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락텃밭에서 <수락텃밭 연합시농제>가 열렸다. ©밍키@yexyen3월 15일(일) 의정부 수락산 자락의 수락텃밭(의정부시 용현동 160-7)에서 퍼머컬처의 윤리와 철학을 지켜내며 서로를 연결하는 세 개의 공동체가 함께 모여 <수락텃밭 연합시농제>를 열었습니다. 한국퍼머컬처네트워크의 생태거점회원이기도 한 이 세 개의 공동체(퍼머컬처공동체, 인과의숲, 바람길숲밭)는 함께 연합하여 시농제를 준비하며,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지속 가능한 농업의 가치를 다시 한번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수락텃밭에서 <수락텃밭 연합시농제>가 열렸다. ©서울농부포털시농제의 시작은 음식물쓰레기로 퇴비를 만드는 작업이었습니다. 참여자들은 각자 집에서 가져온 음식물쓰레기를 수락텃밭 한 편의 퇴비장에 모아 퇴비를 만들었습니다. 음식물쓰레기의 유기질은 퇴비화의 분해 과정을 거치며 미생물의 먹이가 되어 무기질과 영양소로 전환됩니다. 이렇게 생성된 퇴비는 토양을 비옥하게 하고 작물 생장을 돕습니다. 이러한 과정은 특히 도시농사에서 퇴비를 직접 만드는 것이 중요한 이유를 잘 보여줍니다. 대량 생산된 화학비료는 토양을 단기적으로 비옥하게 만들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미생물 생태계를 파괴하고 토양의 자정 능력을 저하시키게 됩니다. 반면, 음식물쓰레기를 활용한 퇴비는 지속적으로 순환이 이루어지는 자연의 일부가 됩니다. 참여자들은 퇴비 만들기로 한 해 농사를 시작하며 단순한 자원 재활용을 넘어 생태계의 순환을 완성하는 핵심을 실천했습니다.
음식물쓰레기 퇴비화 작업에 앞서 참여자들이 자연과 하나 되어 호흡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서울농부포털




참여자들이 음식물쓰레기로 퇴비를 만들고 있다. ©서울농부포털

참여자들이 수락텃밭을 둘러본 후 각자 싸 온 도시락 내놓고 함께 나누고 있다. 밍키@yexyen수락텃밭을 둘러본 후 다 함께 나눈 건강한 점심 식사로 자연이 제공하는 생명의 소중함을 되새긴 참여자들은, 길놀이패의 풍물과 함께 본격적인 시농제를 진행했습니다. 흥겨운 장단과 역동적인 몸짓이 어우러진 길놀이패의 풍물 행진 후에는, 붉은 정령들이 자연과 인간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상징하는 퍼포먼스를 펼쳤습니다. 붉은 정령의 행진은 2019년 영국 런던에서 열린 기후위기 대응 시위에서 처음 선보여진 퍼포먼스로, 생명과 위험, 열정 그리고 멈춤의 의미를 상징하는 붉은색과 느린 걸음으로 자연과의 연결을 표현합니다. 참여자들은 붉은 정령들과 함께 어우러지며 침묵 속에서 몸짓을 맞추었고, 자연과 연결됨의 깊은 교감을 나누었습니다.




참여자들이 길놀이패와 함께 텃밭을 돌고 붉은 정령들과 함께 자연과 교감하고 있다. 밍키@yexyen이후, 세 공동체는 한 해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는 제례를 올렸습니다. 직접 준비한 시루떡과 과일, 다양한 씨앗들과 함께 퇴비로 만든 건강한 토양을 제물로 바치며, 자연의 순환 속에서 건강한 농사를 이어가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참여자들이 제례에서 축문을 낭독하고 한 해 농사의 시작을 알리며 기원을 드리고 있다. ©서울농부포털 유세차2025년 을사년 봄날,수락산 자락의 퍼머컬처 농부들이 한 해 농사를 시작하고자 하늘과 땅의 허락을 구합니다. 수락산 아래서 농사를 시작한 지 어느덧 6년째, 매년 세상의 변화를 기도하고 갈망하며 묵묵히 농사를 지어오고 있지만, 우리의 간절함은 하늘에도 땅에도 닿지 않았나 봅니다.생명이 샘솟아야 할 자리에 죽음의 냄새가 피어나고, 다름이 존중받아 마땅한 세상에 여전히 다양성은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며, 수많은 목숨의 희생으로 이뤄낸 60년 민주주의는 그 명맥을 이어가지 못할 위기에 처했습니다. 작은 씨앗 하나, 풀 한 포기,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이 가진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우리 퍼머컬처 농부들은 알고 있습니다. 다양한 식물이 어우러지지 못한 밭은 오래 살아남을 수 없음을, 우리 퍼머컬처 농부들은 알고 있습니다. 자연의 흐름에 따라 자연과 닮은 농사를 짓는 것이 희망이 보이지 않는 이 세상에 희망의 싹을 틔우는 일이라는 것을, 우리 퍼머컬처 농부들은 알고 있습니다.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 아름다운 풍경을 이룰 수 있도록 농부로서의 소명을 다하겠습니다. 땅이시여, 하늘이시여, 바람이시여, 비시여, 멧돼지시여, 고라니시여, 두더지시여, 사마귀시여, 벌이시여, 미생물이시여, 그 외 언급하지 못한 모든 생물, 무생물이시여, 무탈하게 농사 지을 수 있도록 모두 함께 굽어 살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2025년 3월 23일수락퍼머컬처공동체, 인과의숲, 바람길숲밭 농부들 일동상향참여자들은 감자를 심는 것으로 시농제를 마무리했습니다. 감자는 건강한 토양에서 더욱 튼튼하게 자라는 작물로, 미생물이 풍부한 땅에서 재배할 때 더욱 영양가가 높아집니다. 참여자들은 감자 심기를 통해 함께 일군 흙을 만지며, 자연과 인간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 속에서 퍼머컬처적 삶을 실천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닫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참여자들이 감자를 심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수락텃밭 연합시농제>는 단순히 한 해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행사를 넘어,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자연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온전한 순환을 실천하며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농사야말로 건강한 미래를 위한 첫걸음임을 깨닫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부디 이런 퍼머컬처의 마음이 널리 퍼져서 모든 생명이 조화롭게 연결되는 세상이 되길 바라봅니다.
밍키@yexyen김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