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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야초, 마을에 녹아내리다 - 천수텃밭 물레방아 개장식

관리자 2020.09.21 13:44 조회 435

지난 9월 11일, 노원구에 위치한 천수텃밭에서는 작지만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천수텃밭 한가운데 작은 연못에 설치된 물레방아 개장식이 열린 것. 화창한 가을 눈부신 햇살 아래 천천히 도는 물레방아는 물 한 번 품었다 내는 소리로 텃밭 곳곳에 고즈넉함을 전했다. 초록과 물이 조화된 아름다운 풍경이 사람들을 만나 더 빛을 냈다. 물레방아보다 더 특별했던 물레방아를 만든 사람들.


서울시 우수 텃밭으로 자타공인 서울 도시농업의 명소인 천수텃밭에서는 늘 새로운 일이 벌어진다. 단순히 텃밭을 일구는 것뿐만 아니라 빗물 활용 적정기술을 개발하고, 토종씨앗 도서관을 만들고, 아이들을 위한 놀이장을 만들고, 빗물로 맥주를 만드는 등 끊임없이 도시농업의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이런 일들이 가능한 것은 각종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키워낸 도시농부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날 물레방아를 만들고 개장식을 주관한 도시농부들도 천수텃밭에서 도시농업 교육을 받은 '산야초 동아리' 사람들이었다.


"3년 전에 천수텃밭에서 도시농부 전문가 과정 수업을 듣고 나서, 이대로 끝낼 것이 아니라 배운 것을 활용해서 무언가를 해보자는 생각에 졸업생들이 뭉쳤어요. 여러 가지 아이템을 생각하다가 수업 과정 중에 배운 약초를 산 밑에 있는 천수텃밭의 조건을 활용해 키워보자고 의견을 모아서 산야초 동아리를 만들게 됐습니다."


산야초 동아리의 김옥기 대표는 물레방아 개장식에 뿌듯함을 감추지 못했다.


"올해 코로나19 때문에 준비했던 행사나 교육 프로그램들을 제대로 진행하질 못해서 너무 아쉬웠어요. 작년까지는 지역주민들과 함께 팜파티도 열고, 약초를 이용한 천연염색 하기, 장아찌 만들기 같은 프로그램들로 매번 큰 호응을 받았었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주민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무언가라도 해보자는 생각에 물레방아를 만들게 됐어요. 애초에는 물레방아 정도만 만들려고 했는데 이왕이면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보자고 해서 쉼터까지 만들게 됐습니다. 회원분들이 손재주가 좋아서 구상부터 설계, 제작, 설치까지 모두 자체적으로 했어요."



산야초 동아리는 현재 5명의 정회원과 15명의 일반회원들이 모여 있다. 천수텃밭에서 노원구 도시농부 전문가 과정 교육을 받은 1・2기생이 모여 주민들과 함께 산양삼, 더덕, 취나물, 곤드레나물 등 20여 종의 산나물과 약초를 재배하고 있다. 야생의 약초들에서 종자를 채취해 자연농법으로 산속에서 자연스럽게 재배하는 방식을 주로 하고, 일부는 틀밭을 만들어 재배하며 계속 공부 중이다.


"처음에는 어떻게 할지 잘 몰라 우왕좌왕 했었는데, 3년째 하다 보니 이제는 산야초의 특성이나 재배 환경 같은 것들이 파악이 돼서 한결 재배하기가 수월해졌어요. 그래도 모여서 공부도 하고 다른 약초 재배지 견학도 다니면서 계속 배우고 있습니다. 올해는 도시 안으로 들어가 다른 환경에서 약초를 재배해 보자는 생각에 운영하고 있는 상점 건물 옥상에 방치돼 있던 텃밭을 정리해서 산야초 동아리 텃밭으로 만들었어요."


김옥기 대표는 동아리 활동에 있어 지역주민들과의 소통과 화합을 중요시했다. 코로나19로 동아리 활동이 어려웠던 올해 가장 아쉬웠던 부분도 주민들과 함께 하는 자리를 만들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동아리를 만들고 첫 해에는 터전을 마련하기 위해서 '마을에 뿌리를 내리자'라는 목표로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아서 뿌리를 내리는 것뿐만 아니라 수확까지 거둔 것 같아서 너무 좋았어요. 그다음 해에는 약초만이 아니라 산과 들의 들풀까지 사랑하자는 모토로 활동했고, 올해는 3년 차를 맞아서 마을과 공동체로 융합하자는 생각으로 '산야초, 마을에 녹아내리다'라는 주제를 가지고 활동했습니다. 코로나19로 많은 활동을 하지는 못해서 너무 아쉽지만, 그래도 3년째 주민들과 소통하다 보니 이제 어떻게 하면 더 가깝게 다가가서 화합할 수 있는가를 알 것 같아요. 내년에는 회원들도 더 모으고, 지금까지 심고 가꾼 산야초를 상품화도 해 볼 계획입니다. 주민들과 함께하는 나눔 행사도 열고 나아가 판매까지 이루어지도록 할 생각이에요. 또, 올해 물레방아 쉼터에 이어서 산속의 산야초를 기르는 공간에도 쉼터를 조성해서 주민들이 들러서 쉬어도 가고, 강좌 등도 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예정입니다."


산야초 동아리에 대해 천수텃밭을 이끌고 있는 노원도시농업네트워크의 이은수 대표는 칭찬과 기대를 아끼지 않았다.


"도시농부 전문가 과정을 통해 탄생한 산야초 동아리는 스스로 마을지원센터의 지원을 이끌어내며 자체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네트워크에서 추구하는 바를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사례로 꼽을 수 있습니다. 네트워크에서도 최대한 지원하려고 하지만 아무래도 돕는 것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천수텃밭을 기반으로 스스로 활동을 영위하고 그 자산을 공유하는 모범적인 동아리로 성장하고 있어서 고맙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산야초 동아리를 모범 사례로 삼아서 이런 형태의 동아리가 많이 만들어지도록 할 생각입니다. 재배하는 약초나 작물이 다년생 작물들인데, 동아리의 활동이 그 작물들처럼 단기간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도시농업의 확장을 마을과 하나 되어 주민들과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것으로 이루어내고 있는 산야초 동아리는 개장식을 연 물레방아처럼 아직 규모는 작지만 멈추지 않고 알차게 시간을 채워가고 있다. 김옥기 대표는 자신 있게 말한다.


"물레방아를 만든다는 게 산야초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어 보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지난 3년 동안 주민들과 함께하려고 했던 노력이 주민들의 쉼터가 될 물레방아로 나온 것 같아서 뿌듯하고 고마울 뿐입니다. 이렇게 쭈욱 가려고 합니다. 산야초는 영원하리. 멈추지 않고 끝까지 가보겠습니다."


 


김성민 기자