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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부, 채소를 기르는 그 이상… 수제맥주를 만들어 내는 도시농부

관리자 2020.09.21 13:44 조회 406

노원도시농업네트워크는 참 신기한 곳입니다. 도대체 벌여 놓은 일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 다 이상합니다. 새로운 것만 보면 일을 저지릅니다. 더 신기한 건 벌여 놓은 일 다 잘합니다.


그림 1 환삼덩굴과 비슷한 홉과 열매


수제맥주 만들기를 시작한 동기는 아주 단순합니다.


공동체 농장에 인디언집을 만들어 놓고 여러 가지 덩굴 식물을 심었는데 환삼덩굴 같은 게 타고 올라가는데 환삼덩굴과는 뭔가 조금 달랐습니다. 알고 봤더니 홉이랍니다. 홉? 홉이 뭐지? 맥주의 원료 중의 하나라고 합니다. 홉? 호프?! 아~ 그래서 맥주를 호프라고 하는구나. 맥주의 대명사이기도 한 호프 즉, 홉이 어떻게 맥주의 원료가 되나 하는 궁금증이 생깁니다.


궁금증이 일을 본격적으로 벌이게 합니다. 노원도시농업네트워크(이하 노도네) 이은수 대표의 전폭적인 지지로 맥주 만들기 워크숍을 기획하고 실행합니다. 하기로 한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하는 게 노도네의 특징이죠. 단숨에 맥주제작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을 배웠고 직접 맥주 만들기를 여러 번 해서 기능을 익혀 나갔지요. 노도네는 빗물연구의 성지인 만큼 맥주 빚는데 사용하는 물을 하늘물(빗물)을 사용해 보자는 쪽으로 이야기가 진행됐습니다. 깨끗이 받아 여과까지 한 맑은 하늘물로 맥주를 빚기 시작했습니다. 하늘물로 빚은 술은 하늘의 기운이 그대로 담겨 그 맛이 오묘하여 인기가 높았습니다. 노원에서 열리는 도시농부들의 소통의 장인 ‘마들장터’에 실험적으로 가지고 나가 보았는데 짧은 시간에 완판되는 인기를 누렸습니다.


그림 2 몰트를 당화하는 모습


그림 3 당화된 맥즙 받기


맥주 재료는 간단합니다. 발아한 보리를 말려 갈은 몰트(엿기름)와 정제된 홉과 미스트(효모), 그리고 물만 있으면 됩니다. 재료는 간단하지만 만드는 과정은 녹녹치 않습니다. 최소한 4시간 동안 정성을 쏟아야만 완성되고 최소 3주간의 발효숙성 기간이 필요하죠.


맥주를 만들려면 먼저 물을 끓여 75도 가량 되게 합니다. 하늘물 맥주는 하늘물 받아 저장하고 정화하는 사전단계가 더 있습니다. 이 물에 몰트를 부어 한 시간 가량 우려내 단물을 뽑아냅니다. 이 과정을 ‘당화’라고 합니다. 당화된 물은 식혜 만들 때 나는 냄새와 똑같습니다.


뽑아낸 단물을 워트(맥아즙)라고 하는데 이 워트를 한 시간 가량 끓입니다. 이 시간 동안 홉을 넣어 정해진 시간만큼 끓입니다. 어떤 홉을 얼마동안 끓이느냐에 따라 맥주의 맛과 향이 달라집니다. 홉은 암꽃이 성숙하면 루풀린이란 물질이 만들어 지는데 이 물질이 맥주 특유의 향기와 쓴 맛을 만들어 냅니다. 재배한 홉도 맥주 만드는 과정에 넣고 끓여 노도네의 하늘물 맥주는 직접 재배한 홉과 하늘물로 만든 특별한 맥주로 탄생되는 것입니다.


다 끓이고 난 맥즙은 급속히 냉각시켜야 합니다. 효모가 살 수 있는 최적의 온도인 24도 정도로 급속히 냉각 시킵니다. 그대로 두면 저절로 식겠지만 잡균이 생길 우려가 있어 칠러라는 기구를 이용해 급격히 냉각 시킵니다. 칠러를 이용하면 단 몇 분 만에 24도까지 내릴 수 있습니다. 냉각된 맥즙을 휘저어 산소를 풍부하게 만들고 효모를 고르게 뿌리고 뚜껑을 잘 닫아 24도 가량 되는 곳에서 약 2주간 발효시킵니다. 발효통에는 발효 시에 나오는 이산화탄소 가스를 배출시켜 주는 에어락도 설치해 주어야 합니다.


그림 4  숙성실에서 발효중인 맥주


그림 5 발효된 맥주 거르기


그림 6 병입 후 완성된 맥주


드디어 2주가 지났습니다. 맥주는 홉을 넣어 끓이는 술이기 때문에 홉 이물질이 있어서 잘 걸러 내야 합니다. 걸러낸 맥주를 영비어라고 합니다. 이름이 재미있지요. 영비어, 젊은 맥주랍니다. 이제 효모의 먹이가 되는 설탕과 함께 영비어를 병에 넣어 약 1주일 간 탄산화 시간을 지내면 맥주가 완성됩니다. 이 맥주를 냉장했다가 마셔보면 그 풍부한 거품과 쌉싸름하면서도 진하게 풍겨 오는 열대 과일향의 풍미는 마셔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가 없습니다. 마셔보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마시는 사람은 없는 깊은 맥주가 탄생합니다.


이렇듯 도시농업은 단순히 채소만을 키우는 일이 아닙니다. 좋은 먹거리를 생산하고 그 먹거리를 이용해 자연 친화적인 훌륭한 가공품을 만들어 내는 일까지 포함합니다.


코로나19 이겨내고 사람들의 관계가 정상으로 회복되면 도시농부들 모아 노도네의 하늘물 맥주로 축배를 들어야겠습니다. 모두들 건강하십시오.


 


도시농부기자단 노원구 오영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