 품종을 해보시면 됩니다"라며 재배하는 기술이 쌓이면 시기를 달리해 심는 방법으로 교잡을 피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보관법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언급했습니다. "3년 이내 파종할 계획이면 냉장 보관, 5년 이상 두려면 냉동 보관을 권합니다. 다만 오래될수록 발아율과 활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변현단 대표는 활력의 개념을 사람의 성장에 빗대어 설명했습니다. "씨앗이 발아해 떡잎과 본잎이 나오다가 어느 순간 자라지 못하고 사라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햇볕 탓일 수도 있지만, 활력이 떨어진 것일 수도 있습니다. 아이가 엄마 젖을 먹어야 면역력이 생기듯, 씨앗도 태어날 때부터 튼실해야 자라면서 일정한 활력을 지니게 됩니다." 따라서 변현단 대표는 잘 익은 씨앗을 고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칠삭둥이도 살 수 있지만, 충분히 자란 아기가 더 건강하듯이, 씨앗도 잘 여문 것을 받아야 활력이 오래갑니다."
변현단 대표는 이어서 씨앗의 성숙과 다양성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변현단 대표는 "선생님들한테 배우는 건 사실 성숙한 씨앗을 보고 가리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며, 색깔이나 형태, 무게와 같은 씨앗의 외형적 특징과 실제 결과물 사이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변현단 대표는 "나는 분명히 이런 색깔과 이런 모양을 받았는데, 왜 저는 이렇게 나와요 라고 하시는 분이 있어요. 하지만 어미의 성질을 담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지요"라고 말하며, 씨앗에는 유전적 특성과 환경적 요소가 모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습니다.
환경적 요소에 있어 변현단 대표는 표준 농사법을 이해하는 중요성을 언급하며, 자연농, 유기농, 관행농 사이의 차이를 설명했습니다. 변현단 대표는 "자연농이라고 하면 퇴비도 안 쓰고, 기계도 쓰지 않는다든지, 사람마다 기준이 다릅니다. 또 관행농은 농약을 치고, 제초를 하고, 부숙 되지 않은 퇴비를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라며 "따라서 기준을 어디로 두고 농사를 지을 것이냐가 중요한데, 우리는 유기농을 기준으로 삼는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농사의 기초로서 흙과 물의 성질도 강조되었습니다. 변현단 대표는 "흙은 밭과 논으로 나뉩니다. 논은 물이 많고, 밭은 물이 없습니다. 밭에 매일 물을 주면 시멘트처럼 굳어요. 그러면 맨날 호미질을 해야 돼요. 물을 주었다 빠지는 과정이 있어야 식물에 적합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변현단 대표는 논을 밭으로, 밭을 논으로 전환하는 과정의 어려움을 설명하며 "흙과 물의 성질을 잘 알고 논으로 쓸 것인가 밭으로 쓸 것인가 결정하는 것이 농사의 기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농기구 선택과 활용에 대한 실용적인 조언도 전했습니다. 변현단 대표는 "농사 초보자는 처음에 아무거나 쓰지만, 경험을 쌓으면 자신에게 맞는 도구가 생깁니다. 호미도 처음에는 아무거나 쓰다가, 나중에는 긁고 파는 작업까지 가능하도록 자신에게 맞는 것을 선택하게 됩니다"라며 "처음부터 막 여러 가지 쓰지 마시고 하나 쓰다가 다음 것으로 바꿔 가면서 맞는 것을 찾아가세요"라고 말했습니다.
<6기 씨드림(품종)학교> 첫 번째 수업에서 변현단 토종씨드림 대표가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단법인 토종씨드림 온라인(zoom) 갈무리씨앗 받기와 보관 역시 경험을 통해 익혀야 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변현단 대표는 "수박 같은 것은 제거 도구까지 있지만 필요 없습니다. 입과 손, 이빨로 충분히 가능합니다. 토마토나 오이는 씨앗을 받으려면 과육을 먹지 않고 충분히 익혀야 합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씨앗의 보관과 기후 변화 문제도 상세히 다루어졌습니다. 변현단 대표는 "씨앗은 1-2년 보관할 수 있는 단명 씨앗, 3-5년 보관할 수 있는 상명 씨앗, 5년 이상 보관할 수 있는 장명 씨앗이 있습니다. 단명 씨앗은 상온에서 바람이 통하고 그늘진 곳에 두면 1-2년 정도 보관이 가능하지만, 올해처럼 폭염과 높은 습도가 지속되면 곰팡이가 생기거나 벌레가 들어가기도 합니다. 따라서 잘 말려서 냉장고나 저온 창고에 보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기후 변화가 농사와 씨앗 수확에 미치는 영향도 언급되었습니다. 변현단 대표는 "토종 품종이 많아 기후 변화에 적응하는 작물을 찾는 선택의 폭이 그나마 있긴 하겠지만, 차차 농사가 어려워지고 씨앗 수확이 제한되는 경우도 생기게 될 겁니다. 폭염 장기화, 습도 상승, 예측 불가능한 폭우, 병해충 발생 등이 주요 요인입니다"라고 설명하며, 기후에 변화하는 작물별 관찰과 적응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변현단 대표는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작은 농사, 도시농업과 텃밭 농사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섞어 짓기와 표준 영농을 병행할 것을 권했습니다. "도시 텃밭에서는 섞어 짓기가 중요합니다. 향료, 방아 등 작물 간 교차 심기를 통해 생산성과 다양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표준 영농을 이해하고, 관찰을 통해 자신만의 농사법을 조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6기 씨드림(품종)학교> 첫 번째 수업에서 변현단 토종씨드림 대표가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단법인 토종씨드림 온라인(zoom) 갈무리<6기 씨드림(품종)학교>의 첫 번째 수업은 씨앗과 농사, 기후, 흙과 도구에 이르기까지 농업의 전반적인 흐름을 조망하며, 초보자부터 경험자까지 농업 활동에서 고려해야 할 표준과 자연의 원리를 상세히 전달하는 자리로 진행되었습니다. 변현단 대표는 첫 수업을 마무리하며 "토종씨앗을 파종, 재배, 채종해서 재배하고 보전하는 것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자연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배우는 경험"이라며 "이 모든 과정은 1년, 2년, 3년 사이에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라 평생을 두고 해야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토종씨드림의 활동은 씨앗을 단순히 저장하거나 상품으로만 보는 관점을 넘어, 사람과 씨앗이 함께 이어지고 살아가는 관계임을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씨앗은 농사의 결과이자 동시에 출발점이며, 그 생명력은 사람의 손과 마음을 통해 다음 세대로 전달됩니다. <6기 씨드림(품종)학교>의 수업을 통해 더 많은 토종 지킴이들이 배출되어 토종씨앗이 더 깊이, 더 널리, 더 길이 퍼져나가길 바라봅니다.
김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