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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2020년도 첫번째 이달의농부 제3대 서울의농부를 소대합니다!!

관리자 2020.08.27 09:46 조회 465



좁고 가파른 골목길을 따라 오래된 주택들이 옹기종기 모인 동네.

집들 간의 거리만큼이나 이웃들이 가까이 지내며 정을 나누고 때론 부대끼기도 했던 마을봄이면 집집마다 꽃망울을 틔워 연분홍색으로 마을을 물들이고여름이 되면 누렇게 익어 또르르 열매를 떨구던 살구나무들의 동네아현동 달동네그랬던 아현동 달동네가 재개발로 사라졌습니다사람들도 떠나고, 30대 청춘을 보냈던 동네를 박신연숙 씨도 함께 떠나야 했습니다.


 


그리고 2014년 겨울 재개발이 끝나고 되돌아온 아현동은 번듯한 아파트 단지가 즐비하지만 낯선 동네였습니다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살게 됐지만 서로가 낯선박신연숙 씨에게도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동네가 됐습니다젊은 시절에는 시민단체 여성운동가로 치열하게 살며 생긴 고단함만 풀고 가던 동네였지만, 50대가 되어 돌아왔을 때 자신에게 보다 충실한 삶을 살 수 있는 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습니다비록 낯선 동네가 됐지만 자연으로 채워가고그런 활동 속에서 이웃들과 만나며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는 사람들의 숲을 만들자고 한 것입니다.


 


제 자신에게 더 많이 충실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세월이 싸일수록 흙을 만지고 자연 속에서 친구를 만들고 그런 게 행복하다는 것을 안 거죠사람들과의 관계도생활도 저 자신이 좋아하는 일로 시간을 보내자고 생각한 거죠.”


 


그러게 박신연숙 씨는 아현동에서 새로운 마을살이를 결심했습니다바로 자신이 좋아하는 도시농업과 마을 공터에 화초를 심는 게릴라 가드닝’ 활동을 하며 마을에서 자연을 가꾸고주민들의 풀뿌리가 자라게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아현동 사람들’ 옥상텃밭을 경작하다


1591921666280.png여기 이사 와서 아파트 옥상도 올라갔거든요옥상마다 녹지가 있어 완전히 기대했잖아요전에도 옥상에서 도시농업을 했으니깐 이사 오면 아파트 옥상에서 바로 시작하리라그런데 아파트 옥상은 조경업체가 관리하기 때문에 주민이 뭘 할 수가 없고 단지 소비자더라고요또 옥상은 안전을 이유로 문을 잠가놨어요그래서 좌절했죠.”

 


하지만 2016년 박신연숙 씨에게 기회가 찾아왔습니다박신연숙 씨와 함께 시민단체에서 활동했던 절친이 박신연숙 씨를 찾아 아현동으로 이사를 오기로 했습니다함께 집을 구하러 다니며 넓은 옥상을 사용할 수 있는 빌라를 보고 바로 여기다라는 생각에 계약을 했습니다.


 


그 집 옥상을 개방하신 거예요거기서 농사를 지었죠이때 제가 날개를 달았죠드디어 집 앞에 텃밭이 생겼구나!”


 


그에 앞서 2015년에는 아현동에서 문화강좌를 계기로 사람들을 만났습니다아현동 재개발로 옛 건물들이 무너질 때 60년 된 목욕탕인 행화탕만은 그런 운명을 비켜갔습니다새 것으로 변한 동네에서 행화탕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며 오히려 옛 것이 지닌 고풍스런 자태를 뽐내며 젊은 문화기획자들의 창의적 공간으로 변신했습니다그곳에서 진행한 문화강좌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박신연숙 씨는 강좌가 끝나고 계속 모이자고 제안했습니다처음으로 6명이 모여 모임의 계기가 된 행화탕(杏花살구꽃)의 이름을 따서 살구꽃 모임으로 이름을 지었습니다그리고 생협 매장에서 만난 사람아파트 주민모임에서 만난 사람 등 마을살이를 하며 만난 사람들을 초대하며 모임의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아현동 빌라 옥상텃밭을 갖게 된 계기로 대부분 농사를 지어본 적 없는 도시 사람들이 박신연숙 씨의 손에 이끌려 아현동 빌라 옥상텃밭으로 향했습니다그리고 그때 모임 이름을 아현동 사람들로 바꿨습니다박신연숙 씨는 아현동 사람들이 함께 했던 옥상텃밭의 경험을 다른 주민들도 하게 되면 도시의 문화가 달라질 거라고 확신합니다.


 


너무나 인상적이었던 게 주머니 텃밭을 2개씩 나눠드리고 배추 하나 무하나 심어 가을 농사를 지었는데 이분들에게는 배추 하나가 너무나 소중한 거예요그리고 그 배추를 키워서 겉절이를 서로 역할을 나눠서 담궜어요. 40살 혹은 50살 평생 자신이 처음으로 키운 배추인 거죠배추는 거의 100일을 키우잖아요옥상에서 키웠으니 얼마나 보잘 것 없겠어요. ‘이게 배추야라고 할 정도죠그런데 정말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배추를 함께 키운 사람들과 나눠먹는 묘미를 도시 사람들이 알까요그런 경험을 아파트 동마다 옥상텃밭이 있어서 동 주민들이 할 수 있다면아니 모든 입주민들이 다 할 필요 없어요. 5명 혹은 10명이 그런 경험을 한다면 입주민들의 관계와 문화가 달라질 거라고 생각해요다른 거 할 것도 없다고 생각해요.”


아현동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마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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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연숙 씨와 아현동 사람들의 활동 무대는 옥상텃밭만이 아니라 그들이 산책하는 아현동 골목길입니다늘상 산책하며 쓰레기가 쌓여있거나 방치된 곳에 꽃을 심고 식물을 가꾸는 일들을 벌였습니다새로 설치한 공공화분은 한 해가 지나고 다음 해에는 방치되기 일쑤인데박신연숙 씨는 그런 곳이 보이면 늘 호주머니에 갖고 다니는 씨앗을 뿌리거나 아현동 사람들’ 동료를 불러 화초를 심었습니다아현동 시장 입구에 있는 빈 화분에도 화초를 심었는데그 후 그 화초를 돌본 건 시장 상인들이었습니다.


 


재미난 일화도 있습니다박신연숙 씨가 자주 가는 동네 치과병원 건물에 딸린 빈 화단에 꽃을 심고 싶어 병원 원장님의 허락을 구했지만 거절당했다고 합니다그러나 물러서지 않고 비가 오는 어느 날 화단에 접시꽃 씨앗을 뿌렸습니다한참이 지나고 박신연숙 씨가 그 치과병원 앞을 지나가는데 접시꽃이 잘 자라서 아름답게 피어있었다고 합니다그리고 놀라운 건 누군가가 접시꽃이 쓰러지지 않도록 지주대를 세워둔 겁니다그 병원의 누군가가 그렇게 한 것입니다박신연숙 씨는 꽃은 사람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갖게 한다고 말했습니다달리 보면 꽃을 보면 돌보고 싶은 게 사람의 마음일 것입니다빈 공터를 화단으로 바꾸는 건 마을을 아름답게 꾸미는 것뿐만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 속에 있는 따뜻한 마음을 불러일으키고 나누는 것일지도 모릅니다그 후로 매년 치과병원 화단에는 접시꽃이 자란다고 합니다.


 


박신연숙 씨는 마을에서 산다는 것에 대해 마을에 대한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마을의 공간과 사람들을 접하고 만나며 이야기와 추억을 만들고또 이웃들이 서로의 경험과 이야기를 공유하며 공감하는 하는 게 마을살이입니다. ‘아현동 사람들의 게릴라 가드닝도 마을의 공간에 대해 이야기와 추억을 지어내는 것입니다심는 사람들의 이야기만 있는 게 아니라 여기 접시꽃이 이쁘게 피었네라고 보는 사람들의 추억에도 이야기가 남겨집니다공간을 사람들이 공유할 수 없지만 그 공간에 핀 꽃은 많은 사람들이 함께 볼 수 있습니다그렇게 공간은 꽃으로 그리고 이야기로 공유됩니다그래서 박신연숙 씨는 마을엔 더 많은 꽃들이 자라나고 공통된 경험으로 이야기들을 만들어내려고 합니다.


 


아현동 사람들은 마을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1년에 10번 정도의 강좌도 개최했습니다건축가를 모셔 마을 한 바퀴를 돌며 건축으로 동네를 이해하고서로 교류하는 경험이 부족한 시대를 살아가는 이웃들이 어떻게 관계를 맺어갈까를 이야기하기도 하고돈이 우선 돼서 단절되는 건 아니지 고민하며 서로가 연결되는 마을경제를 어떻게 만들지 고민하기도 했습니다주민들의 힘을 키워내고주민들 간의 유대를 만들어 주민들의 자율과 자치로 마을에서 함께 살기 위한 노력들이었습니다박신연숙 씨는 그런 활동들을 통해 만난 사람들 한명 한명이 풀뿌리의 일원이 되고 민들레 씨앗처럼 퍼져나가 서로를 지탱해주는 숲이 될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제가 농부로써 살아온 일상을 생각해보면 제가 좋아하는 거로부터 출발하고이웃들과 친구들과 함께 시작하고그렇게 하면서 그게 둘 이상 모이면 어쨌거나 조직이 되는 거잖아요모임은 가꾸어 가야 하는 것이고 관계도 가꾸어 가야 하는 것이더라고요그만큼 공도 들이고 관계도 가꿔가면서 그 관계로 인해서 마을살이도 더 안전하게 되고요결국 그런 과정이 시민력을 키우는 과정이 됐어요.”


 


아현동 사람들은 작년 아현동에서 떨어진 상암동 버뮤다삼각텃밭으로 진출했습니다옥상에서만이 아니라 땅에서도 농사를 지어보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그리고 마포도시농업네트워크에 가입하면서 도시농부들과의 접점을 넓혔습니다아현동의 사람들과 마포의 도시농부들이 뭉쳐 더 큰 숲이 됐습니다.


 


서울농부잖아요저와 같은 농부들이 많이 있다고 생각이 들고, ‘이런 걸 할 수 있겠구나나도 이렇게 해볼까?’ 저도 그런 아이디어들을 주는 도시농부들이 있었기 때문에 창조적인 삶을 살게 된 거거든요저는 그런 사람들과 연계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서울농부포털 같은 매체들이 이런 역할을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도시농업은 풀뿌리 속에서


 


박신연숙 씨는 작년 새로운 모임을 만들었습니다그는 서울시가 대학과 연계해 진행하는 시민정원사 과정’ 졸업생인데마포지역에서 거주하는 시민정원사 졸업생들을 모아 아파트 공간에서 8차례의 강좌를 열고 마을정원을 가꿨습니다아파트 공간은 첫해 야생화 정원으로 조성됐는데둘째 해는 공공근로자 1인이 관리를 하다가 작년에는 관리자가 없어 풀밭이 됐습니다마포구청의 허락을 받아 방치되고 있는 곳을 시민정원사들이 가꾸면서 주민들의 휴식처가 되고시민정원사들의 모임과 활동공간이 됐습니다박신연숙 씨는 공공의 공간들을 시민들에 참여해 시민들의 스스로 관리를 하는 기회와 사례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신연숙 씨는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마을에서 시작합니다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지만 이웃들을 모아 함께합니다또 다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모임을 만들어 자신이 각각의 모임들을 잇는 풀뿌리들의 연결점이 됩니다그 풀뿌리들을 통해 씨앗이 퍼져나가고 작물과 꽃이 자라납니다도시농업이 진정한 시민운동이 되어 어떻게 확산될 수 있는 지를 박신연숙 씨는 보여줍니다사람들을 기다리지 말고 만나러 가야 합니다바로 마을에서.



제가 존재하고 있는 곳에서 제가 맺은 관계에서 출발하는 게 중요해요그래서 현재가 중요하고농사를 지어도 씨앗을 뿌릴 흙이 중요한 것처럼 내가 발 딛고 있는 지금 여기 내 동네에서 출발하고 싶어요그런 지향점을 갖고 있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