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7일(목) 수원 컨벤션센터에서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의 주관으로 '2022 민관합동 도시농업 정책 워크숍(이하 '워크숍')'이 열렸습니다. 정부가 지자체, 민간단체와 함께 도시농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 교류 강화와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매년 개최했던 '민관합동 도시농업 정책 워크숍'은 코로나 19로 잠시 멈췄다가 3년 만에 다시 열리게 되었습니다. 특히 이 날 워크숍은 2023년부터 시작될 '제3차 도시농업육성 5개년 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 결과 발표회를 겸해 도시농업의 중장기 목표를 제시하는 중요한 자리가 되었습니다.
수원 컨벤션센터에서 '2022 민관합동 도시농업 정책 워크숍'이 열렸다. ©서울농부포털백종운 (주)손수레 대표가 민간 사례발표를 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워크숍은 대전에서 청년 도시농부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백종운 (주)손수레 대표가 "도시농업 속 변화와 성장"이라는 주제로 진행한 민간 사례발표로 시작되었습니다. 10여 년 전 대전 지역에서 도시농업이 시작될 무렵의 텃밭은 "누구나 어디서든 농사를 지을 수 있었던 '공용의 공동체 공간'이었다"고 말한 백종운 대표는 그에 비해 현재는 "내 것에만 집중하는 개인적인 각자도생의 공간이 되어버렸다"고 전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공동체성을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백종운 대표는, 특히 네 것, 내 것을 구분하는 규격화된 대규모의 텃밭 개발을 지양하고, 내가 사는 가까운 곳의 유휴지를 텃밭으로 만들어낼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관의 텃밭은 늘어나고 있지만 민간의 텃밭이 줄어들고 있는 대전의 현실을 전한 백종운 대표는 "법적으로 농지를 도시농업에 사용하기가 너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민간이 좀 더 자유롭게 텃밭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구조와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유휴지를 활용한 작은 텃밭과 정원이 확산되어야 누구나 참여 가능한 다양한 도시농업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한 백종운 대표는 "크기와 형태에 구애받지 않는 다양한 텃밭들이 지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만들어질 때 모두가 도시농부가 되는 꿈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미화 시흥시 농업기술센터 과장이 지방자치단체 사례발표를 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이어서 김미화 시흥시 농업기술센터 과장의 "시흥시 도시농업 10년" 지방자치단체 사례발표가 진행되었습니다. 김미화 과장에 따르면 시흥시의 도시농업 참여 인구는 2만 5천여 명으로 시흥시 전체 인구수의 5%에 달하고 있습니다. 시흥시는 아파트 단지 내의 텃밭 조성을 지원하고, 병원 등의 공적기관들에 옥상텃밭을 설치하고 있습니다. 이에 관해 김미화 과장은 "아파트나 기관의 옥상텃밭은 교육 프로그램이 함께 들어가지 않으면 유지 관리가 어렵기 때문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현재 55개소의 학교텃밭을 지원하고 있는 시흥시는 중학교 이상의 단위에서는 단순 먹거리 교육을 넘어 코딩 교육까지 연계하는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시흥시는 특히 도시 안에 경작지를 확보하려는 고민에서 도시농업공원을 확대해 가고 있습니다. 현재 3곳의 도시농업공원을 운영 중인 시흥시는 각 도시농업공원마다 '교육', '공동체와 나눔'. '배려' 등의 주제를 잡아 디자인 요소를 가미하고, 공동체 공간을 만들어 주민들이 참여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도시농업이 특정인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을 해소하기 위해 지역 푸드뱅크와의 협력으로 연간 42회 이상의 수확물 나눔을 하는 등 지역 기여에도 힘을 쏟고 있습니다. 각 연령에 맞춘 농부학교를 운영하고, 박람회와 한마당 행사 등을 개최해 주민들과 함께 하는 도시농업을 지향하고 있는 시흥시는, 앞으로도 도시농업의 다양한 공익적∙사회적 가치를 확산시켜 나갈 예정입니다. 끝으로 김미화 과장은 "도시농업 확산을 위해 민영 도시농업 공간의 확대가 필요한데 현재의 법률로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법과 제도를 정비해서 해결 방안을 만들어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습니다.
김태한 (사)인간식물환경학회 부회장이 '제3차 도시농업육성 5개년 계획'의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끝으로 '제3차 도시농업육성 5개년 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 결과 발표가 진행되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의뢰로 (사)인간식물환경학회가 진행한 연구를 통해 마련된 '제3차 도시농업육성 5개년 계획'은 향후 5년간 정부 차원의 도시농업 발전 방향을 규정짓게 됩니다. 발표에 나선 김태한 (사)인간식물환경학회 부회장은 이번 '제3차 도시농업육성 5개년 계획'은 지난 '제2차 도시농업육성 5개년 계획'을 진행하며 드러난 시사점들을 분석해 도출한 '4대 핵심과제'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며, 이 과제를 윤석열 정부의 120대 국정과제와 연계시켜 실질적으로 정책에 반영시키는 데 중점을 두었다고 밝혔습니다.
먼저 지난 '제2차 도시농업육성 5개년 계획'을 통해 드러난 시사점들로 '도시농업 관련 산업의 정의 및 발굴 필요성 대두', '도시 주변 옥외 텃밭 중심의 도시농업 공간의 비중이 높음', '국내 도시농업 기반 강화 및 이후 도시농업 국내∙외 네트워크 강화에 관심 필요', '채소를 중심으로 한 도시농업의 단순 기능 활용에서 다양한 기능 활용 필요', '도시농업 교육의 양적 확대에 걸맞은 질적 강화 필요', ' 미래를 위한 도시농업 R&D 투자로 관련 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속가능성 증대 필요'를 꼽은 김태한 부회장은 이를 통한 '제3차 도시농업육성 5개년 계획'의
'4대 핵심과제'로 1. 도시농업공간 실내 비율 50% 확대를 목표로 하는
전∙후방 산업 발굴 및 공간 다변화 2. 전∙후방 산업 생산규모 증진을 목표로 하는
지속가능한 발전체계 구축 3. 도시농업 참여자 확대를 목표로 하는
교육의 질 제고를 통한 수요 확충 4. 기후변화대응 특허 200% 확대를 목표로 하는
미래사회를 위한 산업경쟁력 강화를 내놓았습니다.
또 김태한 부회장은 '4대 핵심과제'를 현 정부의 120대 국정과제(
[윤석열정부 120대 국정과제]) 중 관련 항목(38. 국토공간의 효율적 성장전략 지원, 45. 100세 시대 일자리∙건강∙돌봄 체계 강화, 54. 전 국민 생애단계별 직업능력개발과 일터학습 지원, 71. 농업의 미래 성장 산업화, 78. 세계 최고 네트워크 구축 및 디지털 혁신 가속화, 86. 과학적인 탄소중립 이행방안 마련으로 녹색경제 전환, 87. 기후위기에 강한 물 환경과 자연 생태계 조성 등)과 연결시켜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계획을 수립했다고 밝히며, 구체적으로는 국토교통부가 진행하고 있는 녹색건축인증제도(G-SEED)에 도시농업을 포함시키는 방안 등을 제시했습니다.
발표 현장에서 나온 '제3차 도시농업육성 5개년 계획'에 포함된 스마트팜 확대와 실내에서의 도시농업 공간 확대 등에 따른 도시농업계의 우려에 대해 김태한 부회장은 "연구에 있어 노지텃밭의 중요성에 대해 간과하지 않겠다"며 "실내 공간 확보는 기존 대비 도시농업의 공간을 확충하려는 노력으로 이해해달라"고 밝혔습니다.
참가자들이 4개의 그룹으로 나뉘어 분임토의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발표 후에는 참가자들의 분임토의가 열렸습니다. 4개의 그룹으로 나뉘어 각자의 주제로 토론을 진행한 후 각 그룹의 대표자가 발표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도시농업의 인프라와 네트워크'를 주제로 한 토의에서는 토론자들이 도시농업의 전체적인 인프라가 위축되고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고, 치유농업의 활성화에 따라 도시농업의 활동 영역이 축소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서로의 가치관을 공유하고 하나로 모아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도시와 농촌의 네트워크에 있어서도 농민단체와 도시농업단체들이 만나서 소통할 기회를 만들어야 실질적인 도농상생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도시농업과 교육'을 주제로 한 토의에서는 도시농업 교육에 대한 공간과 예산 부족 문제가 제기되었습니다. 특히 토론자들은 지자체가 도시농업 교육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의지를 다지도록 하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민관협동 워크숍 같은 자리가 많아져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교육 프로그램을 매뉴얼화해서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공유하고, 교육자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개발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도시농업 홍보 방안'을 주제로 한 토의에서는 반려식물을 활용한 홍보, 도시농업에 탄소배출권을 적용하는 방안, 우울감 치유 등을 목적으로 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지원 등의 구체적인 방안과 함께 도시농업의 주체들이 좀 더 자신감을 가지고 농사에 임해서 도시에서 농사를 짓는 것이 부럽도록 만들자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도시농업의 특화와 미래를 위한 연구'를 주제로 한 토의에서는 도시농업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토론자들은 도시농업 관리사의 일자리를 늘리고, 전문성을 키우기 위한 연수 교육 등을 확충해 인력 풀을 체계적으로 만들어 운영하는 것이 도시농업 미래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각 그룹의 대표자들이 토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농림축산식품부의 송태복 과학기술정책과 과장은 "오늘 토론된 이야기들을 향후 계획에 모두 다 담을 수는 없겠지만 최대한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며 "오늘 같은 자리를 통해 민관의 소통을 더욱 강화하고, 도시농업이 한 번 더 발전하는 계기를 마련해 국민들에게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하며 행사를 마무리했습니다.
오랜만에 열린 '민관합동 도시농업 정책 워크숍'은, 큰 주제가 되었던 '제3차 도시농업육성 5개년 계획'의 대외적인 의견 수렴 절차가 이 날의 분임토의가 마지막이었고, 그나마도 길지 않은 시간 내에 진행되어 아쉬움이 남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한 참석자는 "연구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을 청취해 반영했다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현장의 목소리가 얼마나 반영되었는지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며 "현재 도시농업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은 상태에서 '제3차 도시농업육성 5개년 계획'의 방향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관련된 단체나 시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하겠다"고 전했습니다. '제3차 도시농업육성 5개년 계획'은 이 날 발표된 연구용역 결과와 함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내년 1월 중에 공식적으로 발표될 예정입니다.
김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