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2일(토) 하자센터에서 <2025 지구농부포럼>이 열렸다. ©서울농부포털2월 22일(토) 하자센터(영등포구 영신로 200)에서 <2025 지구농부포럼>'이 "땅으로부터 사람까지, 연결을 만드는 지구농사"라는 주제로 열렸습니다. 농부시장 마르쉐가 주최하고 파타고니아가 후원해 올해 네 번째를 맞은 지구농부포럼은, 관행농과는 다른 길을 걷는 지구농부를 응원하며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해의 지구농부포럼은 소규모 농부들이 땅을 돌보고 토양을 회복하는 것을 넘어 농법, 작부, 공간을 변화시켜 '먹거리 숲'으로 나아가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2월 22일(토) 하자센터에서 <2025 지구농부포럼>이 열렸다. ©서울농부포털첫 번째 세션에서는 <농부, 먹거리 숲으로 나아가다>라는 주제로 '꽃비원'의 정광하 농부와 '파파팜'의 황진옥∙유봉호 농부가 발표를 진행했습니다.
'꽃비원'의 정광하 농부가 "자급을 넘어 자립으로, 꽃비원이 꿈꾸는 과수정원"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꽃비원'의 정광하 농부는 "자급을 넘어 자립으로, 꽃비원이 꿈꾸는 과수정원"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했습니다. 충남 논산에 자리하고 있는 '꽃비원'은 '꽃비가 내리는 과수정원'이라는 뜻으로 2012년 버려진 농지에 과일나무를 심으며 시작되었습니다. 자급을 목표로 직접 재배할 수 있는 만큼의 적정 규모를 유지하며,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최소한의 에너지를 투입해 환경에 이로운 방식으로 작물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정광하 농부는 "식품 산업 시스템 속에서 스스로 건강한 먹거리를 선택할 수 없다면, 자급자족하는 삶을 살며 주체적으로 먹거리를 생산하겠다는 마음으로 농사를 시작했다"며 "처음에는 과수로 시작했지만 자급을 위해 채소를 기르기로 하면서 여러 시행착오를 거쳤고, 2017년 즈음부터는 작물마다의 적정 규모가 파악되어 안정적으로 작물을 재배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연도별 농장의 변화 모습과 구역별 분류, 작부 계획, 월별 수확 품목 등을 소개한 정광하 농부는 "환경을 제어하기보다는 환경에 적응하며 농사를 짓고 있다"고 밝히며 "1년생보다는 다년생, 채집을 통한 적은 에너지를 사용하면서 다양한 먹거리를 수확하는 숲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농사 이외에도 농장의 다양한 작물을 활용한 요리를 선보이고(꽃비원키친), 요리워크숍∙팝업식당∙마켓∙농장견학 등을 진행하고(꽃비원홈앤키친), 1박 2일 농장에 머무르며 쉼과 농사 경험을 나누고(꽃비원스테이), 농사의 실제 경험을 나누는 워크숍을 갖는(농사생활만남) 등의 꽃비원 활동을 소개한 정광하 농부는 "궁극적인 자급은 개인에서 식문화공동체로 나아가는 것"이라며 "농장에서 도시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을 발견해 간다는 목표로 꽃비원을 통해 만난 사람들과 오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기고, 좀 더 자연 순환의 원리를 구현하는 농장을 상상하며 나아가는 과정 중에 있다"고 전했습니다.
'파파팜'의 황진옥∙유봉호 농부가 "닭과 함께 일군 먹거리 숲, 파파팜의 복합농장"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파파팜'의 황진옥∙유봉호 농부는 "닭과 함께 일군 먹거리 숲, 파파팜의 복합농장"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했습니다. '파파팜'은 경기도 가평에서 소규모로 닭을 키우고 채소와 과수를 재배하는 가족농입니다. 계분의 퇴비화 과정과 활용, 달걀로 만든 가공품 등을 소개한 황진옥 농부는 "닭이 주는 모든 것은 하나도 버리지 않고 순환하겠다는 마음으로 달걀로 가공품을 만들고 계분으로 땅을 살리며 생태순환과 재생유기농업을 지향하고 있다"며 "탄소를 다시 땅으로 되돌리는 방식으로 자립과 함께 지구와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만들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유봉호 농부는 '파파팜'이 작부와 공간을 변화시켜 '먹거리 숲'으로 나아가고 있는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2011년 전원주택단지 끝머리의 언덕 밑 숲을 오직 자신의 손으로 개간하고, 시설을 구성해 '파파팜'으로 만든 과정을 소개한 유봉호 농부는, 노지 채소와 함께 다양한 시도 끝에 환경에 맞는 작물들로만 소량 생산하는 방식으로 아로니아, 꾸지뽕, 애플수박, 보리수, 납작복숭아 등 수십 종의 과수를 수확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규모가 크지 않고, 상품 가치가 뛰어나지는 않더라도 맛과 정성을 알아주는 마르쉐의 친구들이 있어 함께 '파파팜'을 지속적으로 먹거리 숲으로 조성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한 유봉호 농부는 "땅은 돌보고 정성껏 가꾸면 언제나 무언가를 우리에게 주는 존재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땅을 지키고 살려나갈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종합재미농장' 안정화 농부의 진행으로 첫 번째 세션의 질의응답이 이루어지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이어진 첫 번째 세션의 질의응답은 '종합재미농장' 안정화 농부가 진행을 맡았습니다. 안정화 농부는 먼저 '먹거리 숲'에 대해 "수목과 화초, 농작물이 조화롭게 다층 구조를 이루어 다양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숲"이라고 소개하고 질의응답을 진행했습니다. '자본이 없는데 어떻게 농장을 시작할 수 있을까?', '마르쉐 출점 농부들은 농사짓고 판매까지 하는데 언제 쉬는가?', '멀칭을 안 하는 이유?' 등 다양한 질문과 답변이 오가는 가운데, '발표자들이 과수원과 채소 농사를 함께 하고 있는데, 중요하게 여기는 점은?'이라는 질문에 '꽃비원'의 정광하 농부는 "최근에는 지하수 고갈을 염려하고 있어 빗물 이용 등 농장의 순환 시스템을 만들어 가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답했고, '파파팜'의 황진옥∙유봉호 농부는 "올해는 과수원에 좀 더 집중해 생산량을 늘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며 "다품종 소량 과수재배의 성패는 확인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향후 체계적인 작부 계획을 만드는 것이 과제"라고 답했습니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연결, 농사의 스타일을 만들다>라는 주제로 '자란다팜' 박정자 농부와 '초록손가락'의 안성선 농부가 발표를 진행했습니다.
'자란다팜'의 박정자 농부가 "농부와 요리사의 연결, 서로를 변화시키는 마켓가드닝"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자란다팜'의 박정자 농부는 "농부와 요리사의 연결, 서로를 변화시키는 마켓가드닝"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했습니다. '마켓가드닝(market gardening)'은 비교적 작은 규모의 농장에서 다양한 작물을 재배해 지역 내에서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활동을 의미합니다. 박정자 농부는 도시농부로 농사를 시작해 예술가와 주민들이 참여한 문래동 철공소 지역의 옥상텃밭 '문래도시텃밭', 홍대 가톨릭청년회관의 다리를 활용한 '홍대다리텃밭', 무대륙 카페의 옥상을 활용한 '대륙텃밭' 등지에서 작물을 추천하며 도시농부들과 함께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박정자 농부는 "식당에 작물들을 납품하고, 마켓에 출점을 하는 것은 텃밭의 먹을거리를 통한 순환적인 로컬푸드 시스템이 현실화되는, 경로에 대한 새로운 상상을 확인하는 경험이었다"며 "여기에 더해 '홍대다리텃밭'을 통해 만난 요리사들과 연결되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밭을 통해 요리사와 농부가 함께 자란다'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것은 농부 인생의 큰 수확이었다"고 전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2018년부터 경기도 양평에 '자란다팜'을 일구며 마르쉐와도 연결된 박정자 농부는 "경운도 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농사를 짓고 있어 여전히 주변 관행농 농부님들의 한숨을 자아내는 관찰 대상이 되고는 있지만, 우리 작물을 맛보고 다양한 의견을 주는 소비자들과의 소통이 '자란다팜'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며 "마르쉐를 통해 이어진 다양한 인연과 관계가 지속되길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초록손가락'의 안성선 농부가 "땅-사람-먹거리, 이어가고 되살리는 도시농사"라는 제목으로 발표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초록손가락'의 안성선 농부는 "땅-사람-먹거리, 이어가고 되살리는 도시농사"라는 제목으로 발표했습니다. 안성선 농부는 2015년부터 어린이 농부학교를 진행하고, 어른들을 대상으로는 허브 수업을 진행하는 등 도시농부로 활발한 활동을 해왔습니다. 그러던 중 2020년 텃밭∙생태∙원예 강사로 활동하던 동료들과 함께 경기도 고양에 텃밭정원 '가치지음'을 일궈 공동체 농사를 시작했습니다. 마늘 농사로 시작해 씨앗 받는 연꽃 농사, 계절별 다양한 채소를 재배하는 '가치지음'은 마르쉐에 '초록손가락'으로 출점하고 있습니다. 안성선 농부는 "마르쉐에서 단순히 채소 판매만 하는 것이 아니고 '퇴비 클럽'을 진행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음식물 쓰레기 퇴비통을 한 달에 한 번 가져오면 퇴비로 완성시켜 농가에 보내고 있고, 소비자들에게는 지렁이를 분양해 주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안성선 농부는 "함께 하는 친구들과 많이 웃으며 즐겁게 하자는 게 우리의 모토"라며 "땅도 살리고 사람도 살리고 먹거리도 살리는 도시농사로 마르쉐에서 많은 분들과 함께 농사 일상을 공유하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종합재미농장' 안정화 농부의 진행으로 두 번째 세션의 질의응답이 이루어지고 있다. ©서울농부포털두 번째 세션의 질의응답에서는 '어떤 계절을 좋아하는지?'와 같은 가벼운 질문부터 '도시텃밭에 필요한 것은?', '농사를 꾸준하게 할 수 있는 힘은?' 등의 질문들이 나왔습니다. 특히 '텃밭의 공동 운영은 늘 어려운데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나?'는 질문에 '초록손가락' 안성선 농부는 "일 좀 더 많이 하는 사람이 좀 더 가져가고, 나눌 수 있는 것은 잘 나누는 것이 비법"이라며 "판매, 홍보, 밭 정리, 농사, 채종 등 각자의 분야를 나눠 양해하면서 서로를 생각하며 일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성향이 다른 사람들이 만나 서로를 보완하는 것도 필요한 일일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질의응답 끝에 진행을 맡은 안정화 농부는 "관행농부들에게 소농들의 농사는 다 이상하다고 여겨지지만, 마르쉐에 오면 누구나 그렇게 농사짓는다는 위로가 있다"며 "'한 해도 쉬었던 적은 없지만, 그래도 농사는 재미있습니다.'라는 말을 인용하며 마무리를 짓고 싶습니다"라고 전하며 모든 세션을 마쳤습니다.
이보은 마르쉐 상임이사가 '벌새의 숲'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2025 지구농부포럼>은 이보은 마르쉐 상임이사의 인사와 함께 최근 마르쉐가 진행하고 있는 '벌새의 숲' 프로젝트의 소개로 마무리되었습니다. '벌새의 숲' 프로젝트는 냉소와 체념 앞에서 자신의 작은 최선을 다짐하는 벌새의 마음으로 농부들과 함께 숲을 만들어가는 활동입니다. (
['벌새의 숲' 후원]) 이보은 상임이사는 "포럼을 통해 소농, 대농 모두가 모여 나누는 이야기가 쌓여 지구농부들이 커 가는 것"이라며 참석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농부들은 땅은 없지만 아름다운 농장을 가꾸기를 늘 바라고 있다"며 "농부들과 함께 만들어 가는 지구농부 프로젝트 '벌새의 숲'에도 많은 참여를 바란다"고 전하며 포럼을 마무리했습니다.
©서울농부포털김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