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7일(금) 인천 남동구의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교육실에서 '농생태학 세미나 2023'의 맛보기 강의가 열렸습니다. 생산중심의 농업이 아닌 자연과 사회에 통합되는 방식의 농업을 실현하기 위한 학문이자 실천인 농생태학을 공부하고 알리기 위해 마련된 이번 세미나는, 지난 2019년 열린 '농생태학 공부' 모임에 이어 두 번째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농업을 단순한 생산을 넘어 자연생태계와 사회가 통합되는 먹을거리 체계로 전환시켜 보자는 큰 꿈의 씨앗을 심는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지난 2월 17일(금) 인천 남동구의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교육실에서 '농생태학 세미나 2023'의 맛보기 강의가 열렸다. ©서울농부포털농생태학(agroecology)은 농업(agriculture)과 생태학(ecology)을 합친 말입니다. 농업 생산 구조 안에서의 생물학적 다양성, 생태학적 상호작용, 미생물 생태학 등을 연구하며, 농업 생산성과 지속가능성을 향상하기 위한 방안을 찾는 학문입니다. 농생태학은 비교적 최근에 발전한 학문 분야로, 생산성에 중점을 둔 1960년대 녹색혁명 이래로 화학비료, 살충제 등의 인공적이고 기술적인 방법만을 추구한 농업이 발생시킨 여러 생태적인 문제들에 대해 반성하고 극복하는 방안으로 등장했습니다. 1970년대부터 미국과 유럽에서 농업 생태학에 대한 연구가 확대되었고, 생태학의 원리를 적용한 생태농학과 생태학적 농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1980년대와 1990년대에는 농생태학이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기본적인 학문 분야로 자리 잡았고, 현재는 전 세계적으로 농업 생산성과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학자들과 농업인들에게 중요한 연구 분야가 되고 있습니다. 농생태학의 독특한 지점은 생태학을 기반으로 하는 과학이면서 동시에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실천이자 운동이라는 것입니다. 농생태학은 2000년대 초반, 농사를 넘어 종자와 토양부터 밥상에 이르는 전체 먹을거리 체계를 아우르는 접근법이 채택되고, 농민과 소비자 그리고 그 사이의 모든 이가 상호연결된 체계의 일부라는 사실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면서 먹을거리의 상품화와 농업의 산업화로 인하여 발생해 증가하고 있는 불의와 불평등에 대처하는 일종의 사회 운동으로까지 발전하고 있습니다.
'농생태학 세미나 2023'의 맛보기 강의에서 김충기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대표가 발제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농생태학 세미나 2023'은 앞으로 일 년 동안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크루즈 대학교(UCSC)의 스테판 글리즈먼(Stephen R. Gliessman) 교수가 쓴 "지속가능한 먹을거리 체계의 생태학(The Ecology of Sustainable Food Systems)"을 함께 읽으며 각자의 생각을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지속가능한 먹을거리 체계의 생태학(The Ecology of Sustainable Food Systems)"은 지속가능한 농업, 식량 생산 및 유통, 소비와 폐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생태학적 원리와 적용을 다루는 책으로, 지속가능한 먹을거리 체계를 설계하고 구현하기 위한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농생태학의 과학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있는 동시에 사회적 변화까지도 다루고 있어 지속가능한 먹을거리 체계를 연구하는 농생태학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참고서 중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출판된 적은 없지만 "토종 씨앗의 역습"의 저자로 잘 알려진 김석기 토종씨드림 운영위원이 번역해(
[농생태학: 지속가능한 먹을거리 체계의 생태학])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농생태학 세미나 2023'의 첫 시간은 "농생태학 산책"이라는 제목의 맛보기 강의로, 김충기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대표가 총 26장의 "지속가능한 먹을거리 체계의 생태학(The Ecology of Sustainable Food Systems)" 내용 중 1장과 2장을 발제하는 것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김충기 대표는 1장의 발제를 통해 산업형 농업의 문제점인 집약적 경운, 대규모 단작, 합성 비료의 적용, 대규모 관개, 화학적 방제, 유전자 조작, 공장식 축산 등을 설명하고 그에 따른 토양 악화, 물의 남용, 수문학 체계의 손상, 환경오염, 자연 서식지의 파괴, 외부 투입재와 재생불가능한 자원에 대한 의존, 온실가스 배출과 탄소 흡수의 상실, 유전적 다양성의 상실, 농산물에 대한 지역의 통제력 상실, 취약성과 위험의 증가, 세계적 불평등 등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이에 대응하는 지속가능한 먹을거리 생산 체계의 필요성과 구성 방안에 대한 내용을 설명했습니다. 2장의 발제를 통해서는 자연생태계의 구조부터 농업생태계와의 관계와 역사, 지속가능성까지 농생태학과 농업생태계의 개념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농생태학 세미나 2023'의 참석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이어진 토론에서 참석자들은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농업과 생태계의 위기 상황에 대응하는 여러 노력들과 농생태학을 비롯한 퍼머컬처, 스마트팜 등 다양한 대안적 개념들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이야기했습니다. 농생태학에 대한 각자의 생각과 첫 수업에 대한 소감, 앞으로 진행될 세미나를 통해 얻게 될 것들에 대한 기대도 함께 나누었습니다.
'농생태학 세미나 2023'은 앞으로 매 달 한차례 씩 모임을 가지며 농생태학에 대한 공부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세미나를 주최한 김충기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대표는 "도시농업, 생태농업, 퍼머컬처 등 많은 대안적 개념이 있지만 이 책이 담고 있는 지속가능한 먹을거리 체계에 대한 끌림이 계속 있었고,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주제라고 생각해서 2019년에 이어 다시 한번 세미나를 마련했다"며 "함께 모여 농생태학을 공부하다 보면 단순한 생산을 넘어 농업을 통한 사회적 대안을 모색하는 좀 더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방안들을 찾게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는 바람을 전했습니다.
'농생태학 세미나 2023'은 농생태학에 관심이 있는 누구나에게나 열려 있습니다. 홈페이지(
[농생태학 세미나 2023])를 방문하면 참여 신청을 할 수 있고, 매회 모임 자료와 "지속가능한 먹을거리 체계의 생태학(The Ecology of Sustainable Food Systems)"의 번역본도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김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