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구의 언더스탠드에비뉴에서 '농부의 시장 함께살기 워크숍'이 열렸다. ©서울농부포털8월 24일(토) 성동구의 언더스탠드에비뉴(성동구 왕십리로 63)에서 '농부의 시장 함께살기 워크숍(이하 '워크숍')'이 열렸습니다. '농부의 시장'은 도시의 소비자와 농촌의 생산∙판매자가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신뢰를 이루고, 건강한 먹거리의 유통 과정을 함께 만들어가기 위해 지난 2012년 시작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서울의 대표적인 도농직거래장터입니다. 특히 올해부터는 장터의 운영과 관리를 민간단체인 '건강한 농부 사회적협동조합'이 맡아, 단순히 좋은 농산물과 가공품을 직거래하는 장터를 넘어 농부의 삶이 보이고 사람과 사람, 지역과 지역이 서로 만나게 하는 장으로 꾸려나가고 있습니다. (
[농부와 농부가 만나다. '2024 서울시 농부의 시장_바로마켓 서울점'])
이날 열린 워크숍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게 한다는 취지에 따라 장터에 참여하는 농민들이 서로에 대해 알고 이해하고 함께 '농부의 시장'을 만들어 가기 위한 자리로 마련되었습니다.
천호균 쌈지농부 대표가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워크숍의 첫 번째 발표는 천호균 쌈지농부 대표가 "서울시 농부의 시장의 의미와 방향"이라는 제목으로 진행했습니다. '쌈지'라는 대표적인 토종 패션 브랜드와 인사동 '쌈지길'의 대표였던 천호균 대표는 어느 날 문득 '농사를 예술로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농부가 되어 현재 다양한 농사 관련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2012년 '농부의 시장'을 처음 기획해 만들고 오랜 기간 운영하면서 지금까지 이르게 한 것도 천호균 대표였습니다.
발표에서 천호균 대표는 먼저 올해부터 '농부의 시장'을 운영하게 된 '건강한 농부 사회적협동조합'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습니다. 천호균 대표는 "오늘 이 자리에 와보니 주최 측이 '907 기후정의행진' 팸플릿을 나누어 주더라"며 "이 자체로 '농부의 시장'을 운영하는 주체들이 기후위기에 대해 굉장히 정의로운 태도와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농부의 시장'의 탄생과 유지의 과정을 소개한 천호균 대표는, 특히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2012년을 '도시농업 원년의 해'로 선포하면서 '농부의 시장'을 처음 열었던 순간과 유통기간이 조금 지났거나 모양이 덜 예뻐서 버려지는 농산물을 요리사들이 멋진 요리로 만들어 시민들에게 제공했던 '요리가무' 행사, 고 백남기 농부의 "쌀은 지키고, 보리와 콩은 더 먹고, 밀은 살리자"는 유언 같은 말을 기렸던 행사, 장터가 '기후정의행진' 날짜와 겹쳐 행진에 참여하지 못한 농부들과 함께 장터에서 진행했던 기후정의 퍼포먼스 등을 '농부의 시장'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들로 꼽았습니다.
"농부처럼 살아요", "농부가 옵니다", "농부 덕에 삽니다", "농부가 지구를 살립니다", "농사가 예술입니다" 등 '농부의 시장' 역대 구호들을 나열한 천호균 대표는 "어찌 보면 평범한 얘기 같지만 지금과 같은 기후위기 시대에는 너무나 꼭 맞는 말이 아닌가 싶다"며 직접 지은 시 <농사가 예술입니다>를 낭독하고, 참가 농부들에게 예술가의 자부심을 가지고 소비자와의 만남을 관객과의 만남으로 생각하며 그것을 농사의 원동력으로 삼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습니다.
끝으로 천호균 대표는 "앞으로는 밥 먹고 살려면 농사를 직접 짓든가, 자기가 힘이 부치면 자식들한테 농사를 가르치거나, 그것도 도저히 안되면 농부를 사랑하고 존경하고, 최소한 친구로 만들어야 한다"며 참가 농부들에게 "여러분들이 그들과 친구가 되어 주십시오"라는 말을 전하며 발표를 마무리했습니다.
문명희 은평꽃장 대표가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이어진 발표는 문명희 은평꽃장 대표가 "도시농부가 바라본 농부의 시장"이라는 제목으로 진행했습니다. 문명희 대표는 먼저 민간영역 농부시장의 사례로 '사람, 관계, 대화가 있는 시장'을 표방하고 소농의 농사와 건강한 먹거리를 화두로 던지며 시작된 '마르쉐@', 도시와 농촌의 생태적인 생산과 소비를 이으며 처음으로 자치구 단위의 마을장터를 도시농업 단체가 추진한 '마들장', 농사와 밥상을 살리는 밥상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주 1회 생활장터로 진행된 '화들장', 사람과 이야기와 문화가 있는 장터로 지역사회네트워크와의 긴밀한 소통과 생협과의 협력으로 소농들의 유통망을 형성해 낸 '은평 꽃 피는 장날'을 소개했습니다.
문명희 은평꽃장 대표가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이어 문명희 대표는 소비자들과 직접 소통하면서 안정적인 소득을 얻고자 하는 농민과 믿을 수 있는 건강한 먹거리를 접하고자 하는 소비자, 먹거리를 매개로 지역커뮤니티 활성화를 기대하는 지역사회 모두가 농부시장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전하고, 농부시장과 마을부엌의 사례들은 도시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문명희 대표는 농부시장을 통한 기대효과로 생산자와 도시 소비자가 신뢰를 바탕으로 관계를 형성하고, 건강한 먹거리의 생산과 유통 과정을 함께 만들어가며, 도시 문제 해결의 대안으로 도시농업의 가치를 확산시키고, 민과민∙민과관의 협력 구조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을 꼽으며, 이를 위해 직거래장터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과 건강한 농사를 짓는 농민을 위한 유통체계, 장터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장터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문명희 대표는 "지원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도시농부들과 장터 참여자, 소비자들이 다 함께 지속적인 장터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시점"이라며 "스스로 자립하고 지속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나가야 한다"고 전하며 발표를 마무리했습니다.
'소담' 이소희 대표가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이어 '농부의 시장' 새내기 판매자들의 발표가 진행되었습니다. 경북 문경에서 명이나물, 오미자 등을 주작물로 농사를 지으며, 강정, 견과류, 문경 사과를 이용한 먹거리와 막걸리를 이용한 디저트 등의 다양한 가공품을 선보이고 있는 '소담'의 이소희 대표는 청년 농부로 지역에서 농사를 지으며 겪은 다양한 이야기들을 전했습니다. '농부의 시장'이 매번 너무 기다려진다고 말한 이소희 대표는 "아직 판매 방식, 소비자를 대하는 방법, 홍보 등등 서투른 부분이 많은데 다른 선배 판매자분들께 너무 많이 배우고 있다"며 "늘 즐거운 '농부의 시장'이 되기를 바라고, 언제나 장터를 통해 행복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밀꽃이야기' 한경순 대표가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충남 태안에서 우리 밀을 재배하며 다양한 가공품을 만들고 있는 '밀꽃이야기'의 한경순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밀을 재배한다는 것, 그것도 생태적인 방법으로 재배한다는 것 자체의 어려움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좋아서 하는 밀 농사'에 대한 애정을 가감 없이 전달했습니다. "'농부의 시장'에 처음 출점했을 때 엄청난 기대를 했지만 판매는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금세 알아차려 버렸다"고 말한 한경순 대표는 "다행히 주변 판매자분들의 조언으로 시식 메뉴를 만들고 입소문이 퍼져 판매가 늘어나고 있어 너무 고맙다"고 전했습니다.
'더부농' 송지영 대표가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경남 의령에서 농사를 지으며 쌀빵을 만들고 있는 '더부농'의 송지영 대표는 전형적인 도시 토박이 여성이 남편의 지방 발령으로 우연히 가게 된 의령의 자연환경에 반해 지역에 터를 잡고, 농부가 되어버린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마을 이장에 추대되고, 선진지 견학을 통해 본 고추장 가공을 마을 공동체 사업으로 도입해 장류 판매를 시작하고, 쌀빵을 만난 후 자연과 농업을 알리기 위해 집을 허물어 카페를 만든 과정을 들려준 송지영 대표는 "모든 것은 '변해야 한다'는 마음과 교육을 통한 인식 변화 덕택이었다"며 "지금은 농업의 확장을 넘어 농업의 팽창 시대를 맞아 최신의 흐름에 맞춘 판매 방식을 개척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농부의 시장'을 새로운 시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한 송지영 대표는 "저에게 '농부의 시장'은 고객과 동지들을 만나는 장소이고, 미소와 설렘을 만드는 공간"이라며 "늘 오순도순 '농부의 시장'과 함께 하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발표 중간중간 모든 참가 농부들이 각각 준비한 선물을 추첨을 통해 릴레이 형식으로 나누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참가 농부들이 '농부의 시장'에 바라는 점을 적은 쪽지를 붙이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워크숍을 주관한 김선정 '건강한 농부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농부의 시장'의 역사가 꽤 오래되기 때문에 판매자로 참여하는 농부님들도 10년 넘게 된 분들부터 이제 처음 오신 분들까지 다양하고, 운영하는 주체인 저희들도 기존의 대행업체들과는 추구하는 방향성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이해와 소통을 위해 워크숍을 마련했다"며 "오늘 워크숍이 우리가 무엇을 위해 '농부의 시장'을 하고 있고, 같이 살려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를 다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시작점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올해 '농부의 시장'은 현재 양천 파리공원(양천구 목동동로 363), 마포 DMC(마포구 상암동 1705), 뚝섬한강공원(광진구 자양동 427-6) 세 곳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농부시장, 직거래장터의 모습이 궁금하시다면 꼭 한 번 가까운 곳으로 나가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농부의 시장'에 관한 좀 더 자세한 일정과 내용은 농부의 시장 인스타그램(
[농부의 시장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
[농부의 시장 블로그])를 통해 얻으실 수 있습니다.
©서울농부포털김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