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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생각하며 오늘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관리자 2020.09.21 13:43 조회 409

(기자단) “미래를 생각하며 오늘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기자단 2020-09-14 08:32:51 | 조회 43

[인터뷰최정심 제9회 서울도시농업박람회 총감독


매년 서울의 도시농부들이 모여 도시농업 성과를 알리고, 도시농업 현재와 미래를 함께 조망해 온 '서울도시농업박람회'(이하 '박람회')가 올해 제9회를 맞아 9월 24일부터 27일까지 개최된다. 서울시와 중랑구의 공동 개최로 중랑구 용마폭포공원 일대에 박람회장을 마련할 예정이었던 올해 박람회는, 코로나19의 확산 방지를 위해 모든 프로그램을 온라인으로 옮겨 '랜선 박람회'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서초구에 위치한 '채화원'에서 작년에 이어 올해도 박람회 총감독을 맡아 동분서주하고 있는 최정심 교수(계원예술대학교)를 만나 코로나19 시대를 맞은 박람회 변화에 대해 들어보았다.




"불가능을 보기보다는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서 가자"


올해 초부터 발생한 코로나19로 인해 여러 행사특히 이번 박람회와 같은 대규모 참여형 행사들은 대부분 연기되거나 취소되고 있습니다쉽지 않은 일이었을 텐데 박람회 개최를 결정하셨습니다.


"내부적으로도 많은 고민이 있었고, 특히 지자체가 개최하는 행사기 때문에 시민 안전 차원에서 부담이 많았던 게 사실이에요. 그래서 원래 계획했던 5월 개최에서 9월 개최로 변경된 것이기도 합니다. 최종적으로 취소도 검토됐지만, 올해 박람회를 멈추면 내년도 그 이후도 기약할 수 없게 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있었어요. 코로나19 같은 일이 앞으로 또 어떻게 닥쳐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어렵더라도 멈추지는 말자는 쪽으로 생각을 모았고 모두 힘을 합하고 있습니다. 현재 상황에서 불가능을 보기보다는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서 가자는 게 박람회 측의 입장입니다."


그렇게 해서 나온 방안이 전면적인 온라인 박람회일명 '랜선 박람회'입니다.


"전면적인 온라인 개최를 생각하기 전에도 이번 박람회는 온라인을 통한 프로그램 전시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기획됐었어요.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시대를 예상해본다면 온라인을 통한 도시농업의 확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온라인이 가지는 장점이 있으니까요. 첫째, 시간과 장소의 제약이 없어지기 때문에 참여 수를 늘리고, 폭을 넓힐 수 있게 된다. 둘째, 한 번 만들어진 콘텐츠는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고, 확대 재생산될 수 있다. 셋째, 그렇기 때문에 확산과 보급에 있어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반이 된다. 어려운 때이지만 이번 상황을 새로운 시작으로 삼아서 온라인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현장에서 직접 흙을 만지며 해야 하는 것'이 기본인 도시농업을 주제로 하는 박람회인데모든 프로그램을 온라인으로 진행하게 되면 그 본질이 묻히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있을 법도 한데요.


"당연히 그 부분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어요. 본질만 보고 가자면 박람회 자체를 취소하는 것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렵더라도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생각을 조금만 너르게 가져보면 어떨까 해요. 앞으로도 비대면이 요구되는 시대가 된다면, 당장은 어렵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박람회를 온라인 플랫폼화 하는 방향으로 가져가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박람회가 플랫폼이 돼서 온라인 프로그램으로는 도시농업 콘텐츠를 쌓아가는 한편, 오프라인 프로그램으로는 각 지역의 텃밭 핫스팟들을 중계하는 역할을 하는 거죠."


콘텐츠를 만들고 텃밭 핫스팟(hotspot, 중심지)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써의 박람회


플랫폼으로써의 박람회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신다면요.


"먼저 온라인으로는 도시농업 콘텐츠를 만들고 보존해서 널리 알리는 장을 구축하려고 해요. 온라인에서는 콘텐츠가 경쟁력이기 때문에 온라인 박람회가 유지된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콘텐츠의 중요성이 강조돼서 양질의 콘텐츠들이 플랫폼에 쌓이게 될 겁니다. 그동안의 박람회는 콘텐츠보다는 서울의 도시농부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점이 강조되는 측면이 있었어요. 앞으로는 보다 좋은 도시농업 콘텐츠를 발굴하려는 노력이 진행될 겁니다. 올해 박람회에서는 일단 모든 프로그램을 동영상으로 만들어 게시할 예정이에요. 콘텐츠는 모두 갖춰진 상태고 시나리오를 구성해 촬영을 진행 중입니다. 모든 참여 지자체와 단체, 개인들도 모두 동영상 구성을 진행 중이고, 그에 맞춰서 홈페이지도 다시 구축해가고 있습니다."


"오프라인으로는 각 지역의 텃밭 핫스팟들을 발굴해서 소개하고, 시민들과 연결하는 장으로 만들려고 해요. 박람회장을 만들어 많은 사람들이 한 곳으로 모이게 하기보다는 관심이 가는 각 지역의 텃밭 핫스팟으로 개별적으로 가보도록 하자는 겁니다. 박람회가 여행사 같은 개념으로 텃밭 핫스팟 투어를 만들어 오프라인 체험을 대체하도록 하는 건데, 비대면을 강조한다면 오히려 더 바람직한 방향이 아닐까 해요. 박람회장에 만들어지는 관람 시설들은 한 번 행사를 위해 설치하고 철거되는 일회성의 구조물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많죠. 실제로 존재하고 운영되는 각각의 개성을 가진 텃밭들을 알려서 직접 찾아가 보게 만드는 방식이 진짜 체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텃밭 핫스팟을 발굴해서 투어를 할 수 있도록 만들자는 아이디어가 좋은 것 같습니다텃밭 핫스팟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신다면요.


"텃밭 핫스팟은 나름의 개성이나 확실한 콘텐츠를 가진 텃밭을 말합니다. 일반 텃밭에서 하는 농사는 기본적으로 하는 것이고, 거기에 더해 양봉이나 버섯 재배, 약초 재배 같은 특화된 콘텐츠나 퍼머컬처, 자연농법 같은 방식으로 경작되는 자신만의 개성을 가진 텃밭을 의미합니다. 물론 긴 관점으로 보고 키워나가야 할 부분이고 그것을 위한 많은 사업과 지원이 필요할 거예요. 박람회가 그 기반이 될 수 있도록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이나 단체, 지역의 콘텐츠를 발굴하고 알리는 것을 시작으로, 각 자치구의 주요 텃밭 거점들을 각각의 특색으로 차별화시켜서 지역의 명소, 지역의 핫스팟으로 삼아 투어가 가능할 정도로 만드는 것이 일차적 목표입니다. 그걸 발판으로 텃밭 핫스팟이 미래 세대 아이들과 부모까지 포괄하는 생활 교육의 장이 되도록 하고 생활 거점이 되도록 해서, 궁극적으로는 마을공동체로 발전시키도록 하자는 그림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래마을', 미래를 생각하며 오늘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박람회 내용에 대해 얘기해볼까 합니다일단 올해 박람회 주제가 '도시농업과 청년'입니다주제 선정 배경에 대해 말씀해 주신다면요.


"서울시 100만 농부 시대를 열면서, 도시농업의 지속가능성과 확장성을 반영해 '도시농업과 청년'이라는 주제를 선정했습니다. 고령화 사회로 가면서 농업에 있어서도 세대를 이어 갈 청년 농부의 역할이 중요해졌습니다. 박람회에 청년들의 참여 기회를 폭넓게 제공해서 청년들의 비전과 아이디어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청년은 물리적인 나이, 세대를 말하기도 하지만 '미래'를 말하기도 합니다. 이번 박람회를 통해 '미래를 생각하며 오늘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전달되었으면 합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박람회 총감독을 맡으셨습니다박람회 연속성을 기대해 볼 수도 있을 텐데요작년과 올해의 박람회를 비교해 주신다면요.


"작년 박람회에서 중점을 두었던 것은 '공동체 텃밭'이었습니다. 작년에는 총감독을 맡으면서 제가 연구하고 있는 '농업과 디자인의 융합'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었어요. 철학적으로는 '생태 가치'에 중점을 두고 자연과 인간의 공간을 어떻게 공존하게 할 것인가 하는 점을 생각했었죠. 그에 따르는 바람직한 텃밭의 구성을 보여주려 했었고, 그 모델로 건강한 생태 농법을 기반으로 하는 '공동체 텃밭'을 이야기했습니다. 이번 박람회에서는 '공동체 텃밭'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마을'을 이야기하려고 해요.


- '공동체 텃밭'을 확장시켜 '마을'을 만든다는 개념인가요마을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신다면요.


"정확하게는 '공동체 텃밭'을 만들려고 할 때 생기는 현실적인 어려움과 한계를 극복하는 방안으로써의 '마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건강한 생활상을 추구하는 사회적 관심과 함께 도시농업을 희망하는 시민들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간의 여건상 도시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집과 마을의 아이디어를 선보여 언제 어디서나 경작 활동이 가능한 도시의 방향을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미래마을'이라고 명명해 봤습니다. '미래마을'에는 기존의 건축, 마을 공간 등에 적용할 수 있는 텃밭 디자인 아이디어와 농사 형태는 물론, 친환경 생활 방법이나 예술 활동 같은 생활 교육부터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생활과 일'이 연결되는 마을기업까지 다양한 콘텐츠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누구나 생활공간에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도시 공간의 도시농업 공간화'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철학적으로 '미래마을'은 환경 문제의 원인에 관심을 갖고 문제 해결을 위한 실천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사람들이 사는 마을을 뜻합니다. 공동체의 회복, 기후 위기와 같은 '미래'를 생각하며 '오늘'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녹여내려고 합니다.


평소 강조하시던 '도시농업의 일상성'을 구현하는 작업으로 보입니다이번 박람회의 '미래마을'을 통해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이번 박람회에서 제시되는 '미래마을'을 통해 도시농업의 지향점이 '농사'에서 '농부의 생활'로 확대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작년 '공동체 텃밭'과 올해 '미래마을'의 공통점은, 텃밭을 단순히 작물을 키우는 공간이 아니라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자는 것이에요. 그러자면 거기에 디자인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텃밭 한 편에 나무 바닥을 놓고 의자라도 갖다 놓으면 지역 주민들의 산책로, 쉼터가 될 수 있어요.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게 하고, 직장인들이 오며 가며 때가 되면 도시락을 먹을 수도 있는 공간이 되게 하자는 것이지요. '디자인과의 융합'이 대단한 것이 아니에요. '의자의 위치를 어디로 향하게 놓아서, 앉는 사람들이 무엇을 보게 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이 디자인입니다. 디자인을 통해 놓인 의자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곧 그 사람의 생활이 됩니다. 그 풍경이 텃밭이 되고 텃밭이 생활 안으로 들어오면 텃밭의 기능은 바뀌게 되는 것이죠. 그렇게 바뀐 텃밭은 작물 생산의 터일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가 됩니다. 그곳에서 다양한 교육이나 예술 활동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나누게 하면 어떨까요. 텃밭이 일상성을 획득하면 도시농부의 생활 방식이 완성됩니다. 사람들의 생활 방식이 달라지는 그곳에서부터 도시농업의 본질적인 확장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해요."


끝으로이번 박람회에 참여할 도시농부들과 시민들에게 당부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코로나19로 인해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도시농부님들과 시민분들이 랜선 박람회에 참여하셔서 즐거운 시간을 나누시길 바랍니다. 전면적인 온라인 전환으로 짧은 시간 내에 전혀 새로운 환경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처음 가보는 길이기 때문에 기술적인 부분에서 당장은 미흡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내용면에서는 그동안의 준비 과정과 연구 성과들이 있기 때문에 충실한 콘텐츠를 자신하고 있습니다. 가급적 많은 분들이 참여하셔서 도시농업을 즐기시고 많은 생각들을 나눌 수 있길 바랍니다. 농업을 생활화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와의 협업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랜선 박람회를 통해 가까이는 자치구 공동체가 소개되고 투어가 이어지는 매력적인 핫스팟 조성의 논의가 시작되기를 바라고, 멀게는 '텃밭의 일상성'이 널리 퍼져 도시농부의 생활이 완성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김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