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구 문화체육회관에 조성된 서대문구 '도심형 스마트팜' ©서울농부포털서대문구 문화체육회관(서대문구 백련사길 39) 1층에 들어서면, 공간 한 편 환하고 초록의 낯선 풍경이 펼쳐집니다. 흙 한 줌 보이지 않는 실내 공간에서 싱그럽게 자라는 채소들, 잎을 넓게 펼친 상추들이 줄지어 선반 위에서 푸르게 자라고 있습니다. 이곳은 서울시가 조성한 '도심형 스마트팜', 농촌을 벗어나 도심의 유휴 공간에서 구현되는 '미래 농장'입니다.
서대문구 문화체육회관에 조성된 서대문구 '도심형 스마트팜' ©서울농부포털서대문구 스마트팜은 단지 농산물을 기르는 공간이 아닙니다. 시민들이 농업을 배우고, 농업의 현재와 미래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살아 있는 학습장입니다. 매일같이 접하는 식탁 위 채소들을 새롭게 보면서 우리가 왜 농업의 미래를 고민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된 이곳은, 새로운 도시의 농업교육 플랫폼으로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서대문구 <미래도시 농부>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이론 교육을 받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서대문구에서 진행하고 있는 <미래도시 농부> 프로그램은 단순히 상추를 수확해 보는 흥미 위주의 체험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교육 프로그램의 시작은 '농업의 기본'을 이해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식물이 자라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무엇일까요?"라는 강사의 질문에 참가자들은 잠시 생각에 잠기게 됩니다.
물, 흙, 빛, 바람. 우리가 익숙히 알고 있는 이 요소들이 식물 생장의 기본 조건입니다. 하지만 스마트팜은 자연 대신 인공적인 방식을 사용합니다. 흙 대신 양액(영양 혼합액)을 이용한 수경재배 방식이 적용되며, 공기 대신 팬을 통한 공기 순환, 태양 대신 LED 조명이 빛을 제공합니다. "스마트팜은 결국 생육 조건을 인공적으로 제어하는 기술의 총합"이라는 강사의 설명에서, 이곳이 우리에게 익숙한 농사를 다루는 곳이라기보다는, 식물 생장의 원리를 기술적으로 다루고 배우는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오늘날 농업은 거대한 전환점에 서 있습니다. 전통적인 노지 재배 방식은 점점 기후 변화에 취약해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올해 초, 평년보다 따뜻하다고 판단해 노지에 상추를 심은 농가들이 3월 한파로 작물 대부분을 잃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점점 예측할 수 없게 되는 날씨는 농부들에게 더 큰 위험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스마트팜은 기후와 계절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습니다. 온도, 습도, 빛, 이산화탄소 농도 등을 자동으로 조절해 일정한 생장 환경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잎채소는 하루 약 12시간 정도의 광합성 시간이 가장 효과적인데, 서대문구 스마트팜에서는 이 시간에 맞춰 LED 조명이 자동으로 작동됩니다. 한겨울에도, 장마철에도, 작물은 흔들림 없이 자라기 때문에 생산성 면에서 탁월한 면모를 보입니다. 또, 수직형 구조를 활용함으로써 같은 면적에서 수확량을 획기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스마트팜은 평면이 아니라, 위로 자라는 농업입니다. 수평에서 수직으로, 농업의 공간이 바뀌고 있습니다.
참가자들이 위생복을 갖추고 스마트팜 체험을 위해 나서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이론 교육을 마친 후, 참가자들은 스마트팜 내부를 둘러보게 됩니다. 작은 공간 안에 수직으로 배열된 선반 위에서 다양한 상추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천정에서는 LED 조명이 빛을 비추고, 팬이 공기를 순환시키며, 바닥에서는 자동 양액 순환 시스템이 물과 양분을 공급합니다. 스마트팜은 마치 하나의 '식물 공장'으로 기능하며 고요하지만 정교하게 작물을 키우고 있습니다.

참가자들이 스마트팜 시설을 둘러보며 설명을 듣고 있다. ©서울농부포털

스마트팜은 LED 조명, 팬, 양액 공급기 등으로 재배 환경을 갖추고, 원격에서도 조정이 가능한 자동 제어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참가자 체험의 하이라이트는 직접 상추를 수확하는 시간입니다. 현재 서대문구 스마트팜에서 재배하는 채소는 이자트릭스, 버터헤드, 카이피라 등 유럽 상추 3종입니다. 일반적인 밭작물과 달리 흙이 없어 뿌리째 들어 올릴 수 있으며, 바로 씻어서 섭취가 가능합니다. 손에 흙 한 톨 묻히지 않고 채소를 수확할 수 있다는 점이 낯설지만 신선하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흙에서 키운 상추가 더 튼튼하고, 맛과 향이 강하기는 하지만, 스마트팜에서 자란 채소는 그만큼 부드럽고 깨끗합니다. 또, 잎이 연하고 수분이 많아 샐러드로 사용하기에 좋습니다. 비교해서 드셔보시면서 각각의 장단점을 찾아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강사의 말처럼, 이곳은 정답을 강요하기보다는 다양한 농업 방식이 공존할 수 있음을 경험하게 하는 장소입니다.


참가자들이 상추를 수확하고 있다. 스마트팜 작물들은 뿌리째 수확해 집에서도 물에 넣어 놓으면 좀 더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다. ©서울농부포털물론 스마트팜이 완벽한 시스템은 아닙니다. 서대문구 스마트팜에서는 최근 정전으로 전원이 차단되면서 일시적으로 스마트팜이 멈춘 일이 있었습니다. 전기로 운영되는 구조 특성상, 에너지 공급이 중단되면 재배에도 곧바로 영향을 주게 됩니다. 따라서 스마트팜 운영에는 항상 제반 시설과 함께 모니터링, 관리가 필요합니다.

서대문구 스마트팜에서는 이자트릭스, 버터헤드, 카이피라 등 유럽 상추 3종을 재배하고 있다. 스마트팜에서 재배할 수 있는 작물은 아직 제한적이어서, 현재는 시범 단계로 성장 속도가 빠르고 수경재배에 적합한 상추를 주로 재배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스마트팜이 실질적인 미래의 농업이 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심형 스마트팜을 진지하게 연구해 볼 가치는 분명합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도시 공간을 재생하며, 교육·복지·일자리까지 연결되는 플랫폼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서대문구 스마트팜을 관리하고 있는 이원영 서대문구 지역경제과 주무관은 "도시농업에 참여하시는 분들이 실내에서 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스마트팜에 관심을 많이 두고 계신 것 같다"면서 "시설 면에서라던지 당장 개인이 소규모로 스마트팜을 설치해서 운영할 수는 없겠지만, 이런 공간을 통해서 좀 더 많은 시민들이 농업의 다양한 면모를 체험하고 알아가시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습니다.
서대문구는 <미래도시 농부> 프로그램을 통해 앞으로도 다양한 교육과 체험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특히 여름방학을 맞아 스마트팜 씨앗 파종 체험과 샌드위치 만들기 등의 프로그램을 마련해 좀 더 많은 시민들에게 스마트팜의 원리와 효용을 알린다는 계획입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서울특별시 공공서비스예약 '미래도시 농부 견학 교실'(
[서대문구 '미래도시 농부 견학 교실'])을 통해 찾아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김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