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소멸' 시대를 맞아 전국의 각 지자체들이 인구를 늘이기 위한 사업들을 앞다투어 마련하고 있습니다. 특히 '청년 마을 살기 프로젝트', '도시청년 시골파견제', '청년농부 육성' 등등 청년들을 지역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다양한 사업들이 '별처럼' 많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도시 생활에 지친 청년들도 이에 호응해 농촌이나 여타 지역으로 나가 새로운 삶을 탐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다만 현재 대부분의 사업들은 일회성 체험 프로그램이거나 본격적인 이주와 정착에 대한 지원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때문에 청년들이 자신의 삶을 모색하는 기회와 선택하는 과정을 갖기 어렵다는 점에서 확대와 지속가능성에 물음표가 찍히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청년들과 지역을 좀 더 안전하게 이어 각자를 탐색하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상해 보자는 자리가 마련되어 찾아가 보았습니다.
종로구 알파라운드에서 <'도시쥐정거장프로젝트x듣는연구소x별의별이주땡땡' 연구 공유회>가 열렸다. ©서울농부포털12월 11일(수) 알파라운드(종로구 창경궁로35길 40)에서 <'도시쥐정거장프로젝트x듣는연구소x별의별이주땡땡' 연구 공유회>가 열렸습니다. 이번 공유회는 도시 청년들이 지역에서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탐색할 수 있도록 돕는 '별의별이주땡땡'의 지난 활동에 대해, '듣는연구소'가 현장을 찾아 생활하며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도시쥐정거장'이라는 플랫폼을 함께 구상하는 자리로 마련되었습니다. '듣는연구소' 우성희 연구원의 발제를 시작으로 '별의별이주땡땡' 운영자 쥐프로(조윤정)와 각 지역 운영단체 대표들의 현장 이야기, 공유회 참여자들 간의 토론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공유회에서 '듣는연구소' 우성희 연구원이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공유회에서 '듣는연구소' 우성희 연구원은 <'별의별이주땡땡'의 경험을 토대로, 도시청년-지역 연결 플랫폼 액션리서치>라는 주제로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우성희 연구원은 "청년들이 지역으로 향하는 이유에 대한 연구를 고민하던 중 '별의별이주땡땡'의 활동을 보고 연구가 실행이 되고, 실행이 연구가 되는 프로젝트를 생각해 협업을 제안했다"며 "실행 주체인 쥐프로의 우호적인 외부 연구자로 청년들과 지역을 잇는 수도권 플랫폼 '도시쥐정거장'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별의별이주땡땡'은 전국의 청년들이 지역에서 살아보는 경험을 통해 삶의 경로를 재탐색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젝트로, 2018년 서울시청년허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3년 간 운영된 '별의별이주땡땡'은 서울시청년허브가 사업을 종료한 이후, 지역 현장들의 프로젝트 지속에 대한 의지와 사업 담당자였던 쥐프로의 참여, 그리고 삼선복지재단의 지원으로 다시 시작해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별의별이주땡땡'은 현재 충남 홍성, 충북 옥천, 전남 영광, 강원 춘천, 경북 상주, 전북 부안, 경남 함양 등 7개 지역의 단체들이 중심이 되어 운영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북 부안의 '이주공생러'는 농업회사법인 변산공동체가 운영을 맡아 농업의 전 과정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충북 옥천의 '이주기자'는 (사)커뮤니티저널리즘센터가 운영을 맡아 풀뿌리 언론의 역할과 가치를 배울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 전남 영광의 '이주농촌사회복자사'는 (사)여민동락공동체가, 강원 춘천의 '이주돌봄'은 별빛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을 맡아 지역사회의 아동, 어르신 돌봄 프로그램과 농촌유학 등 농촌마을공동체 활동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공유회에서 '듣는연구소' 우성희 연구원이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별의별이주땡땡'에는 현재까지 213명이 참여했고, 주로 2-30대 수도권 여성들의 참여 비율이 높았습니다. 우성희 연구원은 "참여자들은 대부분 졸업이나 퇴사 등 삶의 전환기를 맞아 다른 환경에서 물질이 아닌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와 행복을 찾고 싶은 욕구가 있는 청년들"이었다며 "운영단체의 특성에 따라 기자, 사회복지사, 농부 등 농촌에서 가능한 다양한 일을 경험해 보고 싶어하는 청년들이 참여하기도 했다''고 전했습니다.
'별의별이주땡땡'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는 지역 단체들에게는 '나누고 싶은 마음'과 '지역의 필요'가 있었다고 전한 우성희 연구원은 "특히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지역의 좋은 점들과 새로운 경험을 '나누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작정하고 지역에 정주시키겠다는 여타의 청년이주 프로젝트들과 '별의별이주땡땡'을 확연히 구분시키는 지점"이라고 밝혔습니다.
우성희 연구원은 '별의별이주땡땡'의 특징을 '일상적', '비정형적', '가변적', '복합적'으로 정리했습니다. '별의별이주땡땡'의 독특한 점은 참여자들이 각 지역에 단순히 체류하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과 일상생활을 공유하며 실질적인 관계를 맺는 활동을 한다는 것입니다. 정해진 프로그램 없이 시기에 따라 지역민들과 똑같은 일을 하며 같은 경험을 나누기 때문에 일과 삶과 배움이 하나가 되는 체험을 하게 됩니다. 우성희 연구원은 "이런 특징들로 인해 생기는 것이 '관계성'이며, 동료로서 공동체 및 지역 사회와 맺는 따뜻한 관계가 '별의별이주땡땡'의 참여자들과 지역 사회가 꼽는 가장 큰 만족감"이라고 전했습니다.
'별의별이주땡땡'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청년들과 지역을 만나게 하는 데 필요한 것들에 대해서도 이야기되었습니다. 우성희 연구원은 "체류 기간 동안 단신으로 낯선 지역에서 지내는 청년들은 약자"라며 "청년과 지역 사회 양자를 건강하게 중재할 '매개자'가 필요하다"고 전했습니다. 또 참여자들이 지역을 대상화하지 않는 지역 감수성을 높이고, 청년과 지역 사회가 서로를 이해하고 안전하게 만날 수 있도록 하는 '완충 장치'와 사전에 참여자들이 지역 사회에 대해 좀 더 많은 정보를 얻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찾게 하는 '정보 제공자'가 필요하다고 전한 우성희 연구원은 "특히 이러한 부분을 전달할 수 있는 '언어화'가 필요하다"며 "매개자나 완충 장치, 정보의 제공은 결국 언어로 표현되는데, '어떤 지향을 가지고 무엇을 해보려 한다'는 철학을 구체적인 언어로 담아냄으로써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끝으로, 다른 삶을 찾는 청년 중에서 누가, 왜 '지역(농촌)'을 찾는지 정확히 들여다보고 이들을 매개할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전한 우성희 연구원은 "'도시쥐정거장' 프로젝트가 하루빨리 구체화되어 '돈과 재미'를 조화시키는 지속가능한 플랫폼으로 만들어지길 바란다"며 발표를 마무리했습니다.
'별의별이주땡땡'을 이끌고 있는 쥐프로가 '도시쥐정거장'에 대한 구상을 전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이어 '별의별이주땡땡'을 이끌고 있는 쥐프로가 '도시쥐정거장'에 대한 구상을 밝혔습니다. "'별의별이주땡땡'을 운영하면서 청년들이 어디서 정보를 얻느냐에 따라 지역과 만나게 되는 많은 것들이 달라진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한 쥐프로는 "안전한 정보로 청년들과 지역을 매개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는 생각으로 '도시쥐정거장'을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도시 청년과 농촌을 넘어 모든 지역의 청년들과 수도권을 포함한 모든 지역을 매개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도시쥐정거장'을 구상하고 있다고 전한 쥐프로는 "'별의별이주땡땡'은 기본적으로 지역 운영단체들이 자신들의 것을 내주고 더불어 너른 품까지 내주어서 가능한 프로젝트인데 왜 수도권에는 그런 곳이 없는가에 대한 질문을 하게 된다"며 "'도시쥐정거장'이 시골쥐가 왔을 때 도시쥐가 맞을 수 있는 공간으로까지 확장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습니다. "여전히 구체화해 가는 중이기 때문에 아직 어디로 어떻게 갈지 솔직히는 잘 모르겠다"고 전한 쥐프로는 "2018년 이래로 10년은 해보자고 마음먹고 있는데 가장 필요한 것은 동료들"이라며 "오늘 모인 분들이 동료가 되어 어느 누구에게라도 자기 품을 내어줄 수 있는 도시쥐가 되어 주시면 좋겠다"고 전했습니다.
'별의별이주춘천'의 윤요왕 별빛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이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쥐프로에 이어 '별의별이주땡땡'의 지역 운영단체로 함께 하고 있는 '별의별이주춘천'의 윤요왕 별빛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과 '별의별이주땡땡'의 참여 경험을 통해 경북 의성에 새로운 터전을 잡은 민재희 청세권 협동조합 이사장이 각자의 활동에 대한 소개와 함께 '별의별이주땡땡'과 이어진 이야기, 청년과 지역의 연결 등에 관한 생각을 전했습니다. 윤요왕 이사장은 "지역에서 청년들을 맞으며 '와줘서 고맙습니다'가 아니라 '어, 왔어'라고 친근한 느낌으로 대할 수 있는 것이 '별의별이주땡땡'이었다"며 "오는 청년들도 뿌듯하고 지역 주민들도 행복한 프로젝트가 될 수 있도록 접근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민재희 이사장은 "자립을 꿈꾸며 참여했던 '별의별이주홍성'에서의 한 달 살이를 통해 낭만적으로 접근했던 귀농의 현실을 알고 받아들이게 되었다"며 "지역에서 처음 접하는 낯선 일상이 불합리해 보이고 이상해 보일지라도 이런 것들이 다 하나하나 시간이 쌓이고 노력이 쌓여서 만들어진 것들임을 깨닫고 내가 무언가를 만들어야 하는 입장이 되었을 때 기반으로 삼을 수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민재희 청세권 협동조합 이사장이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공유회 참가자들이 각자의 의견을 전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공유회를 마치며 쥐프로는 공동체 감각의 회복에 대해 강조했습니다. 쥐프로는 "'별의별이주땡땡'은 청년들이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다는 옵션이자 도시에서 작동하지 않는 공동체 시스템을 경험하게 되는 장이 되고 있고, 그것을 좀 더 확장시키는 것이 '도시쥐정거장'이 될 것"이라며, "거주지, 남녀노소 관계없이 자기 품을 내어줄 수 있는 사회가 좋은 것 아닌가 생각하고, 그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작업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출산율 저하', '고령화 심화', '인구 감소' 그리고 '지역 소멸'. 무언가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던 단어들이 주는 막막함이 현실로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행정안전부는 전국 228개 시군구 중 89개 지역을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하고 있고, 일부 연구에서는 시군구 중 절반 이상을 이미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통계청은 2072년 대한민국 전체 인구가 3,600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에 대해 누군가는 심각한 문제로 바라보며 해결책을 마련하려 하고, 누군가는 자연스러운 변화로 받아들여 적응책을 마련하려 합니다. 어떤 문제의식과 관점에서 비롯된 방안이든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숫자가 아닌 '사람'이고 '관계'가 아닐까 싶습니다. '도시쥐정거장'이 구체화되고 사람과 지역의 관계를 잇는 플랫폼으로 정착해서, 바라는 바대로 서로의 품을 내어줄 수 있는 사회가 다시 만들어지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게 되길 바라봅니다.
'별의별이주땡땡'이나 '도시쥐정거장'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정보는 SNS(
[도시쥐정거장 실험 프로젝트 인스타그램])를 통해 얻으실 수 있습니다. 그 활동이나 내용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꼭 한 번 들러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김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