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천원의 행복찾기> ©(사)전국도시농업시민협의회(사)전국도시농업시민협의회는 도시농부들이 농사 지식을 습득하는 것을 넘어 다양한 시각에서 도시농업을 바라볼 수 있도록 관점을 넓히는 온라인 강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천원의 행복찾기>라는 제목의 이 온라인 강좌는 매 강좌당 단돈 오천 원의 참가비로 좀 더 깊고 넓은 농사와 도시농업의 세계를 탐구하도록 마련되었습니다. 지난 10월에는 "텃밭 곤충"을 주제로 정부희 우리곤충연구소 소장이 텃밭에서 만날 수 있는 '해충이 아닌 곤충'을 소개했고, 11월에는 오도 홍성풀무학교 교사가 "벼의 일 년", "모두의 정원", "정원색채디자인"을 주제로 총 3회에 걸쳐 농사의 다양한 면면을 소개했습니다. 그중 11월 14일(목)에 열린 오도 교사의 "벼의 일 년" 강좌를 함께 들어보았습니다. 이날 강좌에서 오도 교사는 벼의 일 년 살이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다만, 일 년 동안의 벼농사 이야기가 아닌 일 년 동안 학생들과 함께 벼를 '관찰'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오도 교사와 학생들이 관찰한 기록이 올해 책으로 출간되었다. ©<오천원의 행복찾기> 온라인 갈무리오도 교사는 충남 홍성에 있는 풀무학교에서 2003년부터 근무하며 원예교사로 시작해 우연히 논농사 수업도 맡게 되었습니다. 벼농사가 친숙하긴 했지만 수업으로 가르치기에는 부족함을 느낀 오도 교사는 학생들에게 솔직히 벼에 대해 잘 모른다는 사실을 털어놓고, 누가 누구를 가르칠 것이 아니라 함께 벼를 관찰해 보자고 제안했습니다. 오도 교사는 일 년 동안 학생들과 함께 일주일에 한 번씩 논에 나가 벼가 어떻게 자라며, 꽃을 피우고, 결실을 맺는지를 살펴보며 많은 것을 배웠고, 출판사의 제안으로 그때의 관찰 기록을 학생들과 함께 정리해 올해 <벼의 일 년>이라는 제목으로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오천원의 행복찾기> 온라인 갈무리오도 교사와 학생들은 벼에 대해 알기 위한 첫 수업을 먼저 우리가 매일 먹는 밥에서 시작해 보기로 했습니다. 밥 한 공기에는 쌀이 몇 알 들어가는지 생각해 본 뒤, 100g의 쌀로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100g의 쌀을 세어 보니 약 5200알이 들어가며, 벼 세 포기가 밥 한 공기가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실험을 통해 쌀이 밥 한 공기가 되는 양의 정도를 시각적으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이 실험은 벼와 쌀의 생산 과정을 학생들에게 더 잘 전달하기 위한 기초가 되었으며, 밥 한 공기를 만드는데 필요한 벼의 양을 계산하는 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이를 통해 오도 교사는 한 가족이 1년 동안 먹을 쌀의 양을 추정할 수 있었습니다. 4인 가족이 1년 동안 먹을 쌀은 약 240kg가 필요하며, 이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약 200평, 한 마지기의 논이 필요하다는 계산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관찰과 실험의 과정은 벼의 자람과 그것이 우리의 식생활에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중요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오천원의 행복찾기> 온라인 갈무리오도 교사는 볍씨를 관찰한 이야기도 들려주었습니다. 볍씨는 외형상 매우 단순하게 보이지만, 사실 그 안에는 다양한 구조가 있습니다. 볍씨는 가운데의 현미, 두 겹의 껍질, 그리고 암꽃이 지고 난 흔적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볍씨를 자세히 보면, 현미는 벼알의 본체로, 껍질이 벼알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이 껍질은 외형과 내형으로 나뉘며, 큰 껍질을 외형, 작은 껍질을 내형이라고 부릅니다. 껍질들은 벼알을 보호하며, 볍씨를 받쳐주는 구조가 있습니다. 그리고 볍씨의 끝 부분에는 '꺼럭' 또는 '까락'이라고 불리는 긴 털 같은 부분이 있습니다. 이 부분은 벼의 종류에 따라 길이가 달라지며, 어떤 벼는 아예 없기도 합니다.
이 꺼럭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첫 번째로, 꺼럭은 야생 동물들이 벼를 먹지 못하게 방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두 번째로, 병해충을 막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꺼럭은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는 역할도 하며, 가장 중요한 기능은 볍씨가 땅에 잘 떨어져 싹을 틔울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바람을 타고 날아가면서 볍씨가 땅에 잘 안착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마치 단풍나무의 열매가 바람을 타고 돌면서 땅에 떨어지는 원리와 유사합니다. 이 꺼럭은 바람에 의해 방향을 잡거나, 때로는 땅에 박혀서 비나 물에 의해 볍씨가 흘러가지 않게 막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꺼럭은 볍씨가 땅에 잘 자리를 잡도록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볍씨를 관찰할 때, 이 꺼럭이 어떻게 벼의 생명 주기에 기여하는지 유심히 살펴보면 흥미로운 사실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볍씨를 물에 담가서 싹을 틔울 때, 자연 상태에서는 볍씨가 뿌리를 먼저 내리지만, 우리가 물에 담갔을 때는 잎이 먼저 나옵니다. 이는 볍씨가 물속에서 싹을 틔우기 위해 산소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잎이 먼저 나와 광합성을 통해 호흡할 수 있도록 돕기 때문입니다. 잎이 먼저 나오는 이유는 볍씨가 물에 잠기면서 산소를 흡수하고 광합성을 시작할 수 있기 위함으로, 이 과정을 통해 산소를 배출하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게 됩니다.
©<오천원의 행복찾기> 온라인 갈무리오도 교사와 학생들은 싹이 난 볍씨를 포트에 심어서 키웠습니다. 이때 사용하는 방법은 포트묘로, 포트에 상토를 채우고 볍씨를 넣은 후, 다시 상토로 덮어서 파종을 완료합니다. 이런 방식은 논에서 바로 파종하기 어려운 경우, 특히 하우스에서 관리하는 방법으로 활용됩니다. 각 포트에는 10평에 하나의 모판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필요한 양의 벼를 기를 수 있습니다.
©<오천원의 행복찾기> 온라인 갈무리포트에 파종 후, 하루가 지나면 초엽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초엽은 벼의 첫 번째 잎으로, 이는 칼집 모양을 닮았기 때문에 '초엽'이라고 불리며, 이 초엽이 나오고 나서 1엽, 2엽, 3엽, 4엽 등의 잎이 순차적으로 자라게 됩니다. 각 잎이 나오는 간격은 대체로 5일 정도 걸립니다. 예를 들어, 초엽이 나온 뒤, 5일 후 1엽이 나오고, 다시 5일 후에는 2엽이 나옵니다. 이 과정을 통해 벼의 성장 속도를 알 수 있으며, 잎이 하나씩 나올 때마다 일정한 주기를 유지합니다. 일반적으로 벼는 4.5엽 정도 되었을 때 모내기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는 벼가 충분히 자라서 뿌리도 발달하고, 모내기 준비가 완료된 상태를 의미합니다. 이 시점까지 대체로 35일에서 40일 정도가 걸리며, 이때부터 모내기를 위한 준비가 끝난 상태입니다.
©<오천원의 행복찾기> 온라인 갈무리벼의 생장 과정에서 중요한 점은 초엽이 떡잎과 같은 역할을 하며, 벼가 자라면서 점차적으로 잎을 계속 내며 성장한다는 것입니다. 초엽은 시간이 지나면 소모되고 떨어져 나가며, 이후에는 1엽부터 벼의 양분을 지속적으로 공급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벼는 꾸준히 자라며, 결국 모내기를 위한 최적의 시점에 도달하게 됩니다.
오도 교사는 이외에도 벼 파종 및 생육 과정을 설명하고, 벼의 생리적 구조와 뿌리의 구조, 마디와 생장점, 전분 축적과 영양 공급, 새끼 치기와 분열, 중간 물떼기, 수확량과 이삭 수 등 일 년 동안 벼가 생장하며 보여준 다양한 관찰 내용들을 소개했습니다.
©<오천원의 행복찾기> 온라인 갈무리끝으로 오도 교사는 학생들과 함께 벼를 관찰하며 느낀 점들을 전했습니다. 겨울의 빈 논을 보면 학생들과 함께한 순간들이 떠오르고, 논에서 일어난 모든 일들이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다가온다고 전한 오도 교사는 관찰을 통해 진정한 겸손을 배웠다고 전했습니다. 들여다볼수록 새로운 세상이 보이는 관찰을 통해 "아는 게 아는 게 아니다"라는 말을 되새기며 농업의 깊이를 이해하게 되었다고 말한 오도 교사는 "특히 우리가 한 끼에 5200개의 생명체를 먹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며 "우리가 살아간다는 건 수많은 생명들의 도움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관찰을 통해 깊게 와닿았다"고 전했습니다. 오도 교사는 강좌의 참가자들에게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농사를 짓고 계실 테지만, 혹시 벼농사를 하고 계시다면 한 번쯤은 저처럼 자세히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보시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며 강좌를 마무리했습니다.
오도 교사는 "벼의 일 년" 강좌를 통해 농업에 대한 다양한 접근 방법이 있지만, 한 번 더 깊이 들여다보고 자연과의 연결을 느껴보는 경험이 중요하다는 점을 전달했습니다. 다음 농사부터는 꼭 벼가 아니더라도 기르는 작물들의 생장을 차근히 관찰하면서 자연의 흐름을 배우고, 그 안에서 우리 삶의 소중함도 느껴볼 수 있게 되길 바라봅니다.
<오천원의 행복찾기>는 앞으로도 다양한 주제로 꾸준히 진행될 예정입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사)전국도시농업시민협의회 블로그]에 들르시면 가장 빨리 소식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김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