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3일(목) 용산구의 서울시 공익활동공간 삼각지에서 '2023 지구농부포럼'이 열렸다. ©서울농부포털지난 2월 23일(목) 용산구의 서울시 공익활동공간 삼각지에서 '2023 지구농부포럼(이하 '지구농부포럼')'이 열렸습니다. 지난해(
[지구를 위한 농사' - 2022 지구농부포럼])에 이어 올해 두 번째인 지구농부포럼은, 마르쉐와 파타고니아가 힘을 합쳐 진행하고 있는 지구농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마련되었습니다. 올해 지구농부포럼은 '토양회복, 흙 돌보기로 시작하는 지구농사'라는 주제로 농사의 바탕이자 생태의 근간인 흙을 살리고 지키는 지구농부들의 이야기를 듣고, 지속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지구농부포럼에서 이보은 상임이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지구농부포럼은 마르쉐가 제작한 '지구농부를 찾아 떠나는 여행' 영상 상영에 이어, 이보은 마르쉐 상임이사의 인사로 문을 열었습니다. 이보은 상임이사는 "기후위기 시대에 상업적 농업이 망가뜨리고 있는 농사를 생태적으로 복원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지구농부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라고 말하며 "오늘 지구농부포럼이 지구농부들의 지혜를 모아 토양회복과 생태적 지속가능성을 넘어 경제적이고 공동체적인 지속가능성을 모색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보은 상임이사는 "도시와 농촌이라는 공간이 다르고 농사의 방법론도 다르지만, 자신의 경험을 전하기 위해 농부들이 발표와 토론을 준비했다"라며 "오늘 우리의 대화가 씨앗이 되어서 푸른 대지를 만들어 갈 것"이라는 의지와 바람을 전했습니다.
지구농부포럼에서 김광현 차장이 재생유기농업에 대한 파타고니아의 비전을 소개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이어서 지구농부포럼을 후원하고 있는 파타고니아의 김광현 환경팀 차장이 단상에 올라 재생유기농업에 대한 파타고니아의 비전을 소개했습니다. 김광현 차장은 "파타고니아는 '지구환경을 되살리기 위한 사업을 한다'는 미션을 가지고, 매출 순수익 전부를 지구환경보호를 위해 사용하고 있다"라고 전하고 "환경 보호에 있어 모든 산업 중 농업을 가장 중요한 산업이라고 여기며 재생유기농업을 지원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재생유기농업에 대한 파타고니아의 입장을 '유기농 정신의 회복에 기여해야 한다', '농업에 대한 사회적 존중의 회복에 기여해야 한다', '농민의 생활 회복에 기여해야 한다'로 정리한 김광현 차장은 "파타고니아는 이상과 현실의 균형점을 찾기 위해 계속 생각을 다듬고 방향성을 타진하고 있다"라며 "부족함을 극복하기 위해 늘 귀를 열고 끊임없이 농부들의 이야기를 들을 테니 많은 조언을 부탁드린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날 지구농부포럼은 두 곳의 포럼장에서 총 4개의 주제를 가지고 진행되었습니다.
'주제1 <유기물로서의 풀의 이용>'에서 이연진 풀풀농장 농부와 진남현 너멍굴농장 농부가 발표를 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주제1 <유기물로서의 풀의 이용>'에서는 이연진 풀풀농장 농부가 '풀을 기르고 흙을 만드는 농사짓기'라는 제목으로 주제발표를 했습니다. 14년째 충남 홍성에서 무경운, 무투입 방식의 자연농으로 농사를 짓고 있는 이연진 농부는 "지구농사는 지구에 부담을 주지 않고 짓는 농사라고 생각한다"라며 농사와 흙, 지구농사와 기후위기 등에 대한 전반적인 개념을 정의하고, 농사에서의 풀의 역할과 풀 농사 방법 등을 실제의 경험을 바탕으로 세세히 전했습니다.
이어진 사례발표에서는 진남현 너멍굴농장 농부가 '너멍굴 작은농부의 풀농사 경험'이라는 제목으로 풀 농사의 실질적인 방법과 예시를 소개했습니다. 전북 완주의 산골에서 8년째 자연농법으로 토종 작물을 재배하고 있는 진남현 농부는 발표에서 나무와 풀의 생태 특성을 활용해 맞춤 작물을 심는 방법과 풀의 생애주기를 파악하고 활용하는 법, 그리고 흙의 특성에 따라 배수로를 만드는 방법 등을 다양한 예시와 함께 소개했습니다.
'주제2 <소규모 농가의 유기물 순환>'에서 이아롬 귤현동분해정원 운영자와 이상린 고양찬우물농장 농부, 유봉호∙황진옥 파파맘&밀마운트 농부가 발표를 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주제2 <소규모 농가의 유기물 순환>'에서는 이아롬 귤현동분해정원 운영자가 '우리는 모두 분해자가 되어야 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주제발표를 했습니다. 이아롬 운영자는 도시에서 농민들에게 배운 정신을 실천하기 위해 마을 공동체 분해정원을 운영하며, 음식물쓰레기로 퇴비를 만들어 활용하고 있는 활동을 소개했습니다. 누구나 쉽게 집에서 퇴비를 만드는 방법을 설명하며, 농민이 아닌 일반 도시민들이 흙을 돌볼 수 있는 방법으로 퇴비화를 꼽은 이아롬 운영자는 "궁극적으로는 퇴비를 쓰는 사람과 만드는 사람이 연결되는 '퇴비순환네트워크'가 형성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진 사례발표에서는 이상린 고양찬우물농장 농부가 '모두가 함께하는 도시농장에서의 유기물 순환'이라는 제목으로, 도시 안에서 농사 부산물과 음식물쓰레기 퇴비를 활용해 농사를 짓고 있는 경험과 사례를 전했습니다. 유봉호∙황진옥 파파맘&밀마운트 농부는 '소동물과 함께 토양을 돌보는 복합농장실험'이라는 제목으로, 닭의 분변을 부숙 시켜 퇴비로 활용하는 경축순환농법을 소개했습니다.
'주제3 <보존식 이랑을 통한 토양회복적 이용>'에서 박건오 채소생활 농부와 리처드 퍼킨슨 리지데일 농장 농부가 발표를 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주제3 <보존식 이랑을 통한 토양회복적 이용>에서는 박건오 채소생활 농부가 '보존식 이랑을 통한 토양의 회복적 관리방안'이라는 제목으로 주제발표를 했습니다. 재생농업의 실천과 확산을 위해 이론과 실제를 탐구하고 있는 박건오 농부는 "재생농업이 가야 할 방향은 본래의 선순환 구조의 회복과 재생"이라고 말하고 "이를 가속화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체계가 필요하다"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진정한 스마트 농업은 농업이 대체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농부의 의사 결정을 대체하는 것"이라며 "생태농업기술과 디지털농업기술의 결합을 통해 위기를 전환시키고 해결책을 가속화해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박건오 농부의 발표 후, 유럽에서 최고의 재생농업 사례를 보여주고 있는 스웨덴의 리처드 퍼킨슨 리지데일 농장의 농부는 '재생농법 방식의 마켓가드닝 방법과 지속가능모델'이라는 제목으로 사례발표를 했습니다. 그는 '자연을 모방하는 농장 디자인', '적정기술 활용', '자원순환 퇴비', '소비자를 농장에 초대해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마케팅 방법' 등을 소개하며, 재생농업이 얼마나 생산성이 있는지를 실제 사례를 통해 보여주었습니다.
'주제4 <다년생 식재를 통한 토양의 회복>'에서 김만조 국립산림과학원 박사와 도미니크 에어케∙신이현 작은알자스 농장 농부가 발표를 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주제4 <다년생 식재를 통한 토양의 회복>'에서는 김만조 국립산림과학원 박사가 '퍼머컬처 기반의 먹거리숲 만들기와 토양회복'이라는 제목으로 주제발표를 했습니다. 김만조 박사는 국립산림과학원에서 1997년부터 임업연구관으로 일하며 각종 연구와 모델 개발을 진행해 산림생태텃밭의 개념을 만들었습니다. 김만조 박사는 발표에서 "퍼머컬처는 텃밭과 생태를 결합시킨 훌륭한 개념이지만 해외의 것이기 때문에 우리의 환경에 바로 적용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라며 "산림생태텃밭은 외국 개념을 우리나라 상황에 맞춰 만든 것으로, 특히 산채는 우리가 가진 독특한 환경과 자원으로 다년생 작물이 주를 이루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김만조 박사는 "다년생 작물을 재배하는 것은 다양한 미생물의 서식과 탄소 저장에도 도움을 주기 때문에 토양을 더욱 건강하게 만든다"라며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이어진 사례발표에서는 충북 충주에서 농사를 지으며 와인 양조장을 운영하고 있는 도미니크 에어케∙신이현 작은알자스 농장 농부가 '생명역동농업 기반의 다년생작물 식재와 토양회복'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를 진행했습니다. 도미니크 에어케∙신이현 농부는 발표를 통해 "맛있는 와인을 위해 어떻게 농사를 지을까를 생각하고, 어떻게 농사를 지을까를 위해 어떻게 좋은 땅을 만들까를 고민한다"라며, 농장 설명과 함께 다양한 풀과 나무의 특성을 고려한 퍼머컬처 농법으로 작물을 재배하는 방법과 원칙을 소개했습니다.
모든 발표가 끝난 후 종합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모든 발표가 끝난 후에는 종합토론이 진행되었습니다. 발표자들과 청중들은 모두 한자리에 모여 각 주제 별로 내용을 정리하고, 못다 한 이야기를 묻고 답하며 서로의 생각과 소감들을 나눴습니다. 끝으로 이보은 상임이사는 "시장에서 나간 것이 다시 시장으로 돌아오는 순환의 구조를 만들고자 했던 것이 마르쉐였다"라며 "10년 전 마르쉐를 하자고 했을 때 사람들은 비관적이었지만, 지금 마켓 가드닝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여기 모인 농부들이 증명하고 있다"라고 인사를 전했습니다. "일단 우리는 스스로를 증명했고 서로를 인정하는 데까지 한 뼘 성장했다"라고 말한 이보은 상임이사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고민을 나누고 발전시키고 성숙시켜서 지구농부에 대한 우리의 언어를 만들어 가자"고 전하며 포럼을 마무리했습니다.
김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