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 카나비요르크에서 <도시언니들의 자급자족 도전기 - 미미미(美米味)>가 열렸다. ©서울농부포털12월 7일(토), 8일(일) 양일간 카나비요르크(종로구 계동길 103-1)에서 <도시언니들의 자급자족 도전기 - 미미미(美米味)(이하 '미미미')>가 열렸습니다. 프로젝트 그룹 '달래지나'가 주최하고, '먹을수있는도시협회'와 '한국오도이촌협회'가 공동 주관한 '미미미'는 평일에는 직장인, 주말에는 자급농부에 도전한 도시언니들의 1년 간의 토종쌀 자급자족 여정과 인사이트를 공유하기 위한 자리로, 전시와 이야기, 직접 길러낸 토종쌀 테이스팅과 네트워킹 등으로 이틀 간의 일정을 가득 채웠습니다. 그중 8일(일) 저녁 진행된 <'밤트워킹' - 단짠단짠 토종쌀 223일 : 농사 보고회와 취하는 네트워킹>을 찾아가 보았습니다.
'달래지나' 일 년 간의 기록과 직접 재배하고 수확한 토종벼와 볍씨를 전시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밤트워킹'에 앞서 참가자들이 인사를 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밤트워킹'은 먼저 '미미미'를 준비한 '달래지나' 멤버 지나, 교연, 달래의 자기소개로 시작되었습니다.
'달래지나'의 지나가 자기소개를 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지나는 기후 위기 등의 문제를 고민하며 채식을 시작한 이래 농사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도시에서 밭을 찾아 헤매다 마포에서 농사짓는 청년들의 공동체 '파릇한 절믄이'를 만나면서 본격적인 도시농부가 되었습니다. "코로나19로 '파릇한 절믄이'의 활동이 멈춘 후 옥탑 자취방 옥상, 회사 옥상 등에서 농사를 짓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는데 쉽지가 않더라구요. 그래도 도시에서 자급자족하는 방법을 찾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가다듬었고, 쌀농사와 함께 지금은 경기도 안성에 밭을 마련해서 5도 2촌 농부의 삶을 살고 있어요."
'달래지나'의 교연이 자기소개를 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교연은 IT 업계에서 15년 간 일을 하다가 번아웃이 왔습니다. 더 이상 착취당하지 말고 자급자족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후, 일단 체력부터 키우며 80살까지 몸으로 일을 하며 살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상자텃밭으로 도시농사를 시작하고 만난 것이 '파릇한 절믄이'였습니다. "그동안 특수작물에 관심을 가지면서 농사를 지었고, 특히 작두콩에 몰두해 있었는데 달래가 쌀농사를 짓지 않겠냐고 제안해서 덜컥하겠다고 했네요. 올 한 해 쌀농사는 정말 쉽지 않았는데, 정말 긍정적이었던 건 나의 체력이 이걸 버텨내는 게 가능하다는 걸 발견한 거였어요. 나의 다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고, 앞으로도 자급자족의 능력을 키우는 게 목표입니다."
'달래지나'의 달래가 자기소개를 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달래는 영화 관련 일을 하면서 내내 철저히 혼자 사는 방법을 연구했습니다. 결론은 자급자족뿐이었고, 텃밭보급소의 문을 두드려 도시농부가 되었습니다. 농사는 배웠지만 서울에서는 힘들겠구나 생각하던 중에 '파릇한 절믄이'를 만나 운영진으로 참여했습니다. "혼자 살기 위해 농사를 배웠는데 '파릇한 절믄이' 활동을 하면서 결국 농사는 함께 하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지나, 교연도 함께 농사를 지으면서 만나게 된 거고. 코로나19를 지나면서 귀농귀촌을 생각했는데, 결국 나는 '도시언니'라는 생각에 도시에서 농사를 매개로 할 수 있는 직업을 갖고 싶어 치유농업사가 되었어요. 강동치유농업센터에서 근무하면서 올해는 오도이촌으로 쌀농사를 지어야겠다고 마음먹고 실행에 옮겼죠. 쌀농사를 생각한 건 자급자족도 있지만, 농사를 꼭 전업농이 되어야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모든 참가자들이 자기소개를 하고 있다.©서울농부포털'달래지나' 멤버들의 소개에 이어 '밤트워킹' 참가자들도 자기소개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최근 결혼하면서 마련한 집에 작은 마당이 생겨 농사를 지어볼 생각으로 방법을 엿보러 왔다는 참가자부터 도시 청년들과 지역을 연결하는 일을 하며 접점을 맺고 있는 사람들을 찾고 있다가 소식을 접하고 좀 더 리얼한 정보를 얻고 싶어 찾아온 참가자, 돈 버는 것에만 급급하며 살다가 작년부터 도시농업과 퍼머컬처에 관심을 가지고 다른 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게 뭘까 탐구하던 중에 찾았다는 참가자, 내년 농사에 대한 힌트를 얻고 싶어 찾아온 참가자, '언니들의 농사'라는 말에 무작정 끌려 나도 멋있는 언니가 되고 싶다는 마음에 온 참가자까지 각양각색의 배경과 이유를 가진 이야기들이 이어졌습니다. 참가자들은 공통적으로 '미미미' 소식을 보고 '어떻게 이 사람들은 도시에서 자급자족을 한다는 걸까?' 궁금해서 찾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달래가 '벼농사 무용담'을 들려주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이에 대한 답으로 달래가 지난 1년 간의 '벼농사 무용담'을 들려주었습니다.
(주 - '달래지나'는 '미미미'를 주최한 행사 그룹이고 남양주에서의 벼농사는 '반농반X자급자족연구회'의 이름으로 진행되었다.) 달래는 먼저 "단 하나도 계획대로 된 일이 없었다"고 운을 띄우며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남양주 '반농반X자급자족연구회' 600평의 논에서 멤버들은 처음 지어보는 벼농사이고, 일단은 벼의 생육 원리를 이해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하자는 마음으로
4월 모판 50판에 볍씨를 싹 틔우는 것부터 벼농사를 시작했습니다. 모를 길러낼 하우스도 없었고, 매일 물을 주러 올 수도 없는 상황에서 옛날 방식으로 논에 못자리를 내고 볍씨를 파종하면서
5월 결과적으로 모는 정확하게 반타작이 나버렸습니다. 시작부터 꼬인 벼농사는
6월 우보농장의 이근이 대표가 부족한 모를 지원하면서 다시 힘을 받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우보농장과의 협업으로 토종벼 140종을 기르는 채종포 자리를 제공하게 되었고, 사람들을 불러 모아 손모내기를 시작했습니다. 한쪽에서는 이양기로 한쪽에서는 손모내기로, 우여곡절 끝에 어쨌거나 성공적으로 마친 모내기는 뿌듯한 마음과 함께 해이한 마음을 가져다주었고, 끝없는 여름비와 생업의 와중에 우렁이만 믿은 정신승리는 결국 벼와 풀이 공존하는 논을 만들어 버렸습니다.
7월 주말마다 아침부터 밤까지 직접 손으로 김매기에 돌입했습니다. 그나마 평탄화가 잘 된 앞논은 우렁이가 풀을 잡아주었지만, 뒷논은 물이 덜 들어 풀이 쑥쑥 자랐기에 체력의 한계까지 김매기를 밀어붙였습니다.
8월 굽혔던 허리를 다시 펼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즈음 땅은 스스로의 힘을 증명하였고, 단단하게 뿌리내린 벼는 풀을 이기기 시작했습니다. 벼를 믿고 후퇴했습니다.
9월 낭만적인 전통의 방식, 손낫질로 수확이 시작되었습니다. 과연 손낫질을 하고 싶었을까? 10종의 토종벼를 심어 다품종 소량 생산을 계획했기 때문에 서로 섞이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손으로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시 동료들을 불러 모아 전체를 손으로 수확했고, 3회 차로 예상했던 수확은 결국
11월 5회 차에 걸쳐 마무리되었습니다. 수확과 동시에 진행된 탈곡도 다품종 소량 생산의 정신에 따라 빌려온 발탈곡기로 직접 할 수밖에 없었고, 강인한 정신력으로 버틴 끝에 결국 9종 200kg의 도정한 토종쌀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무용담의 결론으로 달래는 "자급자족을 위한 쌀농사는 가능하다는 답을 얻었지만, 가장 큰 걸림돌은 자급농, 소농들에게는 인프라가 없고, 노동력이 없다는 것"을 꼽으며 "이것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 차원에서 마련된 게 오늘의 '미미미'"라고 밝혔습니다. "600평의 논을 3명이 아니라 20명이 지었다면 비용도 줄어들고 수확량도 늘었을 거예요. 네트워크를 통해 자급자족농들이 인프라를 공유하면 저희처럼 모든 일을 몸으로 때울 필요도 없을 것이구요. 이런 현실적인 어려움을 솔직히 드러내고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을 찾는 중이고, 내가 먹는 쌀을 직접 짓는 경험을 함께 할 수 있는 동료들을 찾는 중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 오신 분들과 그런 고민을 공유하고 싶어요."
'달래지나'는 일 년 벼농사의 경험을 통해 얻게 된 자급자족의 고민거리를 참가자들과 함께 나누었다. ©서울농부포털한바탕의 이야기 끝에 '토종쌀 테이스팅' 시간이 마련되었습니다. '달래지나' 멤버들은 올해 전쟁처럼 얻어낸 조동지 현미, 보리벼 현미, 붉은차나락 현미로 지은 밥과 두부, 버섯조림, 각종 나물과 야채로 눈물겹도록 맛있는 한 상을 준비했고, 참가자들은 각자가 가지고 온 먹거리를 내어 놓고 모두가 함께 나누며 자유로운 이야기 잔치를 벌였습니다.
참가자들이 세가지 토종쌀로 지은 밥을 맛보며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서울농부포털한편에서 일 년 동안 직접 기른 토종쌀 9종을 소분하거나 복주머니에 담아 후원을 통해 나누고 있다. 후원금은 전시 준비와 2025년 농사를 위한 종자 구매에 쓰이게 된다. ©서울농부포털일상의 모든 것이 불확실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삶을 스스로의 힘으로 꾸려가려는 다양한 방법들이 모색되고 있습니다. '달래지나'는 그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먹거리인 '쌀'을 직접 재배하고 수확하며 자급자족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어렵고 힘들지만 함께 하면 더 수월하고 즐겁게 자립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고민의 손길을 내밀었습니다. 그 손을 잡아보고 싶으신 분들이라면 '달래지나'의 SNS(
달래지나 인스타그램)나 반농반X자급자족연구회의 SNS(
반농반X자급자족연구회 인스타그램)을 찾아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분명 무언가 마음이 동하는 것이 생길 겁니다.
©서울농부포털김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