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박물관 전경 ©서울농부포털서울 도심 한복판, 빌딩 숲 사이에 작지만 잘 정리된 논과 밭이 있습니다. 무언가 생뚱맞지만 도시 속에서 청량한 한 숨이 되어주는 특별한 공간입니다. 첨단 기술과 현대 문명이 주도하는 서울 안에서 농업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공간, 바로 농업박물관입니다. 농업박물관은 도시민들에게 잊혀가는 농업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농업의 역사를 생생히 전하는 독보적인 장소로 위치하고 있습니다.
농업박물관 야외에는 논과 밭, 쌀을 저장하던 나락뒤주, 마소가 끌어 곡식을 찧는 연자방아 등이 전시되어 있다. ©서울농부포털농업박물관(중구 새문안로 16)은 농업과 농촌의 문화를 기록하고 보존하며, 이를 도시민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1987년 농협중앙회에 의해 설립되었습니다. 농업은 우리 역사에 있어 단순히 먹거리를 생산하는 산업을 넘어, 경제, 문화, 생활의 뿌리가 되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급격한 도시화와 산업화로 인해 농업의 가치는 점차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되었고, 이러한 흐름 속에서 농업의 전통과 현대적 의미를 되새기고자 하는 노력이 집약된 결과물로 농업박물관이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농업박물관은 농업의 유산을 보존하는 것은 물론, 전통 농업과 현대 농업 기술 간의 연결고리를 제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다양한 전시와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농업의 가치를 직접 체험하고 느낄 기회를 제공하며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농업박물관 1층 로비 전경 ©서울농부포털농업박물관은 총 3,788㎡의 전시 면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하 1층부터 2층까지 총 3개의 층에 농업역사관, 농업생활관, 농업홍보관으로 구성된 3개의 전시관과 상설전시실, 기획전시실, 체험실, 영상실, 정보마당을 마련하고 있고, 야외에는 전통 논과 밭, 예로부터 농사에 사용된 도구와 구조물 등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1층 농업역사관 입구 ©서울농부포털1층의 농업역사관에는 '초기농경과 정착농경의 시작', '대량생산 농경의 시대', '농업기술의 향상', 다양한 농기구', '농경의 발달' 섹션이 마련되어 빗살무늬토기, 돌칼, 농경문 청동기 등의 선사시대 도구부터 국내 최초의 수리시설이었던 삼국시대 벽골제의 축조와 신라시대의 우경을 재현한 설치물, 고려시대의 방적, 온실, 수리관개시설 등의 특수 시설, 고농서와 호미 등의 친숙한 농기구까지 선사시대부터 근현대까지 농경문화의 다양한 유적과 도구, 당시 농사의 모습을 재현한 모형 등을 통해 우리 농업의 역사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윤정인 농업박물관 해설사가 도슨트를 맡아 '농경문 청동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농경문 청동기'는 농경과 관련된 제사를 지낼 때 사용되었던 의식용(儀式用) 도구로 여겨지고 있다. 농업박물관에서는 사전 예약을 통해 누구나 도슨트의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서울농부포털위로부터 벽골제, 우경, 온실, 전국 호미 지도 ©서울농부포털2층으로 향하는 복도에는 혜촌 김학수 화백의 '농가월령도'가 전시되고 있다. 월별로 농가에서 해야 할 일을 노래한 '농가월령가'를 그림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사실적이고 아름다운 묘사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서울농부포털2층 농업생활관 입구 ©서울농부포털2층의 농업생활관에는 논과 밭의 사계절 농사와 조선시대 서민들의 생활상을 재현한 설치물로 당시의 모습을 고스란히 전달하고 있습니다. 특히 '논밭의 사계절'과 '두레와 모내기' 섹션에서 디오라마로 만들어진 조선시대 농지와 농부들의 풍경은, 나뭇가지부터 사람들의 표정 하나하나까지 살린 사실적이고 세밀한 만듦새로 마치 살아있는 듯 우리에게 당시의 모습을 고스란히 전달하고 있습니다. 또, '전통농가의 삶'과 '전통 장터' 섹션에서는 집과 장터의 모습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사용되었던 도구와 용품들을 기증받아 전시하고 있어 사실감을 더하고 있습니다.
논밭의 사계절을 담은 디오라마는 인물들의 표정 하나하나까지 묘사한 세밀하고 사실적인 표현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서울농부포털실제 크기로 만들어진 장터 모습. 실제 사용하던 물품들을 기증받아 전시하고 있다. 소의 모형도 실제 소를 박제한 것이다. ©서울농부포털지하 1층 농업홍보관 입구 ©서울농부포털지하 1층의 농업홍보관은 1961년 농업인의 권리와 이익, 복지를 증진하기 위해 만들어진 농업협동조합의 시작부터 지금까지의 역사를 기록한 곳입니다. 역사적 가치가 있는 다양한 사료들과 활동들을 담은 전시물로 한눈에 농업협동조합의 면면을 알 수 있게 해 줍니다. 또, 우리 쌀과 김치, 축산, 식품 등의 홍보물과 함께 미래농장의 모습을 보여주는 조형물도 설치되어 농업의 과거뿐만 아니라 현재와 미래도 조망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농협의 역사와 농업의 현재부터 미래가 전시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박물관은 단순히 과거를 회고하는 장소가 아닐 것입니다. 박물관은 과거의 전통을 기록하고 보존하는 동시에, 현재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가교 역할을 합니다. 농업박물관은 이에 충실할 뿐만 아니라, 도시민들에게 농업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우는 역할까지 해주는 소중한 공간입니다. 요즈음의 도시민들에게 농업은 이제 익숙하지 않은 분야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런 도시민들에게 농업박물관이 농업의 역사를 배우고 체험하며, 농업이 우리의 일상과 얼마나 깊게 연결되어 있는지 깨닫게 해주는 장이 되어주길 바라봅니다.
농업박물관은 동절기(11월-2월) 매주 화-일 09:00부터 17:30까지 운영되고 있습니다. 관람료는 무료로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있습니다. 농업박물관 홈페이지의 예약 페이지(
[농업박물관 예약])를 통해 15명 이상의 단체 관람과 도슨트 프로그램 예약도 가능합니다. 온 가족이 여유를 가지고 방문하셔서 우리 농업의 역사를 찬찬히 둘러보신다면, 올 겨울 가장 유익하고 즐거운 경험이 될 것입니다.
©서울농부포털김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