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에는 동물 사체 등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는 사진과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 편집자 주)종로구 팩토리2에서 <참을 수 있는(없는) 존재의 야생성> 전시가 열리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옛날, 옐로스톤 국립공원은 푸른 숲과 맑은 강이 흐르는 아름다운 곳이었어요. 다양한 동물들이 서로의 역할을 하며 자연의 균형을 유지했죠. 하지만 어느 날, 사람들이 늑대를 모두 쫓아내기 시작했어요. 농장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늑대가 위험하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늑대를 없애기로 결심한 거예요. 1926년이 되자, 옐로스톤에서 늑대는 완전히 사라졌어요. 늑대가 없어진 뒤, 초식동물들은 더 이상 무서워할 필요가 없었어요. 그래서 강가와 숲에 있는 풀과 나무를 마음껏 먹기 시작했어요. 특히 강둑에 자라던 나무들이 엘크에게 모두 뜯기자 강은 점점 침식되었고, 강변의 생태계는 무너졌어요. 비버와 새 같은 동물들도 더 이상 살 곳을 찾지 못해 떠나게 되었죠. 옐로스톤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해갔어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들은 중요한 결정을 내렸어요. 바로 리와일딩, 즉 자연을 원래 상태로 되돌리기 위한 노력을 시작한 거예요. 그 첫 번째 단계는 늑대를 다시 데려오는 것이었어요. 1995년과 1996년에 걸쳐 캐나다에서 늑대를 데려와 옐로스톤에 재도입했답니다. 늑대들이 다시 돌아오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어요. 늑대들은 엘크와 사슴을 사냥했고, 그로 인해 초식동물들의 수가 줄어들었어요. 엘크는 더 이상 강가에서 머물지 못하고, 늑대를 피해 숲 깊숙이 들어가게 되었죠. 그 덕분에 강변의 나무들이 다시 자라나기 시작했어요. 미루나무와 버드나무가 무성하게 자라면서 강둑이 튼튼해졌고, 침식이 멈췄어요. 물길이 안정되자, 비버도 돌아와 댐을 만들며 물의 흐름을 조절했어요. 늑대가 돌아오자 비버뿐만 아니라 다양한 동물들이 다시 옐로스톤으로 돌아왔어요. 새들도 나무에 둥지를 틀고, 곰과 독수리 같은 포식자들도 늑대가 남긴 사냥감을 나누어 먹으며 생태계가 다시 건강해졌어요. 늑대가 초식동물의 행동을 바꾸자, 그 효과는 숲과 강, 그리고 그곳에 사는 모든 생명체에까지 퍼져나갔죠. 이렇게 옐로스톤 국립공원은 원래의 아름다운 곳으로 다시 돌아가게 되었어요."
미국 와이오밍 주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늑대 ©Jeff Heaton@Unsplash이 동화 같은 이야기는 기후위기와 환경 파괴에 대한 극복 방안의 하나로 최근 큰 반향을 얻고 있는 리와일딩(Rewilding. 재야생화)을 설명할 때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되는 옐로스톤 늑대 프로젝트(Yellowstone Wolf Project)의 내용입니다. 이 이야기 속에서 늑대를 다시 데려오는 것은 단순한 동물의 복귀가 아니라 자연의 균형을 회복하는 중요한 과정으로, 자연이 스스로 균형을 찾도록 돕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에게 알려주는 소중한 교훈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리와일딩의 개념을 알리고 도입하기 위한 준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생명다양성재단, 이야기와 동물과 시, 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는 9월 20일(금)-28일(토)까지를 <리와일딩 주간>으로 삼고 포럼과 토크쇼, 다큐 시사회, 설치 전시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리와일딩 주간> 내내 종로구의 팩토리2(종로구 자하문로 10길 15)에서 열리는 설치 전시회를 다녀와 보았습니다.
종로구 팩토리2에서 <참을 수 있는(없는) 존재의 야생성> 전시가 열리고 있다. (전시의 동물 사체들은 포획이나 사냥이 아닌 자연에서 죽은 사체들을 수집한 것으로, 자연 속 동물 사체의 생태적 역할을 강조하고, 의도적인 노출을 통해 긍정적인 인식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 생명다양성재단) ©서울농부포털<참을 수 있는(없는) 존재의 야생성>이라는 제목으로 열리고 있는 전시회는 입구로 들어서기 전, 통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만으로도 무언가 서늘함을 안겨 줍니다. 누군가에게는 혐오나 거부 반응을 일으킬 수도 있는 풍경, 동물 사체들의 전시. 생명다양성재단은 이에 대해 '견뎌야 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갤러리에서 야생을 표현하는 것은 모순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이 하얀 정육면체 같은 공간이 야생성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낼 수 있는 장소다. '리와일딩(Rewilding)'은 훼손된 생태계를 회복하고 자연에 결정권을 넘기는 새로운 인간-자연 관계를 제안하며, 기후위기와 생태계 파괴 시대에서 자연과 균형을 찾고자 하는 움직임이다. 하지만 그 변화를 시작하는 건 결국 우리 자신이다.
우리의 태도, 감각, 감수성을 바꾸어 야생을 이해하고 수용해야 하며, 야생의 존재를 견딜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야생성을 참을 수 있어야 하고, 마찬가지로 야생도 우리를 견디는 것이 필요하다."
종로구 팩토리2에서 <참을 수 있는(없는) 존재의 야생성> 전시가 열리고 있다. (전시의 동물 사체들은 포획이나 사냥이 아닌 자연에서 죽은 사체들을 수집한 것으로, 자연 속 동물 사체의 생태적 역할을 강조하고, 의도적인 노출을 통해 긍정적인 인식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 생명다양성재단) ©서울농부포털남아프리카의 집단베짜기새(sociable weaver)의 공동 둥지의 모양을 따서 만들어진 '소리깃'. '소리깃'은 야생 생물의 소리가 깃든 둥지라는 의미로, 둥지 내부에 스피커가 설치되어 낭만적이거나 감미롭지는 않지만 생명의 서식지가 내는 날 것의 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사체 축제'. 자연에서는 사체가 생태계의 중요한 자원이 된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작품이다. 죽음은 인간에게 불편한 주제일 수 있지만, 야생에서는 사체가 다양한 동물과 곤충, 미생물들에게 영양분이 되어 생태계의 순환을 촉진한다. 사체의 존재는 주변의 생명들이 먹고, 번식하며,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기여하는 축제와 같다는 관점에서 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자고 이야기하고 있다. (전시의 동물 사체들은 포획이나 사냥이 아닌 자연에서 죽은 사체들을 수집한 것으로, 자연 속 동물 사체의 생태적 역할을 강조하고, 의도적인 노출을 통해 긍정적인 인식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 생명다양성재단) ©서울농부포털'포식의 은혜'. 비버, 코요테, 엘크, 독수리, 토끼, 담비, 쥐, 오소리의 그림자가 쌓여 늑대의 울음을 만들고 있다. 포식자는 다른 생명을 해치고 위험하게 보이지만, 그의 부재는 오히려 생태계 전체에 해로울 수 있다. 먹히는 자가 고통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먹는 자 덕분에 생태계는 더 풍성하게 균형을 유지한다. 자연 속에서 각자에게 해롭지만 모두에게 이로운 최상위 포식자의 아이러니를 표현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전시를 보는 내내 사실 조금 당혹스러웠습니다. '리와일딩 전시회'이니 당연히 다양한 리와일딩의 사례들을 보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생명다양성재단은 <참을 수 있는(없는) 존재의 야생성> 전시를 통해, 본격적인 리와일딩에 앞서 야생을 견디고 받아들일 우리의 마음과 태도와 감각의 전환을 요구했습니다. 아직도 생소하고 낯선 개념인 리와일딩은 그렇게 시작됩니다.
종로구 팩토리2에서 <참을 수 있는(없는) 존재의 야생성> 전시가 열리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생명다양성재단, 이야기와 동물과 시, 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는 <참을 수 있는(없는) 존재의 야생성> 전시 이외에도 <리와일딩 주간>을 통해 일본, 싱가포르, 몽골, 인도네시아, 한국 등 5개국 전문가들이 생생한 리와일딩의 현주소를 전하는 [야생의 재시작/콘퍼런스]
<아시아 리와일딩 포럼>(9월 26일(목), 이화여자대학교 학생문화관 소극장), 이야기와 시와 상상력으로 리와일딩의 감수성을 일깨우는 [야생의 재시작/토크]
<이야기와 야생과 시>(9월 27일(금), 어스돔), 아시아 각국의 생생한 리와일딩 현장을 직접 탐방하며 기록한 [야생의 재시작/시사회]
<리와일딩 아시아>(9월 27일(금), 필름포럼)를 진행합니다. 리와일딩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꼭 한 번 참여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리와일딩 주간>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정보는 생명다양성재단의 홈페이지(
[생명다양성재단-리와일딩 주간])나 SNS(
[생명다양성재단 인스타그램])를 통해 얻으실 수 있습니다.
©생명다양성재단김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