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농담온라인으로 전국의 도시농부들 중 '스스로 양심껏' 청년이다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여 한바탕 수다, 까지는 아니고 소소하게 담소를 나누는 자리가 마련되었습니다. '어제의 농사가 오늘의 담소거리', 줄여서 <농담>인 이 모임은, 같은 고민들을 가진 청년들이 모여 서로의 사례를 듣고 이해하면서 실질적인 문제들을 좀 더 빠르게 논의해 보자는 취지로 만들어졌습니다. 참여자들은 앞으로 매월 마지막 주 월요일 저녁에 모여 각자 지역의 도시농업 사례들을 이야기하고 생각들을 나누게 됩니다.
2월 24일(월) <농담>의 첫 번째 시간에는 대전과 춘천 도시농부들의 이야기가 나누어졌습니다.
대전 '손수레농장'의 첨지가 "다른 세대와의 만남-짝꿍텃밭/중독 회복을 위한 회복농장"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월간농담 줌 갈무리첫 번째로는 <농담>을 주도한 대전 '손수레농장'의 첨지가 "다른 세대와의 만남-짝꿍텃밭/중독 회복을 위한 회복농장"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먼저 '손수레농장'에 대한 소개가 있었습니다. 2010년 학교 안 자투리 공간에서 시작해 대전지역 연합 동아리로 발전한 대학텃밭 모임이 모태가 된 '손수레농장'은 2015년 법인으로 설립된 이래로 예비사회적 기업 인증과 도시농업전문인력 양성기관 등록, 사회적 농업 지정을 통해 대전지역의 대표적 도시농업 법인으로 성장했습니다. 농산물 생산 및 판매, 교육 및 체험, 조경 및 시설 설비 등의 농업 사업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취약한 개인 또는 단체에 재능을 기부하고 지역 공헌의 일환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날 들려준 이야기는 사회적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는 1세대 고령자(65세 이상)와 3세대 유아(7세)가 2인 1조가 되어 텃밭을 가꾸는 '짝꿍텃밭'과 중독 회복자를 대상으로 함께 농사를 짓는 '두걸음 회복농장'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짝꿍텃밭'은 복지관을 이용하는 고령자와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유아가 짝꿍이 되어 농사를 짓고 다양한 체험을 수행하며 이웃이자 식구로 함께 배워 가는 프로그램입니다. 첨지는 "'짝꿍텃밭'은 우리나라가 초고령화사회로 진입하면서 세대 간의 갈등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을 보면서 농사로 풀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직접 복지관에 제안해서 마련된 프로그램"이라며 "올해 9년 차로 접어드는데 어르신과 아이들의 행동 패턴이 의외로 잘 어울려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오리엔테이션이라고 전한 첨지는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각 세대에게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프로그램의 취지를 인식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말하고 "이 프로그램은 농사에 앞서 교육이자 돌봄이기 때문에 잘 심고 기르는 것보다 토양의 문제, 곤충의 이해, 씨앗의 중요성 등을 전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매년 봄농사와 가을농사를 진행하며 그에 따른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 결과 아동 측면에서는 조부모 세대에 대한 인식 변화로 인성과 사회성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고, 자연친화적 태도와 성취감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어르신 측면에서는 과거의 농사 경험을 떠올리며 다른 세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스스로 인식하는 자기 효능감이 향상되었고, 생활 만족감이 증진되어 노인 우울 치유에 큰 도움을 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첨지는 "이 프로그램은 어린이집과 복지관의 연계로 체험비를 증가시키고, 지역과 기업의 지원이 왕성해져 도시농업-사회적 경제 측면에서도 큰 성과를 나타낸다"며 "지역의 식생활교육 등과의 연계 사업으로도 가능해 다른 지역에서도 활성화되길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두걸음 회복농장'은 중독 회복자를 대상으로 동료들과 어울리며 농사를 짓고, 생산물을 판매하는 활동을 통해 단절된 세상과의 연결을 돕는 프로그램입니다. "우울, 불안, 회피 등의 마음의 병이 중독으로 이어진다"고 전한 첨지는 "농사를 통한 회복과 치유로 중독을 극복하는 것을 넘어 중독자에 대한 인식 개선과 사회 참여를 목적으로 마련된 프로그램"이라며 "다만 주의할 것은 농사가 만병통치약이 아니기 때문에 중독 자체를 치료한다기보다는 마음을 건드려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는 점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역중독관리센터와 연계해 2020년부터 500평 농장에서 매년 10 가족을 대상으로 개인텃밭과 공동텃밭을 운영하고 있는 '두걸음 회복농장'에는 알코올중독자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에 따라 농장의 첫 번째 목적을 단주를 통한 건강한 사회생활에 두고 나아가 농장을 활용한 체험, 교육, 가공, 유통, 판매로의 확장을 꾀하고 있습니다. 참가자들이 프로그램의 효과로 '살아있음의 기쁨', '갈망의 감소', '단주의 이유 발견', '자연에서 회복을 배움', '몸의 회복', '공동체감과 소속감의 증가', '싹트는 주인의식', '도전의 용기' 등을 꼽았다고 전한 첨지는 "중독자들의 문제는 사회와 단절되고 가족 관계가 붕괴되는 것 등으로, 농사를 잘 짓는 것만이 성과가 아니라 대상자와 환경의 개선이 더 중요하다"며 "가장 필요한 것은 대화이고 그 안에서 개선의 힌트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프로그램 수행의 어려움이나 활성화에 대한 고민, 회복을 기반으로 하는 치유농업 프로그램의 부재를 한계점으로 꼽은 첨지는 "<농담>을 통해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누며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춘천 '강원도시농업사회적협동조합'의 트리케라톱스가 "우리가 농사 짓고 살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월간농담 줌 갈무리이어 춘천 '강원도시농업사회적협동조합'의 트리케라톱스가 "우리가 농사 짓고 살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20대부터 화천에서 전업으로 농사를 짓겠다고 마음먹은 트리케라톱스는 어떻게 살까를 고민하다가 자체 컨퍼런스를 열었습니다. 모였던 친구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누군가 텃밭농사를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던져 '강원도시농업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했습니다. 요즘은 그나마 '청년농부'라며 다양한 지원이라도 해주지만 그 당시 처음 농사를 지을 때는 삽 한 자루 없이 시작했습니다. 그렇다고 지금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아, 지역의 일자리가 변변치 않기 때문에 여전히 청년들의 지역 정착은 어렵습니다. 그래도 조합이 자리를 잡으며 퍼머컬처 디자인 코스도 운영하고, 지역의 거점이 마련되면서 청년들과 함께 벼, 들깨 등을 심기 시작했습니다. 2년 전부터는 '살피텃밭'을 마련해 청년 활동, 퍼머컬처 활동, 교육 활동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급기야는 '전환마을 춘천'을 선언해 버리기까지 했습니다.
작년에는 <어쩌다 농사>라는 협업 농사 프로젝트를 가동했습니다. 매주 월요일 1,200평 논과 밭에서 막연하게 귀농∙귀촌을 꿈꾸는 사람들을 불러 모아 쌀과 들깨, 밀과 메밀을 함께 지었습니다. 화학비료 없이 재배하다 보니 수확량이 조금 줄긴 했지만, 조합원 중 양조장 하는 분이 있어 막걸리도 만들어보고, 토종씨드림에서 받은 들깨는 수확해서 지역 직매장을 통해 판매하면서 내가 키운 작물을 팔 수 있다는 경험도 해보았습니다. 제초기, 이양기, 트랙터 등의 기계 장비도 처음이지만 서서히 익숙해지는 것은 덤이었습니다. 여름에는 갑자기 생긴 밭에서 배추도 재배했습니다. 아주 어려웠지만 잘 해냈습니다. 작년 배추 가격도 아주 좋았어서 기대가 컸지만, 출하 시기에 맞춰 고라니가 반쯤 갉아먹어 아쉬움이 교차해 버렸습니다.
농사를 마치며 11월에는 <춘천에서 살맛>이라는 농부들의 네트워크 파티도 열었습니다. 작년 한 해 농사는 경험과 기술을 습득하고 협력을 배우는 것에 목적을 두고 진행되었습니다. 많은 수익은 없었지만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고, "어쨌든, 함께 해서 좋았다"는 한 해였습니다. 농사를 통해 동료들을 만든 것이 가장 큰 성과인 한 해였습니다.
트리케라톱스는 "20년 가까이 농사를 짓고 있는데, 요즘은 사람들이 가공이나 창업으로 농사에 접근한다"며 "자본이 많이 필요한 형태로, 청년들이 쉽게 접근하기는 어려운 방식"이라고 말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청년과 농업, 농촌을 만나게 할 수 있을까를 계속 고민하고 찾는 중"이라고 밝힌 트리케라톱스는 "올해도 작년처럼 농사를 지을 것이고 목표는 일인당 100-150만 원 벌기"라며 "작년 경험을 통해 좀 더 구체적이고 효율적으로 농사가 가능할 듯하다"고 전했습니다. 트리케라톱스는 "일단은 의식의 흐름을 따라 계절을 따라 농사를 짓다 보면 창업, 귀농으로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면서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꾸준한 것이 중요하고, 수익이 날 수 있는 방향도 계속 고민 중이니 생각 있으신 분들은 동료가 되어 함께 하자"고 전했습니다.
두 도시농부의 이야기에 이어 소소한 담소가 이루어졌습니다. 참여자들은 두 농부의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과 생각들을 전하고 답을 나누면서 살짝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그 외에는 각자 지역에서의 경험들과 참여 이유 등을 나누는 시간도 이어졌습니다. 담소의 끝에 첨지는 "사회적 농업을 하다가 취약계층이 되었다"는 웃픈 이야기를 전하고 "어렵지만 이런 어려움을 함께 타개해 보고자 이런 담소를 마련했다"며 "<농담>은 월별로 주제가 있어 들을 이야기가 있고, 나눌 마이크가 있으니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참여하시길 바란다"고 전하며 첫 번째 모임을 마무리했습니다.
©월간농담<농담>은 2월부터 5월까지 매월 마지막 주 월요일 저녁, 온라인 그 자리에서 열립니다. 전국 각지의 "청년이어도 꼭 청년이 아니어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도시농부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농담>의 신청 페이지(
[월간 <농담>])로 당장 달려가 보시면 좋겠습니다.
김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