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농업이 발전하면서 양적 성장과 함께 질적인 성장을 도모하는 시기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특히 단순한 작물 재배를 넘어 도시농업이 가진 사회적 가치와 기능을 확산시켜 좀 더 인간다운 삶을 추구하려는 다양한 시도와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중 최근 가장 각광받고 있는 분야가 치유농업입니다.
치유농업은 농사가 주는 경험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식물이나 곤충 등의 생명체를 키우고 돌보는 활동이 현대인의 정서를 안정시키고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감소시킨다는 실증적인 연구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도시농업의 중요한 한 갈래입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치유농업법'과 '치유농업사' 제도를 통해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이루어지며 그 발전 방향에 대해 국내외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그 흐름에 발맞춰 얼마 전 치유농업에 대한 한국과 미국 간 교류의 물꼬를 트고 서로의 이해를 증진하기 위한 심포지엄이 서울에서 열렸습니다.
서울시청 시민청 워크숍룸에서 '제1회 한∙미 치유농업교류 심포지엄'이 열렸다. ©서울농부포털지난 10월 10일(화) 서울시청 시민청 워크숍룸에서 '제1회 한∙미 치유농업교류 심포지엄(이하 '심포지엄')'이 열렸습니다. 도시농업과 치유농업의 확산을 위해 설립된 한국의 비영리법인 (사)팜뜨락과 사회적 농업의 가치를 퍼뜨려 새로운 상생의 모델을 찾으려는 미국의 비영리법인 배나치가 공동 주관하고, 한국의 농촌진흥청과 미국 켄터키주 농무성의 후원으로 열린 심포지엄은, 한∙미 양국의 도시농업 기관과 단체들이 서로의 치유농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정보를 교환하기 위해 마련되었습니다. 참가자들은 심포지엄을 시작으로 향후 지속적인 연계와 교류 텃밭 조성까지를 논의할 예정이며, 이를 위해 라이언 퀄스 켄터키주 농무장관을 비롯한 켄터키주와 버지니아주 농업 단체들의 대표와 활동가 등 17명의 인원이 한국방문단을 꾸려 11박 12일의 일정으로 내한했습니다.
심포지엄을 공동 주관한 (사)팜뜨락의 한재춘 대표가 인사를 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
한국방문단을 이끌고 심포지엄에 참가한 라이언 퀄스 미국 켄터키주 농무장관이 축사를 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
김광진 농업진흥청 도시농업과 과장이 기조발제를 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이날 심포지엄은 김광진 농업진흥청 도시농업과 과장의 기조발제로 시작되었습니다. '한국형 도시농업/치유농업'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를 진행한 김광진 과장은, 먼저 치유농업의 정의에 있어 "우리나라의 치유농업은 '치유농업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 제2조에 모든 것이 들어있다"며 "특히 다른 나라와의 중요한 차이점은 치유농업의 대상이 특정 계층이 아닌 '모든 국민'이라는 것과 '치유농업사'의 존재"라고 말했습니다.
'치유농업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 제2조(정의)
1. "치유농업"이란 국민의 건강 회복 및 유지ㆍ증진을 도모하기 위하여 이용되는 다양한 농업ㆍ농촌자원(이하 "치유농업자원"이라 한다)의 활용과 이와 관련한 활동을 통해 사회적 또는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을 말한다.
2. "치유농업시설"이란 치유농업과 관련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이용자의 치유효과와 안전을 고려하여 적합하게 조성한 시설(장비를 포함한다)을 말한다.
3. "치유농업서비스"란 심리적ㆍ사회적ㆍ신체적 건강을 회복하고 증진시키기 위하여 치유농업자원, 치유농업시설 등을 이용하여 교육을 하거나 설계한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4. "치유농업사"란 치유농업 프로그램 개발 및 실행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전문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자로서 제11조 제1항에 따라 자격을 취득한 자를 말한다.
"치유농업은 90년대 초 미국에서 들어온 개념이지만, 현재는 각종 법령과 제도를 갖추면서 우리나라가 가장 앞서 나가는 체계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 김광진 과장은 "이 체계를 바탕으로 '치유농업사'라는 전문인력들이 장기적으로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가가 한국형 치유농업 발전의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를 위해 농촌진흥청은 2025년까지 '치유농업확산센터'를 설립해 연구∙개발을 통한 치유농업의 이론적 배경과 자료들을 만들 것이라고 전한 김광진 과장은 "'치유농업사'가 축적된 연구 성과를 활용해 다양하고 깊이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도록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광진 과장은 도시농업과 치유농업의 관계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김광진 과장은 "도시농업과 치유농업의 범위는 같거나, 크게는 도시농업 속에 치유농업이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치유농업을 특화해 발전시키는 것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가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발표에 앞서 참가자들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이런 한국적인 상황은 이어진 발표들을 통해서도 보였습니다. 발표에 참여한 미국 켄터키주 애팔래치아 지역 코완 커뮤니티 액션 그룹(CCAG)의 발레리 혼과 켈리 클루넌 대표, 렉싱턴 지역 푸드체인의 리앤드라 포먼 대표, 버지니아주 버지니아 공대 익스텐션 서비스의 데이비드 클로즈 스페셜리스트는 각 지역에서의 활동 상황을 전하고 도시농업과 지역 사회와의 관계, 로컬푸드 시스템, 공동체성, 농업을 통한 인간과 인간∙인간과 자연의 관계 등을 설명하며, 그 안에서 얻게 되는 신체적∙정서적∙사회적 치유의 효과를 이야기했습니다. 발표를 통해 미국에서는 치유농업을 도시농업, 크게는 농업의 사회적 기능과 가치에 자연스럽게 따라붙는 효과라는 좀 더 너른 개념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애팔래치아 지역 코완 커뮤니티 액션 그룹(CCAG)의 발레리 혼과 켈리 클루넌 대표가 발표를 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
렉싱턴 지역 푸드체인의 리앤드라 포먼 대표가 발표를 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
버지니아주 버지니아 공대 익스텐션 서비스의 데이비드 클로즈 스페셜리스트가 발표를 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심포지엄에서는 미국뿐만 아니라 치유농업이 발달한 유럽의 사례와 우리나라 상황의 차이점도 이야기되었습니다. 발표에 나선 조예원 바흐닝언 케이팜 연구소 대표는 "우리나라는 모든 국민을 치유농업의 대상으로 삼는데 비해 유럽은 실제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삼는다"며 "중점적으로 다루는 분야가 다르고, 우리는 구조화된 개별 치유프로그램을 중심으로 한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유럽의 사례에서 영감은 얻을 수 있겠으나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고 전했습니다. 또 "우리의 치유농업은 너무 넓은 범위의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어 실제 활동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개념 정리가 다른 경우가 많다"고 말한 조예원 대표는 "앞으로는 서로 다른 성격의 치유농업 시설을 분류하고 그에 따른 제도 등을 마련하는 등 목적에 따른 치유농업의 분류가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조예원 바흐닝언 케이팜 연구소 대표가 발표를 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모든 발표가 끝난 후에 심포지엄을 주관한 (사)팜뜨락의 한재춘 대표는 "짧은 시간이지만 오늘 심포지엄을 통해 제기된 이야기들이 앞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국제적으로 치유농업을 발전시키는 데 유용한 자양분이 될 것"이라며 "남은 열흘 간의 일정 속에서 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논의들이 이루어지길 바란다"며 심포지엄을 마무리했습니다.
심포지엄 이후 한국방문단은 농촌진흥청 방문을 시작으로 순천에서 열린 국제농업박람회에 참가해 필리핀과 인도를 포함하는 국제 다자간 MOU 협정을 체결하고, 광주와 제주 등을 오가며 우리나라의 치유농업 상황을 둘러보았습니다. 이에 앞서 심포지엄을 공동 주관한 (사)팜뜨락과 배나치는 업무협력협약서를 체결해 한∙미 양국의 도시농업∙치유농업에 대한 정보 교환과 학술 교류 등을 통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켄터키 주와 한국에 각각의 교류 텃밭을 조성하고, 협동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로 하는 등 국제적인 치유농업의 발전을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모여 도시농업을 통한 치유의 힘이 우리의 주도로 세계 속에서 꽃 피우길 바라봅니다.
©서울농부포털김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