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8일(화)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용산구 백범로99길 40)에서 <이끼와 넝쿨식물을 활용한 기후 적응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 열매'와 (재)숲과나눔이 함께 진행하고 있는 '미래 세대를 위한 더 나은 환경 프로젝트 초록열매 3기' 사업으로 노원도시농업네트워크가 주관해 열린 세미나는, 기후변화로 뜨거워지고 있는 도시환경을 식물을 통해 완화시킬 수 있는 기후적응 모델을 소개하는 자리로 마련되었습니다.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 <이끼와 넝쿨식물을 활용한 기후 적응 세미나>가 열렸다. ©서울농부포털이날 세미나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목표로 하지만 실천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끼와 녹색 커튼을 활용해 실내 온도를 낮추는 모델을 만들고, 이를 통해 도시 열섬 완화와 탄소 흡수원 확대로 기후변화에 대응하려는 도시 녹화의 실제 사례와 효과가 발표되었습니다.
김진수 (사)한국인공지반녹화협회 부회장이 <이끼를 이용한 인공지반 녹화>라는 제목으로 발표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첫 번째 발표는 김진수 (사)한국인공지반녹화협회 부회장이 <이끼를 이용한 인공지반 녹화>라는 제목으로 진행했습니다. 김진수 부회장은 먼저 서울 각 지역의 도시화와 신도시 개발 등으로 인한 도시 녹지 감소의 변화상을 전하고, 이로 인한 시민들의 삶의 질 저하 문제를 옥상 녹화로 대체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기후위기 상황을 맞아 도시의 탄소 배출을 줄이고, 생물 서식지를 조성하며, 도시 열섬 현상을 완화하고, 빗물 관리를 개선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으로 옥상 녹화를 꼽은 김진수 부회장은, 이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는 미국 뉴욕시와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의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김진수 부회장은 옥상 녹화의 방법으로 이끼를 활용하는 방법을 제안했습니다. 김진수 부회장에 따르면, 이끼는 독일의 '그린시티 솔루션'이 성공 사례를 만들어낸 이래로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 저감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여러 실험을 통해 입증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이끼를 이용한 미세먼지 저감 시범 사업과 옥상 녹화 프로젝트가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특히 이끼를 활용한 옥상 녹화는 경제적이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녹화 방식에 비해 큰 장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나무 밑에 함께 심으면 추가적인 녹지 효과를 가져와 도심 내 녹지 면적을 효율적으로 확대할 수도 있어 경제성과 환경 개선 효과를 모두 기대할 수 있는 방안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다만, 이끼는 아직까지 국제적으로는 탄소 저감 효과를 인정받지 못해 탄소 배출권으로 활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고, 우리나라의 경우 이끼는 현행 조경법에서 녹화 면적으로 인정되지 않아 관련 법적 기준의 개선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현재 서울시는 공공건물과 지자체 건물의 옥상 녹화를 장려하기 위해 조례를 제정하며 일부 비용을 지원하고 있지만, 실제로 예산 확보와 사업 진행에 있어 어려움이 있어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한계가 있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김진수 부회장은 기후변화 대응과 도시 환경 개선을 위한 법안과 연구개발의 필요성과 함께 이를 실질적인 실행하기 위한 지속적인 관심과 재정적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말을 전하며 발표를 마무리했습니다.
정재효 서울특별시농업기술센터 기술보급과 과장이 <빗물을 활용한 녹색 커튼과 옥상농원>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두 번째 발표는 정재효 서울특별시농업기술센터 기술보급과 과장이 <빗물을 활용한 녹색 커튼과 옥상농원>이라는 제목으로 진행했습니다. 정재효 과장은 서울특별시농업기술센터에서 도시농업 분야를 맡아 쌓은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녹색 커튼과 옥상 녹화 사업을 추진해 왔습니다. 녹색 커튼은 덩굴식물로 건물 외벽을 덮어 실내외의 온도를 낮추는 방법으로, 2014년 정재효 과장이 시범 사업을 진행한 이후 시각적 안정감뿐만 아니라 에너지를 절감하고 탄소 배출을 줄이는 효과가 확인되어 다양한 매체와 각 지자체로부터 큰 관심을 받아 왔습니다.
정재효 과장은 발표를 통해 녹색 커튼을 설치하는 방법부터 적합한 작물, 조성 시기 등을 설명했습니다. 또, 녹색 커튼이 여름철 직사광선과 복사열을 차단해 건물 내부 온도를 10℃ 이상 낮추고, 외부 온도는 15.5℃ 이상 낮춘다는 결과를 전하고, 그에 따른 전력 사용량이 8.3% 절감된다는 효과를 전했습니다. 또, 빗물 저금통을 이용해 옥상에 물을 저장하고 식물에 급수하는 시스템을 갖춘 옥상 녹화 사업 소개하며 지속 가능한 도시 녹화 사업의 사례를 전했습니다.
정재효 과장은 녹색 커튼과 옥상 녹화 사업을 전국적으로 확대시키려면 조달청 등록을 통해 수치나 평가에 대한 부분을 표준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또, 서울시가 예산과 장소를 제공하는 '테스트베드 서울' 사업이나 '시민참여예산' 프로그램을 활용해 더 많은 시민이 도시 녹화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소개하고, 이를 통해 도시 환경 개선과 에너지 절감에 기여할 수 있음을 강조하며 발표를 마무리했습니다.
김의동 노원도시농업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이 <탄소중립 실천 활동 사례>라는 제목으로 발표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세 번째 발표는 김의동 노원도시농업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이 <탄소중립 실천 활동 사례>라는 제목으로 진행했습니다. 김의동 위원장은 먼저 기후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며 인간뿐만 아니라 작물들도 이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언급하며, 이산화탄소의 증가와 산업화의 연관성을 설명했습니다. 김의동 위원장은 80만 년의 지구 역사상 300ppm을 기준으로 한 10만 년 주기의 자연적인 이산화탄소 농도의 등락이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현재 419ppm까지 급격히 증가한 점을 강조하면서, 이는 지구 온난화와 직접적으로 연결된 문제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기존 10만 년 주기의 순환 고리가 깨진 상황에서 단순히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고 전했습니다.
김의동 위원장은 자연적인 회복 방법으로 나무 심기나 숲 조성 등이 있지만 효과를 보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대체 방안으로 이끼를 활용한 방법을 제안했습니다. 김의동 위원장은 이끼를 '작은 밀림'으로 표현하며 뛰어난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과 온도 조절 효과를 설명하고, 이를 통해 도시의 열섬 효과를 완화할 수 있음을 노원초등학교에서 진행한 실험 결과와 함께 제시했습니다. 특히, 이끼를 활용한 옥상 녹화가 냉방 에너지 절감에 효과적임을 강조하면서, 이를 통해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외에도 김의동 위원장은 노원도시농업네트워크가 도시농업뿐만 아니라 환경 운동의 일환으로 진행하고 있는 빗물 저금통 운동, 빗물로 만든 수제 맥주, 나무 심기, 물모이 만들기, 이끼를 확산시키기 위해 펼치고 있는 '사회온도 올리고, 지구온도 내리고' 프로젝트 등 다양한 사업들을 소개하며, 특히 시민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김의동 위원장은 현재 논의되고 있는 기후위기 대응 해법들이 대부분 국가적 차원의 거대 사업들로 시민들이 접근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끼를 확산시키는 것이 당장 지구의 위기를 구할 수는 없겠지만 시민들이 관심만 가지면 언제 어디서든지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점에서 환경 운동의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하며 발표를 마무리했습니다.
박기홍 하늘나무 대표가 <녹색 커튼 & 이끼 설치 사례>라는 제목으로 발표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네 번째 발표는 박기홍 하늘나무 대표가 <녹색 커튼 & 이끼 설치 사례>라는 제목으로 진행했습니다. 박기홍 대표는 도시의 열섬 현상과 환경 개선을 목표로 적정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날 발표에서는 그중 이끼와 녹색 커튼을 실제로 설치한 사례와 그 효과를 설명하고, 특히 도시 안에서의 물의 순환에 대한 생각을 전했습니다.
박기홍 대표는 예로부터 이끼는 습기를 머금고 있어 거주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여겨져 왔지만, 이제는 바로 그 지점이 도시의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된다고 전했습니다. 물은 자연적으로 저장되었다가 증발하는 과정에서 주변의 열을 흡수해 온도를 낮추게 됩니다. 최근 여름철 야외 행사장 등에서 많이 보이는 안개 분사 장치 등이 이런 원리를 활용하고 있는 사례입니다. 박기홍 대표는 이 원리를 적용해 옥상에 이끼를 설치하면 이끼가 물을 흡수한 후 증발시키는 과정 속에서 여름철 건물의 온도를 최소 10도 이상 내리며 냉방 에너지 절감에 큰 도움을 준다고 밝혔습니다. 또 겨울의 옥상 이끼는 냉기를 차단하는 이불의 역할을 하는 효과도 가지게 된다고 전했습니다.
이끼 설치 사례 ©하늘나무안개 분사 장치 설치 사례 ©하늘나무박기홍 대표는 녹색 커튼의 설치 사례를 설명하며 물의 순환을 강조했습니다. 녹색 커튼에 활용되는 식물들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건물의 온도를 낮출 뿐만 아니라 물을 정화하고, 저장하는 역할을 합니다. 특히 빗물처럼 그냥 흘려버리는 물과 에어컨 응축수 등의 버려지는 물을 모아 녹색 커튼에 활용하게 되면 별도의 자원을 낭비할 필요가 없어지게 됩니다.
녹색 커튼 설치 사례 ©하늘나무박기홍 대표는 "기후 위기를 극복한다며 다양한 기술들이 개발되고 막대한 돈과 에너지를 투입하고 있는데, 그 비용의 천분의 일만 들여 이끼나 녹색 커튼으로 도시의 건물들을 덮으면 지금보다 100배 이상의 탄소 저감, 에너지 저감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가 이미 가진 순환의 지혜를 모으면 무언가 희한한 기술들을 개발할 필요도 없으니, 오늘 모이신 분들이 그런 활동을 실천해 주시면 좋겠다"고 전하며 발표를 마무리했습니다.
모든 발표가 끝난 후에는 발표자들과 세미나 참가자들이 의견을 나누는 토론 자리가 마련되었습니다. 참가자들은 이끼가 기후 위기에 미치는 실질적인 효과에 대한 질문부터 이끼와 녹색 커튼이 좀 더 널리 확산될 수 있는 방안 제시까지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자유롭게 나누었습니다.
모든 참가자들이 자유롭게 각자의 의견을 나누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구의 평균 기온이 1.5도 상승하는 급변점을 2052년으로 예측했다가, 최근 그 시기를 앞당겨 2040년으로 바꿨습니다. 이대로라면 기후변화 속도가 가속화되어 2040년에는 생태계가 회복불가능한 상태가 된다는 것입니다. 기존의 '2050 탄소중립'같은 구호가 무색해진 상황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 지구적인 방안이 모색되어야 하겠지만, 우리들에게는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무언가도 필요합니다. 이끼와 녹색 커튼.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가능한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김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