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씨앗과 전통농업으로 생명을 지키고 이웃과 나누려는 사람들이 결성한 한국 최초의 민간단체인 '토종씨드림'에서는, 정회원을 대상으로 토종씨앗과 전통농업에 대한 의미부터 시기에 따른 토종농사 방법이나 현장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정기적인 온라인 월례강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4월 월례강좌에서는 도시농업으로 시작해 토종벼를 복원하고 확산시키는 맨 앞 줄에 서있는 '우보농장'의 이근이 대표가 조동지를 중심으로 한 토종벼 이야기와 토종벼 농사의 과정을 들려주었습니다.
온라인으로 토종씨드림 4월 월례강좌가 열렸다. ©토종씨드림 월례강좌 줌 갈무리4월 17일(목) 토종씨드림 4월 월례강좌는 <조동지를 아십니까? - 토종벼의 가능성과 논농사 과정의 이해>라는 제목으로 이근이 우보농장 대표가 진행했습니다. 이근이 대표는 먼저 조동지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이근이 대표에 따르면, 조동지는 여주에서 재배가 시작되어 전국으로 퍼져나간 토종벼로, 일제강점기 작성된 「조선벼품종일람」에 의해 누가 재배했고, 어디서 재배되었는지 정확하게 연원이 남아있는 거의 유일한 품종입니다. 여주의 메벼를 선발해 처음 조동지로 만든 사람은 '여주시 금사면 전북리 441번지'에 살았던 '조중식' 농부로, 조동지(趙同知)의 '조'는 조중식 농부의 성(姓)이고, '동지'는 농민들이 조중식 농부를 높여 부른 일종의 명예 관직의 존칭입니다. 「조선벼품종일람」에 따르면 1910년 당시 여주에서는 55%의 농가가 조동지를 재배했고, 서울에서는 20%의 농가가 조동지를 재배했습니다. (참고로 윤성희 흙살림 토종연구소 소장에 따르면, 조동지는 고품질의 다수확 품종으로, 여주를 중심으로 한강의 이남으로부터 금강의 이북지역까지 경기, 충북, 충남, 황해도에 걸쳐 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 중반까지 광범위하게 재배된 품종이었습니다. 확산되는 과정에 각 지역의 특성에 맞춰 다시 선발되며 재배되었으므로 조동지는 한 종이 아니라 지역별로 다양한 종이 생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근이 우보농장 대표가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토종씨드림 월례강좌 줌 갈무리이근이 대표는 조동지에 대해 "하나의 볍씨가 한 지역의 종자가 되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중요한 문화유산"이라고 말하고, "특히 한 농부가 먹거리를 육종한 것은 훈민정음 창제와 맞먹는 위대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조동지를 국가농업문화유산으로 지정하는 것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재배한 조동지로 막걸리를 만들어 조중식 농부의 무덤에 바쳤다"고 전한 이근이 대표는 "여주의 누구도, 정부도, 농업기술센터도 조동지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며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사라지는 것은 순식간이기 때문에 조동지를 알리는 다양한 방식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이근이 대표는 우보농장이 양평을 거쳐 현재 여주에서 토종벼 농사를 짓고 있는 것은 조동지가 맺어준 인연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이근이 대표는 조동지의 기원을 찾는 여행 중에 조중식 농부의 여주 주소지를 찾았고, 한양 조씨의 집성촌이었던 그곳에서 조중식 농부의 무덤과 후손 그리고 다랑논으로 구성된 종중 땅을 만났습니다. 마침 양평군과 함께 3년간 운영했던 토종자원 클러스터 단지의 협력을 끝내야 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터전을 찾고 있었던 이근이 대표는 무작정 종중 사람들을 찾아갔습니다. "따질 것도 없이 그냥 제가 종중 땅에서 토종쌀을 지으면 안되겠냐고 말씀 드렸는데, 뜻밖에도 어르신들이 흔쾌히 승낙을 해주셔서 여주와는 아무 인연도 없던 제가 여주 농부가 되었습니다."
이근이 우보농장 대표가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토종씨드림 월례강좌 줌 갈무리이근이 대표는 토종에 대한 생각도 밝혔습니다. 이근이 대표에 따르면, 토종에 대한 관점은 다양하며, 이를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토종의 정의를 특정 나라에 국한하지 않고, 내가 사는 곳에 적응하여 고정화된 것으로 이해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국수주의적 시각에서 벗어나 넓고 포용적인 관점으로 토종을 바라봐야 합니다. 예를 들면, 「조선벼품종일람」에 따르면 조선 말기 한반도에는 1,451종의 벼 품종이 있었습니다. 이는 끊임없는 변이를 통해 새로운 품종이 탄생하며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토종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생태적 환경에 적응하며 발전하는 유기체적 존재로 이해해야 합니다.
우리의 토종이 사라진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이근이 대표는 일제 강점기 이후 도입된 근대농법, 즉 농약과 화학비료 등의 영향을 꼽았습니다. 일제가 「조선벼품종일람」을 작성한 이유는 품종 개량이 목적이었으나, 당시 급박한 전쟁 상황 속에서는 대량의 식량을 빠르게 생산하는 것이 요구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재배가 쉽고 수확량이 많은 품종이 필요했으며, 새로운 품종 개발에 시간이 오래 걸리기에 일본에서 개량된 품종을 한반도에 바로 들여오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온방주, 조일, 상주, 선일과 같은 품종이 도입되어 현대의 참드림 품종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반도의 원종인 가와지 볍씨도 주목받았습니다. 그러나 현재 '가와지1호'는 일본 원종으로 만든 개량종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개량종의 99%는 일본 원종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 고유의 토종에 대한 연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현재에도 일본에서 들여온 밀크킨과 같은 개량종이 널리 퍼져 있으며, 이에 대해 이근이 대표는 "여전히 우리 식탁이 '식민 상태'에 놓여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근이 우보농장 대표가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토종씨드림 월례강좌 줌 갈무리이어 이근이 대표는 우보농장의 토종벼 활동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우보농장은 이근이 대표가 귀농운동본부에서 일하며 수집한 토종벼 종자 30종을 2011년 논 5평에 심으며 시작되었습니다. 이근이 대표는 "처음 재배한 토종벼의 다채로운 자태에 완전히 반해버렸다"며 "너무 맛을 보고 싶었지만 다음 해 종자로 사용해야 했기에 꾹 참았고, 언젠가는 모든 토종벼 품종의 맛을 다 보리라는 일념으로 농사를 지었다"고 전했습니다. 이듬해 1,000평으로 농사를 확대했고, 3년 차부터는 토종에 관한 다양한 활동을 하며 논농사 공동체를 어떻게 이루어낼 수 있을까를 고민했습니다. "애초에 농사를 공동체로 시작했기 때문에 논농사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강박이 있었다"고 전한 이근이 대표는 "현재 농촌의 농사 공동체가 해체된 것은 기계 때문"이라며 "그래서 여전히 손으로 하는 모내기와 수확을 고집하며 서로를 돕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우보농장은 도시민들을 농사 공동체로 엮어내기 위해 '도시민 내논 갖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도시민들도 농사를 짓고 싶어 하고 관계를 맺고 싶어 한다고 확신하는 이근이 대표는 "그래서 1년에 최소 4번 모이는 논농사를 함께 짓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매년 볍씨 뿌리는 날, 모내기 날, 벼꽃 만나는 날, 벼 베는 날을 정하고 도시민들이 직접 와서 자신의 벼를 만나고 시식을 통해 자기에게 맞는 볍씨를 골라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근이 대표는 "전국 단위로 다양한 공동체를 만들어 논을 만들어 가는 시스템을 구축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습니다.
이근이 우보농장 대표가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토종씨드림 월례강좌 줌 갈무리이근이 대표는 우보농장에서 진행하는 벼농사의 과정도 설명했습니다.
1.
볍씨 선발. 건강한 벼를 수확하려면 우선 좋은 볍씨를 골라야 한다. 이를 위해 바람으로 볍씨를 떨어내는 탈곡과 까락을 털어내는 탈망을 한 후 볍씨를 물에 담가 침종 하고, 소금물로 비중에 따라 선별하는 염수선 작업을 거친다. 또한, 60도의 온수에서 10분간 온탕소독을 실시하여 키다리병 같은 병해를 예방한다. 마지막으로 볍씨를 따뜻한 물에 담가 적산온도를 충족시켜 싹을 틔운다.
2.
볍씨 파종. 파종 전 볍씨를 말려 습기를 제거하고, 모판에 균일하게 뿌린다. 기계 이양, 유기농 재배, 손모내기 등 방식에 따라 파종량이 달라진다. 파종 후 모판을 쌓아 뿌리가 안정적으로 흙을 잡도록 기다리는 것이 중요하다.
3.
못자리 만들기. 못자리를 준비하면서 수평을 맞추고 모판을 옮긴 뒤 부직포를 덮어 싹이 잘 틀 수 있도록 보온한다.
4.
모 키우기. 모판의 온도와 물 조절이 중요한데, 이는 모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핵심이다. 부직포를 벗기고 지속적으로 물을 공급하며 모를 키운다.
5.
모내기. 손모내기와 기계 이양 방식이 있지만, 손모내기가 농부들이 함께 일하며 공동체의 정서를 느낄 수 있는 작업이다. 호흡을 맞춰 리듬을 타면 해봐야만 알 수 있는 하나 된 느낌을 가질 수 있다. 못줄잡이, 모잽이, 모찌, 주모 등 각자의 역할을 통해 아름다운 협력이 이루어진다. 그래서 손모내기를 고집한다.
6.
논 관리. 잡초를 억제하기 위해 우렁이를 투입해 생태적 방법으로 풀 관리를 한다. 우렁이가 살기 좋은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물 깊이와 상태를 세심히 관리해야 한다. 다만, 우렁이를 생태교란종을 볼 것인가, 친환경농사의 첨병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환경부와 농림부 간 논쟁이 있기도 하다.
7.
수확. 벼의 출수기에 따라 적절한 시기에 수확하며, 색깔과 알맹이의 단단함을 확인해 벼를 베고 건조한다. 건조 과정에서 수분율을 15%로 유지해야 다음 해에 사용할 수 있는 볍씨로 보관할 수 있다.
이근이 대표는 토종벼에 대한 오해와 가능성에 대해서도 설명했습니다. 토종벼는 잘 쓰러지고, 수확량이 적다는 지적에 대해 이근이 대표는 "명백한 오해이며, 경험상 실제 논에서 토종벼가 특별히 잘 쓰러진다는 것은 확인된 바가 없고, 수확량도 품종에 따라 개량종보다도 훨씬 더 많이 수확되는 토종벼가 존재하고 동일한 조건이라면 일반적으로 토종벼가 수확량이 더 많다"고 밝혔습니다. 까락때문에 농사 과정에서 다루기 불편하다는 지적에는 "사실이지만, 까락은 수분을 머금고, 낱알을 보호하며, 종자를 퍼뜨리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여기에 더해 경관으로서 토종벼의 멋은 까락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토종벼의 가능성에 대해서 "품종마다 맛이 다르다는 것에서부터 다양한 가능성을 상상할 수 있다"고 말한 이근이 대표는 "가장 중요하게 보고 있는 것은 막걸리"라고 밝혔습니다. 일제 강점기 이전 조선에 존재한 주막이 375,700개였다고 전한 이근이 대표는 "그 주막마다 술맛이 달랐다는 것은 이미 어마어마한 다양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고, 현대에 그것을 되살리는 것이 가장 커다란 가능성을 펼치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근이 우보농장 대표가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토종씨드림 월례강좌 줌 갈무리끝으로 이근이 대표는 '일완지식, 함천지인(一碗之食, 含天地人. 한 그릇의 밥에는 하늘, 땅, 농부의 정성이 담겨 있다.)'이라는 말을 보이며 "기계와 화학비료가 만드는 농사에는 함천지인이 존재할 수 없다"고 전하고 "모든 농부들이 이것을 지향하면서 농사짓기를 바란다"고 말하며 강좌를 마무리했습니다.
토종씨드림의 월례강좌는 지속적으로 진행됩니다. 5월에는 <토종 농사 첫 단추, 모종 이렇게 내볼까요?>라는 제목으로 이든농장의 배이슬 농부를 통해 모종 내는 방식의 변천과 기후위기 시대의 모종내기에 대해 이야기할 예정입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토종씨드림 홈페이지의 해당 페이지(
[5월 월례강좌 - 토종 농사 첫 단추, 모종 이렇게 내볼까요?])를 들러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토종씨드림
김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