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구 서울창업허브에서 <서울도시농업시민협의회 10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다. ©서울농부포털7월 23일(수) 마포구 서울창업허브(마포구 백범로31길 21)에서 <서울도시농업시민협의회 10주년 기념행사>가 열렸습니다. 서울도시농업시민협의회는 서울에서 도시농업을 실천해 온 시민단체들이 자발적인 연대와 협력을 통해 설립한 비영리 민간단체로, 지난 10년간 도시농업의 확산과 정착을 위해 힘써왔습니다.
그동안 서울도시농업시민협의회는 도시농업의 가치와 가능성을 알리고자 교육, 정책 제안, 현장 실천을 바탕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으며, 도시 속에서 생태적 전환을 모색하는 시민운동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해 왔습니다. 도시농업을 통해 기후위기 대응, 식량주권, 지역공동체 회복 등 시대적 과제에 응답하며, 시민과 함께 만들어 가는 도시농업의 길을 꾸준히 열어왔습니다.
이번 10주년 기념행사는 그간의 활동을 되돌아보고, 도시농업이 걸어온 발자취를 공유하며, 다가올 10년의 비전과 과제를 함께 논의하는 뜻깊은 자리로 마련되었습니다.
곽선미 텃밭보급소 이사장이 <서울도시농업시민협의회 10주년 기념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
이경란 서울도시농업시민협의회 대표가 인사를 전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
김충기 전국도시농업시민협의회 대표가 축하를 전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기념행사는 곽선미 텃밭보급소 이사장의 사회로 진행되었습니다. 먼저 이경란 서울도시농업시민협의회 대표가 모두를 환영하는 인사를 전한 뒤, 김충기 전국도시농업시민협의회 대표가 축하를 건넸습니다. 김충기 대표는 "서울도시농업시민협의회가 설립된 2015년이 도시농업의 태동기로 가장 활발한 활동이 이루어졌던 시기였다"며 "지난 10년을 돌아 보며 최근의 침체기를 전환기로 삼아 생태와 공동체를 다시 세우는 데 도시농업이 어떻게 기여해야 할 것인가를 다시 고민하게 된다"고 밝혔습니다. 김충기 대표는 "우리의 운동이 오래된 듯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열정을 다시 새기고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나아가자"며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서울도시농업시민협의회가 꿋꿋이 그 자리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습니다.

인사에 이어 금천도시농업네트워크 '푸른금천 우쿨렐레' 팀이 축하 공연을 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
축하 공연 후에는 서울도시농업시민협의회 10주년 기념 영상이 상영되었다. ©서울농부포털
대한민국 도시농업의 주춧돌을 놓은 산증인, 안철환 전통농업연구소 대표에게 감사패가 증정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이날 감사패를 받은 안철환 전통농업연구소 대표는 "시민의 손으로 시작된 서울 도시농업"이라는 주제로 서울도시농업시민협의회의 시작부터 현재와 미래까지를 짚어보는 짤막한 강연을 진행했습니다.
안철환 대표에 따르면, 도시농업 운동이 시작된 2010년 즈음 환경단체와 농업단체, 사회단체들을 중심으로 서울에 도시농업 조직을 만들어 보자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사실은 그때 서울도시농업시민협의회를 창립할 목적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제가 전국 조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우겨서 결국 전국도시농업시민협의회를 창립하는 것으로 결정이 됐어요. 제가 그랬던 이유는, 이미 2007년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가 창립되었고, 흙살림과 함께 부산과 경기도에도 도시농업 단체들이 존재하는 상태에서 서울뿐 아니라 전국을 아우를 조직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였죠. 전국도시농업시민협의회가 창립된 후 특별위원회 형식으로 서울도시농업 조직이 만들어졌고, 이후 2015년 서울도시농업시민협의회로 창립하게 됐습니다."
이후 시민운동가 출신의 서울시장과 함께 관의 주도로 규모를 키운 서울의 도시텃밭들은, 내용적으로는 시민들과 도시농업 민간단체들의 충실한 역량에 따라 내실을 채우며 빠르게 확산되었습니다.
"서울의 도시농업이 성장하는 데에 당시 시장의 공이 큰 것이 사실이지만, 역시 그 기반이 되었던 것은 서울도시농업시민협의회였어요. 서울 도시농업의 가치와 실질적인 내용을 전파하고 확산시킨 것은 온전히 시민들의 역량이었고, 그 결집체가 서울도시농업시민협의회였으니까요."
안철환 대표가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한참을 내달려온 도시농업의 현재를 '완급기'라고 표현한 안철환 대표는 "지금은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분명한 건, 좋은 뜻을 가진 활동가들이 있어도 각 지역 자체의 자생력을 갖추지 못하면 어렵다는 걸 보여주는 상황이라는 것이죠. 어딘가의 지원이 아닌, 스스로의 힘을 가지고 시민의 주도성과 자율성을 끌어내지 못하면 한계는 뚜렷할 수밖에 없습니다."
스스로 힘을 갖추는 것 이외에도 경작 공간의 문제, 치유농업∙사회적농업∙스마트농업 등 대안으로 거론되는 농업에 대한 비판적 검토 등을 도시농업의 숙제로 꼽은 안철환 대표는, 특히 도시농업이 기후위기 속에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이라고 전했습니다.
"기후위기의 최종은 결국 식량 문제로 갈 것이고, 여기에 도시농업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를 깊이 고민해서 대안을 내놓아야 할 시점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도시농업의 운동성을 강화해야 하고, 탄소중립을 넘어 마이너스로 가기 위한 도시농업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합니다."
조은하 전국도시농업시민협의회 공동대표가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안철환 대표에 이어 발표에 나선 조은하 전국도시농업시민협의회 공동대표는 그동안 개최되었던 도시농업 축제들과 대표적인 마을장터들을 통해 서울 도시농업 역사의 한 면을 보여주었습니다.
김진덕 생태텃밭 협동조합 이사장이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김진덕 생태텃밭 협동조합 이사장(전 전국도시농업시민협의회 대표)은 "도시농업 정책의 사각지대 너머 : 지방선거를 위한 제안"이라는 제목으로 향후 도시농업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먼저 현재의 '도시농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해 구속되고 제한되는 한 도시농업의 다원적 기능은 더 이상 수행되기 어렵다고 전제한 김진덕 이사장은 "현시점에서 우리는 도시농업을 철학적으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도시농업 역할에 대한 새로운 개념으로 '다양체(multitude/multiplicity)', '리좀(rhizome. 땅속에서 옆으로 뻗어나가는 줄기)', '매개자, 촉매자, 연결자'를 제시한 김진덕 이사장은 이를 바탕으로 하는 도시농업의 철학적 정의를 다시 세웠습니다.
"도시농업은 단일한 주체, 목적, 구조로 환원되지 않는 생태적·사회적·문화적 다양체이다. 그것은 토양과 인간, 도심과 주변, 기술과 전통, 인간과 비인간 존재를 매개하고 접속시키는 리좀적 실천이며, 먹거리, 돌봄, 교육, 공동체, 환경, 문화와 같은 복합적 층위들과 상호작용하며 생성하는 삶의 촉매적 과정이다. 도시농업은 생산이 아니라 관계의 형성이고, 수확이 아니라 돌봄의 반복적 실천이며, 자립이 아니라 상호의존적 삶의 재구성을 지향한다."
김진덕 생태텃밭 협동조합 이사장이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이를 실현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가장 먼저 도시농업 공간을 재구성해야 한다고 밝힌 김진덕 이사장은, 현재 시혜적 방식으로 분양되고 있는 공공 주말농장에 개입해 '공동체 텃밭(community garden)'으로 바꿔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사람들에게 개방하고 공유해서 공공성을 획득하는 '커먼즈(commons)' 개념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밝힌 김진덕 이사장은 "단순히 자원을 공유하는 것을 넘어 '공동의 삶'을 구성하는 방식으로의 커먼즈를 확산시켜, 기존 도시농업을 '재발명'하는 수준까지 나아가야 우리가 맞고 있는 모든 위기에 대응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도시농업의 새로운 철학을 실질적인 정책으로 도입하기 위해 서울도시농업마스터플랜의 활용과 민관합동 워크숍∙도시농업 국제콘퍼런스 복원, '학교텃밭지원조례' 재 제정 등을 제시한 김진덕 이사장은 "서울 도시농업의 정책 방향을 전환시켜 궁극적으로는 특정 행정부서에 얽매이지 않는 새로운 형태로 재설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참가자들이 분야별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기념행사의 마지막은 참가자들의 분야별 토론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도시농업 활동가∙교육>, <도시농업 공간∙정책>, <도시농업 공동체> 세 분야로 조를 편성한 참가자들은 각 분야별 토론을 마친 후 발표를 통해 앞으로 도시농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생각을 나누었습니다.


참가자들이 분야별 토론을 마친 후 발표를 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서울도시농업시민협의회 10년. 짧고도 긴 시간 속에서 서울의 도시농업은 산과 골이 높고도 깊어졌습니다. 10주년 기념행사가 변화하는 도시 환경 속에서 도시농업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방향을 시민들과 함께 고민하고, 더 넓은 연대와 실천을 하기 위한 또 한 번의 전환점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서울도시농업시민협의회김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