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림중학교에서 교육농협동조합' 설립 10주년 기념 포럼 <교육농 10년, 우리가 갖게 된 질문들>이 열렸다. ©서울농부포털2월 15일(토) 서울 영림중학교(구로구 가마산로27길 17)에서 '교육농협동조합' 설립 10주년 기념 포럼 <교육농 10년, 우리가 갖게 된 질문들>이 열렸습니다. '교육농협동조합'은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던 교사들이 '삶을 바꾸기 위해서는 교육을 바꿔야 한다'는 화두를 가지고, 교육의 생태적 전환 방법으로 농사에 주목하며 2014년 만들어졌습니다. 지난 10년간 학교 안팎에서 직접 농사를 짓고, 아이들을 가르치며 '농사 교육'이 아닌 '농사를 통한 교육'을 실천해 온 교사들의 이야기와 교육농의 현재를 들어보았습니다.
<재생농업과 교육농>이라는 제목으로 박건오 농부가 발표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포럼의 첫 번째 발표는 <재생농업과 교육농>이라는 제목으로 박건오 농부가 진행했습니다. 박건오 농부는 일찍부터 충남 홍성에서 '교육농연구소'를 운영하며 교육농의 중요성을 알리고 실천해 온 농부입니다. 2012년 교사들과 함께 만든 '농사학림(農事學林)' 모임을 통해 한 해 동안 정기적으로 만나 농사를 지으며 '교육농협동조합' 설립의 단초를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발표에서 박건오 농부는 교육농에 대해 "교육적 관심과 관점으로 농사를 바라보는 일"이라고 정의했습니다. 박건오 농부에 따르면, '교육농'은 농이 가진 전인성, 예술성, 생태성 등의 교육적 가치에 주목하고, 농을 소재이자 주제 방식으로 삼아 현장에서 교육적으로 선용하는 일입니다. 다시 말해, '농(農)교육'은 농사 기술의 습득이고, '교육농(農)'은 농사를 통한 교육을 의미합니다.
박건오 농부는 교육농이 추구하는 교육의 생태적 전환에 대해 "삶과 사회의 생태적 전환이 없다면 가능하지 않다"고 밝히고, 순환-관계-대안을 가지는 지역 농촌의 삶이 교육농의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다만, "일자리 없는 농촌에 새로운 세대가 살 수 있을까? 농사를 업으로 삼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 박건오 농부는 "힘들고 돈 없고 사회적 존중이 없는 농촌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 수 있을까에 대한 대답을 줄 수 없다면 교육농을 실천하기는 어렵다"고 스스로 답했습니다. 지역에서 끊임없이 농업과 농촌의 새로운 길을 만들며 교육농과 연계하려 하고 있다고 전한 박건오 농부는 "현재는 많은 것들이 기울어지고 있는 시점으로 교육농도 성찰의 단계에 다다랐다"며 "교육농이 관행과 관성에 따라가는 관행농이 되지 않도록 다시 새로워져야 할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교육농의 희망이 보이는가?'라는 질문에 박건오 농부는 "농업의 현실만 보면 농사를 지어서는 안 되지만, 이것이 문제이고 해결해야 한다면 거기에 교육농이 꼭 필요하기 때문에 큰 희망이 있다고 본다"면서 "이제 교육농 운동에 참여하셨던 선생님들이 은퇴하실 시기가 다가오고 있는데, 꼭 농사의 터를 잡으셔서 다음 세대에게 희사하는 일을 해주시면 좋겠다"고 전하며 발표를 마무리했습니다.
<지역과 교육농>이라는 제목으로 배이슬 농부가 발표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두 번째 발표는 <지역과 교육농>이라는 제목으로 배이슬 농부가 진행했습니다. 배이슬 농부는 전북 진안에서 농사를 지으며 지역 속에 교육농을 뿌리내리기 위해 노력해 온 농부입니다. 배이슬 농부는 발표를 통해 6년 간 아이들과 학교라는 공간에서 농사를 지으며 느낀 성과와 한계를 솔직히 전달했습니다.
배이슬 농부는 먼저 "6년 간 아이들과 가꾼 학교 텃밭을 올해부터 그만하기로 했다"며 "시간을 들여 학교를 생태전환의 장으로 변화시키려 했고, 분명한 성과도 있었지만 한계가 너무 컸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학교라는 공간 자체와 교육청의 존재를 한계로 꼽은 배이슬 농부는 "농사는 지혜의 계승인데, 학교 교육의 언어와는 너무 달랐다"며 "체계와 계획이 있어야 하는 교육 과정의 언어로 농사를 표현하고자 부단히 노력했지만 한계가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농사에 대한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필요에 의한 생태교육 콘텐츠로만 학교 텃밭이 유지되면서 시간을 두고 만들어야 할 생태계가 매년 초기화되었다"고 전한 배이슬 농부는 "지역의 학교 교육마저 어설프게 따라 하며 '소비'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어 아이들은 도시의 혜택도 농촌의 혜택도 갖지 못하고 있다"며 "이러한 관점을 바꾸는 답이 교육농의 확산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배이슬 농부는 "지역 사회의 생태교육은 학교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며 "교육농의 관점이 학교의 언어를 통해 번역되야만 생태교육이 실현되고 이것이 지역사회로까지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올해부터는 학교 텃밭을 그만하겠다고 하니 교육청부터 학부모까지 난리가 났다"고 전한 배이슬 농부는 "농사를 짓는 것이 부끄러워 아이가 크면 도시로 보낼 생각이었다는 학부모가 학교 텃밭 수업을 통해 아이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며 내 아이가 농사를 지어도 괜찮겠다는 꿈을 꾸게 됐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아이들이 '내가 만들어낸 텃밭'이라며 스스로 텃밭을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며 그동안의 노력이 분명한 성과가 있었다고 느낀다"며 "농촌의 지속 가능성 나아가 지역 소멸의 핵심은 아이들이기 때문에 이를 위한 교육농의 재정비가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고 전했습니다.
<생태적 시민 : 생태적 마음을 기르는 교육의 가능성>이라는 제목으로 정용주 서울 천왕초등학교 교장이 발표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포럼에서는 교육농 교사들의 활동 사례와 생태교육에 대한 견해들도 발표되었습니다. 정용주 서울 천왕초등학교 교장은 <생태적 시민 : 생태적 마음을 기르는 교육의 가능성>이라는 제목으로 혁신학교 13년 차로 접어든 천왕초등학교의 사례를 발표했습니다. 정용주 교장은 "천왕초등학교는 학교 내 협동조합이나 다양한 생태 활동 등을 통해 쉽게 흔들 수 없는, 좋은 의미로 관행화된 체계가 잡혀 있다"며 "이러한 체계를 바탕으로 앞으로 어떻게 좀 더 생태적 감수성과 사고를 기를 수 있는 교육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교육에 있어 학생들이 환경 문제를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자신의 삶과 연결된 문제로 인식하도록 하는 '공감'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힌 정용주 교장은 "'환경시민성'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새로운 교육의 핵심이어야 하고, 이를 위한 교육의 지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생태전환 교육정책과 학교 현장>이라는 제목으로 윤상혁 서울 영림중학교 교장이 발표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윤상혁 서울 영림중학교 교장은 <생태전환 교육정책과 학교 현장>이라는 제목으로 영림중학교의 상황과 교육농 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윤상혁 교장은 먼저 "영림중학교는 혁신학교 11년 차로 동물, 기후변화, 환경에 관한 동아리들과 학교 내 협동조합을 통해 학교와 학생, 지역을 연결하고 있다"며 "생태전환 교육이 많아도 너무 많다는 의견이 나와 오히려 역효과인가 싶어 올해는 조금 줄일까 생각하는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교육농 정책에 대해 윤상혁 교장은 "기계적 세계관이 만들어 낸 교육은 성장주의 시대가 저물어 감에 따라 멈추는 방법을 고민해 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며 이를 위해 교육농을 정책적으로 교육의 중심으로 가져올 필요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우리 교육은 수직적인 틀로 형태와 내용이 규격화되어 있어 안정적이지만 답답한 틀이 되고 있어 새로운 생각을 위한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힌 윤상혁 교장은 "앞으로 인간이 생태 속에 편입되어 있는 생태적 존재임을 인식하고, 인간 너머의 존재들과의 관계를 회복하며, 손상된 지구를 되살리기 위한 집단적 윤리를 정립하지 못한다면 학교가 존재할 이유가 없어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강주희 서울 내발산초등학교 교사가 <공유지로서의 학교 텃밭-초등 교육농 활동>이라는 제목으로, 강소연 서울 숙명여고 교사가 <숨통이 트이는 뜰로서의 텃밭-중등 교육농 활동>이라는 제목으로, 김이은 서울 금나래초등학교 교사가 <교사/도시농부를 기르는 커뮤니티 농사>라는 제목으로 발표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강주희 서울 내발산초등학교 교사는 <공유지로서의 학교 텃밭-초등 교육농 활동>이라는 제목으로 학교 텃밭 수업을 진행하며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학교 텃밭을 공유지(commons)로 돌아보고 전환하는 것에 대한 고민을 전했고, 강소연 서울 숙명여고 교사는 <숨통이 트이는 뜰로서의 텃밭-중등 교육농 활동>이라는 제목으로 학생들이 '맛있는 정원 프로젝트' 동아리 활동을 통해 단순한 힐링이나 휴식을 넘어 지식 탐구의 장으로 텃밭을 활용한 사례를 전했습니다. 김이은 서울 금나래초등학교 교사는 <교사/도시농부를 기르는 커뮤니티 농사>라는 제목으로 교사들이 모여 직접 농사를 짓고 있는 대장동 교육농 텃밭의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체제 전환으로서의 교육농>이라는 제목으로 박복선 성미산마을교육연구소 소장이 발표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 발표의 끝으로는 박복선 성미산마을교육연구소 소장이 <체제 전환으로서의 교육농>이라는 제목으로 교육농의 주 활동무대가 되는 '텃밭'의 의미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박복선 소장은 "텃밭은 '자급 커뮤니티(마을)'의 핵심으로, 작금의 자본주의 경제의 폐해를 극복하는 변혁의 중심이 되는 공간"이라며 "자립은 자본의 힘을 약화시키고 해체시키는 것이며, 자립을 이뤄 자본주의 사슬에서 벗어나는 자치와 연대의 장소가 되는 곳이 텃밭"이라고 전했습니다. "위기의 시대에 우리는 자립경제에 대한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박복선 소장은 "생태적으로 친환경적인 것을 넘어 마을 안에서 어떻게 경제적, 사회적으로 연결될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포럼 쉬는 시간동안 참가자들이 각자의 활동 상황을 나누고 있다. ©서울농부포털포럼을 마무리하며 '교육농의 실천과 고민'을 담은 의제가 발표되었습니다. '교육농협동조합'은 앞으로 "좋은 삶을 살아가는 교육농(살자)"이라는 대전제 아래 '교육과 농을 연결한다(담자)', '공동의 집 지구를 살린다(돌보자)', '교육농으로부터 전환된다(바꾸자)', '농이 시작이다(즐기자)'라는 지침으로 활동할 예정입니다.
교육농의 생각과 '교육농협동조합'의 활동이 궁금하신 분들은 '교육농협동조합' 네이버 카페(
[우리는 '교육농협동조합'입니다])나 '교육공동체 벗'의 조합 활동 페이지(
[교육공동체 벗-교육농협동조합])을 들러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교육으로부터 생태적 전환을 이루려는 교사들의 노력을 엿보고 동참하실 수 있습니다.
<교육농협동조합 설립 제안문)> (일부)
곳곳에서 끊임없이 우리 삶과 교육의 지속가능성을 물어옵니다. 별일 없는 하루에도 불현듯 '이대로 살아도 괜찮은 걸까?' 하는 불안이 찾아옵니다. 후쿠시마에서처럼, 밀양에서처럼, 또 그 어느 곳에서처럼 삶의 터전이 하루아침에 와르르 무너질 위기에 처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그림자처럼 일상을 따라다닙니다. 꼭 오늘 느끼는 위기의식이 아니더라도 더 좋은 삶에 대한 지향은 우리 둘레를 새롭게 돌아보게 합니다. 모두가 연결되어 스스로 그러한 자연의 일부로써 삶을 전망하는 존재론적 성찰과 자각만이 그 물음에 제대로 답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교육농협동조합은 벗들과 함께 농사짓기를 바랍니다. 오로지 하늘과 땅에 기대어 정성스럽게 생명을 기르는 농사는 가장 오래된 삶의 지혜입니다. 하늘이 변함을 새삼스럽게 만나며 철이 들고, 함께 땀 흘려 땅을 일구면서 제 몸과 이웃의 소중함을 느낍니다. 씨앗을 심으며 기다림을 배우고, 스스로 먹을거리를 마련하며 세상을 풍요롭게 하고 다시 흙으로 돌아갈 생명을 생각합니다. 교육은 이처럼 농이 가지고 있는 전인적, 생태적 가치에 주목하고 다음 세대와 나누고자 하는 또 하나의 질문입니다. 교사농부이자 농부교사로, 교육현장과 논밭, 농촌을 자유로이 넘나들며 함께 하는 대화와 공부, 경험, 그리고 우정으로 답해 보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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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