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가 날로 심각해지는 상황 속에서 탄소를 저감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숲이나 바다, 습지나 토양 등 인간의 기술이 아닌 자연 그 자체로의 탄소흡수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끼를 비롯한 다양한 자연물 중 최근 주목받고 있는 탄소흡수원으로 열대 및 아열대 지역에서 주로 재배되는 '케나프(kenaf, 양삼)'라는 작물이 있습니다.
노원구의 천수텃밭에서 "기후변화 극복 '자연에서 답을 찾자'" <케나프 활용 워크숍>이 열렸다. ©서울농부포털5월 16일(금) 노원구의 천수텃밭(노원구 중계로8길 56)에서 "기후변화 극복 '자연에서 답을 찾자'" <케나프 활용 워크숍>이 열렸습니다. 서울시녹색서울실천공모사업으로 '한신대학교 생태문명원'과 '녹색어울림'이 주관해 열린 워크숍에서는, 케나프에 대한 소개와 케나프 모종을 직접 텃밭에 심는 체험이 진행되었습니다.
워크숍은 먼저 한윤정 한신대학교 생태문명원 공동대표의 케나프 소개로 시작되었습니다. 한윤정 공동대표에 따르면, 케나프는 빠르게 성장하는 목화과 식물로, 서아프리카가 원산지이며 열대 및 아열대 지역에서 주로 재배됩니다. 높은 바이오매스 생산성과 다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 덕분에 오래전부터 산업적 관심을 받아왔고, 최근에는 탄소흡수원으로서의 잠재력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한윤정 한신대학교 생태문명원 공동대표가 케나프(양삼)를 소개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케나프는 4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지름은 4-7cm, 높이는 열대 지역에서 최대 8m까지 자랍니다. 따라서 단위 면적당 높은 바이오매스 생산량을 가능하게 하고, 생태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이점을 제공합니다. 또한, 케나프는 내염성과 내건성이 강해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자라며, 화학 비료나 농약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 환경 친화적인 작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오염된 땅에서도 잘 자라며 토양의 정화 효과도 가진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케나프는 열대 지역에서 최대 8m까지 자란다. ©한신대학교 생태문명원케나프는 줄기에 셀룰로오스와 리그닌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해외에서는 이미 종이, 섬유, 건축 자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1960년대부터 미국 농무부를 중심으로 케나프를 활용한 펄프 생산연구가 이루어졌고, 목재보다 연간 3-5배의 우량 펄프 생산이 가능해 최상의 목재 대체재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경량 건축 자재의 원료로도 사용될 수 있는데, 이는 건축 과정에서의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기여하며 동시에 단열성과 내구성을 갖춘 제품 생산을 가능하게 합니다. 독일의 BMW, 일본의 도요타 등 자동차 제조사들은 케나프를 차량 내장재의 재료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케나프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대기 중의 탄소를 저장하는 능력이 탁월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이산화탄소 흡수력을 30년 수령의 숲 1헥타르와 비교할 때 전체 숲 평균이 10.4톤(침엽수 평균 9.8톤, 활엽수 평균 12.1톤)인데 비해 케나프는 140톤으로 10배 이상의 흡수력을 가진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이산화질소 흡수량은 해바라기나 옥수수의 30배 이상이고, 연소할 때의 미세먼지 발생량은 석탄의 25%에 불과해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대체 바이오 연료로도 사용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윤정 한신대학교 생태문명원 공동대표가 케나프(양삼)를 소개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우리나라에 처음 케나프가 도입된 것은 1930년대 일제강점기 시기였습니다. 이후 1960년대 정부 차원에서 가마니 대체용 포대 생산을 위해 제주도를 양삼 재배 지역으로 선정하면서 재배 실험이 진행되었습니다. 그러나 수출 주도 공업화 정책이 추진되고 비닐 포대가 등장하면서 연구가 중단되었습니다. 최근에는 2007년 농림수산부 「새만금을 친환경으로 개발하는 케나프 보고서」에서 케나프를 활용한 친환경 개발 모델이 제시되었고, 전라북도 농업기술원은 2009년부터 새만금 농업용지에서 케나프를 시험 재배하고 있습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는 2016년에 우리나라의 토양에 맞고 채종이 가능한 케나프 종자 '장대'를 개발했고, 해외 케나프 종자회사를 사들인 국내 기업이 2004년부터 지금까지 철원, 춘천, 횡성, 김해, 논산, 새만금, 제주 등 전국 여러 곳에서 재배를 진행 중입니다. 2020년에는 새마을운동중앙회가 '생명살림국민운동'의 중요 과제로 케나프 재배를 선정한 이후, 전국 347곳에 심은 바가 있습니다.
한윤정 공동대표는 "케나프가 기후위기 시대에 탄소흡수원으로 주목받고 있고, 기후 변화로 서울에서도 잘 자랄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됐지만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정도가 되려면 대량생산이 필요하기 때문에 방법은 아직 고민 중"이라며 "도시농업에서 땅심을 살리고 비닐 멀칭을 대체하는 용도 등으로 확산시키면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다"라고 전했습니다.
이은수 녹색어울림 대표가 케나프 모종을 보여주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이은수 녹색어울림 대표는 "기후 변화로 천수텃밭에서도 바나나와 같은 아열대 작물이 자라고 있다"며 "급격한 기후 변화에 대처하는 '기후 적응'이 필요한 시기에 도시의 재자연화를 위한 장기적인 관점에서 케나프와 같은 탄소흡수원을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전하고 "거창한 목표가 아니더라도 일단 할 수 있는 것은 지금 바로 하자는 정신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한신대학교 생태문명원과 녹색어울림이 케나프 심기 운동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있다. ©서울농부포털
이날 워크숍 참가자들에게 케나프 모종과 씨앗 나눔이 이루어졌다. ©서울농부포털


워크숍 참가자들이 천수텃밭 주변에 케나프 씨앗을 심고 있다. ©녹색어울림케나프는 빠른 성장과 높은 생산성, 그리고 다양한 산업적 활용 가능성을 가지고 지속 가능한 자원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탄소흡수원으로서 가진 잠재력은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도시의 텃밭에서도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시대를 대비하며 케나프 한자리를 마련해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무엇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은 지금, 해야할 때입니다.
©서울농부포털김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