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구의 하자센터에서 '2024 지구농부포럼'이 열렸다. ©서울농부포털지난 2월 27일(화) 영등포구의 하자센터에서 '2024 지구농부포럼(이하 '지구농부포럼')'이 열렸습니다. 기후위기에 맞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지혜를 모으자는 취지로 농부시장 마르쉐가 주최하고, 파타고니아가 후원해 지난 2022년부터 시작된 지구농부포럼은 올해 세 번째를 맞아 "농사, 지구의 회복력을 만들다"라는 주제로 자연농, 재생유기농 등을 선택한 지구농부들의 적극적인 회복 노력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지구농부포럼을 후원하는 파타고니아의 김광현 환경팀 부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이날 오전에 열린 첫 번째 세션에서는 미겔 알티에리(Miguel Altieri) UC버클리대학교 교수와 유병덕 이시도르지속가능연구소 소장이 발표에 나섰습니다.
미겔 알티에리 UC버클리대학교 교수가 사전녹화 영상으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미겔 알티에리 UC버클리대학교 교수는 사전녹화 영상으로 진행한 발표를 통해 "농생태학 : 위기에 처한 지구의 농민농업 활성화"라는 제목으로, 현재 지구의 위기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농생태학을 통한 농민농업(소농)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먼저 알티에리 교수는 지구의 인류가 직면한 다양한 위기들 가운데 기후변화로 인한 극단적 날씨, 특히 극단적 강수가 전 세계 소농들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며 "산업 생산량 감소와 그에 따른 식량 가격 변화로 소농들이 고통받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경제적 이유로 밀, 옥수수, 쌀 등에 집약된 농업으로 인해 그 피해가 더욱 가중되고 있다고 밝힌 알티에리 교수는 "농업의 집약화로 인한 작물 다양성 감소는 생물 다양성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곧 생산량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지속 가능하지 않고, 더 나아가 파괴적인 농업 시스템을 버려야 한다고 말한 알티에리 교수는 그 대안으로 농생태학의 철학을 바탕으로 하는 농민농업을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농생태학을 "전통적 농부의 지식에 생태학, 인류학, 사회학, 사회 생태학, 생물학적 관리, 생태경제학, 기초농업과학 등이 결합되어, 이론을 넘어 구체적인 형태의 기술을 이끌어내는 '실천을 동반하는 원칙'"이라고 설명한 알티에리 교수는 "어려운 개념이 아니라 이미 소농의 전통적인 농사 방식에 농생태학의 철학이 녹아있다"고 밝혔습니다. 칠레, 쿠바, 멕시코, 콜롬비아의 농생태학적 농사의 사례를 소개한 알티에리 교수는 "농생태학이 기존의 농사를 완전히 대체하고 정착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상황과 정책적 지원이 아주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농부에 대한 지원과 소비자의 인식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끝으로 올해 지구농부포럼의 주제 "농사, 지구의 회복력을 만들다"를 언급한 알티에리 교수는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떤 '농사'이냐는 것이고, 그 농사가 바로 농생태학이라 믿는다"고 말하며 발표를 마무리했습니다.
유병덕 이시도르지속가능연구소 소장이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다음 발표자로 나선 유병덕 이시도르지속가능연구소 소장은 "지구농부 생태 조사 결과를 통해 보는
지구농업의 현주소"라는 제목으로, 지난해 이시도르지속가능연구소가 진행한 '생태농업 실천농가의
온실가스 배출 및 생물다양성 실태 조사' 결과를 소개했습니다.
먼저 "현재 농업 분야에서는 생산 양식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률적, 평균적으로 탄소배출량을 입력하고 있다"고 밝힌 유병덕 소장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생물다양성을 위한 농업 양식을 검토하기 위해서는 보다 다양하고 정확하고 정교한 측정 방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농경지의 탄소축적은 계산조차 되고 있지 않다"고 전한 유병덕 소장은 "지구농부의 가치를 측정해서 알리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태 조사에 대해서는, 지난해 10개의 생태농과 이웃의 관행농 4곳을 비교군으로 선정해 생물다양성, 온실가스 배출량 및 토양탄소축적량 산출, 토양유기물 분석 등을 진행했다고 밝힌 유병덕 소장은 "생물다양성에 있어서는 전반적으로 생태농의 유의미한 우위가 확인되었지만, 다른 부분에서는 표본의 숫자가 적고 기존의 계산 방식을 따르다 보니 여러 함정에 빠질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어 유의미한 결과를 얻어내기 어려웠다"며 "처음 실시한 조사로써 하나의 화두를 던지는 차원의 결과로 보고, 향후 다양한 조사 방법의 채용과 표본 규모의 확대가 가능할지 타진해 보는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중간토의 시간에 정은정 농촌사회학자가 좌장을 맡아 유병덕 소장과 청중들과의 질답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오전 발표에 이어진 중간토의 시간에는 정은정 농촌사회학자가 좌장을 맡아 유병덕 소장과 청중들과의 질답을 진행했습니다. 농생태학의 개념과 정의, 밭과 논의 유기물 함량 차이 이유, 식량'안보'와 식량'확보'의 개념, 소농과 농민농업의 개념 등 다양한 질답이 오간 가운데, 기후위기 관점에서의 축산업의 문제에 대한 질문에 유병덕 소장은 "이야기하기 껄끄럽지만 축산업이 탄소 배출에 있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가 많아 그만큼 생산을 하기 위해 축산업이 커지는 것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먹거리 문화 자체를 바꿔야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은정 학자는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은 가치를 치향하는 과정에 특정 분야를 악마화하는 우를 범하는 것"이라며 "축산업이 발달한 것도 그 나름의 이유가 있는 것인데, 갈리치기를 통해 누가 웃게 될 것인가를 잘 생각해 봐야한다"고 말했습니다.
오후에 열린 두 번째 세션에서는 장철이 농촌진흥청 유기농업과 과장과 강태양 태평농원 농부, 김신범∙안정화 종합재미농장 농부가 발표에 나섰습니다.
장철이 농촌진흥청 유기농업과 과장이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장철이 농촌진흥청 유기농업과 과장은 "한국재생유기농업의 현황과 과제"라는 제목으로 유기농업과 재생유기농업의 차이, 관에서 재생유기농업을 강조하는 이유 등을 설명했습니다.
먼저 재생유기농업이라는 용어에 대해 "아직은 명확하게 정립된 바가 없고, 아마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장철이 과장은 "어디에 강조를 두고 싶은지, 지향하는 가치에 따라 용어를 다 다르게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맥락을 받아들이면서 서로를 인정하고 이야기하는 것이 보다 발전적인 방향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자신이 정의하고 있는 재생유기농업을 "유기농업을 하되 궁극적인 목적을 생태계의 회복에 두는 것"이라고 밝힌 장철이 과장은 "현대 농업이 가져온 환경 파괴로 인해 가장 크게 피해를 입는 것이 다시 농업"이라며 "여기 모인 지구를 보호하는 지구농부들이 추구하는 것이 바로 재생유기농업"이라고 전했습니다.
관에서 재생유기농업의 연구를 시작한 이유에 대해 "우리나라 농업의 가장 큰 문제는 새로운 세대가 농사를 짓게 하는 유인을 갖추지 못해 세대교체가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한 장철이 과장은 "유기농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재생유기농업을 설정해 다양한 유인책을 가지고 농업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라고 밝혔습니다. 장철이 과장은 "특히 알티에리 교수가 농생태학의 확대에서 지적한 것과 마찬가지로 관이 관여하지 않고서는 재생유기농업이 뿌리내리기 어렵기 때문에, 여러 내외부적인 어려움이 있지만 농촌진흥청에서 연구과제로 선정해 차근차근 자료를 쌓아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 끝으로 재생유기농업의 경제성에 대한 긍정적인 자료가 최근 하나둘 나오고 있어 앞으로의 전망이 밝다고 전한 장철이 과장은 "하지만 재생유기농업이 경제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최소 6년에서 10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며 "장기적으로 보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습니다.
강태양 태평농원 농부가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이어진 발표에서 강태양 태평농원 농부는 "자연이 키운다 - 쉽게 짓는 무경운"이라는 제목으로 자신이 하고 있는 무경운 농법을 소개했습니다.
경제적 문제, 돌이 많은 토지의 특성, 혼자 감당하기에는 너무 넓은 규모의 밭 등의 한계로 고민하다가 무경운 농법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밝힌 강태양 농부는 풀 관리의 관점에서 초기에는 풀관리에 집중해야 하나 점차 수월해진다는 점, 관리 시기가 길어 노동의 분산이 가능하다는 점, 풀의 발아가 아닌 성장을 제어한다는 점 등을 무경운의 장점으로 꼽았습니다. 풀을 관리하는 다양한 실험과 자신만의 창의적인 방법을 소개하고, 무경운 밭에서의 작물 재배법을 설명한 강태양 농부는 "특히 크기가 작은 다랭이 밭, 멧돼지나 고라니의 피해가 우려되는 밭, 산골이라 일조량이 확보되지 않는 밭, 돌이 많아 기계로 작업하기 어려운 밭, 관수 시설이 안돼 용수 공급이 어려운 밭이라면 꼭 한 번 무경운 농법을 시작해 보시면 좋겠다"고 전했습니다.
김신범∙안정화 종합재미농장 농부가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김신범∙안정화 종합재미농장 농부는 "무경운 농사 7년 기록을 통해 보는 소규모 자연농 텃밭 운영"이라는 제목으로 지난 7년간 직접 실천한 무경운 농사에 대한 기록을 보여주었습니다.
김신범∙안정화 농부는 24절기에 따라 변화하는 밭의 모습을 일일이 사진으로 찍고, 매년 작물 배치도를 그려 사이짓기와 돌려짓기의 기준을 만들고, 매달 표를 만들어 심어야 하는 씨앗과 모종을 정리하고, 매일 작업일지를 작성하며 농사 기록을 남기고 있습니다. "기록을 바탕으로 매년 자체 평가회의도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 김신범∙안정화 농부는 "최근에는 컴퓨터를 활용해 체계적인 기록 정리를 하고 있다"며 "꼼꼼하고 세세하게 기록을 남겨두면 다음해 농사에 큰 도움이 된다"고 전했습니다.
종합토의 시간에 정은정 농촌사회학자가 좌장을 맡아 모든 발표자와 청중들이 질답을 나누고 있다. ©서울농부포털모든 세션이 마무리된 후에는 정은정 학자가 좌장을 맡아 모든 발표자와 청중들이 질답을 나누는 종합토의 시간이 마련되었습니다. 발표 내용은 물론이고 자연농의 확산 방안, 건강한 토양을 만드는 방법, 지구농부로서의 지속가능성, 순환농법과 재생농법의 차이, 경축순환농법에 대한 이견 등 다양한 내용의 심도 있는 질답이 이루어졌습니다. 끝으로 자연농에 대한 주위의 시선에 대한 질문에 강태양 농부는 "사실 처음에는 가족들부터 마을 주변 분들까지 우려가 많았지만, 한 해 한 해 지나며 수확의 모습을 보여주니 점차 시선이 너그럽게 바뀌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며 "농사는 꿈이기도 하지만 분명 생존이기도 하기 때문에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생산자, 소비자 모두가 함께 하며, 지구농사를 통해 내 발밑의 혁명, 밥상의 전환을 꿈꾸는 사람들이 모였던 올해의 지구농부포럼은 이렇게 막을 내렸습니다. 이날 모인 마음들과 나눈 이야기들이 지구농부의 실천으로 이루어져 좀 더 나은 지구로 회복되는 희망의 길이 보다 빨리 드러나길 바라봅니다.
©서울농부포털김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